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이해할 수 없는 일이네요. 밤은 부드러워. 좋아했는데 이런 이기심으로 나온 작품이군요...
마샤 칼레코는 자기가 쓴 <이튿날 아침>이라는 시에서처럼 그 뒤에 환멸이 따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취를 사랑했다. “옷을 입었다. 당신은 내 다리를 검사했다./오래전에 비운 커피 냄새가 났다./나는 문 쪽으로 갔다. 아홉시에 근무 시작이었다.”그렇다, 마샤 칼레코는 아직 유대인 노동자 복지국에서 일하고 있었고, 여전히 결혼한 몸이지만, 이따금 밤에 한눈을 판다. 그리고 이렇게 친숙한 집에서 동경하기와 탈출해서 실망하기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덕분에 마샤 칼레코의 문학적 목소리가 그렇게 인기를 얻은 것이었다. 이제 모든 신문이 <대도시의 사랑>이나 <일요일 아침> 같은 마샤 칼레코의 매혹적인 시들을 찍어낸다. 이 시들이 일상의 소소한 슬픔을 너무나 가볍게 이야기해서 도시 전체가 중독되기 시작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227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그렇지만 삶의 의욕도 전혀 없고, 글도 안 써지고, 절망에 가득차 있고, 살아 있다는 느낌도 없으면서도 로배르트 무질은 1930년 가을에 <특성 없는 남자> 1권 가운데 앞부분 600쪽짜리 원고를 베를린에 있는 로볼트출판사로 보낸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234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그곳에서 클라우스 만은 1932년 7월 11일에 리키 할가르텐에 관한 감동적인 글을 썼다. 제목은 '급진적인 심장'. 이 글은 사실 자화상이었다. “그는 삶 자체가 도저히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저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삶을 사랑했다. 어둠 대신 사랑이 승리하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236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1933년 5월 6일 늦은 오후 위도 38도에서, 1930년대의 모든 몰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 사람 프랑코, 셀린, 벤야민의 삶이 여정이 몇 분 동안 교차한 것이다. 밤의 끝을 위한 여행안내서라 할 만하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294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벌써 다음달 책을 고민하고 계시는 이 늦은 타이밍에,, 많이 늦었지만 책 읽기를 시작합니다! @_@)고고 그믐에서 소설을 읽을땐 백지상태로 책을 읽는게 좋아서 모임글을 미리 읽어보지 않는데요, 비문학책은 조금이라도 더 아는 상태에서 읽으려고 모임글을 먼저 읽어봅니다. 그동안 책은 못읽어도 모임글은 쭈욱 읽어오고 있었는데요, 이번 책은 그동안 함께 읽었던 벽돌책이랑 결이 아주 다른가봐요. '도파민과 짜증'이 분출하는 책이라니요..ㅋ (사실 그 말에 저는 더 기대중이랍니다. ㅎㅎ) 늦은만큼 하루에 최소 이틀치 분량씩 따라가보겠습니다-
도파민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화요일 8월 20일은 298쪽 크리스토퍼 이셔우드(1904~1986)의 이야기부터 324쪽 클라우스 만(과 그 앞의 만 일가의 망명)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흔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세 권이 모두 창비에서 나와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베를린 이야기』 연작이 장편소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 타다』(1935)와 중단편 소설집 『베를린이여 안녕』(1939)으로 번역된 책 두 권입니다. 이셔우드는 영화 <싱글 맨>/(2009)의 원작 작가로도 대중에게 알려졌죠. (원작은 1964년에 나왔습니다.)
베를린이여 안녕창비세계문학 46권. 베를린 이야기 2권. 20세기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대표작. '나'가 만난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중단편선이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창비세계문학 45권. 베를린 이야기 1권. 20세기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대표작. 노리스 아서라는 의뭉스러운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싱글 맨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린다.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으며, 2009년 톰 포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싱글맨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된 애인 짐(매튜 구드)의 죽음에 힘들어한다. 하루 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 죽음보다 더한 일상을 시작한다. 자신의 본질을 속이고 살아가는 조지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가 있다. 찰리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제자 케니가 접근한다.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조지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당신은 내가 점심식사 때 식탁 밑으로 떨어뜨린 빵부스러기를 모아서 책을 만들었어…… 그렇지만 우리가 했던 일은 모두 내 거야.” 잔인한 편지들이었고, 광란의 분노였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아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병, 요양원, 코트다쥐르, 스위스, 정신병원 등 특정 주제들은 젤다가 절대로 글로 써서는 안 되는 금기였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표현은 이랬다. “이 소재들은 모두 내 거야. 그중에 당신 것은 단 하나도 없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환자한테 자기 자신의 질병에 대한 해석의 권리를 빼앗다니.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렇게 빼앗은 “소재”로, 다시 말해 요양원, 코트다쥐르, 스위스, 정신병원을 소재로 하여 스콧 피츠제럴드가 마법처럼 『밤은 부드러워라』라는 세기의 소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이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피츠제럴드가 참 싫어집니다. 이래서 그의 비참한 말년이 전혀 동정이 안 갑니다.
완전 찌질이죠. 예술가와 그 작품을 분리해야하나 안해야하나는 너무 많은 예가 있죠, 요새로 치면 me too 관련 우디 알렌, 플라시도 도밍고, 폴란스키 등등.
네, 동의해요. 작품도 훌륭하고 인생도 존경스러웠던 예술가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누가 있기는 있나...? 소시지를 잘 먹고 싶으면 소시지 만드는 과정을 몰라야 한다는 말만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최근에 그걸 가장 통렬하게 알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네요. ㅠ.ㅠ (폴란스키는 인생이 너무 기구해서 조금 동정이 가긴 합니다...)
화가 샤갈은 존경할만한 인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발 샤갈만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음... 샤갈은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두 번째 부인을 만나기 전까지 기간에 28세 연하 비서, 그것도 유부녀였던 여인과 연인 관계로 지냈고 사생아 아들도 낳았습니다. 비서의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비난 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여름 리비에라에서는 아주 특이한 연애가 펼쳐진다. 저녁마다 로테 레냐와 새로운 애인인 금발의 테너 가수 오토 폰 파세티는 카지노에 간다. 그리고 아침마다 오토 폰 파세티는 룰렛 게임에서 이길 “아주 확실한” 방법을 새로 찾았다고 로테 레냐에게 말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매번 새로운 방법으로 돈을 잃고 만다. 그래도 로테 레냐는 날마다 오토 폰 파세티의 말을 믿는다. 감동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매일 저녁 두 사람이 흥청망청 유흥으로 탕진하는 이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베를린 근교에 있는 클라인마흐노프에서, 로테 레냐의 남편 쿠르트 바일한테서 나온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스포일러가 되자면, 목요일 읽을 분량에서 결국 로테 레냐와 쿠르트 바일은 이혼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재결합해요!!! 나름 해피앤딩.
@장맥주 @그러믄요 괜히 이 책을 읽자고 한 제가 미안해집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래도 계속해서 읽습니다. :) 오늘 수요일 8월 21일은 324쪽 빅토르 알로조로프(요제프 괴벨스의 아내 마그다 크반트의 전 연인) 암살 사건부터 346쪽 자기 때문에 나치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커서 아내 마리와 헤어지는 쿠르트 투홀스키의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쿠르트 투홀스키(1890~1935)는 흔히 제1차 세계 대전 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1919~1933)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답니다. 국내에서는 그가 애인 리자 마티아스와의 여행을 소설로 형상화한 (이번에 읽을 부분에서도 언급된) 『그립스홀름 성』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립스홀름 성페터로 불리는 주인공과 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여자 친구 뤼디아의 5주간의 휴가 이야기이다. 그립스홀름 성에서 머물면서 벌어지는 사건은 작가가 겪은 빌헬름 시대, 1차 대전과 바이마르공화국 시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나치시대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마르가레테 슈테핀이 첫 연극 공연에서 빛나게 하기 위해 사디스트 브레히트는 아내 헬레네 바이겔에게 조언 좀 해주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두 여인은 먼저 대화를 통해 서로 알게 된다. 그러나 1932년 내내 둘 사이에는 침묵 속의 전쟁이 벌어진다. 물론 그와 더불어 브레히트와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비서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인 엘리자베트 하우프트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엘리자베트 하우프트만은 지금까지 주인님이 가족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그저 포기했는데 이제 자기보다 어린 경쟁자가 자기를 제치고 브레히트의 침대로 들어가는 꼴을 봐야 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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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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