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읽기 2

D-29
다시 만나뵈니 반갑습니다. 지난 읽기 마지막에 참여를 제대로 못했네요. 시작 전까지 뒤쳐진 부분을 읽어봐야 겠네요.^^
다시 모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늦깎이 @숨쉬는초록 @ICE9 저도 죄송합니다. 학기말과 여름 계절학기 강의로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언젠가 읽어야지..하고 사놓은 책인데, 책장에 쌓아만 뒀었네요. 둘러보다가(그믐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기에..) 내심 반가워서 신청합니다. 시작 전까지 앞부분 슬렁슬렁 읽어봐야 겠어요.^^
안녕하세요. 오래 전에 읽었는데 모두 잊혀져 다시 읽어보고 싶었어요. 보들레르를 읽는 여름... 초록으로 짙어가는 여름에 뜻밖의 색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고요.
@메리D @춤추는바람 @바다연꽃3 반갑습니다!^^ 천천히 읽으시면서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이해를 잘 할지 자신이 없지만 언제 또 읽어보랴 해서 신청했습니다. 보들레르는 까마득한 옛날 대학시절 교양과목 시간에 '악의 꽃'을 읽어본 게 다에요. 기억도 잘 안납니다. 그래도 열심히 읽어볼게요.
열린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닫힌 창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지 못한다. 한 자루 촛불로 밝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컴컴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 태양 아래서 볼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 장의 유리창 뒤에서 일어나는 것만큼 흥미롭지 않다. 이 어둡거나 밝은 구멍 속에서, 생명이 살고, 생명이 꿈꾸고, 생명이 고뇌한다.
파리의 우울 35. <창문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저도 집에 이 책이 있어서 한 번 참여해 볼까 합니다. 괜찮을까요? :) (사실 보들레르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이전 독서 경험은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도 뵙네요. 환영합니다. 당연히 참여하실 수 있지요^^
ㅎㅎ 여기서 뵈니 저도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 시즌에 읽지 못했던 19번 시 <가난뱅이의 장난감>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시는 빈부의 극명한 대비를 그려내어 파리 빈민의 처참한 실상을 섬뜩할 만큼 충격적으로 드러냅니다. 어떠한 환경에 태어날지는 그저 운일 뿐인데, 누군가는 빈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는 게, 그리고 부자와 빈자 사이의 벽을 절대 넘을 수 없을 만큼 "다른 반죽으로 빚어진 것만 같다"는 게 마음이 아픕니다. 가난한 아이의 장난감이 "살아있는 쥐"라는 대목에서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쥐나 쥐의 기생충이 병균을 옮길 수 있다는 것. 중세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사망했다는 것이 그 순간 떠올랐습니다. 살아있는 쥐를 장난감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가난, 그 가난 속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하는 아이의 호기심, 살아있는 쥐를 통에 가두고 괴롭히는 놀이, 살아있는 쥐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진귀한 물건이기라도 되는 것처럼 탐을 내며 들여다"보는 부자 아이의 반응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부자의 생활상, "'평등한' 흰색의 이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웃음. 이 모든 것들이 빈민의 불평등하고 처참한 실상을 섬뜩하고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다른 반죽으로 빚어진 것만 같다", "두 개의 세계, 곧 대로와 성관을 가르는 그 상징적인 창살"이라는 시구는 부자와 빈자를 가르는, 넘기 힘든 계급의 벽을 뜻합니다. 또한 1860년대 당시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파리의 경우, 도심은 빈민가 대신에 고급주택이 즐비한, 말끔히 정화된 곳이었고, 변두리는 노동계급 거주지와 산업시설이 들어선 곳이었다. 루이 라자르(도시행정가이자 언론인)는 이렇게 썼다. "... 우리는 파리 안에 전혀 다르고 적대적인 두 개의 도시를 세웠다. 사치의 도시와 그것을 에워싸고 둘러싼 불행의 도시 말이다." (벤 윌슨,《메트로폴리스》, 10장, 59%)
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도시의 역사를 통해 인류문명사의 발전을 따라가보고, 팬데믹과 환경오염 등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한 도시와 인류 문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호사와 무사안일, 거기에다 몸에 밴 부의 과시로 이런 아이들은 그토록 예쁠 수밖에 없기에, 어쭙잖은 삶이나 빈한한 삶의 자식들과는 다른 반죽으로 빚어진 것만 같다.
파리의 우울 52쪽, <가난뱅이의 장난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을 향해 그대의 몸을 구부러뜨리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새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에나 그대 좋을 대로. 아무튼 취하라.
파리의 우울 99쪽. <취하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34. <벌써!> 관찰대상인 승객들의 반응과 그들을 관찰하는 화자의 인식이 대비되는 시입니다. 오랜 항해에 지친 승객들은 불평을 늘어놓고 가정과 육지를 그리워합니다. 그러다가 "풍요롭고 찬란한 육지"에 다가가자 금세 즐거워합니다. 풍요와 찬란함과 편안함만을 바라는 인간,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 누리지 못하는 것을 욕망하는 인간, 요동치는 기분에 휘둘려 "안달"하는 인간이 얼마나 변덕스러운 존재인지요. 승객들과 화자의 반응이 다른 건 화자가 관찰자이기 때문일까요? 승객들과 달리 화자는 "풍요롭고 찬란한 육지"에 도달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습니다. "모든 영혼의 기분과 단말마의 고통과 법열을...간직하여 ...표상하는 것만 같은 이 바다"에 머무르지 못해 슬퍼합니다. 화자는 풍요와 찬란함만이 아니라 고통도 인간사의 한 부분임을, 쾌락과 고통의 굴곡을 겪는 게 인간임을 받아들입니다. "눈에 보이는 육지의 행복은 그것이 아무리 찬란하고 풍요롭다고 해도 바다가 간직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에 비교될 수 없다"는 황현산 선생님의 주해를 읽으며 최근에 읽은 책의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녀석의 생활이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지는 미스터리에 싸여 있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그 늑대에게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내가 아는 사실이 아니라 모르는 것들을 가장 사랑했다." (닉 잰스,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12장, 81%)
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어느 날 마을로 찾아온 야생 검은 늑대 ‘로미오’에 관한 관찰기일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변화에 관한 기록이다. 알래스카에 사는 닉 잰스는 우연히 호수 인근에서 야생 검은 늑대와 만난다. 이 야생 늑대는 그의 아내인 셰리가 지은 ‘로미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수년간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된다.
나만 홀로 슬펐다. 상상할 수도 없이 슬펐다. 신을 빼앗긴 사제처럼, 나는 이렇듯 기괴하게도 유혹적인 이 바다에서, 쓰라린 슬픔이 없이는 떠날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단순성 속에서도 이렇듯 무한하게 변화하는, 살았던, 살고 있는, 살게 될 모든 영혼의 기분과 단말마의 고통과 법열을 제 속에 간직하여, 제 유희와 제 거동과 제 노여움과 제 미소로 표상하는 것만 같은 이 바다에서!
파리의 우울 101쪽, <벌써!>,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예술의 도취는 다른 어느 도취보다도 더 심연의 공포를 가리기에 알맞다는 것을, 그리고 천재는 무덤가에서도, 무덤을 보지 못하게 막는 환희에 싸여, 그가 그렇듯이 무덤과 파멸의 관념을 말끔히 지워버리는 어떤 천국에 빠져, 희극을 연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던 것이다.
파리의 우울 <비장한 죽음>,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신이시여! 나의 주, 신이시여! 악마가 내게 그 약속을 지키게 해 주옵소서!"
파리의 우울 <너그러운 노름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그녀에게서는 어둠이 넘친다. 그녀가 일깨우는 것은 밤과 같고 그윽하다. 그녀의 눈은 신비가 어렴풋이 반짝이는 두 개의 동굴이며, 그 시선은 번개처럼 빛을 낸다. 그것은 암흑에서 터지는 폭발이다. 빛과 행복을 쏟아내는 검은 천체를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녀를 검은 태양에 비기리라. 그러나 그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달을 생각하게 되니, 달이 그녀에게 그 무서운 영향을 찍어둔 것이 분명하다. 쌀쌀한 신부를 닮은, 목가의 하얀 달이 아니라, 폭풍우를 머금은 밤하늘 깊은 곳에 걸려, 달려가는 구름에 부딪치는, 저 불길하고 취기를 느끼게 하는 달, 순결한 사람들의 잠을 찾아오는 평온하고 아늑한 달이 아니라, 하늘에서 끌어내려져, 얻어맞고 분개하는 달, 겁먹은 풀밭에서 테살리아의 마녀들에게 억지로 떠밀려 춤을 추는 달!
파리의 우울 103쪽, <그림 그리고 싶은 욕망>,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한 자루 촛불로 밝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더 신비롭고, 더 풍요롭고, 더 컴컴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
파리의 우울 <창문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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