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정선우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작가님 어쩌다 낙론 세계관을 창조해내셨나요?! 평소 좋아하던 분야였을까요?!
구체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하지 않고 한 화씩 한 화씩 쓰면서 넓혀나가다가 정신 차리니까 이런 세계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쓰는 즐거움을 중요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쉼 없이 싸우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작가님, 이렇게 대화의 장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낙원의 이론을 읽으면서 세계관이나 인물들의 매력은 물론이지만, 읽으면서 문장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장을 쓰는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MichelleJ님,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문장이 아름답다고 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문장을 쓸 때 영감을 받으면 참 좋겠지만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계속해서 수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남긴 문장 역시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언제까지고 그 문장만 들여다볼 수 없는 노릇이므로 타협하며 넘어갑니다. 제 모든 문장은 반복된 수정의 산물입니다. 문장을 쓰며 가장 염두에 두는 기준은, 감정이든 사건이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느냐 아니냐입니다. 정적인 문장은 삭제합니다.
혁명 후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 혹시 추가 외전 계획은 없으실까요..? ( ᵕ̩̩ㅅᵕ̩̩ )
혁명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군요. 메모해두었다가 외전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
작가님이랑 대화할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요☺ 낙원의 이론 정말 입체적이고 따뜻한 인물들과 아픈 서사들 그것들을 표현하는 작가님의 문체가 너무 아름다운것 같아요ㅠ 어떤 장면을 쓰실때 가장 즐거웠고 어떤 문장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동하연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독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저 또한 행복합니다. 부족한 작품에 좋은 평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윤환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이 쉽고 즐거웠습니다. 정윤환이 당장 눈앞의 위기만 처리하기 바빠 아무렇게나 막 사니까 저도 뒷일 생각지 않고 쭉쭉 쓸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서재희가 나오는 장면은 까다롭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곤 했습니다. 서재희는 천재적인 전략가로 언제나 앞을 내다보는데 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미리 생각해두고, 글이 막힐 때마다 이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기운을 냈습니다. 그때는 외전이라는 걸 써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아래는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드렸던 답변입니다. - 가장 몰입해서 쓴 장면은, 유은우와 정윤환의 모의전투입니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손으로 따라잡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적확한 묘사를 위해 공을 들였다기보다는, 워낙 급류처럼 몰아치는 장면이다 보니 쓰는 속도가 빨라야 고조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 꼭 쓰고 싶었던 부분은 사해에서 정윤환이 자신을 희생하는 순간입니다. 글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리지 못했던 장면이나 이야기의 중반쯤 닿았을 때 정윤환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몇 문장 써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란 게 정해진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아서 때때로 그 장면을 과연 쓸 수 있을까 염려스럽기도 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지점에 다다라 제대로 쓰기 시작했을 땐, 이 장면을 쓸 수 있어서, 정윤환이 이런 결정을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쓰고 난 직후 만족감이 가장 컸습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했는데 혹시 누군가 죽는 엔딩으로 끝났을 가능성도 있었을까요..?!
진영님께서 엔딩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해주셔서 굉장히 기쁘고 뿌듯합니다. 누군가가 죽는 엔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살아서 괴롭거나 살아서 행복하거나 둘 중 하나로 쓸 생각이었습니다. 아래는 17년 11월, 출판사에 보냈던 시놉시스의 일부로, 가장 처음 구상했던 결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쓸 수 없다고 판단하여 폐기한 안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몇 년 후. 땅 위로 자연이 돋아나는 가운데, 보호 칩은 가치를 잃고, 총은 동조자를 대변하지 못한다. 온을 다룰 수 있는 동조자는, 유은우를 비롯한 극소수뿐이다. 유은우는 정윤환과 결혼하여 쇼윈도 부부로 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혁명을 성공시킨 주역이라는 둘의 이미지는, 김서혁의 세력을 공고히 하고 도시연합 세력의 잔재를 부수며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반대세력을 견제하는 데 이용된다. 둘은 공식 석상에선 잉꼬부부지만, 남이 안 볼 때면 티격태격 말싸움이 잦다. 유은우는 정윤환을 막역한 동료로 대하고, 정윤환은 여전히 유은우를 깊이 좋아하나 허벅지 찔러가며 선을 지킨다. 무너진 체제 위로 새로운 제도를 쌓고 거대한 정치세력들이 새로이 조율되는 틈에서, 유은우와 정윤환은 피로와 흥분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새벽이 내리면, 서재희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유은우를 찾아온다. 서재희는 죽음을 가장하고 가면과 가명으로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며 김서혁의 반대 세력 수장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 도시연합의 찌꺼기를 완전히 쓸어내고 또 다른 세력이 생성되지 않도록, 서재희와 김서혁은 합의하에 겉으로는 적대하며 안으로는 연대하고 있다. 도시연합이 반란군을 길러낸 것과 같은 상황이 또 반복되는 셈이다. 결국 이룬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저도 결말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윤환이는 사해에 떨어지기도 했고 은우는 스스로 심장을 총으로 쐈는데 어떻게 생존한 건가요? 작 중에 이 부분은 따로 설명이 되지 않아서 궁금했어요!!
정윤환은 사해에 떨어져서 생사를 오가던 와중에 한세연에게 구출된 것으로, 유은우는 제 심장에 총을 쏘며 죽음을 각오했으나 결과적으로 용의 심장만 파괴되고 유은우의 심장은 온전하여 살아남은 것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말도 안 되지요? 해피엔딩을 위해 무리해 보았습니다.
낙원의 이론 인물들 중 가장 안타까웠던 작가님의 아픈손가락은 누구인가요?
주요 인물들이 이야기의 끝에서 내외적으로 변화하였기에 아픈 손가락은 없습니다. 다만 더 잘 그리지 못해 아쉬웠던 인물에 대한 답변이 있어, 아래와 같이 갈음합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물을 고루 아낍니다만 개인적으로 차예원과 차인호에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그들이어서 가질 수 있었던 좋은 면들을 다각적으로 조명하지 못하고 주연과 대비되는 위치에 집중하는 바람에 차예원의 성장 가능성과 차인호가 아내와 딸을 위해 변해야 했던 당시 심정을 평면적으로 눌러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은우가 좋아하는 빵을 거북이 멜론빵으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넘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은우 매력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진영님, 주인공을 사랑스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이마트 밀크 앤 허니에서 거북이 모양 멜론 빵을 팔았어요. 저는 먹어보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엄마를 졸라서 그 빵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유은우는 사회경험이 부족하여 아이 같으니 외관적으로 귀여운 빵에 이끌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ㅠㅠ!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 기뻐요. 평소 이런 장르에 관심 없던 제가 처음으로 첫장을 보고 이건 된다! 하고 생각했던 책이에요ㅠㅠ 작가님 문체가 너무, 너무 예뻐서 몇번이고 봤지 뭐예요ㅠㅠ 저도, 작가님 책을 보고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마음 먹었는데, 글 쓸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어떤식으로 구상을 했는지,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했는지...
유솔님, 이렇게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익숙한 장르가 아님에도 첫 장부터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구상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 쓰면서 그때그때 필요와 직관에 따라 세계관을 한 뼘씩 확장해나가고 이후 전체 수정을 통해 모난 부분을 다듬고 유기적으로 연결했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도 일정 시간을 채우며 앉아있는 편입니다. 저 같은 경우, 한번 손을 놓으면 다시 원고로 돌아오기 힘들었습니다. 컨디션에 상관없이 꾸준히 써나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유솔님께서 글을 쓰면서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완결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은우가 심장을 총으로 쏜 것과 임시정부가 설립된 그 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닷
윤서님, 저도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그 사이에 유은우와 정윤환은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고, 상대적으로 덜 다친 서재희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자신을 몰아붙이듯이 수습에 힘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서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시간을 건너뛰었는데, 윤서님처럼 그 기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놀랍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능하다면 외전으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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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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