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고] 『산 자들』 작가와의 만남

D-29
그래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본주의라는 큰 방향은 옳지만, 그 안에서 역동성과 효율을 조금 줄이더라도 구성원들이 너무 비참한 처지에 몰리지는 않게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런 의견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얼굴’이라는 게 무엇인지, 역동성과 효율을 어느 선까지 희생해야 할지는 아직 합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안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러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라는 명칭으로 여러 가지 논의가 오가는 중입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그렇다면 아마 그 구체적인 형태와 거기까지 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여러분 세대의 과제 중 하나일 듯합니다. 연구와 공부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작업이겠지요.
젊은 학생 분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오늘은 「사람 사는 집」을 읽는 날이죠. 날씨 좋은 5월의 토요일에 읽기에 참 어울리지 않는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결말이 제일 우울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여러분 중에 재건축이나 재개발 과정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은 없을 거예요. 사실 성인 독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사람 사는 집」을 읽고 놀랐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이 단편을 쓰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도나 시장 상황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9) 나중에 살고 싶은 집과 그 이유에 대해 들려주세요. 구체적으로 도시 이름이나 거리 이름을 적어주셔도 좋고, 주변 풍경을 묘사해주셔도 좋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단독 주택’이라든가, ‘전망이 탁 트인 뉴욕의 고층 펜트하우스’, ‘커다란 개를 키울 수 있는 정원이 딸린 집’, ‘회사로 걸어서 출근할 수 있으며 근처에 문화시설이 많은 주상복합건물’, ‘자전거길이 한강까지 이어지는 집’ 같은 식으로 적어주시면 됩니다. 왜 그런 곳에서 살고 싶은지, 이유에 대해서는 두 줄 이상 설명해주세요.
저는 아파트가 없고 저층 주택들이 많은 유럽지역에서 살고 싶습니다. 저층 주택들이 쫙 양쪽으로 깔려있고 그 가운데로 하천, 강이 흐르는 지역 말입니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고, 다리 위로 지는 노을의 모습도 바라보고, 주변의 가지 각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주택들을 지나가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유럽에는 주변에 유적지나 관광지, 축구 스타디움 등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주변에 상업시설, 학교, 즐길거리도 많은곳(서울과 가까운 곳)이 적당히 있는 정원이 있는 대저택에서 살고 싶습니다. 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도시 와 떨어져 있는곳에서는 편하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쉬고싶고, 상업시설과도 가까워서 어떤 물건을 사러갈때 편하게 가고싶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만약에 자녀가 생기면 교육문제도 생각해야하기 떄문에 서울 내의 학교와도 가까운곳에 위치한 집을 가지고 싶고, 생활에 심심함을 느낄수도 있기 때문에 즐길거리도 많은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기대되는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밖에서 집을 생각할 때 두근대고 설레는, 그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나라는 자아를 실현시켜주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밖에서 벌어지는 외부적인 요인들 예를 들어 인간관계나 사회적 업무 등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작은 쉼터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이기 때문입니다
보성고등학교 근처에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이 있지요. 다들 가보셨나요? 두 토성 모두 백제의 중요한 유적입니다. 백제의 수도였던 위례성이 바로 이곳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풍납토성이 위례성이었다고 보는 학자도 있고,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이 함께 위례성이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몽촌토성은 올림픽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보존이 잘 되었고 발굴 작업도 상대적으로 쉬운 바면, 풍납토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풍납토성 유적이 발견되기 전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서, 현재 약 2만 세대가 풍납토성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유적으로 제대로 발굴하고 보존하려면 그 분들이 모두 이사를 가게 한 뒤 그 분들이 살던 집을 허물어야 하는 것이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10) 풍납토성을 보존하고 제대로 발굴하기 위해서는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전부 이주시켜야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주민들이 이루고 있는 지역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그 분들의 자녀들이 친구들과 헤어져 전학을 가게 해야 할까요? 이주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하려면 최소한 몇 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 돈으로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결손 가정을 돕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풍납토성이라는 역사유적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고, 제대로 발굴되면 한국 고대사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엄청난 발견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포기해야 할까요?
10번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저는 몽촌토성의 발굴을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에 대해 찬성합니다. 왜냐하면 그 지역 주민들은 불편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상당히 큰 가치를 지니기 떄문입니다. 우리는 그 주민들의 역사적 삶을 앎으로써 우리 나라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고, 역사 왜곡에 대해 대처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지역 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이주를 가기 편하게 해주어야 하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오늘날 지역 공동체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희미해젔기 떄문에 지역공동체의 해체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주시켜서 역사를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치에 맞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이주시키는 것을 반대합니다. 역사 유적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가지는 의미 역시 그 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이주 비용을 수 조 원 값으로 책정해서는 안됩니다.주민들의 그 공간에서의 추억, 인간관계, 거주지에서 나오는 심리적 안정감 등 물질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몽촌토성의 발굴을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풍납토성의 발굴은 과거의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알아가며 후세에게 전하는것이 목적인데 그 목적을 위하여 풍납토성 지역 주민들의 주거권, 생활권, 행복추구권을 모두 앗아가는것은 모순된것이라고 생각하며, 경제적 보상을 원만히 하더라도 심리적 피해는 온전히 보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부동산 시세가 높은 상황에서 몽촌토성 지역의 많은 이주민을 발생시키는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량은 감소하고 수요량은 더 높아지며 집값이 더 높아질 위험도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2장 14조 모든 국민은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와 '제16조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의 두 조항에도 모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주에 반대합니다. 풍납토성을 발굴했을때 한국사에 엄청난 정보들이 나타나 외울게 많아지기 때문.. 은 농담이고, 저는 초등학생 때 이사로 전학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가 달라지고, 집이 달라지고, 친구가 달라지고... 그때 저는 엄청나게 힘들었고, 이주, 전학이라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것에 반대합니다.
물론 풍납토성이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유적임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사람 사는 집'의 내용처럼 지역 주민들을 강제적으로 이주시킨다면 반발도 심할 것이고 다른 분들이 말하신 것과 같이, 그들에게 여러 고통또한 주게 될것 입니다. 애초에 풍납토성을 반드시 지금 개발해야되는 것도 아니니, 조금만 더 시간에 여유를 두고 장기적으로 진행하면 돈도 몇조원단위까진 나오지 않을거고 반발도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큰 명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굳이 당장 주민들을 이주시킬 필욘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이주시킬 것입니다 물론 거주자들의 반발은 무척 심할 것이고 그들의 기본권들이 침해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가 편하다고, 바뀌는 것이 불편하다고 현상태를 유지시키고자 하면 발전은 없을 것입니다 이주시키는 것의 이유도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제대로 파헤치기 위한 일이며 후의 세대들을 생각할 때 이주시키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불편하고 이득이 없어보이나 장기적으로는 무궁한 이득과 결과를 가져다 줄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주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역사 유적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높은 효용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을 도우게 되면 그것으로 더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내기는 힘들겠지만, 풍납토성을 보존하고 제대로 발굴하게 되면 그것을 통해 관광업 등을 발전시켜 또다른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롭게 창출한 돈으로 저소득층이나 결손 가정을 도울 수도 있고, 혹은 더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하면 처음에 들인 돈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 유적을 지키며 주민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이주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자본주의 효율성과 폐단에 대해 이해가 쏙쏙 됩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죠. 읽으면서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자기를 갉아먹으면서 살기는 싫을 거예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작품마다 작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정말 좋습니다. 우리 학생의 말처럼, 작품을 읽고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고요. <사람 사는 집>도 기대됩니다. 오늘도 진솔하고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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