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고] 『산 자들』 작가와의 만남

D-29
「대기발령」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면 『산 자들』의 집필 배경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거 같네요. 『산 자들』은 대략 5년에 걸쳐서 쓴 단편들을 모은 연작소설집이에요. 처음에 「알바생 자르기」와 「공장 밖에서」, 「모두 친절하다」를 먼저 썼는데, 세 편이 모두 2000년대의 노동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동안 다른 단편들도 썼는데, 저는 저 세 편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2000년대 한국에서 먹고사는 풍경에 대해 사실적으로 말하는 소설집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에 ‘산 자들’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다른 소재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한국 노동 관련 리얼리즘 소설집이라면 취업 문제, 부동산 문제를 다뤄야 할 것 같았고 그 현장들도 취재를 했습니다. 해고에 대한 단편은 세 편을 쓰고 싶었는데 「알바생 자르기」는 비정규직 한 사람을 해고하는 이야기였고, 「공장 밖에서」는 구조조정으로 1,000명이 넘는 직원을 감축하는 내용입니다. 그 중간에 한 팀 정도를 정리해고 하는 상황을 다루는 단편소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는 현장을 찾아다녔고, 대기발령 당하는 한 팀 이야기를 쓰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답이 되었을까요? ^^
사이트가 덜컹거려서 죄송합니다. 오늘 휴대폰 접속이 안 되거나 글을 올렸는데 지워지는 일이 일어났을 거예요. 저희 개발자들이 수선 중입니다. 완전히 안정화하기 전까지 가급적 글을 미리 메모장 등에 써놓고 복사해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3) 「대기발령」에서 드러나는 서글픈 현실 한 가지는 이러합니다. 행복동행팀 직원들이 함께 대기발령이라는 굴욕적인 상태에 빠져들었지만, 저마다 속셈이 다르며, 단결하지 못한다는 것. 희정은 “우리 다 각자도생하는 거야. 처음부터 그랬어.”(70쪽)라고 말하지요. 만약 여러분이 희정과 같은 상황에 빠졌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자신은 홍보팀에 가기로 내정되어 있다고 다른 팀원들에게 미리 알리시렵니까, 아니면 끝까지 아닌 척 침묵하시렵니까? 내가 홍보팀에 내정됐다는 사실을 슬며시 알려주면 동료들이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고, 회사를 상대로 좀 더 유리한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신 홍보팀 내정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저는 도덕성의 문제로 봤을때는 다른사람들에게 알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회사에서는 서로가 비즈니스적 관계이기 때문에 이익을 위해 행동할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일 희정의 상황이였다면.. 글쎼요,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였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자신이 홍보팀에 내정되어있다는 사실을 알릴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알리지 않을 경우에는 알렸을 떄보단 좀 더 힘들 수 있겠지만, 조금만 버티면 바로 좋은 보직에 앉을 수 있고, 알린다면 다른 팀원들이 그걸 이용해서 회사와 협상에 나선다면 작가님의 말대로 홍보팀 내정이 취소될 수도 있고 심지어 팀원들에게 말했을 때 그들에게 원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떄문에 저라면 글의 희정같이 행동할 것 같아요.
저라면 동료들에게 말을 해주되, 지나가는 말로 아주 조그마한 귀띔 정도만 해줄것 같습니다.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양심상 아주 약간의 힌트?정도는 줄것 같습니다. 물론 저 자신에게는 불이익이 없을 정도로요. 홍보팀에 가기로 내정이 되어 있다는 것은 자신이 열심히 일을 해서 이루어낸 성과이고, 팀원들도 다들 각자의 안위부터 챙기고 단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저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돕진 않을것 같습니다.
만약에 제가 희정과 같은 상황이였다면 미리 알려서 회사를 상대로 조금 더 유리한 협상을 할 수있게 도왔을 것입니다. 공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물론 중요하고 공익 때문에 나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의 이익은 일의 성취도와 효율성을 향상 시켜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후회할것 입니다. 한가지 탑의 높이만 바라보고 올라가기만하면 안정성을 잊고 쌓아 올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 높게 쌓은 탑은 불안정하고 주변을 둘러볼때는 아무도 없는 혼자만 있는 상태일 것 입니다. 이렇듯 만약에 동료들에게 끝까지 조용히하고 계속 버텨서 외로운 위치에 서 있을 것이고 저 스스로에 대한 인지부조화와 맞물리게 되면서 더 높은 탑을 쌓기만 할 것 같습니다.
몇 년 후 희정와 연아가 다시 만나죠. 이때 희정은 연아에게 얼마 안 있다가 회사를 나왔다고 말합니다. 홍보팀에 남아서 회사를 잘 다닐 수 있었는데 희정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펜레터님의 글을 읽으니, 희정이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희정과 같은 상황에서 미리 알려서 회사를 상대로 조금 더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셨는데, 희정이 홍보팀에 간다는 사실을 다른 팀원들이 알았다는 것만으로 회사를 상대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까요? 슬픈 현실이지만 애초에 회사가 대기발령을 시행한다는 것은 팀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는 것이고, 또 회사가 팀원들을 원하기보다 팀원들이 회사에 더 오래 근무하고자 원하는 상황에서 희정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팀원들의 상황은 더 나아지진 않았을 것 같아서, 차라리 안말하는게 낫다고 개인적인 생각이 드네요
"대기발령" 에서 가장 서글펐던 장면은 '내가 굴욕이라고 생각하면 굴욕이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게 굴욕이라고' 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였습니다. 아직 사회에 나가 사회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구절을 읽고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존심이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라는 대사도 기억이 나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자존심vs돈벌이, 정의vs실리..이러한 선택지에 놓인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 놓인다면,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딜레마? 문제상황?의 해결방안을 고민해보았는데, 저는 그 해답을 '사필귀정'이라는 한자성어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옳다고 여기는 선택을 한다면, 처음에는 그릇되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옳은 이치대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믿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질문의 답을 부메랑 논리(방금 제가 만든 말입니다)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내정이 확정된 상황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그 정보를 알리지 않는 이기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면, 그 이기적인 행위의 대가는 필연적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다른 인생의 시점에서 치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내가 팀원들에 도움을 주고자 사실을 미리 동료들에게 알린다면, 이런 나의 이타적인 행위는 부메랑이 되어 타인이 나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베푸는 일로 돌아오게 되는, 그런 선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저라면 내가 홍보팀에 내정됐다는 사실을 동료들에게 슬며시 밝힐 것 입니다.
제가 희정이였다면 끝까지 침묵할 것 같습니다. 굳이 홍보팀에 가기로 내정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회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같은 동료들에게 질투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협상이 결렬되게 되면 자신의 자리도 위태로워져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말해주지 않아 동료들이 모르는 상태로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 것이 감정적으로도 서로에게 좋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았을때는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제가 저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자신은 없네요...
보성고 학생들께 질문 (4)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내 욕망에 정직한 게 중요할까요, 상대를 배려하는 일이 보다 중요할까요?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당신에게 2년 정도 연애한 파트너 A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마음은 그 사이에 식었고, B와 사랑에 막 빠지게 된 상태입니다. A에게 미안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변한 걸 당신도 어쩔 수 없습니다. 슬프게도 A는 당신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여러 번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고, 당신과 헤어지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도 했습니다. 당신은 A가 싫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사랑에 빠진 B를 놔두고 A와 교제하는 것은 분명 당신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가 불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신이 불행해져야 할까요? 아니면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 A가 나의 행복을 위해 불행해져야 하는 걸까요?
저는 교제중에 마음이 식어서 다른사람에게 사랑에 빠진다는것은 자연스럽게 생길수도 있는 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이 식는와중에도 교제중이었다면 저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제가 불행하더라고 A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A와 B는 모두 저를 사랑하고 저는 B를 사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A와 헤어지는 쪽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만약 A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귄다면 저는 더 이상 A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A는 언젠가 눈치챌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A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에게 솔직하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A를 속이고 들켰을 때보다는 상처를 덜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음이 이미 떠나가있는 상태에서 A와 교제를 이어가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A에게도 불행을 주게 되고 결국 끝은 안 좋을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이미 B에게 가 있는 상황에서 A에게는 미안하지만 A의 고집스러운 사랑을 받아줄 필요는 없고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 상처를 주더라도 내 욕망에 정직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억지로 배려하게 되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에게 오히려 괴리감이 느껴지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B를 포기하고 A를 선택했다고 가정했을 때, 연애를 하는 중 B가 계속 생각 날 수도 있는 등의 여러 이유로 A에게 진정으로 대해주지 못할 것이며, 이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A도 눈치를 채 오히려 서로에게 불편한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에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범죄자들의 마음가짐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상황은 단순한 배려 차원으로서 끝날 문제가 아닌 사랑과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됩니다...하지만 사랑은 정말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하고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의 마음이 식어버리면 좋은 추억으로서 간직하고 이별하는 것이 옳바르기에 저라면 헤어질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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