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고] 『산 자들』 작가와의 만남

D-29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4)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내 욕망에 정직한 게 중요할까요,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 보다 중요할까요?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당신에게 2년 정도 연애한 파트너 A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마음은 그 사이에 식었고, B와 사랑에 막 빠지게 된 상태입니다. A에게 미안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변한 걸 당신도 어쩔 수 없습니다. 슬프게도 A는 당신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여러 번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당신과 헤어지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도 했습니다. 당신은 A가 싫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사랑에 빠진 B를 놔두고 A와 교제하는 것은 분명 당신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가 불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신이 불행해져야 할까요? 아니면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 A가 나의 행복을 위해 불행해져야 하는 걸까요?
저는 교제중에 마음이 식어서 다른사람에게 사랑에 빠진다는것은 자연스럽게 생길수도 있는 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식는와중에도 교제중이었다면 저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제가 불행하더라고 A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A와 B는 모두 저를 사랑하고 저는 B를 사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A와 헤어지는 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만약 A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귄다면 저는 더 이상 A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A는 언젠가 눈치챌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A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에게 솔직하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A를 속이고 들켰을 때보다는 상처를 덜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음이 이미 떠나가있는 상태에서 A와 교제를 이어가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A에게도 불행을 주게 되고 결국 끝은 안 좋을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이미 B에게 가 있는 상황에서 A에게는 미안하지만 A의 고집스러운 사랑을 받아줄 필요는 없고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 상처를 주더라도 내 욕망에 정직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억지로 배려하게 되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에게 오히려 괴리감이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B를 포기하고 A를 선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연애를 하는 중 B가 계속 생각 날 수도 있는 등의 여러 이유로 A에게 진정으로 대해주지 못할 것이며, 이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A도 눈치를 채 오히려 서로에게 불편한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범죄자들의 마음가짐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상황은 단순한 배려 차원으로서 끝날 문제가 아닌 사랑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됩니다...하지만 사랑은 정말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하고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의 마음이 식어버리면 좋은 추억으로서 간직하고 이별하는 것이 옳바르기에 저라면 헤어질거 같네요
네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저라면 A와 헤어지는 것을 택할 것 같습니다. 저와 B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그렇다면 A와 연애를 계속해도 이전만큼 충실히 A의 마음에 보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A 또한 그것에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저도 A도 B도 불행해질 것이고, 그렇게 될 바에는 당장 A와 헤어지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만일 A와 제가 연애를 계속 할 경우 A가 불행해지지 않을 것이라 가정해도, 결혼은 평생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A를 행복하게 하자고 저의 평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지내는 것은 저 자신에게도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설령 앞의 가정이라 할지라도 저는 헤어질 것 같아요.
저도 나가사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회사는 이익집단이지 가족이나 공익집단은 아니니까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한 부서가 없어지고 또 이익측면에서 희정만을 필요로 할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생각됩니다 제가 희정의 입장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습니다
요즘 환승연애라는 말이 있던데 A에서 B로의 환승연애 같습니다 환승결혼은 비난 받을 수 있겠지만 환승연애는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결혼은 환승하기 쉽지 않을 떼니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대기발령>을 읽으면서 어쩌면 현대에서 합법적으로 남아있는 고문이 대기발령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출근, 퇴근, 휴게시간 엄수. 업무 시간 중 교육 장소 이탈 금지.(10분 이상 자리 비울 시 담당자에게 승인받을 것.) 잡담, 개인 용무, 흡연, 어학 공부, 독서, 게임, 취침 금지. 업무 보고서, 회사 혁신 방안 보고서, 자기 주도 학습 보고서 제출' 심지어 대기발령시 주어지는 좌석은 거의 복도에 가까운 곳에서 벽을 보며 앉아있는 것으로 다른 직원들은 대기발령 중인 직원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는 대기발령 중인 직원들에게는 심리적, 육체적 상처를 주며 대기발령이 아닌 직원들도 이에 대한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대기발령은 단순한 대기발령 뿐만이 아닌 모두에게 본보기가 되는 희생양을 보여주는 가혹한 형벌인 것 같습니다.​
한돈스테이크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대기발령은 잠정적 인사조치라고는 하지만 대기발령의 사유를 법령에서 정확하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아니이 압박을 주면서 원하는 기업에서 결과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것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무조건 말을 했을 것 같고 왜냐하면 한팀원으로 같이 오래 일한 동료들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나만의 안전함을 위해 그 동료들이 알게 되었을 경우 서먹해지는 상황을 만들기 싫고 동료들이 유리한 입장을 추가로 가질수 있다는것은 나한테도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말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지막 연아가 그녀의 남편과 했던 대화에서 "그러면 대기발령은? 그건 옳은 일(존엄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님)이야?"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갑질이란 남의 존엄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반성문을 쓰게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묘사하였지요. 저는 이 부분에서 대기발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소설 속의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주체이기 때문에 이윤을 남기지 않는 부서를 없앤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부서의 직원들을 무책임하게 버린 것이 아닌 이를 미리 직원들에게 통보하였으며 '티엔티'라는 자회사라는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며 살 길을 알아봐주었습니다. 이처럼 회사는 자신들의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직원들을 버림으로써 그들의 존엄을 헤친 것이 아니고 살 길을 제시하였지만 직원들이 이런 회사의 배려를 거부하여 발생한 것이 대기발령입니다. 따라서 이는 어찌보면 회사에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결정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원들에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의 부서를 없애고, 티엔티라는 자회사로 옮기는 것을 강요하며 이를 따르지 않자 대기발령이라는 합법적 고문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하게 만든 것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존엄을 훼손하는 갑질이라고 여겨졌을 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론자분들 중 몇명은 대기발령이 회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또는 이익을 위한 집단으로서 합리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계신 것 같네요. 근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기발령은 어느 관점에서도 합리화할 수 없는 악제도라고 생각을 해요. 당하는 입장에서도 물론이거니와, 회사 입장에서도 해고를 하면 해고를 했지 그 수단으로 인격을 무시하는 대기발령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한가지, 대기발령이 그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져있지 않고 뉴스기사나 관련 인터넷 게시물도 생각보다 많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실제로 대기발령을 통지받은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되는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가야하는지 등의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관련 인터넷 정보도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 이번에도 성실한 답변과 고민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 역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저도 대기발령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문 같은 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런 처지에 빠진다면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대기발령은 한국에서 현재 합법적으로 실시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지금 시행 중이니까 합리화되는 건가. 그건 또 다른 문제겠지요. 그런데 미국 영화에서 회사가 예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면 그 시각에 바로 종이상자에 짐 싸서 퇴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여러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그런 식으로 해고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보다는 대기발령이 나은 걸까요? 해고가 없는 사회가 가능할까요?
저는 대기발령이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문일수도 있겠지만, 대기발령이 해고통보보다는 다른 회사로 이직할 기간도 더 길며 다시 복직할 확률도 있으니 대기발령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행복동행팀 직원들의 존엄은 대기발령 기간 형편없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회사의 관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직장에서 대기발령 처분을 받으면 그걸 사실상의 해고 통보로 받아들이고 그날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경우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지켰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행복동행팀 직원들의 존엄이 무너진 데에는 본인들의 책임도 있는 걸까요? 이런 이야기는 약자에 대한 비난일까요?
존엄이라든가 정당함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논할 때는 살펴봐야 할 일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어떤 사안의 모든 구체적인 사정과 관련 가치를 다 살피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그리고 많은 경우 오도 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겁니다. 나의 이익과 내가 지키고픈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순간도 자주 올 테고요. 식어버린 연애를 그만두는 것처럼 나의 이익, 내가 지키고픈 가치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절망을 낳는 상황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때에도 최대한 분별력을 지키고 싶다, 저와 다른 사람들의 존엄을 보호하는 지혜로운 선택을 하고 싶다는 게 제 소망입니다. 언제나 가능한 일은 아닐 테고, 삶에 대해 체념해야 하는 순간도 자주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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