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2-1 이번 글들도 저번 글들처럼 모두 외롭고 슬프네요. 저는 [동아리실]과 [교실]이 인상적입니다. 모두 함께 생활하는 공간속, 작은 공동체 사회안에서 왕따와 무시로 일관된 너무나 잔인하리만치 외로운 고통이 잘 드러나 있는 듯 합니다. 공간은 공유하되 철저히 배재된 존재. 군중속의 고독보다 더 지독한 무시로 인한 존재부정은 존재하지 않는 부존재보다 더 비참한 상황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1 [동아리실]과 [교실]에서
그녀는 왜 이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바둑판 위에 펼쳐지는 불가해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만큼 그것은 매혹적이었기 때문에……..그녀는 끔찍한 무력감을 느꼈다. 혹은, 하얗고 검은 무력감이 그녀를 느꼈다.…바둑판 어디에도 네 자리는 없을꺼야. 아무도 너를 들어주지 않을 거야. 저 애들은 네게 관심이 없으니까. [동아리실] p.40-41
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내게 그 애들은 날카롭고 비정한 가시였지만 서로를 감싸 안은 내밀한 도형 내부에서 그 애들은 천사처럼 착하고 상냥했다. …….그들은 그들 도형 내부의 희고 부드러운 그림자에 충실했다. 나는 홀로, 어떠한 도형도 만들지 못한 채 축축한 공중을 부유하고 있었다.
오르톨랑의 유령 [교실] p.55, 이우연 지음
2-3 <고래의 뱃속>의 피노키오가 할아버지의 진실을 믿으려 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망을 위해서이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의 진실(그가 믿는 세계,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믿는 일은 오로지 자신의 신념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데 이는 철저히 자기 중심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나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면, 그 사람을 믿지도 않고 용서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바다사자의 저택은 한편의 잔혹동화를 보는듯 했어요. 굴들이 바다사자의 목구멍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부분부터는 ..이제 굴 먹기 힘들지도 ㅠㅠ
3-1 이우연 작가의 짧은 단상과 같은 작품들이 마치 연작처럼 이어져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교실과 교무실이라는 학교의 울타리 . 1장 제목을 곱씹어봅니다.“교실 속의 미로는 새들의 우주를 닮았다.” 앨리스의 등장도 자꾸 기대되네요. 이 번 읽기 작품 중 <침실>이 인상적이었어요. 피터팬이 아이들을 깨우지 못해 밤하늘을 날아오르지 못한 상황. 밤새 계속 창문밖 외로이 잠든 아이들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다 유령처럼 사라지는 피터팬. 작가님의 외로운 피터팬에 대한 상상력이 신선했습니다.
언제쯤 현실이 그의 꿈을 수용할 수 있을까? 그런 순간이 결코 찾이오지 않을 것임을, 단호한 잠에 빠진 아이들의 얼굴로부터 예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들의 잠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지는 순간까지 집요한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희망하는 것은 어린시절의 천성과 같은므로. 스치지도 못한 그들의 시간이 새로운 꿈으로 태어나기를 그는 소원했다. 그들 사이에 놓인 유리창, 그것이 갈라놓은 불모의 거리 속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함을 알고 있음에도.
오르톨랑의 유령 <침실> p.89-90, 이우연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 4. <달>111쪽부터 <생일 파티> 145쪽까지 ■■■■ ● 함께 읽기 기간 : 8월 31일(토) ~ 9월 3일(화) 어느덧 책의 절반을 넘어갑니다. 8월 중순부터 시작한 비욘드 북클럽 9기가 9월을 함께 맞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작품을 많이 읽지 못하셨다면 완독에 대한 부담을 잠시 놓으시고 후루룩 책을 훑어보시면서 마음에 드는 제목이나 문장 하나를 캐치해서 그 작품만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초단편 소설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읽으셔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고, 작품 전체가 아닌 한 작품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상이 있으니 그 지점을 즐겨 주셔도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4-1. 7편의 작품 어떻게 읽으셨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골라주셔도 좋고 전반적인 느낌을 자유롭게 들려 주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교실>이 한 작품 더 나오더라고요^^ 더불어 제목인 오르톨랑이 나오는 <주방>이라는 작품이 머리에 남습니다. 끔찍하고 잔혹한 요리에 이어지는 오르톨랑의 진실이 섬뜩해서요.
'생일 파티'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내가 존재함을 깨닫게 해준 대상을 존재의 지속을 위해 없애버리는 모순이 참 인상 깊었어요.
<생일 파티>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해왔던 생일 파티들과 케익들이 떠오르면서 작품에 제 자신을 대입해 보게 되더라고요.
이우연 작가님의 문체에 슬슬 익숙해지면서 독서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물론 평소에 제가 읽던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렵게 읽혀집니다. 이번 7편 중에서는 단연 <주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상 이 단편의 제목은 소설집의 제목인 <오르톨랑의 유령>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각 단편의 제목들을 외로움 또는 고통이 창출되는 장소로 짓다보니 ‘주방’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소설집에 있는 은유와 상징 덩어리인 소설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직설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즉, 길고 긴 인고 끝에 토해낸 자신의 작품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세상에 대한 서러움과 외로움을 대놓고 썼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요리되는 오르톨랑의 심정에 작가의 괴로움을 빗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우주>가 <주방>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주방>을 읽고 더 굳어졌습니다. <생일파티> 역시 <다락방>, <바다사자의 저택>과 마찬가지로 센 힘을 감추고 있던 소수가 약하면서 순진하기까지 한 다수를 좋아한다면서도 배고프다는 이유로 먹어버리는 비극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7편 중 가장 난해했던 작품은 <달>입니다. <서커스장>, <유원지>, <독방>과 함께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마법처럼 쓰윽 하고 이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비록 어렵고 어두운 분위기의 글들이지만 날카롭게 벼린 칼날과 같은 이우연 작가님의 문장이 가진 매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굣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즐거워야 할 하굣길마저 즐겁지 못한 앨리스의 마음이, 외로움이 느껴져서요. 앨리스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른이 되었다면 지금은 마음을 나눌 친구가 생겼을까 잠시 궁금했어요.
저도 이우연 작가님의 문체에 익숙해졌습니다 저도 주방이 인상 깊게 봤습니다
달입니다. 달만큼 외로운 곳이 있을까요? 수많은 상징으로 범벅된 다른 작품보다 이해가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가미는 죽음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유산이기도 하지요. 외로운 그녀에겐 죽음이 친구이기에 죽음을 기다립니다. 저녁 산책 길에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에 있을 그녀때문인지 동그라미가 올가미로 보이네요.
<버스 안>이라는 작품이 제가 겪은 일과 비슷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라 극장에 자주 갑니다. 가끔은 영화를 보러 온 건지 비디오방에 온 건지 착각하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영화에 집중하려고 해도 소근되는 소리에 집중이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해달라는 얘기를 했죠.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다시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물 밀듯 올라왔는지 제가 안 들릴거라고 생각한 성량으로 조근조근 쪼아됩니다. 이 상황으로 보면 저는 작품 속 남자의 역할입니다. 조용히 해야 할 공간에서 왜 이리 할 말이 많은지...이 상황에서 저는 그들의 말을 죽인걸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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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옥에서 훔쳐낸 이미지들로 글을 쓴다.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P.139, 이우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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