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굳이 알고 싶지 않은데...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장맥주
장맥주
“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아나이스 닌은 쉰네 살의 아버지를 만나러 발레스퀴르로 간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재혼한 아내 없이 혼자 여름휴가를 보내려던 참이었다. 호아킨은 딸 아나이스에게 자신의 첫번째 아내, 그러니까 아나이스의 엄마가 한때는 얼마나 거칠고 열정적이었는지 들려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나이스 닌은 아버지에게 자기가 남자를 어떻게 유혹하는지 자세히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감탄하면서 자기도 똑같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더니 아나이스도 유혹하기 시작했다. 호아킨은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이제까지 사랑했던 모든 여자의 종합체야.” 그러고는 아나이스 닌의 발을 쓰다듬었고 아나이스는 그렇게 하게 내버려두었다. 호아킨은 아나이스가 자기에게 “마치 연인처럼” 키스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튿날 호아킨은 아나이스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너에게 느끼는 감정은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야.” 아나이스 닌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도 딸로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에요.” 1933년 6월 23일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었다. 호아킨은 이날이 이제부터 둘의 결혼식 날이라고 말한다.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1933,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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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이게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이겠지요, 설마?
오구오구
근친은 도파민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ㅠㅠ
장맥주
도파민... 도 아니고 아드레날린도 아니고 세로토닌도 아니고 이건 뭐... ㅠ.ㅠ
우다다
음...저도 나름 금기를 깨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더군요. 뒤가 궁금해집니다.
장맥주
“ 달리와 갈라는 수십 년 동안 관계를 지속하면서 고전적인 의미의 섹스는 딱 한 번(갈라의 말에 따르면) 했거나 전혀(달리 말에 따르면) 하지 않았다. 갈라는 “두려움이 달리 본성의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갈라가 하복부 수술을 하고 나서 이제 달리의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달리는 크게 안심한다. 갈라의 보살핌을 받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1933,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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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아버지 호아킨 닌이 어린 시절 아내와 딸인 아나이스 닌을 상습적으로 때렸고, 딸이 집에서 나체로 있게 했다고 하네요. 프로이트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쩝.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월요일 8월 26일은 404쪽 디트리히 본회퍼의 이야기부터 426쪽 쿠르트 투홀스키의 최후와 그의 첫 번째 아내 엘베 바일의 마지막까지 읽습니다. 유럽 이곳저곳으로 다니면서 연인과의 밀월여행을 소설로 남기던 첫 부분의 투홀스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서 비교해 보세요.
1935년 부분도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이번 주는 화요일 1936년, 수요일 1937년, 목요일 1938년, 금요일 1939년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YG
414쪽에 잠깐 나오는 알렉산더 클루게(1932년생)는 독일 전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뉴 저먼 시네마' 운동을 이끈 영화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이 책의 제목 '감정 연대기'와 같은 책을 2000년에 펴내기도 해서 특별히 언급한 것으로 보여요.
그의 작품 가운데는 어린 시절 1945년 연합군의 독일 도시 폭격 경험의 충격을 기록한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 『이력서들』 등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독일 뉴 저먼 시네마를 대표했던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문화비평가, 사회학자, 법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로 분야를 넘나들며 전 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알렉산더 클루게의 『1945년 4월 8일 할버슈타트 공습』이 출간되었다.
이력서들을유세계문학전집 제58권. ‘뉴 저먼 시네마(New German Cinema)’의 대부이자 ‘오버하우젠 선언’을 주도한 영화감독 알렉산더 클루게의 대표작으로 그의 문학적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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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426쪽 파리에서 만난 아렌트의 새로운 연인 하인리히 블뤼허. 혹시 기억나세요? 『앨버트 허시먼』에서 "남자 볼 줄 모르는 아렌트"의 증거로 묘사된 인물이죠. :)
모시모시
ㅎㅎ ㅎㅎ ㅎㅎ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네요.
YG
철학자 하인리히 블뤼허도 한나 아렌트와 마찬가지로 베를린에서 프라하를 거쳐 파리로 도망쳤는데, 두 사람은 1936년 봄 몽파르나스의 망명자 모임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426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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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믄요
종종 나오는 스탈린 이야기가 끔찍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https://www.gmeum.com/gather/detail/1823
작년(2024년) 8월에 시작한 벽돌 책 함께 읽기. 이제 열네 번째 책을 읽습니다. 9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은 『메리와 메리』(교양인)입니다.
이 제목만 듣고서 바로 책 내용을 짐작한 분이라면, 일단 어깨를 으쓱하셔도 좋습니다. 앞의 메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모르겠다고요? 이 메리는 프랑스 혁명(1789년)이 일어나고 나서 3년 후 1792년 『여성의 권리 옹호』를 펴내서 현대 페미니즘의 문을 연 사상가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그럼, 뒤의 메리는 누굴까요? 이 메리(1797~1851)는 세계 최초의 SF로 꼽히면서 불멸의 고전이 된 『프랑켄슈타인』(1818년)을 쓴 여성 작가 메리 셸리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연극, 영화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현대 대중문화의 한 아이콘이 될 ‘괴물’을 탄생시켰죠. 21세기 과학기술 특히 생명공학과 트랜스 휴머니즘이 대두되면서 그 텍스트 자체도 재조명되고 있고요.
맞습니다. 이 두 메리는 어머니와 딸입니다. 하지만, 한 번도 눈빛을 마주친 적이 없는 슬픈 모녀이기도 합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메리 셸리를 낳으면서 (당시로서는 흔했던) 산욕열로 목숨을 잃었거든요. 하지만, 딸 메리는 어머니 메리가 남긴 글을 읽으면서 어머니와는 닮으면서도 다른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갑니다. (이 책은 두 메리의 관계에 힘을 줍니다!)
이 두 메리 사이에는 한 사람의 남자가 있습니다. 바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남편이자 메리 셸리의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1756~1836)입니다. 윌리엄 고드윈은 흔히 현대 아나키즘의 문을 연 사상가로 기억됩니다. 이 고드윈은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했던 아내와 딸의 다리 역할도 하죠. (그게 최선이었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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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메리』는 18세기부터 19세기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를 살았던 두 메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벽돌 책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두 메리와 고드윈의 사상은 물론이고, 21세기 극적인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눈으로 봐도 범상치 않았던 격동같은 두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딸 메리와 퍼시 셸리와의 연애 이야기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의 영문학자 샬럿 고든은 두 메리의 삶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독자의 눈길을 잡아챕니다. 2015년 미국에서 원서가 나오고 나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는 등 현지에서 평가도 좋았던 책인데, 뒤늦게 올해(2024년) 한국에 소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말 그대로 벽돌 책입니다. 전체 782쪽. 본문 708쪽. 9월 2일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9월 30일 마지막 장을 읽는 숨 가쁜 일정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현대 페미니즘의 선구자, 현대 아나키즘의 선구자, 거기에 더해서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창조자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 재미를 어떻게 느껴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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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벽돌 책 함께 읽기도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에서 진행합니다. 자, 9월에도 즐겁게 벽돌 책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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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함께 읽은 벽돌 책 (총13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YG
예고했던 대로 9월에 함께 읽을 벽돌 책은 『메리와 메리』입니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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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grey
작가의 전작을 읽고, 이번 책도 사 두었는데, 아무래도 저의 내공이 부족해서 어렵더라구요.(하지만 읽는 걸 멈출 순 없는...) YG님과 함께 읽는다니....너무 안심되고.. 저도 오늘부터 시작할게요!!!
Beaucoup
휴가 아닌 휴가를 좀 길게 다녀와서 책도, 모임글도 한꺼번에 읽었는데 ㅋㅋ 책이 혼란한만큼 모임글이 너무 재밌어서 ㅋㅋㅋ 깜짝놀랐어요 ㅋㅋㅋㅋ 많은 부분이 당황스러웠지만 (아니 이건 너무 tmi 아닌가! 싶고 ㅋㅋ) 그럼에도 이런 소재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을 쓴 작가님을 우러러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화요일 8월 27일은 어제 잠시 언급했던 426쪽 한나 아렌트와 하인리히 블뤼허의 망명지(파리)에서의 사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445쪽 미국으로 이주한 마샤 칼레코(그 '대도시의 사랑' 시를 썼던)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오늘 읽을 분량은 1936년에 벌어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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