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로 📙 읽기] 3. 나쁜 책 - 금서기행

D-29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놓인 작은 틈으로부터 쏟아지는 절대적인 욕망을, 카메라 옵스큐라를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금기를 구원처럼 선택하고야 마는 인간들의 자화상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어둠 속의 웃』, 김유태 지음
세상은 언제나 포장지 없는 날것으로 우리에게 비극을 보여주지만 소설이 그 날것을 거울처럼 옮겨 적는 일은 늘 불허되었습니다. 토니 모리슨의 글은 그 날것을 바라보게 해주는 창窓과 같은 기능을 했습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퇴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김유태 지음
너 자신을 갈라내버려. 그리고 스스로 꿰매는 거야.
나쁜 책 - 금서기행 척 팔라닉, 「인비저블 몬스터」, 김유태 지음
첫째, 흥미진진할 것. 둘째, 새로울 것. 그리고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 별생각 없이 드러누워 보다가 엇, 하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좋은 책의 조건', p90, 김유태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2부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8.9-8.12] 2부-2. 『아메리칸 사이코』는 편집자의 구토를 유발했고, 척 팔라닉의 소설 『내장GUTS』은 낭독회에서 70여명의 청중을 기절시켰습니다. 저도 최근 청량한 표지와 이름의 소설을 읽었는데 꽤나 역한 내용을 담고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영상물은(개인방송이 아닌 이상) 심의를 받고, 시청 가능 연령이 오른쪽 위 동그라미 안의 숫자로 표시됩니다. 하지만 출판물의 경우 이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보입니다. 우리는 문학 작품에서 당황스러운 장면들을 맞딱뜨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오히려 그런 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그려진 장면들이지만, 장면들의 디테일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경우들이 있고, 그런 묘사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판하기 위한, 혹은 주제를 담고 있는 글은, 바람직하지 못한 장면들을 기술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된다면, 전적으로 허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쓰여지는 글이라고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선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독자는 각자의 상상을 합니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상상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디테일한 묘사는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강제로 정해 원치 않는 수준으로까지 데려갑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실신하는 상황도 있고요. 저는 심리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글은 끝까지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독서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길 원하지만, 원치 않는 경험을 강요받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부-2. '바람직하지 못함'의 기준은 누가 정할까요? 독자가 판단하고 역량만큼 받아들일텐데요. 전적으로 허용해야 합니다. 작품을 읽을지의 선택은 독자의 몫이니까요.
바람직하고 못하고의 기준을 누가 정하는가( @poiein 님)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학을 단순히 일종의 매체로 보거나 또는 독자를 소비자로 생각한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때로는 법적인) 존재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문학을 예술의 한 분야로 여기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의 표현부터 독자의 반응까지 모두 자유로운 예술 행위에 속한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구토를 한 편집자나 기절한 청중들이 모두 그 순간을 그저 더럽고 역겨운 경험으로만 기억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소중한(?) "예술적인" 체험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떻게 반응하고 받아들이느냐는 독자의 책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2부에서 읽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는데, 똑같이 1부에서도 그런 책들이 있었습니다. 주제가 다를 뿐, 모두 똑같이 "외면하고 싶은, 하지만 너무도 현실적인 현실"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아무리 영화나 소설에서 어떤 적나라한 사실적인 표현이 나와도 그게 진짜 현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진짜 불편한 것은 책 속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에 이미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작가 사후 내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본다면 그런 규제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현재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많은 문학작품들이 몇백년 전의 독자들에게는 기절과 구토를 유발하는 불편한 책이었으니까요. 그런 규제는 똑같은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답변에 동의합니다! 애초에 정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뮤지컬의 경우 안내 페이지에 트리거 워닝이 있다던가(ex. 아동성폭력을 다루고 있으니 관람에 유의해주세요), 일부 선정적이거나 잔혹한 작품의 경우 제작사에서 관람 가능 연령을 제한하는(ex. 17살 이상) 경우도 있어서요. 책은 활자로만 전달되어 그런지, 이러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선택하기에는 사전에 고지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물론 금서로 지정해서 아무도 못 읽게 하자<- 는 이 책의 주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니 논외이고, '이 책을 청소년이 읽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들은 사전에 정보를 고지해줬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는게 제 생각입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하되 아직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이나 청소년의 접근은 제한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TV에서 청소년 임산부 노약자 주의 문구 나오둣이?) 이 책에서 금서로 지정하자마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소 읽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금지는 명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3부 생각의 도살자들/8.13-8.16] 3부-1. 밑줄 그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댓글창 아래에 있는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주세요.)
책은 세상의 거울입니다. 그 거울에 비친 인간의 실존은 대개 비참하고 불안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세상에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서 열광했습니다.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지요.
나쁜 책 - 금서기행 종이책이 마약보다 혐오스러운 세상은 -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김유태 지음
생활이 안락해지면 백성은 독립적인 정신을 가지고 파라오의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피라미드 건축은 파라오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며,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과업이다.
나쁜 책 - 금서기행 돌에 묻은 피와 살 그리고 거기서 들리는 비명 - 이스마일 카다레, 『피라미드』, 김유태 지음
아름다움이란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는 인간에게 가능한 마지막 승리다.” 『소설의 기술』 195쪽
나쁜 책 - 금서기행 밀란 쿤데라, 「농담」, 김유태 지음
책을 읽는 일은 그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지옥과도 같은 세계에서 벗어날 일종의 출구라는 것을 흐라발은 지하실의 한탸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보리스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 김유태 지음
화씨 451도(섭씨 232.7도)는 종이책이 불타기 시작하는 온도를 뜻합니다. (…) 문자와 언어를 이용한 사유 활동이 금지되어 있고 소설, 철학서, 역사서는 전부 금서입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김유태 지음
피라미드는 사회계급을 유지하는 수단이요, 개인으로서의 이상과 의식을 파괴하는 유일무이한 선택지였습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이스마일 카다레, 「피라미드」, 김유태 지음
책은 한 권 한 권이 모두 다른 세계로의 일탈을 경험하도록 돕는, 낱권짜리 '정신적 티켓'입니다. 책의 세계는 고요해서 문장을 읽는 순간만큼은 다른 세계로 떠나볼 수 있으니까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바로 그런 책을 사랑하는 마음, 종이와 잉크의 물성을 가졌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종의 정신적 티켓인 책에 대한 헌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p. 123, 김유태 지음
'정치적 올바름'이란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단어나 문장을 반대하는 운동입니다. 무심코 한 표현이 누군가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으므로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자는 것이 일례입니다. 그런데 브래드버리는 <화씨 451> '마치는 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책에 따르면, 2년 전 어떤 여자대학의 한 학생이 브래드버리에게 "더 많은 여성 캐릭터와 역할을 집어넣어달라"는 편지를 보냈고, 또 다른 독자의 편지에는 "왜 작품 속 흑인들이 죄다 그렇게 비굴한가. 다시 쓸 생각이 없는가"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출판사는 브래드버리의 단편소설을 교과서에 수록하면서 작가의 허락도 없이 단어를 마음대로 삭제해버립니다. "세상에는 불붙은 성냥개비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물질로서의 책을 재가 되기까지 불태우지 않더라도 책에 불을 지르는 방법은 여럿이라는 통찰이었습니다. 사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크고 작은 규제를 방화에 가까운 행위라고 그는 비판합니다.
나쁜 책 - 금서기행 p.138, 김유태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3부 생각의 도살자들/8.13-8.16] 3부-2. 이제 절반 가량을 읽었습니다. 저는 피라미드를 읽어보고 싶네요! <필론의 돼지>로 군부정권과 민주화운동 세력 양측에게 눈총을 받은 이문열 작가는 "한 인간이 하늘에서 내린 파도를 어찌 막겠나. 소설가는 하나의 방향만을 겨냥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작품이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해석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 현실의 문제들과 연관시켜 보는 편인가요? 있다면 최근 연관시켜본 작품과 사회현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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