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D-29
언어를 사유할 수 없기에 이미지를 사유하고 삶을 살 수 없기에 죽음을 산다. 기억할 수 없기에 기억한다.
오르톨랑의 유령 p.130, 이우연 지음
현실을 은폐하고 변형하는 암호를 가진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고 말했지. 조용하다는 것은 하얗고 중성적인 언어야. 조용함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
오르톨랑의 유령 139, 이우연 지음
귀신이 너를 안 쫓아오는 게 무서웠던 적 없어?
오르톨랑의 유령 126쪽, <하굣길>, 이우연 지음
소외와 외로움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는 가히 끝판 왕 같습니다. 심지어는 귀신조차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대한 절망감이라니.
나는 내게 유일하게 가능한 물거품으로 지옥의 이미지들을 주워모아 몽타주를 만들었어. 아무도 읽지 않을 몽타주. <주방> p.138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오직 낭비되지 않기 위해, 오직 사라지기 위해 부친 것이다. (그러나 결코 나는 사라지기 위해, 낭비되기 위해 보낸 것이 아니다)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p133, 이우연 지음
나는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믿었지.
오르톨랑의 유령 131, 이우연 지음
오로툴랑은 비대해졌다.두 배 새 배 ,그 정도는 안되지. 네 배 다섯 배는 더 비대해졌어.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p 132, 이우연 지음
거짓은 진실들의 단편이다.
오르톨랑의 유령 <주방>, 이우연 지음
김진아는 앨리스에게 만원을 달라고 말한다. 앨리스가 지갑을 꺼내는 동안 김진아는 그건 빌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김진아가 앨리스에게 사 주었던 샌드위치 값을 갚는 거라고. 내가 많이 사줬잖아. 그치?
오르톨랑의 유령 p.129, 이우연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4-3. 이우연 작가의 질문 ; <주방>에서 어둠속의 아이는 누구일까요? 오르톨랑의 유령일까요? 원하는 바를 이룰수 없음에 잔인한 절망을 느꼈던 나의 유령일까요? 어둠속의 아이에 대한 생각과 상상들 자유롭게 펼쳐 주세요.
저는 <주방>에서 오르톨랑을 요리하는 과정이 '글을 쓰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린 새처럼 건강한 내 사랑스럽고 가여운 아가'는 아직 인쇄되지 않은 글이라 여겼고요. 결국 '어둠 속의 아이'는 '지옥에서 훔쳐낸 이미지이지만 글이 되지 못한 그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답니다.
어둠 속 아이를 화자의 어린 시절이라 생각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마주 보며 깊게 웃었다고 느꼈거든요.
사실 읽으면서 '아이'가 누구였다는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는데, 작가님의 질문을 보니 오르톨랑의 유령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반디 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지 못한 글의 정령이라고요. 거기서 더 나아가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글을 쓴 작가들을 상징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봤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두 부류가 만나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우린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잖아 하면서 웃고 마는 상황을요.
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어린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처음 오르톨랑을 접했을 어린나이의 본인이 꽤 충격이 있었고 그때를 회상하며 묘사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한 글을 쓴 작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주방>에서는 인어공주를 건져올려 봅니다. 물거품으로 씌어진 시는 누군가에게 부치는 편지입니다. 아무도 읽을 수 없지요. 가닿을 수 없고 현상되지 않는 나입니다. 동시에 나는 오르톨랑의 유령입니다.
사실 이 질문을 보기 전까지는 아이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없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후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사실 내가 원한 모습이 아닌데라며 뜻하지 않은 것에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가진 유령이라고 봅니다.
글에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어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처럼요. 특히 화자의 분노가 제일 와 닿았어요. 그리고 '반복, 부재, 무응답'이라는 단어가 마음 아팠습니다. <주방>을 읽고 나서야 왜 책의 제목이 오트톨랑의 유령인지 알 것 같아요. 작가의 잔인한 절망의 현실을 내 안의 어둠속의 아이가 위로해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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