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D-29
와, 너무 매력적이에요~
햐. 눈빛이 아주...
처음남겨보네요! 책으로 만났던 사람들의 사생활이 너무 재미있네요. 그들도 사람이구나 싶어요 ㅎㅎ
그러나 호프만스탈은 출산예정일 때마다 장기간의 해외 강연 여행 일정을 짰다. 그리고 서둘러 집에 돌아오지도 않았다. 그렇다, 호프만스탈은 평생 동안 회피 기술의 대가였다. 친구로부터, 의무로부터, 자식으로부터, 일로부터. 그럼 여자들은? 알 수 없다. 호프만스탈은 젊은 시절 슈테판 게오르게를 거부하기는 했지만, 여러 동성애자와 친밀한 우정을 맺어왔다. 레오폴트 폰 안드리안, 루돌프 알렉산더 슈뢰더, 하리 그라프 케슬러. 일찍이 하리 그라프 케슬러는 호프만스탈이 여자들과 얘기 나눌 때 “외교관이, 여든 살 노인네가” 말하는 것 같다고 꿰뚫어보았다. 그때 호프만스탈의 나이 서른이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그렇다, 호프만스탈이 “결혼이 빠진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할 때 그 목소리의 세기와 단호함에는 항상 부적의 기운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호프만스탈에게 결혼은 완벽한 형식의 고독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말로 장황하게 서서히 파괴하려는 필생의 시도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장미의 기사> 리브레토 작가로서 대중에게 “남편”이라는 장르의 명확한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한 것 같다. 흡사, 끊임없이 외관을 장식하고 예술이라는 서정적 갑옷을 입혀 자신의 본성을 자신한테도 완벽하게 숨긴 것 같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영지로 부른 첫날 저녁 예순세 살의 단눈치오는 렘피카가 있는 방으로 와서는 옷을 벗었다(여러분을 위해서 더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타마라 드 렘피카는 단눈치오에게 옷을 입어달라고 부탁했다. 렘피카에게는 일이 먼저고 쾌락은 그다음이라는 사실을 단눈치오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단눈치오는 자기에게 무조건 감탄하는 사람에게만 초상화를 맡길 수 있다는 사실을 렘피카는 이해하지 못했다. 방에서 쫓겨난 단눈치오는 조금 뒤 문밖에서 하녀한테 쾌락을 채운다. 그런 목적으로 준비해둔 존재였다. 이튿날 타마라 드 렘피카는 떠난다. 그리고 차라리 자기 자신을 그린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63살에는 이러지 말자고 외치고 싶습니다.
이런 똘끼 있는 노인네가 우리나라에도 있는거 같아서 언뜻 떠오르네요. 화개장터와 함께 ㅋ 아. ㅠㅠ 죄송합니다
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ㅋㅋㅋ
@장맥주 작가님, 그런데 이 색정광 단눈치오(1886~1945)가 이탈리아 현대사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더라고요. "이탈리아 파시즘의 서막을 연 장본인"으로 단눈치오를 평가한 평전이 (제가 흠모한다고 몇 차례 말씀드렸던) 역사학자 장문석 선생님의 번역으로 국내에도 나와 있습니다.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 - 시인, 호색한, 전쟁광걸작 논픽션 15권. 이탈리아 파시즘을 예고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쾌락>, <무고한 존재> 등 탐미주의 문학가로 저명한 그는 유럽을 핏빛으로 물들인 광포한 선동가이기도 했다.
색정광인데 파시즘의 서막을 연 전쟁광이기까지 하다니... 좀 살펴보니 제가 좋아할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평전은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 (그리고 평전이 벽돌책이네요!)
내가 색정광에 파시즘의 서막을 연 장본인의 시시콜콜한 삶까지 알아야 해, 하면서 저는 읽기를 미뤄둔 책이랍니다. 그런데 삶이 흥미로울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이 책은 평전계에서는 독특한 형식 실험으로도 걸작으로 꼽히는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우... 읽기를 미뤄두신 책마저 이렇게 유혹적으로 설명하시는 @YG 님은 정말 마성의 큐레이터...
하하하! @장맥주 작가님만 인정하는 '마성의 큐레이터.'...;;;
이 사람 특이하네 ㅋ 하고읽었는데 파시즘의 서막이라니 ㅋ 궁금해지네요 이 노인네.
'여러분을 위해서 더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웃기도 웃었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
아는만큼 보인다고, 오늘 결재받으러 들어간 상사의 사무실에 이 그림이 걸려있는게 보이더라구요! 아! 렘피카! 책 읽으면서 이 작가가 너무 멋있다고 생각되어 작품을 찾아보고 묘한 화풍이다 생각했는데, 뻔질나게 드나들던 상사의 방에 이 포스터가 걸려있을줄이야! 독서의 소소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오! 이런 게 책 읽는 재미죠. 역시 '알면 보인다!'
와. 신기합니다. 그리고 그림이 진짜 매력적인데요. 아르데코라는 게 이런 거군요!
저 그런데 지금 저희와 책을 함께 읽고 있는 @오구오구 님이 인생책으로 꼽으신 책이자 비욘드 북클럽 6기 책이기도 했던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의 표지가 바로 타마라 드 렘피카의 자화상 아닌가요? 이게 바로 저희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설명한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 아닌가요?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화가가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 것처럼, 명화 속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선물 같은 책이다. 한국 미술치료의 최고 권위자 김선현 교수는 미술치료가 숨은그림찾기와 같다고 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을 그림으로 정확하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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