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정선우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작가님..! 차기작 얘기 나온 김에 혹시 추가 외전이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넘 완벽하게 끝나서 굳이 더 덧붙이실 이야기는 없을 것 같지만 혹시나 하고 기대해봅니다₍ᐢɞ̴̶̷.̮ɞ̴̶̷ᐢ₎♡
진영님, 추가 외전을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전은 항상 내고 싶은 마음이나, 현재 제 뇌가 차기작 인물들에게 물든 탓에 낙원의 이론으로 매끄러운 전환이 어렵습니다. 차기작이 끝나고 나면 혹은 제 뇌가 조금 여유를 찾게 된다면, 그때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혹시 보시고 싶으신 외전이 있다면 여기 달아주세요. 메모해두었다가 참고하겠습니다. :)
은우재희 결혼식+신혼 부부 모습? 넘넘 보고싶어요 //
정예군 임무하는 모습 추가 외전으로 보고싶어요!
은우가 적었던 '시민권 얻으면 하고싶은 일 리스트'를 재희랑 하나씩 도장깨기하는 장면도 보고싶습니다😳😳
은우재희 달달 연애&신혼생활 외전이 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시는 캐릭터가 궁금해요 ~!
아, 독자분들께서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이라 반갑네요. 예전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드렸던 답변입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인물을 고루 아낍니다만 개인적으로 차예원과 차인호에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그들이어서 가질 수 있었던 좋은 면들을 다각적으로 조명하지 못하고 주연과 대비되는 위치에 집중하는 바람에 차예원의 성장 가능성과 차인호가 아내와 딸을 위해 변해야 했던 당시 심정을 평면적으로 눌러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진영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낙원의 이론 정말 잘 읽었습니다! 1권 중 은우와 재희가 외출을 했을 때 "넌 감으로 때려 맞히고, 김서혁은 설계를 정확하게 읽었겠지. 그래서 둘 다 엉뚱한 곳을 보는 거야. 네가 설계를 조금만 읽을 줄 알았다면, 김서혁이 조금만 더 직감에 의존한다면, 둘 다 나를 정확하게 짚어 낼 텐데." 라는 대사에서 윤환이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며 말한 건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뭐다 싶은 건 있는데 처음엔 뭘 말하는 건지 정확히 짐작이 가지 않아서... 작가님 오피셜이 듣고 싶었습니다~
마네님, 반갑습니다. “넌 감으로 때려 맞추고, 김서혁은 설계를 정확하게 읽었겠지. 그래서 둘 다 엉뚱한 곳을 보는 거야. 네가 설계를 조금만 읽을 줄 알았다면, 김서혁이 조금만 더 직감에 의존한다면, 둘 다 나를 정확하게 짚어낼 텐데.” 테러 현장의 대규모 설계는 정윤환의 소행입니다.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허술하게도 짜고, 여러 명의 소행처럼 보이려고 무의미한 반복도 섞은 설계입니다. 김서혁은 설계를 읽는 데에 능하므로 설계 하나하나 파고들어 분석하여 범인을 알아내려 했을 겁니다. 여러 패턴을 발견하고 실수도 보고 중첩도 보면서, 자연스레 다수의 설계자가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만약 김서혁이 이 엉망진창인데다가 복잡하고 거대한 설계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와 머리가 아닌 직감을 발휘해 전체적인 설계를 바라봤다면, 느슨한 부분조차 의도된 것임을, 여러 명이 아니라 한 명이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희귀한 가능성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은 정윤환이 유일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겁니다. 그러나 김서혁은 설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를 보지 못합니다. 또한 김서혁은 정윤환을 신뢰합니다. 정윤환을 완벽하게 자기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더욱 설계자가 한 명이라는 짐작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반면에 유은우는 정윤환을 불신합니다. 유은우는 설계난독증이라 대규모 설계를 자세히 파고들 능력이 없으므로 전체를 바라보는 게 최선입니다. 여러 방식으로 얽혔다는 걸 알아채는 김서혁과 달리, 유은우는 모든 설계가 비슷하게 보일 뿐입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패턴이 보이는데 몇 명의 소행일까’가 아닌 ‘누가 이런 게 가능할까’로 생각하게 됩니다. 가능한 이는 정윤환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유은우는 범인을 정윤환으로 확실히 특정하지는 못합니다. 설계를 분석할 수 없으므로 설계 간의 구체적인 공통점이나 버릇을 잡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윤환의 대사가 나왔습니다. 자신을 믿는 김서혁은 제 설계에 꾀어들고, 자신을 불신하는 유은우는 제 설계를 읽을 수 없으니, 아무에게도 들킬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정윤환의 유일한 걱정은 서재희였습니다. 서재희라면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서재희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재희는 현장에 남았습니다. 사이렌으로 공황이 오지 않았다면, 서재희는 더 일찍 정윤환을 노선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겁니다.
작가님 어쩌다 낙론 세계관을 창조해내셨나요?! 평소 좋아하던 분야였을까요?!
구체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하지 않고 한 화씩 한 화씩 쓰면서 넓혀나가다가 정신 차리니까 이런 세계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쓰는 즐거움을 중요시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쉼 없이 싸우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작가님, 이렇게 대화의 장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낙원의 이론을 읽으면서 세계관이나 인물들의 매력은 물론이지만, 읽으면서 문장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문장을 쓰는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MichelleJ님,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문장이 아름답다고 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문장을 쓸 때 영감을 받으면 참 좋겠지만 저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계속해서 수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남긴 문장 역시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언제까지고 그 문장만 들여다볼 수 없는 노릇이므로 타협하며 넘어갑니다. 제 모든 문장은 반복된 수정의 산물입니다. 문장을 쓰며 가장 염두에 두는 기준은, 감정이든 사건이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주느냐 아니냐입니다. 정적인 문장은 삭제합니다.
혁명 후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데 혹시 추가 외전 계획은 없으실까요..? ( ᵕ̩̩ㅅᵕ̩̩ )
혁명 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군요. 메모해두었다가 외전 집필 시 참고하겠습니다. :)
작가님이랑 대화할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요☺ 낙원의 이론 정말 입체적이고 따뜻한 인물들과 아픈 서사들 그것들을 표현하는 작가님의 문체가 너무 아름다운것 같아요ㅠ 어떤 장면을 쓰실때 가장 즐거웠고 어떤 문장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동하연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독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저 또한 행복합니다. 부족한 작품에 좋은 평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윤환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장면이 쉽고 즐거웠습니다. 정윤환이 당장 눈앞의 위기만 처리하기 바빠 아무렇게나 막 사니까 저도 뒷일 생각지 않고 쭉쭉 쓸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서재희가 나오는 장면은 까다롭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곤 했습니다. 서재희는 천재적인 전략가로 언제나 앞을 내다보는데 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미리 생각해두고, 글이 막힐 때마다 이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기운을 냈습니다. 그때는 외전이라는 걸 써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아래는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드렸던 답변입니다. - 가장 몰입해서 쓴 장면은, 유은우와 정윤환의 모의전투입니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장면을 손으로 따라잡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적확한 묘사를 위해 공을 들였다기보다는, 워낙 급류처럼 몰아치는 장면이다 보니 쓰는 속도가 빨라야 고조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 꼭 쓰고 싶었던 부분은 사해에서 정윤환이 자신을 희생하는 순간입니다. 글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리지 못했던 장면이나 이야기의 중반쯤 닿았을 때 정윤환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몇 문장 써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란 게 정해진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아서 때때로 그 장면을 과연 쓸 수 있을까 염려스럽기도 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지점에 다다라 제대로 쓰기 시작했을 땐, 이 장면을 쓸 수 있어서, 정윤환이 이런 결정을 해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쓰고 난 직후 만족감이 가장 컸습니다.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했는데 혹시 누군가 죽는 엔딩으로 끝났을 가능성도 있었을까요..?!
진영님께서 엔딩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해주셔서 굉장히 기쁘고 뿌듯합니다. 누군가가 죽는 엔딩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살아서 괴롭거나 살아서 행복하거나 둘 중 하나로 쓸 생각이었습니다. 아래는 17년 11월, 출판사에 보냈던 시놉시스의 일부로, 가장 처음 구상했던 결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쓸 수 없다고 판단하여 폐기한 안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몇 년 후. 땅 위로 자연이 돋아나는 가운데, 보호 칩은 가치를 잃고, 총은 동조자를 대변하지 못한다. 온을 다룰 수 있는 동조자는, 유은우를 비롯한 극소수뿐이다. 유은우는 정윤환과 결혼하여 쇼윈도 부부로 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혁명을 성공시킨 주역이라는 둘의 이미지는, 김서혁의 세력을 공고히 하고 도시연합 세력의 잔재를 부수며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반대세력을 견제하는 데 이용된다. 둘은 공식 석상에선 잉꼬부부지만, 남이 안 볼 때면 티격태격 말싸움이 잦다. 유은우는 정윤환을 막역한 동료로 대하고, 정윤환은 여전히 유은우를 깊이 좋아하나 허벅지 찔러가며 선을 지킨다. 무너진 체제 위로 새로운 제도를 쌓고 거대한 정치세력들이 새로이 조율되는 틈에서, 유은우와 정윤환은 피로와 흥분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새벽이 내리면, 서재희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유은우를 찾아온다. 서재희는 죽음을 가장하고 가면과 가명으로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며 김서혁의 반대 세력 수장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다. 도시연합의 찌꺼기를 완전히 쓸어내고 또 다른 세력이 생성되지 않도록, 서재희와 김서혁은 합의하에 겉으로는 적대하며 안으로는 연대하고 있다. 도시연합이 반란군을 길러낸 것과 같은 상황이 또 반복되는 셈이다. 결국 이룬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희망,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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