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종종 나오는 스탈린 이야기가 끔찍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https://www.gmeum.com/gather/detail/1823 작년(2024년) 8월에 시작한 벽돌 책 함께 읽기. 이제 열네 번째 책을 읽습니다. 9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은 『메리와 메리』(교양인)입니다. 이 제목만 듣고서 바로 책 내용을 짐작한 분이라면, 일단 어깨를 으쓱하셔도 좋습니다. 앞의 메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모르겠다고요? 이 메리는 프랑스 혁명(1789년)이 일어나고 나서 3년 후 1792년 『여성의 권리 옹호』를 펴내서 현대 페미니즘의 문을 연 사상가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럼, 뒤의 메리는 누굴까요? 이 메리(1797~1851)는 세계 최초의 SF로 꼽히면서 불멸의 고전이 된 『프랑켄슈타인』(1818년)을 쓴 여성 작가 메리 셸리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연극, 영화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현대 대중문화의 한 아이콘이 될 ‘괴물’을 탄생시켰죠. 21세기 과학기술 특히 생명공학과 트랜스 휴머니즘이 대두되면서 그 텍스트 자체도 재조명되고 있고요. 맞습니다. 이 두 메리는 어머니와 딸입니다. 하지만, 한 번도 눈빛을 마주친 적이 없는 슬픈 모녀이기도 합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메리 셸리를 낳으면서 (당시로서는 흔했던) 산욕열로 목숨을 잃었거든요. 하지만, 딸 메리는 어머니 메리가 남긴 글을 읽으면서 어머니와는 닮으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이 책은 두 메리의 관계에 힘을 줍니다!) 이 두 메리 사이에는 한 사람의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남편이자 메리 셸리의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1756~1836)입니다. 윌리엄 고드윈은 흔히 현대 아나키즘의 문을 연 사상가로 기억됩니다. 이 고드윈은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했던 아내와 딸의 다리 역할도 하죠. (그게 최선이었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 『메리와 메리』는 18세기부터 19세기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를 살았던 두 메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벽돌 책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두 메리와 고드윈의 사상은 물론이고, 21세기 극적인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눈으로 봐도 범상치 않았던 격동같은 두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딸 메리와 퍼시 셸리와의 연애 이야기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영문학자 샬럿 고든은 두 메리의 삶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독자의 눈길을 잡아챕니다. 2015년 미국에서 원서가 나오고 나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는 등 현지에서 평가도 좋았던 책인데, 뒤늦게 올해(2024년)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벽돌 책입니다. 전체 782쪽. 본문 708쪽. 9월 2일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9월 30일 마지막 장을 읽는 숨 가쁜 일정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현대 페미니즘의 선구자, 현대 아나키즘의 선구자, 거기에 더해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창조자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 재미를 어떻게 느껴보겠습니까. * 이번 벽돌 책 함께 읽기도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에서 진행합니다. 자, 9월에도 즐겁게 벽돌 책 함께 읽어요! * 지금까지 함께 읽은 벽돌 책 (총13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예고했던 대로 9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은 『메리와 메리』입니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작가의 전작을 읽고, 이번 책도 사 두었는데, 아무래도 저의 내공이 부족해서 어렵더라구요.(하지만 읽는 걸 멈출 순 없는...) YG님과 함께 읽는다니....너무 안심되고.. 저도 오늘부터 시작할게요!!!
휴가 아닌 휴가를 좀 길게 다녀와서 책도, 모임글도 한꺼번에 읽었는데 ㅋㅋ 책이 혼란한만큼 모임글이 너무 재밌어서 ㅋㅋㅋ 깜짝놀랐어요 ㅋㅋㅋㅋ 많은 부분이 당황스러웠지만 (아니 이건 너무 tmi 아닌가! 싶고 ㅋㅋ) 그럼에도 이런 소재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을 쓴 작가님을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 8월 27일은 어제 잠시 언급했던 426쪽 한나 아렌트와 하인리히 블뤼허의 망명지(파리)에서의 사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445쪽 미국으로 이주한 마샤 칼레코(그 '대도시의 사랑' 시를 썼던)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오늘 읽을 분량은 1936년에 벌어진 일입니다.
오늘(8월 27일) 읽을 분량에도 나오는 하로 슐체보이젠과 리베르타스는 국내에서 반나치 활동을 전개했던 '붉은 악단(Die Rote Kapelle)' 그룹의 리더였습니다. '붉은 악단'은 널리 알려진 뮌헨에 근거를 둔 대학생의 반나치 활동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으로 유명한) 조피 숄(뒤에 등장합니다)과 백장미단의 활동에 비해서 이데올로기적 이유 때문에 (소련 스파이라는 딱지를 붙였었더라고요) 독일 통합 이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나 봐요. 국내에서도 붉은 악단의 활동에 대한 책은 그 조직원이었던 카토 본트여스 판 베이크의 평전이 번역되어 있을 뿐, 다른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못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독재를 타파하려는 대학생 저항 단체 ‘백장미’의 활약상과 희생을 그린 실화소설이다. 소설가 잉게 숄은 백장미의 리더인 한스 숄의 누나이자 백장미의 일원인 소피 숄의 언니이다.
조피 숄 평전 - 백장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히틀러의 광기와 그늘 아래 놓였던 나치의 독일, 자유와 행복을 위해 싸웠던 ‘백장미 조피 숄’의 일대기. 열렬한 히틀러 유겐트였던 한 소녀가 반나치 투쟁에 목숨을 걸기까지의 스물두 해, 짧은 일생을 당시의 시대상과 교직시켜 복원해낸 평전이다.
카토 본트여스 판 베이크 - 난 내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반(反)나치' 저항 운동을 벌이다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은 레지스탕스 카토 본트여스 판 베이크. 이 책은 카토 본트여스 판 베이크의 짧은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가족들이 보관해 온 그 소중한 자료들과 당시 생존자들의 대면 조사를 통해 카토의 생애를 콜라주 형식으로 재구성해낸다.
1934년 7월 14일 어느 더운 날에 홀연히 새로운 연인 한 쌍이 이 책 안으로 항해해 온다. 벌써 초저녁의 반호숫가, 느릿느릿 해가 저물고 북북서에서 처음으로 서늘한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스무 살의 리베르타스가 비키니에 통이 넓은 빨간 바지를 입고서 친구 리하르트 폰 라파이의 요트 ‘하이주루’ 뱃머리에 서 있는데, 난데없이 갈대숲에서 보트 한 척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저 이 부분 좀 이상해서 문장을 올렸습니다. 비키니는 디자인도 이름도 모두 1946년에 나온 거 아닌가요? 1934년에 어떻게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걸까요?
아, 그리고 파리에서 폴란드인 괴짜 화가인 타마라 드 렘피카도 결혼한다. 1년 전 자기를 숭배하는 대부호 라울 쿠프너 남작에게 결혼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선언했으나 이제 이성적이 된 것이다(우연히 쿠푸너 남작의 은행 잔고를 보았다). 따라서 합리적인 결혼이요, 좋은 취향에 따른 결혼이었다. 타마라는 귀족적인 매너를 지닌 쿠프너 남작을 아버지처럼 존경한다. 다만 살이 너무 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부는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처럼 성적 만족은 부부 침실 밖에서 찾기로 합의를 보았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어쨌든 스탈린은 제니아와 불륜을 시작했다. 향수 탓이기도 했고, 언제까지나 혼자서 잘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동안은 그렇게 잘 흘러간다. 그러다가 1938년이 되면 모두들, 그러니까 스탈린의 애인 제니아도, 제니아의 남편 파벨도, 나데즈다의 언니 안나도, 안나의 남편 스타니슬라스도 스탈린의 부하들에 의해 살해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몇 년 뒤 두 사람은 실제로 하나의 무덤에 같이 묻히게 된다. 메릴랜드주 록에 있는 가톨릭교회 묘지인 성 마리아 묘지에. 모비석에는 피츠제럴드의 작품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멋진 마지막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에 맞서 노를 저으면서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행복한 생각이고 결코 우울한 게 아니다. 이 노 젓는 사람들은 발터 벤야 민이 말한 역사의 천사와 같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다른 쪽을 바라본다. 바로 뒤를 바라보는 것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411-412,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투홀스키가 스웨덴 망명지에서 베로날 과다복용으로 자살한 12월 21일에, 클라우스 만도 취리히 근교 퀴스나흐트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베로날을 복용한다. "그러나 마지못해, 그저 그것이 마침 방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은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425,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1934년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직언을 한 해다. 피츠제럴드가 편지에다 왜 글을 쓰지 않는지, 아내 젤다와 젤다의 정신분열 발작 때문에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거듭 토로했을 때, 오랜 절친인 헤밍웨이는 이렇게 답한다. “세상 사람 중에 특히 자네는 일할 때 규율이 필요한 사람인데 자네는 자네 일을 질투하고, 자네와 겨루려고 하고, 자네를 망가뜨리는 사람과 결혼했지. 물론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 나는 젤다가 미쳤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자네는 젤다를 사랑했기에 모든 것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만 했지. 물론 자네가 술꾼이기도 하고. 자네는 조이스보다도 심한 술꾼이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헤밍웨이의 말년을 생각해보면 좀 아이러니하게 들리는 충고입니다.
ㅋㅋ 아니, 마초 아저씨... 이런 조언까지 하셨군요 ㅎㅎㅎㅎ
@장맥주 @오구오구 헤밍웨이도 참 오지랖이 넓었구나, 했습니다. :)
@YG @오구오구 1930년대라서 술 때문에 망한 작가들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2020년대 작가들 이야기를 훗날 누군가 쓰게 된다면 분명히 약 때문에 망한 작가들 이야기가 꽤 나올 것 같아요. 마약이든, 신경정신과 약이든 간에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수요일 8월 28일은 1937년에 있었던 일을 읽습니다. 445쪽 뉴욕에 정착한 쿠르트 바일과 로테 레냐가 1937년 1월 19일에 다시 결혼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466쪽 1937년 9월에 영국 런던에서 결혼하고 다시 미국으로 망명하는 아도르노 이야기까지 읽습니다(덤으로 바일과 레냐의 미국 생활도 언급됩니다).
오늘 읽을 부분(451~454쪽)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부부 얘기가 나옵니다. 이 부부도 피해가지는 못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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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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