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믿기 힘들 만큼 그렇게 자기의 이상형대로 현실의 모양을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농담』 25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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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가 그 누구로부터도 훔쳐내지 못한 육체, 나로 하여금 그 누구를 정복하게도 파멸시키게도 만들어주지 못한 육체,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남편에 의해 버려진 육체, 내가 이용한다고 나섰으나 결국은 나를 이용해 버린 그 육체, 그리하여 지금 버릇없이 승리감을 만끽하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기쁨에 겨워 펄펄 뛰는 그 육체. ”
『농담』 28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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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헬레나와 반대로 너무도 감미롭게 비물질적이며 추상적이고, 갈등이나 긴장, 극적인 것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루치에. (…) 나는 루치에가 이번 이틀간의 하늘 위를 지나간 이유가 무엇인가를 짐작하면서, 내가 맹신하는 수수께끼의 끝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오로지 내 복수를 무(無)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던 모든 것을 안개 속에 흩어지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
『농담』 290-29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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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5부를 읽었습니다. 사실상 타임라인으로 생각해 보면 이제서야 1부끝/2부시작 시점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루드빅은 헬레나가 제마넥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했던거더라고요. 저도 스포를 통해 알고 있긴 했었는데 루드빅도 처음부터 알고있었는지 몰랐습니다. ㅎㅎㅎ
2부에서 읽었던 헬레나의 이야기와 현재 상황을 떠올려 보면, 루드빅의 이 복수가 아무런 의미없는 허탈한 복수일텐데 싶어서, 이번 5부를 읽는 내내 안타깝고 조마조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루드빅은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합니다. 그렇게 다시 루치에를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이제는 앞으로 루치에와 다시 재회하게 될지가 궁금해지네요.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6부를 이어 읽어 보겠습니다.
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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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그녀는 언제나 끊임없이 죄인이었다. 그때 그녀에게는 완전한 죄사함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다. 죄의 사함, 이것이 바로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 루드빅, 당신에게는 불가해하고 알 수 없는 저 신비로운 정화. ”
『농담』 323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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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나는 루치에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랑이 두려웠다.
『농담』 328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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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우리의 운명은 상당히 비슷한데 우리 둘은 얼마나 다른가요! 나는 용서하며 사는데 당신은 화해할 줄을 모르고, 나는 평화적인데 당신은 반항적이에요. 우리는 겉으로는 그토록 닮았는데, 저 깊은 곳에서는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요! ”
『농담』 331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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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떤 위대한 운동 앞에서도 조소와 우롱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것을 부식시켜 버리는 녹이기 때문이지요. ”
『농담』 332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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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당신의 그런 선한 행동들의 깊은 곳에 있는 동기는 사랑이 아니에요. 증오지요! (…) 당신의 영혼은, 하느님을 모르기 때문에, 용서를 모릅니다. 당신은 복수를 열망하지요. (…) 그래요, 당신은 복수하고 있어요. 당신은 사람들을 도와주고는 있어도 증오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루드빅, 당신은 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지옥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이 가엾습니다. ”
『농담』 33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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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6부는 코스트카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코스트카가 신자이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당시 시대와 이념을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조금 난해해서 완벽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이야기가 고조되면서 거의 루드빅을 향한 설교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겉보기에는 비슷하면서도 실제로는 완전히 극과 극으로 대립을 이루는 듯 합니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고 봐도 될까요. 코스트카는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인물입니다.
5부를 읽을 때는 5부가 소설의 정점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6부를 읽으니 오히려 5부까지의 루드빅의 스토리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사이다 팩폭을 날리는 6부가 클라이맥스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7부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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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나의 패배를 알리는 전보가 십오 년 동안이나 나를 쫓아다닌 끝에 내게 도착한 것이었다.
『농담』 34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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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갈망한 그 육체를 얻는 데는 아주 간단한 일 하나로 충분했던 것인데 말이다. 즉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 쪽으로 향하고, 나에게 와닿는 쪽에서만 그녀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그녀 자체의 모습, 그녀 혼자만의 모습에 대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 ”
『농담』 34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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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그것은 당시의 내 나이에 대한 분노였고, 자기 밖에 놓인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너무도 커다란 수수께끼인 그런 나이, 또한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 자신의 감정, 자신의 혼란, 자신의 가치 등을 놀랍게 비추어주는 움직이는 거울에 불과한 그런 바보 같은 열정적 나이에 대한 분노였다. ”
『농담』 344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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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이 모든 것이 꼭 못된 농담 같기만 했다.
『농담』 345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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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이 악단과 이 가무단들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것은 단지 민속적 가락을 차용한 그 옛날 낭만주의적 음악의 관념일 뿐이오. 진정한 민중 예술은, 기자 양반, 이미 죽었다구요.
『농담』 349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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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하지만 샘물은, 그것은 조직되는 것이 아니에요. 샘이란 솟아나오든지 아니면 없든지 그러는 것이죠.
『농담』 367쪽, 밀 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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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 내 아들. 가장 가까운 존재. 그애가 내 앞에 있는데, 나는 정말 그애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모르면서 대체 내가 무엇을 안다는 말인가? 그것도 확신하지 못하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대체 무엇을 확신한단 말인가? ”
『농담』 377쪽,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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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7부 전반부(1-10장)를 읽었습니다. 루드빅, 야로슬라브, 헬레나 세 사람의 시점이 번갈가가면서 나오는데, 루드빅과 야로슬라브 모두 각각 평생을 바쳐 치러온 싸움의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독자로서 이 기나긴 서사를 함께하며 이입이 많이 되었는지,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 ㅠㅠ 특히 루드빅의 복수, 실패로 끝난거나 다름없는 그 일들이, 제마넥의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니 정말 제가 다 수치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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