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비발디는 음악의 큰아버지겠네요?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 하는 바람에 헨델이 여자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바흐와 헨뎰이 결혼해서 낳은 아기의 이름은? 이러면 '모차르트'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많고요. 정답 : 음악!
썰렁하게 해서 죄송하구요.. '음악의 아버지' 호칭을 들은 사람은 조스캥 데 프레, 아돌프 하세 등 여러 사랑이 있어요. 당대의 가장 뛰어난 음악가에 대한 찬사죠. 바흐는 19세기 유럽 시민사회의 주류였던 기독교 신자들이 음악의 왕으로 복권시켜 놓았는데,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렀다는 기록을 저는 아직 못 뵜어요. 이릉 붙이기 잘 하는 일본인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죠.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이라 부른 것도, 해마다 연말이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하는 것도 일본인들이 만든 관행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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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
이채훈
장맥주
아니... 작가님 썰렁 유머가 제 취향입니다. 그런데 베토벤 5번 교향곡을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는 운명 교향곡이라고 부르지 않는 건가요? 영웅, 전원, 합창교향곡도 한국과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별칭인 건가요?
이채훈
유럽/미국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Op.67라고 부르죠. (물론 영어 독어 불어로.. 썰렁) 독일어로 'Schicksal'이라 부르는 걸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일본 영향이 역류한 결과인 듯? 3번 <에로이카>, 6번 <전윈>은 그쪽에서도 그렇게 부르고요. 초연 당시 일화와 자필 악보에 근거가 있어요. <전원> 교향곡은 앙드레 지드 소설 제목이니 유럽에서 그렇게 부른다는 증거.^^ 9번은 4악장 합창의 실러 시 제목 'An die Freude'로 부르는 경우가 많고 간혹 'Choral'이라 부르기도 하죠. 베토벤이 의도적으로 붙인 제목은 아닌 듯요.
장맥주
와. 감사합니다, 작가님. 40년 넘게 '5번 교향곡=운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 대 맞은 느낌입니다.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게다가 모차르트 이야기도 아니지만), 혹시 베토벤 소나타를 월광, 비창, 열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본발 관습인가요? CD에 Moonlight, Passionate 등으로 적혀 있던 게 기억이 납니다만...
이채훈
피아노소나타는 일본인 작명이 아닌 듯요. 월광은 원래 '환상곡풍의 소나타'라고 악보에 써 넣었는데 베토벤 사후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1악장에 대해 "달빛 내리는 루체른호에 배가 떠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고 한 뒤 달핓, 즉 월광이 됐다고.. 얼마전 임윤찬이 이 곡 연주한 뒤 "달빛을 떠올리며 연주하지는 않았다"고 했지요. 베토벤 소나타의 제목은 악보 출판업자가 악보 판매에 도움되라고 붙인 경우가 많은 듯.. 베토벤이 직접 제목을 붙인 건 8번 비창, 26번 고별, 이맇게 두 곡 뿐입니 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이라 부르는 게 일본에서 유래했지만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니 너무 충격받지는 마시길..^^
이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