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마르그리트는 비트겐슈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찾을 수가 없다. 농가의 방에서 비트겐슈타인이 놓고 간 성경을 발견할 뿐이다. 사랑의 찬가인 고린도전서 13장에 편지를 숨겨놓았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된 관계인 마르그리트에게 너무 지나친 요구였다. 게다가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192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상실감은 엄청난 절박감을 낳았고, 하나의 전쟁이 끝나기는 했지만 곧바로 다음 전쟁이 올 수 있다는 예감은 더이상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는 감정을 모든 이에게 불러일으켰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온갖 막장 드라마 속에서 마주치는 이런 문장들이 (예술가들의 기이한 애정행각 모음집이 아니라) 모자이크로 만들어가는 시대상을 읽고있다는 걸 잊지않게 해주네요.
1931년 9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자기가 마르그리트 레스핑거를 정말 사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르웨이 숄덴 근처에 있는 외딴 오두막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자기가 있는 곳으로 마르그리트를 초대한다. 마르그리트는 유럽의 절반을 가로질러 비트겐슈타인을 찾아온다. 비트겐슈타인은 마르그리트를 근처에 있는 농가에 묵게 한다. 마르그리트는 비트겐슈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찾을 수가 없다. 농가의 방에서 비트겐슈타인이 놓고 간 성경을 발견할 뿐이다. 사랑의 찬가인 고린도전서 13장에 편지를 숨겨놓았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된 관계인 마르그리트한테 너무 지나친 요구였다. 게다가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육성으로 욕 나올 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말은 더위에 잘 쉬셨나요? 이번 주는 1933년을 몰아서 읽는 일정입니다. 오늘 월요일 8월 19일은 274쪽 나치의 괴롭힘에 1933년 3월에 퀼른 시장을 물러나는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의 이야기부터 298쪽 자기가 흠모했던 고트프리트 벤이 친나치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하는 클라우스 만의 이야기까지 읽습니다.
<메리와 메리> 이 책도 사놓고 (분철까지 하고도) 조금 읽다 못 읽었는데 같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권력의 진보><위어드>를 재밌게 읽었기에 함께 읽으면 좋다고 하시니 <중국필패>도 읽고 싶어요~ 항상 좋은 책들 추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다시 20일이 되니까, 9월에 읽을 벽돌 책을 고민해보게 되는데요. 지금 가장 염두에 둔 벽돌 책은 지난 4월에 나온 샬럿 고든의 『메리와 메리』(교양인)입니다. 원서는 2015년에 나왔고, 미국 현지에서는 호평을 받은 논픽션입니다. 전체 782쪽, 본문 708쪽으로 오랜만에 @장맥주 작가님의 벽돌 책 기준에 들어가는 책이네요. :) 제목만 보고 짐작하셨겠지만,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혹은 가장 이 시대에 영향을 많이 끼친 모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의 삶과 사상을 그린 논픽션입니다. 알다시피, 울스턴크래프트는 현대 페미니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고,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불멸의 고전의 창조자로 유명하죠. 하지만, 이 둘은 안타깝게도 직접 교류한 시기가 채 열흘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울스턴크래프트가 셸리를 낳으면서 (감염이 원인이 된) 산욕열로 사망했거든요. 셸리는 울스턴크래프트의 영향을 엄마가 남긴 저술로 접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현대 아나키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윌리엄 고드윈이죠. 고드윈은 울스턴크래프트의 남편이자, 셸리의 아버지로, 엄마 없는 딸을 보살피죠. 엄마도 딸도 정말 18세기, 19세기 당대의 기준으로서는 불꽃 같은 삶을 살아서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책을 보자마자, '아, 왜 이 두 모녀를 동시에 놓고서 책을 쓸 생각을 아무도 안 했지?' 이런 생각도 했었죠. 아무튼, 9월이면 날씨도 선선해질 테니(정말로?) 또 8월의 과한 도파민을 중화할 책으로 맞춤일 것 같아서 제안해 봅니다!
메리와 메리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 열정과 창조의 두 영혼
"메리와 메리", "중국필패" 둘 다 관심 갑니다! (도파민은 이제 좀 덜 나와도 될 거 같습니다.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으로 한 석달치 도파민은 분비할 거 같아요.) 두 책 중 한 권을 고를 수 있다면 "메리와 메리"입니다. 교양인 출판사에서 그믐에 모임을 열었을 때 참석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이참에 읽어보고 싶네요. "중국필패"는 700쪽에 못 미치기 때문에 감점입니다. (기준 한번 심플하다.) https://www.gmeum.com/meet/1365
『메리와 메리』로 저도 마음이 기울고 있는데, 『중국 필패』 장 작가님이 정말로 좋아할 만한 책이에요. 심지어 시각도 마음에 들어하실 듯!
제목이 좀 자극적으로 들려서 마음이 안 갔는데, 책 소개 읽다 보니 끌리네요. 지금의 중국을 거대한 사회 실험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사회 실험은 어떤 내부 모순을 갖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역시 마성의 큐레이터... ^^)
읽고 싶었는데 ...게으른 자들은 이런 모임에서 읽어야 해요. 기대가 됩니다. ^^
메리와 메리 재밌겠어요. 특히 전 예전 책걸상에서 추천해주신 괴물의 탄생을 재밌게 읽었어서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괴물의 탄생』 (생각의힘)과 쌍으로 읽어야 할 책이에요! :) 『메리와 메리』 로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 진행하게 되면 이 책도 알리려고 했었습니다.
괴물의 탄생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숨은 과학화산 폭발, 인공 생명, 화학 혁명에서부터 실험적 수술, ‘괴물들’ 그리고 인간 사체에 행한 전기 실험에 이르기까지, 『괴물의 탄생』은 메리 셸리에게 영향을 주고 그녀의 가장 유명한 창작물에 영감을 불어넣은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 작년(2023년) 9월에 읽었던 『권력과 진보』, 10월에 읽었던 『위어드』 기억나세요? 그 두 책을 염두에 두고 함께 읽어보면 좋을 법한 벽돌 책도 한 권 나왔습니다. 『중국 필패』(생각의힘). 이 책은 정말 문제작 같아요. 동양(중국)은 왜 서양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는지(대분기 문제),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변이거든요. 이 답변은 중국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와 같은 현재의 국제 정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고요. 대분기 문제는 개인적으로 계속 공부하고 있는데, 근래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문제 제기였답니다. 흔히 동양이 서양과 비교할 때 발달할 수 있었던 근거로 꼽히는, 능력주의의 제도화를 가능하게 한 과거 제도야말로 동양이 서양에 뒤처지는 중요한 이유였다는 도발적인 주장도 흥미롭고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고민, 능력주의, 과학기술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방법, 국가와 사회의 관계 등 다양한 논점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당장 읽을 책은 아니지만, 올해(2024년)가 가기 전에(10월쯤?) 읽어볼 만한 벽돌 책으로 꼽고 싶어서 미리 소개합니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질서에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벤야민은 잠깐 소름이 돋는다. 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막스 호르크하이머가 제네바에서 보내준 셀린의 『밤 끝으로의 여행』을 읽는다. 1933년 5월 6일 늦은 오후 위도 38도에서, 1930년대의 모든 몰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 사람 프랑코, 셀린, 벤야민의 삶의 여정이 몇 분 동안 교차한 것이다. 밤의 끝을 위한 여행 안내서라 할 만하다. 7년 뒤 바로 이 프랑코 장군이 그 어떤 망명자도 프랑스-스페인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명령을 내리게 되고, 바로 이것이 발터 벤야민을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294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저는 이 책의 이런 부분이 인상적이더군요. 삶의 우연성과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의 가차 없음을 실제 사례로 보여주는.
헤세는 이 편지를 읽고 인생의 동반자에게 헤르만 헤세와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 한번쯤 분명히 해줘야 했다. “나는 내 안에 온전히 나 혼자 있을 수 있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 필요하오. 당신의 요구는 이 공간을 위협하고 있소. 최근에 당신은 내 영혼의 속도를 여러 번 망쳐놓았소.”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육성으로 욕 나올 뻔... 2
젤다는 다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다시 그 무의미한 미소를 짓고 소리를 지르고 미친듯이 날뛰고 자살을 시도하더니 스스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책을 한 권 쓰기 시작한다. <왈츠는 나와 함께>라는 거의 감동적인 제목의 책인데, 파리와 스위스의 정신병원에서 보낸 고통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었다. 그러나 스콧 피츠제럴드는 그 책을 읽고서 평정심을 읽는다. 감히 젤다가 이 기억들을 문학으로 형상화하고자 한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기가 “전문적인 소설가”라고, 당신이 부당한 일을 저지른 거라고 스콧은 젤다에게 편지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덧붙인다. “당신은 내가 점심식사 때 식탁 밑으로 떨어뜨린 빵부스러기를 모아서 책을 만들었어. ...... 그렇지만 우리가 했던 일은 모두 내 거야.” 잔인한 편지들이었고, 광란의 분노였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자기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아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병, 요양원, 코트다쥐르, 스위스, 정신병원 등 특정 주제들은 젤다가 절대로 글로 써서는 안 되는 금기였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표현은 이랬다. “이 소재들은 모두 내 거야. 그중에 당신 것은 단 하나도 없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207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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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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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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