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1-1 일곱편 모두 상상의 힘을 동원하여 읽어 보았습니다. 비유들도 많아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중 <미로> 와 <조종실> 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로> 하얀새와 바깥으로 나가고자 하는 불가능한 소원을 지닌 소년의 끊임없는 애원과 좌절의 과정 속에서 청을 거절하는 새의 감정 변화와 대응이 흥미로웠습니다.
미로는 폭풍으로 깊어진 검은 바다처럼 일렁거렸다. 미로 위에서 보는 풍경이 이처럼 검고 어두울 뿐인 것을 알게되더라도 소년은 기뻐했을까?
오르톨랑의 유령 p.23 <미로>, 이우연 지음
1-2 위의 질문은 많은 생각을 남겼는데 새가 소년의 청을 들어주려했다면 미로는 검은 바다같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밝고 푸른 빛의 반짝이는 넓은 대양같지 않았을까요?
1-3 <조종실> 의 조종사는 승객과 같이 추락하지만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위에서 바다연꽃님이 말씀하셨듯이 기장은 다른 사람들을 어린아이가 개미를 보듯, 타인에 대해 그와 같은 동등한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다만 자신의 욕구를 위한 감정이 배재된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감정교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철저히 고립된 고독과 외로움만이 채워지는 세계 속 인물로 여겨집니다.
돌진하는 푸른색 위로 갑자기 급상승하는 비행기 속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조종사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길 바란다'라며 푸른 바다 위를 한 바퀴 돌고 원래 가려던 목적지로 승객들을 무사히 데려주는 결말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너무 긍정적인가요?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조종실의 문을 걸어 잠근 상태라 누군가의 접근도 불가능하니 조종사의 마음을 돌리기도 힘들어 보이고... 급박하고 짧은 시간이라 아마 승객들과 모두 추락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조종사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을 테고요. 또 다른 상상을 보태자면, 혹시 승객 중에 외로움 때문에 죽으려고 결심하고 비행기를 탄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 사람은 푸른 바다로 추락하면서 유일하게 혼자 미소 짓고 있지 않았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2. <동아리실> 38쪽부터 <지하철> 83쪽까지■■■■ ● 함께 읽기 기간 : 8월 23일(금) ~ 26일(월) 제가 남기는 질문들은 전부 ‘화제’로 지정을 해 놓았습니다. 화면 하단의 불꽃 모양 아이콘을 누르시면 제가 화제로 지정해 놓은 글들만 모아서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읽다보니 같은 초단편이라도 길이가 매우 다양합니다. 매일 조금씩 읽는 습관 기르기에도 적당할 것 같아요. 속도가 붙으면 정해진 진도보다 훌쩍 멀리 가셔도 좋습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읽어야 될지 진도가 헷갈리시다면 저의 멘트 위의 제목을 봐 주세요. 페이지 수를 적어 놓았으니 참고하시기 쉬울 거에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2-1. 7편의 작품 어떻게 읽으셨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골라주셔도 좋고 전반적인 느낌을 자유롭게 들려 주셔도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비하 내용들이 많아서 조금은 불편한 느낌으로 읽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접하지 못하는 내용인데 글을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끼다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따돌림과 외모비하는 왜 계속 나오는지도 모르겠어요ㅠㅠㅠ 유원지의 내용이 좀 인상깊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여자애들은 왜 사람 앞을 가로막고 난리인거지?하면서 계속 읽어내려갔는데 도중에 사라지는 부분에서는 이 유원지의 여자와 동일 인물이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자의 마음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관람차를 타고 있는 여자의 마음... 제 마음데로 생각을 하자면ㅎㅎㅎ 아마 이 여자는 혼수상태인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구를 찾아 돌아온다면 의식도 함께 돌아오는 결말로 말이죠~
'교실'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화자는 같은 반 아이들을 '착한 애들, 천사 같은 애들'이라고 칭하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아이들 모두 학교폭력의 간접적 가해자이며 방관자예요. 누군가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아이들이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해서 천사인 건 아니죠. 제일 나빠요. 이 앞에 읽었던 다른 '교실' 이야기(27~29쪽)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 더 마음이 갔던 작품이에요.
첫 7편에 비해 이번 7편이 저에게는 더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동아리실’과 ‘교실’외에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추상도가 높고 은유와 상징이 많아서 평소에 시집을 잘 못 읽는데 비슷한 상황에 빠진 듯 합니다. ‘우주’는 열 번도 넘게 읽은 것 같은데 네 다섯 번까지는 이것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감도 못잡다가 혹시나 작가가 관심을 가지는 영역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서운함, 그로 인한 외로움을 토로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말이 되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단편이긴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 하여 이 소설집을 다 읽고나야 이해될만한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서커스장’의 사자와 ‘고래의 뱃속’의 고래가 같은 기능을 하는 것 같거든요. 무슨 역할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다 읽으면 알게 될까 기대중입니다.
저는 동아리실과 유원지가 인상 깊었어요. 동아리실은 현실적이어서 와닿았고, 유원지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같은 꿈처럼 느껴져서 소름끼쳤어요...
피노키오의 반전 느낌인 <고래의 뱃속>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고래에게 삼켜진 피노키오가 고래 뱃속에서 핏빛 그림을 그리는 일련의 과정이 섬뜩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저는 지하철편을 좀 인상깊게 봤습니다 지하철편이 좀 섬뜩했습니다 저 한테는요
어린 시절이 지금의 제가 되었고, 동화책이 저를 만들었죠. 어쩌면 피터팬처럼 갇혀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성장의 회피가 아니라 유원지에서 영원히 사는건지도.
특히 <우주>라는 작품은 다시 곱씹어 읽어봐도 도통 이해가 되지않는데 저만 그런건지 궁금합니다. 너무 어려워서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기억에 남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입력창 하단의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따뜻한 절망이 다정한 포옹처럼 아이를 안심시켰다.
오르톨랑의 유령 52, 이우연 지음
진실을 사랑했던 할아버지는 아이의 코를 마치 진실처럼 사랑했다. 단순히 거짓과 거짓 아님만을 구분하는 아이의 조악한 코는 결국 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가 기대하던 찬란하고 복잡한 세계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르톨랑의 유령 p.50, 이우연 지음
생은 우주보다 깊은 환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생은 입체가 아닌 평면이라는 걸, 모든 방향으로 끊임없이 증폭되고 복제되는 종이들이라는 걸 당신도 알고 있겠죠.
오르톨랑의 유령 42쪽, ‘우주’, 이우연 지음
너는 옮는 것이니? 물론 나는 옮는 것이야. 너는 살아 있니? 물론 나는 살아 있어. 너는 고통을 느끼니? 물론 나는 아파. 하지만 내가 옮는 것이며 내가 살아 있으며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단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문드러진 내 침묵과 고름투성이의 붉은 몸밖에.
오르톨랑의 유령 60, 이우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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