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정선우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글을 쓸 때 음악을 듣는 편이긴 한데, 글의 분위기에 맞춰서 꼼꼼히 선곡하는 편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음악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글을 쓰는 루틴 중 하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차에 시동을 걸듯이 에어팟을 귀에 딱 꽂으며 ‘지금부터 작업한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음악을 들어요. 실제로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음악이 잘 안 들리기도 합니다. 보통 한 곡도 채 듣지 못하고 음악이 틀어져 있다는 걸 잊어버려요. 처음 낙원의 이론을 쓸 때, 퇴근 후 카페에서 작업하곤 했어요. 당시 다니던 카페에 손님이 많아 소음이 심하고 노이즈 캔슬링도 없던 시절이라 음악을 크게 틀어 소음을 차단하고 글을 쓰곤 했는데요. 주로 이매진 드래곤스, 시아, 알렌 워커, 원 오크 락, 마이 퍼스트 스토리, 핑크의 음악을 무한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그 버릇이 들어서 이젠 조용한 카페에서 작업할 때도 강렬한 음악을 주로 듣습니다. 집에서 작업할 때는 드라마나 영화 ost를 듣는데 당시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OST뿐만 아니라 제이플라의 커버 곡도 많이 들었습니다. 핑크의 What About Us를 특히 좋아했어요. 김보경의 suddenly, 원 오크 락의 The Beginning, 제이플라의 Titanium + Alone, Let Me Love You & Faded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헉 차기작 ㅠㅠㅠㅠㅠㅠ 11월까지 숨 참습니다🙊
작가님, 낙원의 이론 정말 잘 읽었습니다! 세계관도 개성있고 글의 분위기나 문장 하나하나 가볍게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인상이 깊었어요. 특히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면 그 이미지가 바로 떠오를 정도로 특징이나 성격이 잘 설정되어 있다고 느꼈는데, 이 소설을 쓸 때 각 인물들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작가님😊😊🥰
푸른님, 인상 깊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야기를 미리 구상하지 않고 쓰면서 그때그때 수습한 것처럼,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들의 성격, 외모, 과거를 미리 구상하지 않고, 쓰면서 하나씩 구체화해나갔습니다. 그렇게 4권 초반까지 앞만 보며 쓴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으로 다듬으면서 통일감을 주고 복선을 깔며 수정한 다음 남은 이야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인물들을 생각하면 그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고 해 주셔서 굉장히 기뻐요. 감사합니다.
유은우, 서재희, 정윤환, 차예원, 김서혁 등... 다들 낙원의 이론 진행이 끝나고 잘 살다가 노후를 맞이하겠죠? 그럼 다들 60대... 정년퇴직이나 일 안 할 때 쯤에는 뭘할지 궁금해요. 특히 예원이는 권력을 사랑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다면 정치판에서 손을 뗄까요? 혹은 끝까지 허수아비를 내세워서라도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할까요? 아이들의 노후 생활이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재희와 정윤환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사회에 부채 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땅히 벌받지 않았으니 스스로를 몰아붙여 사회에 공헌해서라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은우는 서재희와 정윤환의 죄가 드러날까 항상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밝혀졌을 때 자신이 두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유은우가 사회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열심히 일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답니다. 물론 근원적인 이유는 모두가 좋은 세상을 바라기 때문이겠지만요. 그래서 다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할 것 같아요. 차예원은 권력욕이 있어서 죽을 때까지 한자리 차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답니다. 차예원은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살아있다고 느껴요. 그러다 결국 일선에서 내려와야 할 시기가 도래한다면, 서재희와 유은우는 시골로 이사를 가지 않을까 합니다. 텃밭도 가꾸고 강아지도 기르고 맛있는 집밥도 해 먹으면서요. 정윤환은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니고 가끔 서재희와 유은우 집에서 며칠에서 몇 달씩 머물며 소소하게 지낼 것 같아요. 김서혁은 자문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과 수월하게 만나기 위해 조용한 교외에, 차예원은 화려한 도심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다들 건강하길 바랍니다. 젊었을 때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노후에 아플까 봐 걱정이 됩니다.
낙원의 이론이라는 작품을 만들 때, '낙원의 이론'이라는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작품을 구상했는지, 어느 정도 다 작품을 만들어 두고 제목을 정했는지 궁금합니다! 낙원의 이론이라는 제목이 시스템과 예언 제목을 빼고 또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은우 재희 윤환이가 카페 알바를 한다면... 어떻게 손님 응대를 하고 음료를 제조할지 썰 풀어주실 수 있을까욥🥹🥹 낙원의 이론 예언 구절 중에 '하나가 둘의 지지를 받아 셋을 최악으로 끌어야만...'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여기서 '하나'는 서재희를 뜻하나요? 내용 상으로는 재희가 은우와 윤환이를 이끌어 나가는 듯 보이는데, 팬 관점에서는... 유은우가 없었으면 더이상 재희, 윤환이가 서로가 서로를 지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궁금합니다!
제목을 먼저 생각하였습니다. 1화만 달랑 쓴 상태로 인터넷에 올리려니 제목이 있어야 해서 적당히 지어보았습니다. 일단 지어놓고 쓰면서 활용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낙원의 이론’과 관련하여 당시 시놉시스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첨부합니다. - 낙원의 이론 (제국시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예언이 최초였고, 한 계약자가 미래에 일어날 사건의 확률을 계산할 수 있도록 만든 메커니즘. 그 위험성을 부각하기 위해 예언의 제목을 따다 붙였다. (도시연합) 제국시대의 동명의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도시연합이 만든, 오래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시스템. 위험한 성정의 동조자를 미리 색출하여 제거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현재 부패한 기득권이 혁명의 싹을 뽑아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비밀) 시스템으로써 낙원의 이론은 실재한다. 그러나 예언은 사실이 아니다. 서재희의 생각대로, 예언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어떤 구절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같은 꿈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영험한 예지몽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개꿈이듯이. 다음은 주요 인물 셋이 카페 알바를 하는 상황입니다. 유은우 : 첫 알바라며 긴장을 많이 합니다. 실수도 잦아요. 그러나 약속한 출근 시간보다 일찍 오고, 정해진 퇴근 시간보다 늦게 남아 열심히 습득하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실수를 해도 미워 보이지 않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얼마 안 되는 돈인데도 그다음 날 붕어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사장과 동료 알바생들에게 쫙 돌립니다. 일이 힘들다며 동료 알바생들이 그만두고 또 새로 들어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유은우만은 꾸준히 자리를 지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카페 알바를 그만둡니다. 사장과 유은우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정이 듬뿍 들었습니다. 그만둔 후에도 유은우는 카페에 자주 놀러 옵니다. 때로는 바깥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재희 : 완벽한 알바생입니다. 카페 운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사장의 신임을 사고 동료 알바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습니다. 동료 알바생들은 사장에게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서재희에게 대신 말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서재희를 통하면 거의 다 통과되기 때문입니다. 서재희는 출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지킵니다. 가끔 사장이 연장 근무를 부탁하면, 서재희는 일정상 어렵다며 칼같이 거절합니다. 알바를 그만둘 때 서재희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자주 놀러 오겠다고 했기 때문에, 카페 사장은 내심 서재희가 오며 가며 방문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러나 서재희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분명 근처 명문대에 다닌다고 했는데, 카페 앞을 지나가는 모습조차 볼 수 없습니다. 서재희가 그만두자마자 카페는 엉망이 됩니다. 사장은 서재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알바생 한 명을 더 뽑았다가 도저히 일이 돌아가지 않자, 추가로 두 명을 더 뽑습니다. 그제야 카페가 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정윤환 : 일을 너무 대충 합니다. 청소를 하라고 하면 더 어질러 놓는 기행을 저지릅니다. 딱 하나 잘하는 건 매일 카페로 찾아오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일입니다. 사장은 정윤환에게 일을 가르칠 때마다, 내가 지금 알바생 교육을 시키는지 어디 재벌집 도련님 수발을 드는지 헷갈립니다. 분명 카페 근처 명문대에 재학한다는 이력서를 확인하고 뽑았는데, 사람이 말을 하면 일부러 못 알아듣는 건지 애초에 할 마음이 없는 건지, 일을 이따위로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윤환이 카페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해도 최고의 매상을 찍기 때문에 일을 안 해도 좋으니 제발 나와만 달라고 빌어야 할 판입니다. 손님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일거리가 늘어나자, 정윤환은 알바를 하는 곳마다 갑자기 장사가 잘 되어서 바빠진다고 불평을 하며 바로 그만둬 버립니다. 사장이 월급을 잘못 정산하여 돈을 덜 줬는데도, 정윤환은 돈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도 안 하고 알바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당일 다 써버립니다. 사장은 그 뒤로 정윤환을 절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가끔 불쑥불쑥 찾아와 제일 비싼 메뉴를 주문합니다. 학교 행사가 있을 때는 본인이 학생회에서 활동한다면서 단체 주문을 넣어 매상을 잔뜩 올려줍니다. 사장은 저놈의 한량이 꼴에 학생회 소속인데다가 심지어 간식을 준비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낙원의 이론 예언은 실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든 해석권자의 몫이지요. 그래서 열혈독자님께서 ‘하나’가 유은우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맞답니다. 제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거라면, 저도 열혈독자님과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유은우’가 ‘서재희’와 ‘정윤환’의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하지만 작중에서 서재희는 예언을 해석할 때 ‘하나’를 자신이라고 가정하며 유은우와 정윤환에게 팀을 제안하지요. 그것은 서재희가 원체 리더의 역할이 익숙하고, 두 사람을 제 판에 끌어들이는 데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작가님은 소설을 읽을 때 음악과 함께 즐기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온전히 독서에만 집중을 쏟는 편인가요? 낙원의 이론과 어울린다고 생각해본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해요! 장르도 좋고 이런 느낌의 곡이 좋을 것 같다~도 좋습니다.
글을 쓸 때 외에는 음악을 잘 듣지 않습니다. 독서할 때도 음악을 듣지 않아요. 낙원의 이론과 어울리는 음악은 딱히 골라본 적이 없는데, 당시 집필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핑크의 What About Us를 특히 좋아했어요. 김보경의 suddenly, 원 오크 락의 The Beginning, 제이플라의 Titanium + Alone, Let Me Love You & Faded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와 차기작 너무 기대되요ㅠㅜ 작중 차인호도 유은우같은 사람이었다는걸 보면 어쩌면 아내가 죽지 않았다면 차인호가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요?
네, 맞습니다. 동하연님께서 제 마음을 읽어주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아내가 죽지 않았다면 차인호 세대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세대에서 혁명의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차인호는 상당히 유력했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낙원의 이론이 전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여러번 반복해서 읽은 독자입니다. 사랑에 기반한 선택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낙론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반복되는 불행에도 늘 따뜻한 사람이었던 은우를 동경했었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가시님,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주시고 이렇게 따듯한 감상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분들 덕분에 제가 얼마나 큰 힘을 얻는지 모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안녕하세요 작가님, 제 인생작인 낙원의 이론을 만나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부터 드려요! 낙원의 이론은 작가님의 첫 출간작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되었는지 작가로서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요.
유쟁이님, 인생작이라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첫 출간작이 맞습니다. 특별히 영감을 받거나 구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폭우 속 전투 장면이 떠올라서 일단 써서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그 뒤는 쓰면서 확장했습니다. 체계적인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전체적으로 수정하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작가님 우선 사랑고백 먼저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낙원의 이론 처음 보자마자 반했었죠. ㅈㅇㄹ때부터 아직까지 너무나도 사랑하는 인생작입니다. 진짜 너무 많이 보고, 인상 깊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형광펜 터져나갈 지경입니다. 각설하고 '비가 칼처럼 쏟아졌다.' 라는 갓문장은 어떻게 쓰게 되신 건가요? 정말 제가 본 소설 통틀어서 갓오프닝 1위라고 생각합니다.
재희선배님, 반갑습니다. 무료 연재 때부터 봐주셨다니, 정말 오랜 인연이네요. 그때 제게 큰 힘이 되어주셨던 독자분 중 한 분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굉장히 반갑고 가슴이 벅찹니다. 첫 문장은 최대한 짧게 쓰고 싶었습니다. 글의 분위기를 알리되, 그렇다고 날씨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한 문장을 끝내고 바로 대화로 들어갔습니다. 큰 고민 없이 썼기 때문에 이 첫 문장을 많은 분께서 좋아해 주시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글임에도 애정으로 문장 하나하나까지 다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정말 몸 둘 바 모르겠습니다. 감사드려요.
10월 24일 오늘은 정윤환의 생일이에요! 정윤환에게 생일 축하로 하고 싶은 말이라든지... 어떻게 하다가 윤환이에게 딸기 애정자라는 설정을 붙여주게 되었는지... 윤환이의 과거 설정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윤환 생일이었군요! 윤환아, 생일 축하해! 딸기향은 제게 아이의 이미지입니다. 아이들이 양치질에 적응하기 위해 딸기 맛 치약을 쓰니까요. 정윤환은 아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새콤달콤한 과일 맛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딸기, 이건 포도, 이건 사과, 입에 넣으면 명확하게 이름이 딱딱 나오는 그런 단순한 맛을 좋아할 것 같았어요. 정윤환의 과거 설정은 미리 구상하지 않고 쓰면서 그때그때 살을 붙인 후, 나중에 전체적으로 수정하며 매끄럽게 다듬었습니다. 무료 연재 당시 유은우는 학교에서 처음 정윤환과 마주친 후 괴롭힘을 당하는데요. 저도 그때는 정윤환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생각해두지 않은 상태로 그냥 손 가는 대로 막 썼습니다. 나중에 수습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사연이 많은 남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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