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에게서는 어둠이 넘친다. 그녀가 일깨우는 것은 밤과 같고 그윽하다. 그녀의 눈은 신비가 어렴풋이 반짝이는 두 개의 동굴이며, 그 시선은 번개처럼 빛을 낸다. 그것은 암흑에서 터지는 폭발이다.
빛과 행복을 쏟아내는 검은 천체를 상상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녀를 검은 태양에 비기리라. 그러나 그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달을 생각하게 되니, 달이 그녀에게 그 무서운 영향을 찍어둔 것이 분명하다. 쌀쌀한 신부를 닮은, 목가의 하얀 달이 아니라, 폭풍우를 머금은 밤하늘 깊은 곳에 걸려, 달려가는 구름에 부딪치는, 저 불길하고 취기를 느끼게 하는 달, 순결한 사람들의 잠을 찾아오는 평온하고 아늑한 달이 아니라, 하늘에서 끌어내려져, 얻어맞고 분개하는 달, 겁먹은 풀밭에서 테살리아의 마녀들에게 억지로 떠밀려 춤을 추는 달! ”
『파리의 우울』 103쪽, <그림 그리고 싶은 욕망>,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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