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제가 기억하는 교실은 작은 사회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는 친구에게는 여러 친구들이 몰리고 관심이 없는 친구들은 늘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렸죠.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들을 사귀는 것 자체가 현재 사회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과정을 학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괴담이 떠오르게 하네요. 교실은 좋아하는 아이, 싫어하는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울고웃고 떠들고 공부하는 곳이었죠..생각해보니 추억이 많은 공간이네요. 그중 과학실은 어둠고 음침했어요 ㅎㅎ미술실도 묘했던거 같아요.
5-1 이번 글들은 지난 작품들 보다는 수월하게 읽혔습니다. 7편 중 <천국>, <교실>, 그리고 <꿈 속> 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천국과는 다른 모습의 천국을 그려내는 작가의 묘사와 관점이 신선하기도 합니다. 다른 교실에서 나타나는 소외감이 이번엔 질투라는 감정선을 타고 그려져 흥미로웠습니다. 꿈 속에서 늑대를 기다리는 돼지들을 통해 그려지는 공허한 희망. 그럼에도 무한 반복되는 절망의 절규에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천국에는 모든 불가능이 가능하다. 천국에는 모든 필멸이 불멸한다. 천국에는 모든 것이 죽을 수 있고 죽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천국에는 모든 것이 변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천국은 불행하다. 천국에는 행복한 불행이 있다.…천국에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아이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르톨랑의 유령 <천국> p.152, 이우연 지음
앨리스는 미움받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사랑받고 그 뒤에 배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배신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아무도 배신할 수 없었다. 그녀 자신조차도 배신할 수 없었다. 원하고 포기하고 원하고 포기하고 원하고 포기하고 원하고 포기하고 죽을 때까지.
오르톨랑의 유령 <교실> p.157, 이우연 지음
그럼에도 돼지들은 늑대를 기다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늑대만이, 늑대와의 약속만이 그들이 배운 유일한 언어이므로. … 늑대는 오지않아. 늑대는 오지않아. 늑대는 절대 오지않아. 늑대는 오지 않아. 늑대는 오지않아!
오르톨랑의 유령 <꿈 속> p.177, 이우연 지음
5-3 교실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있었던 경험의 공간인데 그 안에는 작은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지요. 즐거웠던 추억과 더불어 안 좋았던 또는 부끄럽거나 창피할 수 도 있는 내면의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공간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교실은 네면의 벽에 둘러쌓인 작은 공간으로 어느 누구에게는 답답한 공포의 공간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공간은 선생을 비롯한 아이들과의 소통이 불가한 왕따와 무관심과 존재부정으로 처절하게 고립되고 내면의 절규가 지속 되어도 어느 누구도 듣지 않고, 듣지 못하는 철저히 고립과 절망의 절규만이 메아리처럼 다시 반복되고 있는 공간으로 보입니다. 마치 박스안에 갇힌 오르톨랑처럼.
교실은 아이가 첫 발을 디딘 사회입니다. 관계망으로 들어가는 첫번째 관문이지요. 그래서 많이 다루어진 게 아닐까요.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오랫동안 남아있잖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6. <교실>182쪽부터 <빗 속> 끝까지 ■■■■ ● 함께 읽기 기간 : 9월 8일(일) ~ 11일(수) 이제 마지막 장을 읽으며 비욘드 북클럽도 마무리를 할 시간이에요. 지금까지 함께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42편의 작품을 언제 완독하나 싶으셨겠지만 함께 읽다 보니 어느새 완독이네요. 꾸준히 책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독특한 초단편 소설집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D 함께여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7-1. 7편의 작품 어떻게 읽으셨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골라주셔도 좋고 전반적인 느낌을 자유롭게 들려 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교실>이 기억에 남았어요. 괴롭힘을 당해도 언젠가는 구원 받을 수 있는 줄 알고 있는 것이 마치 학대 당하는 동물들이나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았어요.
'거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맹수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초단편소설집을 처음 읽은지라 초단편소설을 조금은 오해하고 있었나 봅니다. 낱개, 낱개 흩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일단 전반적인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오르톨랑의 유령>은 소설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산문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단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시도 짧지만 장편소설의 무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전반적인 글의 표현들이 에세이를 닮은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연습실>을 읽으면서 생긴 짠한 느낌이 다 읽은 후에도 잘 사라지지 않네요. 이 소설집을 완독하면 지금까지 쌓아두었던 많은 의문들이 답을 얻으리라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 7편을 읽은 후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가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너무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분위기만 느끼자 다독이면서 독서를 마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장과 2장을 나누어 소설들을 묶은 기준이 무엇인지는 궁금합니다. 덧붙임) 초단편 소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본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이 꽤 계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초단편 소설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이 모임에 참석 신청을 했습니다. 초단편 소설에 관심이 많고 취미로 직접 쓰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오르톨랑의 유령’에 실린 초단편 소설들은 제가 느끼기에는 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웠습니다. 그만큼 추상성이 높고 독특했으며 어둡고 무거운 주제의 소설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초단편 소설들과는 달랐습니다. 다른 초단편 소설들에 대한, 재가 아는 정보를 드리자면 그믐에서는 또 다른 초단편 소설집인 ‘소설, 한국을 말하다’ 독서 모임이 ‘오르톨랑의 유령’ 모임과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비록 모임에 참석은 못했지만 책은 조만간 읽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소설, 한국을 말하다’에도 작품을 실은 김동식 작가님 같은 분은 1천편 이상의 초단편 소설을 쓰셨습니다. 그의 대표 소설집인 ‘회색인간’을 한 번 읽어보시면 ‘오르톨랑의 유령’과는 결이 꽤 다르다고 느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소설가 서진 님이 운영하고 아마추어 작가들이 초단편 소설을 써서 올리는 원페이지스토리(1pagestory.com)가 있습니다. 한 번 들러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올린 초단편 소설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초단편 소설을 처음 접한 저로써는 대혼란 그자체였는데요. 다른 초단편 소설집을 접하신 밥심님께서 덧붙임 글을 써주셔서 조금 해소가 되는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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