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 읽기

D-29
밝혀지지를 거부하는 흉측한 비밀 때문에 마음속 깊은 속에 절망을 품고 목에 경련을 일으키며.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인간의 양심은 이따금씩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짐. 오로지 무덤속에서만 부릴 수 있는 짐을 지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모든 범죄는 본질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되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118 군중 속의 사람,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처음에 나는 그 얼굴이 전달하는 의미를 다소나마 분석해 보려는 의도로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서는 상반되고 혼란스러운 인상이 서로 교차했으니, 나는 그 얼굴에서 뛰어난 지력과 조심성, 궁핍과 탐욕, 냉혹, 악의, 피에 굶주림, 의기양양, 희희낙락, 극단적 공포, 그리고 너무도 강렬한 절망, 절망 중에서도 최악의 절망을 읽을 수 있었다. 난 독특한 호기심과 소스라칠 듯한 경이감, 그리고 매력을 동시에 느꼈다. "얼마나 사나운 역사가 저 사람의 가슴속에 기록되어 있을 것인가!"라는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어 그 사람을 계속 시야에 넣어두고 싶다는 욕망, 즉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126 군중 속의 사람,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나는 결국 노인 뒤를 쫓아가기를 멈춘 채 생각에 잠겼다. “이 노인은." 나는 마침내 말했다. "지능이 뛰어난 흉악범 같은 사람이다. 그는 혼자이기를 거부한다. 그는 군중 속의 사람이다. 그를 쫓아가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그에 대해서나 그의 행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더 이상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마음은 《호르툴루스 아니마에》보다도 더 모호한 책이다. 그리고 그것은 읽히기를 거부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아마도 신이 내려 주시는 가장 거대한 자비 중 하나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133 군중 속의 사람,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그러고 나서 화가는 자신이 열심히 일해 얻은 결과물인 자신의 작품 앞에 잠시 넋을 놓고 서 있었다. 한시도 작품에서 눈을 떼지 않던 그가 점점 몸을 떨다가 얼굴이 창백해지며 아연실색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이 그림은 정말로 생명 그 자체로구나!'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아내를 바라보았는데 - 그녀는 죽어 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170 타원형 초상화,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내가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공포와 후회의 감정이 솟아났다. 그러나 그래 봤자 그런 감정은 희미하고 애매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영혼 깊숙한 곳까지 미치치는 못했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225 검은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그 고양이는 그날 저녁 내내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그날 밤 그 짐승을 집에 데리고 온 이후 처음으로 편안하고도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렇다, 난 잠을 잘 수 있었다. 내 영혼에 살인의 짐을 지고서도 말이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235 검은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먼저 그 사람의 얼굴 표정에 제 얼굴 표정을 가능한 한 똑같이 맞춰 봐요. 그런 다음 잠시 동안 제 마음속에 마치 그 표정에 맞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기다려요.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254 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시인으로서의 포는 새로운 시 이론을 수립하고 성고적으로 실천했고, 단편소설 작가로서의 포는 고딕소설 형식의 완성자이자 현대적인 추리소설의 창시자였다. 평론가로서의 포는 호손이나 쿠펴 등에 대해 날카로운 평문을 썼을 뿐 아니라, 당시에 만연하던 표절에 문제를 제기하고 수준을 높였으며, 이론가로서는 새롭고 선구적인 시, 단편소설, 그리고 문학에 대한 이론을 제기했다. -작품해설가운데,
포의 작품을 읽으면서 200년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자꾸만 작가가 몇세기 인물인지를 연보를 확인하게되었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코로나 시대의 우리를 보는 거 같았고, 인간의 이기심 자만심을 극대로 보여주는 배반의 심장, 검은고양이 구덩이와 추는 단편영화로 만들만 하다. 여러작품들 중에 나는 [윌리엄 윌슨]과 [군중 속의 사람]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의 마음이 여러갈레로 갈피를 잡기 힘든 요즘이어서 이 두 작품이 좋았다. 윌리엄 윌슨는 읽는 내내 '너 잖아! 왜 받아들이지 않는거야' 했다. 윌슨의 악한 행동에 또 하나의 윌슨은 훈계와 고발을 작은 목소리로 하고 있다면, 나는 내면에 욕망과 비뚤어짐을 누르고 어찌어찌 안과 밖을 비스무리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군중 속의 사람이 꼭 나같기도 하다. 고독을 꿈 꾸지만 누군가와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기도 하다. 나이 먹으면 마음이 얼굴로 드러나는 시기가 온다고 하는데, 지금의 인상 좋다는 소리가 어느새 "저 할머니 험상궂다."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 여러개의 내 마음중에 나에게 어울리는 마음들을 잘 간직하고 싶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소설 병렬독서중이다. 그 중에 포의 작품을 제일로 먼저 완독을 했다. 나와의 약속이 중요한 나이가 된 것인지 단편소설의 이점인지 포의 작품이 매력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음 책 선정에 고민이 좀 된다. 민음사 책으로 하려면 일주일 정도 쉬어야 한다. 병렬독서 책 중에 고전문학이 두권이나 포진해 있으니, 아무래도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그 중에 한권으로 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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