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생일 파티>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해왔던 생일 파티들과 케익들이 떠오르면서 작품에 제 자신을 대입해 보게 되더라고요.
이우연 작가님의 문체에 슬슬 익숙해지면서 독서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물론 평소에 제가 읽던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렵게 읽혀집니다. 이번 7편 중에서는 단연 <주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상 이 단편의 제목은 소설집의 제목인 <오르톨랑의 유령>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각 단편의 제목들을 외로움 또는 고통이 창출되는 장소로 짓다보니 ‘주방’이 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소설집에 있는 은유와 상징 덩어리인 소설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직설적인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즉, 길고 긴 인고 끝에 토해낸 자신의 작품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세상에 대한 서러움과 외로움을 대놓고 썼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요리되는 오르톨랑의 심정에 작가의 괴로움을 빗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우주>가 <주방>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주방>을 읽고 더 굳어졌습니다. <생일파티> 역시 <다락방>, <바다사자의 저택>과 마찬가지로 센 힘을 감추고 있던 소수가 약하면서 순진하기까지 한 다수를 좋아한다면서도 배고프다는 이유로 먹어버리는 비극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7편 중 가장 난해했던 작품은 <달>입니다. <서커스장>, <유원지>, <독방>과 함께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마법처럼 쓰윽 하고 이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비록 어렵고 어두운 분위기의 글들이지만 날카롭게 벼린 칼날과 같은 이우연 작가님의 문장이 가진 매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굣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즐거워야 할 하굣길마저 즐겁지 못한 앨리스의 마음이, 외로움이 느껴져서요. 앨리스가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른이 되었다면 지금은 마음을 나눌 친구가 생겼을까 잠시 궁금했어요.
저도 이우연 작가님의 문체에 익숙해졌습니다 저도 주방이 인상 깊게 봤습니다
달입니다. 달만큼 외로운 곳이 있을까요? 수많은 상징으로 범벅된 다른 작품보다 이해가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가미는 죽음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유산이기도 하지요. 외로운 그녀에겐 죽음이 친구이기에 죽음을 기다립니다. 저녁 산책 길에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에 있을 그녀때문인지 동그라미가 올가미로 보이네요.
<버스 안>이라는 작품이 제가 겪은 일과 비슷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라 극장에 자주 갑니다. 가끔은 영화를 보러 온 건지 비디오방에 온 건지 착각하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영화에 집중하려고 해도 소근되는 소리에 집중이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해달라는 얘기를 했죠.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다시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물 밀듯 올라왔는지 제가 안 들릴거라고 생각한 성량으로 조근조근 쪼아됩니다. 이 상황으로 보면 저는 작품 속 남자의 역할입니다. 조용히 해야 할 공간에서 왜 이리 할 말이 많은지...이 상황에서 저는 그들의 말을 죽인걸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4-2. 기억에 남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입력창 하단의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 공유해주셔도 좋습니다.)
나는 지옥에서 훔쳐낸 이미지들로 글을 쓴다.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P.139, 이우연 지음
언어를 사유할 수 없기에 이미지를 사유하고 삶을 살 수 없기에 죽음을 산다. 기억할 수 없기에 기억한다.
오르톨랑의 유령 p.130, 이우연 지음
현실을 은폐하고 변형하는 암호를 가진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말했지. 조용하다는 것은 하얗고 중성적인 언어야. 조용함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
오르톨랑의 유령 139, 이우연 지음
귀신이 너를 안 쫓아오는 게 무서웠던 적 없어?
오르톨랑의 유령 126쪽, <하굣길>, 이우연 지음
소외와 외로움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는 가히 끝판 왕 같습니다. 심지어는 귀신조차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대한 절망감이라니.
나는 내게 유일하게 가능한 물거품으로 지옥의 이미지들을 주워모아 몽타주를 만들었어. 아무도 읽지 않을 몽타주. <주방> p.138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오직 낭비되지 않기 위해, 오직 사라지기 위해 부친 것이다. (그러나 결코 나는 사라지기 위해, 낭비되기 위해 보낸 것이 아니다)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p133, 이우연 지음
나는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믿었지.
오르톨랑의 유령 131, 이우연 지음
오로툴랑은 비대해졌다.두 배 새 배 ,그 정도는 안되지. 네 배 다섯 배는 더 비대해졌어.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p 132, 이우연 지음
거짓은 진실들의 단편이다.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이우연 지음
김진아는 앨리스에게 만원을 달라고 말한다. 앨리스가 지갑을 꺼내는 동안 김진아는 그건 빌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김진아가 앨리스에게 사 주었던 샌드위치 값을 갚는 거라고. 내가 많이 사줬잖아. 그치?
오르톨랑의 유령 p.129, 이우연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4-3. 이우연 작가의 질문 ; <주방>에서 어둠속의 아이는 누구일까요? 오르톨랑의 유령일까요? 원하는 바를 이룰수 없음에 잔인한 절망을 느꼈던 나의 유령일까요? 어둠속의 아이에 대한 생각과 상상들 자유롭게 펼쳐 주세요.
저는 <주방>에서 오르톨랑을 요리하는 과정이 '글을 쓰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린 새처럼 건강한 내 사랑스럽고 가여운 아가'는 아직 인쇄되지 않은 글이라 여겼고요. 결국 '어둠 속의 아이'는 '지옥에서 훔쳐낸 이미지이지만 글이 되지 못한 그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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