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돼, 오늘은 제발 가재는 안 돼, 라고 사르트르는 말한다. 그러고는 보부아르에게 인생의 단조로움을 한탄한다. 억지로 학교수업을 하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시민세계의 포로가 된 것 같다고. 이제 서른인데 벌써 인생의 끝에 있다고. 다음에 일어날 중요한 일은 은퇴가 될 것이라면서. 늘 뭔가 느끼기 전에 이미 그것을 느끼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안다고 사르트르 는 말한다. 그러면 안타깝게도, 자기가 느끼게 될 것을 정의하고 그 것에 관해 생각하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정작 절반밖에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정의 인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저 사막 일 뿐이라면서.
그렇게 사르트르는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갈매기들은 멀어지고, 바다는 점점 짙어지고, 어느 순간 보부아르 눈에 눈물이 맺힌다.
보부아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401,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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