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3. <증오의 시대, 광기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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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히틀러가 창녀와 결혼하는 장관의 결혼식을 축복해주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게슈타포가 경찰서에서 압수한 서류에 의해 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 마르가레테 그룬은 매춘부로 일했을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포르노 사진 모델도 했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블롬베르크는 당장 결혼을 무효화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블롬베르크는 장관직을 포기하고 아내를 선택한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아주 행복했다고 한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이 파파 헤밍웨이는 둘의 관계가 지닌 문제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둘 사이에는 비극적이게도 “비동시성의 열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헤밍웨이가 디트리히를 미친 듯이 사랑할 때면 “크라우트는 때마침 다른 사람과 낭만적인 관계에 깊이 빠져 있었고, 디트리히가 그 아름다운 눈으로 뭔가 찾아 헤매며 수면에서 헤엄치고 있으면 나는 마침 잠수해 있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385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막스 에른스트는 갈라한테 써먹었고, 바로 얼마 전까지 메레트 오펜하임한테도 써먹은 상상력이 풍부한 글쓰기 기술을 이제 로테 레냐한테 편지 쓰는 데 마음껏 펼쳤고 로테 레냐는 그것을 실컷 즐겼다. 로테 레냐는 막스 에른스트의 관심을 만끽했고, 막스 에른스트의 말들에서 자기를 갈망하고, 사랑하고, 희롱하는 것을 느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390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그러나 마르가레테 슈테핀이든, 엘리자베트 하우프트만이든, 헬레네 바이겔이든, 루트 베를라우든 브레히트의 여자들은 모두 그 언젠가 이 안식 없는 운명에서 그를 구원하게 될 여자가 바로 자기라고 믿는다. 그리고 브레히트는 어떤 여자 곁에 있든 너무 지루하다고, 당신이 너무 그립다고 다른 여자들에게 편지한다. 멀리 있는 애인들은 그 말을 믿는다. 아니면 그 말을 믿고 싶어한다. 망명 시절 내내 똑같았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413~414쪽,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그리고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의 학생이었던 올가 코사키에비치의 마음을 얻으려 헛되이 애쓰다가 이제 올가의 동생 반다를 매일 쫓아다니는 동안(2년 동안의 구애 끝에 결국 반다와 동침하게 된다), 보부아르는 제자 비앙카 비넨펠트와 연애를 시작한다. 비앙카는 나중에 스승의 날카로운 지성과 군더더기 없는 몸매를 두고 “파도를 헤치고 질주하는 뱃머리”에 비유한다. 보부아르는 장기간의 하이킹 여행중에 제자 올가 코사키에비치의 약혼자인 자크로랑 보스트와 동침하고, 사르트르가 여전히 갈망하는 올가와도 동침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사르트르는 자기 아내의 새파랗게 어린 연인 비앙카 비넨펠트에게 구애하여 수개월에 걸친 편지와 노력 끝에 한 싸구려 호텔방으로 꾀어내는 데 성공한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편지를 통해 각자의 정복에 대해, 그 술책과 기쁨에 대해 자세히 들려준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리베르타스와 하로 슐체보이젠이 활동하던 저항조직 “붉은 악단”이 탄로나 1942년 12월 22일에 두 사람 모두 플뢰첸제에서 처형된다. 리베르타스는 죽기 몇 분 전에 하로에게 이런 편지를 띄운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헤어질 필요가 없어.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 일이야.”)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멋지네요, 정말.
“리펜슈탈 특별 영화제작군단”은 총통의 특별 보호를 받는다. 영화를 찍는 이 괴짜 여자는 전선에 있는 군인들에게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짜 군복에 왼쪽 허리띠에는 권총을, 장화 목에는 단검까지 차고 서 있는 리펜슈탈의 모습을 보았을 때 군인들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전쟁이 한창인 이 마당에 아마존 전사 놀이를 하는 여자가 전선에 나타나다니. 게다가 총통의 지시로. 그러나 남부 군단 사령관 폰 만슈타인 장군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레니 리펜슈탈은 폴란드 콘스키에에서 유대인 스물두 명이 총살당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는 “충격을 받은 채 전장을 떠난다”. 콘스키에에서 살상이 있고 나서 레니 리펜슈탈을 찍은 사진이 남아 있는데 얼굴에 경악이 서려 있다. 이제 이성을 넘어서는 <믿음의 승리>와 도덕을 넘어서는 <의지의 승리>가 어디를 향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바로 죽음이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그 이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완독했습니다. ^^
이번 달도 고생하셨습니다. :)
고생을 하지는 않았는데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땀내 나고(?) 경이로운(?) 책이네요. ㅎㅎㅎ
@장맥주 8월에도 작가님께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주셔서 다들 즐겁게 읽으셨을 거예요. 그나저나, 저는 작가님 반응 보는 게 아주 소소한 즐거움이었답니다. 은근히 순정남이세요. 하하하. (오늘 저녁에 봐요!!!)
제가 순정꼰대임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이 살 냄새... ^^;;; (어제 재미있었어요!!!)
@장맥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순정남일 줄은 몰랐어요. 녹음하면서 새섬 대표님 손 꼭 잡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말이죠...!!! :)
순정남인지 유교남인지... ^^ 저도 제가 남의 불륜에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쿨한 줄 알았는데. (아나이스 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호르몬이 두려운 나머지, 기대감에 부풀어 자기를 사랑하는 프랜시스 스키너에게 책임을 전가 했다. 프랜시스 스키너가 완전히 당혹스러워하며 노르웨이를 떠나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외딴 오두막으로 기어들어간다. 성적인 충동이 깨어남으로써 마치 "썩은 사과처럼" 내면의 뭔가가 상한 기분이 든다.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묘사할 때 신 조차도 이런 멋진 절정은 생각하지 못했다. 사과는 죄악의 즙으로 가득차서 썩기 시작하는 것이다! 464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1939년 8월 21일에 클라우스 만은 이렇게 일기에 쓴다. 그리고 이렇게 잇는다. "그들에게 닥친 오싹한 종말.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감. 내가 알던,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이들이 모두 떠나가는 것을 보기 전에 그 일이 일어나길."500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himjin @장맥주 보부아르는 실제로는 훨씬 더 매력적인 지식인-철학자인데 이 책에서는 사르트르와의 종속적인(?) 관계만 부각되어서 조금 아쉬워요. 절판된 책 가운데 다시 나오길 기다리는 벽돌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원제는 At The Existentialist Cafe(2016). 정말 좋은 책인데, 일단 번역서는 절판이고, 다시 나올 분위기가 아니네요;;;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그리고 그들 옆 실존주의자들의 이야기실존주의자들과 현상학자들은 떠나갔고, 아이리스 머독이 1945년 사르트르를 발견하고 흥분해서 소리쳤던 이후로 몇 세대가 바뀌며 새로운 젊은이들이 성장했다. 현대의 우리에게 그 최초의 흥분과 설렘이 다시 재현되기는 어렵게 되었다.
저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이 에세이가 절판되어서 아쉬워 하고 있어요. 철학자 보부아르가 아닌 외로운 39세 여성 보부아르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여행기 - 열림원 산문의 숲프랑스 실존주의 작가이자 철학자,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였던 시몬느 드 보봐르가 미국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
@장맥주 @YG 오, 이런책도 있군요. 대학 1학년 여성학 교양수업에서 제2의 성을 읽고 엄청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후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ㅠ 다른 책을 별로 접해보지 못했어요. 이번 책 읽으며 보봐르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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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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