꾸준히 읽기 위해서

D-29
일단은 일주일 동안 2부까지 읽고 발제문까지 할 것!
진실된 이야기 - 계몽주의적 의미의 인간과 자연이 없다면 모든 생물은 소생할 수 있고, 남성과 여성은 편협하게 상상된 합리성에 구속받지 않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은 버섯을 추적하며 그런 진실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장의 이야기가 모여 만드는 것은 논리적인 기계가 아니라 열린 배치이다. 그 모양은 세계의 패치성과 닮았다. 패치성: 1.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 세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거대한 체계가 아니라, 확장성을 가진 획일적 방식의 생산, 운송, 소비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실행되는 패치들이 연결되면서 작동하는 체계로서의 자본주의. 2. 송이버섯 곰팡이, 소나무, 인간, 동물, 새, 곤충, 다른 식물 등이 배치를 통해 형성하는 생태적 얽힘의 관계망. -고정되어 있지 않아 변화 가능하고 패치 내부와 외부의 요소들이 서로 맺는 관계가 불안정한 특성.
제1의 자연: (인간을 포함한) 생태적 관계 제2의 자연: 자본주의적으로 변형된 환경 제3의 자연: 자본주의 속에서도 삶을 살아내는 것
22쪽. 나는 우리 모두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그리로 가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불확정성과 불안정성의 상황, 즉 안정성에 대한 약속이 부재하는 삶을 탐구하기 위해 버섯과 함께 떠난 나의 여행 이야기다. 23쪽. 바로 우리 것인 줄만 알았던 통제된 세계가 실패했을 때, 통제받지 않는 버섯의 삶이 선물이자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근대화와 진보의 꿈에 대한 비판 대신, 그런 발판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해보는 일이다.
25쪽. 현재의 불안정성 중 그 절반은 지구의 숙명에 관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간에 의한 교란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다종의 후손들에게 거주할 만한 환경을 물려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은 현존하는 불안정성의 나머지 절반, 즉 전후戰後 발전의 놀라운 모순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으로는 전후 개발 기구를 통해 구축된 글로벌 정치경제가 세계 곳곳에 손을 뻗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계속 발전될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수단을 잃어버린 것 같다. 불안정성과 함께 살아가려면 우리를 이런 처지에 빠뜨린 자들을 탓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 이상한 신세계에 주목하고, 상상력을 펼쳐 이 세계의 윤곽을 감지해야 한다.
26쪽. 송이버섯을 따라가다 보면 환경 교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우게 된다. 이것이 환경을 더 훼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여하간 송이버섯은 협력적 생존의 한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26-27쪽. 송이버섯은 글로벌 정치경제의 균열도 보여준다. 송이버섯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어디에서 채집되든 생계에 큰 도움이 되며, 문화 회생을 촉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떤 종류의 경제인가? 송이버섯 채집은 자영업이며, 채집인을 고용하는 회사는 없다. 상업적 야생 버섯 채집은 사회보장이 제공되지 않는 불안정한 생계의 한 예다.
27쪽. 우리는 현재의 불안정성을 지구 전체의 상태로 이해해야만 우리 세계가 처한 이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다. 성장을 가정한 분석만이 권위를 갖는 한, 전문가들은 시공간의 이질성을 보지 않는다. 일반인 참여자와 관찰자에게는 그 이질성이 명확히 보일 때조차 말이다.
29쪽. 사람과 사물은 소외되는 과정을 거치며 이동하는 자산이 되었다. 운송을 통해 거리라는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사람과 사물은 자신의 삶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삶의 세계에서 교환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 소외시키려는 [자본주의의] 꿈은 단 하나의 독립형 자산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풍경을 변화시킨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잡초나 쓰레기가 된다. 단일 자산을 더 생산하지 못하면 그 장소는 버려진다.
30-35쪽. 송이버섯(트리콜로마 마쓰타케)의 출현-나라와 교토 근방 사람들이 산림을 남벌함에 따라 송이버섯의 가장 흔한 숙주 나무인 소나무가 싹을 튀우면서 송이버섯이 흔해짐. 송이버섯은 가을철을 상징하는 향기로 칭송받고 귀족들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선물이 됨. 에도시대가 메이지 유신과 일본의 급격한 근대화로 끝이 나면서 산림 남벌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소나무와 송이버섯에 유리한 생태 조건을 남김. 그러나 1950년대 중반부터 소농민 산림지가 목재 생산지로 바뀌어 벌목되거나, 교외 개발을 위해 포장되거나, 농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면서 버려져 활엽수로 뒤덮여 소나무가 자라기에 너무 그늘진 곳이 되어버림. (소외, 이동, 버려짐?) 1970년대 중반 일본 전역에서 송이버섯은 보기 드문 것이 됨. 한편으로 이 시기 일본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송이버섯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급등함. 이때부터 송이버섯 국제무역이 등장함. 일본에는 세계 곳곳에서 채집된 송이버섯의 등급을 매기는 기준이 있고, 이 등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됨.
42쪽. 미엔인들, 일본의 미식 버섯, 그리고 나는 오리건주의 폐허가 된 산업비림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 우리 모두가 마치 동화에서 튀어나올 법한 상황에 놓여 신비롭게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45-49쪽. 1930년대 오리건주는 미국에서 목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되었다. 1989년에 이르러 캐스케이드산맥 동부는 이제 벌목된 숲이 되었고, 벌목회사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 - 개척자와 진보 이야기, 그리고 '텅 빈' 공간이 산업 자원을 지닌 장소로 탈바꿈한 이야기.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 - 산업적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생계 터전을 잃고 풍경을 훼손하게 될 물거품 같은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런 기록에 미처 담기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1989년 무렵 오리건주의 벌목된 숲에서는 야생 버섯 무역이 시작됐다.
51쪽. 실로 남은 것은 무엇이냐 하는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국가의 유효성과 자연 풍경에 대한 자본주의의 대대적인 파괴를 고려할 때, 우리는 국가와 자본주의의 기획 바깥에 있던 것들이 오늘날 왜 살아남았는지 질문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다루기 힘든 가장자리의 것들edges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미엔인과 송이버섯이 오리건주에서 함께 모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언뜻 사소해 보이는 이런 질문이 모든 것의 방향을 뒤집어, 예측 불가능한 마주침encounters을 핵심적인 것으로 보도록 이끌지도 모른다.
51쪽. 대체로 우리는 이런 불안정성(실업, 멸종 위기, 해수면 상승 등)을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예외적 상황이라 여긴다. 불안정성은 체계에서 '예외'라고 말이다. 그런데 만약 불안정성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시대의 조건이라면 어떨까? 아니, 달리 말해서 우리 시대가 불안정성을 인지할 단계에 이른 것이라면 어떨까? 불안정성과 불확정성, 또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무언가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체계성의 중심을 이루는 것들이라면?
51쪽. 불안정성은 타자들에게 취약한 상태를 말한다. 예측 불가능한 마주침은 우리를 변모시킨다. 52쪽.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다른 방식의 사회 분석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세계는 목적론이 없는 세계다. 시간 본연의 무계획성을 뜻하는 불확정성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지만, 불안정성을 놓고 생각해보면 불확정성도 삶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53쪽. 진보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시간을 하나의 리듬에 맞추면서 전진해나가는 행진이다. 그런 식으로 추동하는 박자가 없다면, 우리는 다른 시간의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계절에 따른 성장 맥박을 통해서, 일생 동안 행하는 생식 패턴을 통해서, 그리고 지리적 팽창을 통해서 세계를 재구축한다.
54-55쪽. 우리를 둘러싼 많은 세계-만들기 프로젝트 중에는 인간에 의한 것도 있고 비인간에 의한 것도 있다. 세계-만들기 프로젝트는 살아가는 실질적인 행위를 통해 창발하며, 그 과정에서 지구를 변화시킨다. 55쪽. 인간만이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모든 유기체는 흙, 공기, 물을 변형해 생태적 주거지를 만든다. 운용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 능력이 없는 생물종은 멸종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유기체는 모든 생명체의 세계를 바꾼다. 인간 역시 다종의 세계를 만드는 데 늘 참여해왔다. 56쪽. (20세기) 학자들은 다른 삶의 방식을 억압하면서 특정한 삶의 방식을 확산시키는 행위에 도취되었기에, 그 밖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은 무시했다. 그러나 진보에 관한 이야기가 견인력을 잃자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56쪽. 배치assemblage 하나의 배치 안에 존재하는 여러 생물종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서로 영향을 끼치는지는 결코 정해져 있지 않다. 배치는 열린 모임gathering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편견 없이 공동의 영향에 대해 물을 수 있고, 형성 중인 잠재적 역사를 볼 수 있다.
57-60쪽. 배치에서는 의도치 않은 조율coordination 패턴이 발달한다. 그런 패턴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모여 빚어내는 시간적 리듬 및 규모의 상호작용을 지켜본다는 뜻이다. 다운율poly-phonic이라는 수식어를 생각해보면 내가 배치 개념을 사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성음악, 보르네오섬의 이동경작 농법과 같은 '다른 종류'의 농경, 소규모 의류 봉제 공장의 산업적 조율. 61쪽. 진보가 더는 타당하지 않다는 '알아차림의 기술'(이 장의 제목)
2장. 협력으로서의 오염.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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