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를 펴고 첫 두 단락을 읽자마자 소리 지를 뻔 했습니다. 저는 확실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보다는 다자이 오사무 취향인 것 같습니다. 작품이 전반적으로 더 잘 읽히고 흥미롭더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가 아닌 '세이센'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는 화자가 세이센인가 세이센이 화자인가, 나비가 나인가 내가 나비인가 하는 혼돈에 빠지기도 합니다. '세이센'의 자못 예술가적이면서 기발하고 유별나며 매력적인 면모가 결국 상대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라는 것이 좀 허무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세이센'이 공상허언증 환자인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저도 다자이 오사무 쪽이 취향 같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우울, 또라이, 광적인. 뭐 이런 느낌인데요. 다자이 오사무는 찌질, 소심, 울적.. 뭔가 더 섬세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직 다자이 단편 하나만 읽었긴 하지만 더 재밌네요.
저는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작품을 읽으며 '다자이 오사무는 과연 나의 취향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 버린 참입니다 ㅠㅠ 도리님은 쭉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ㅎ
... 다 읽고 저도 다자이 님께 좀 질렸습니다 와하하. 독갑님이 왜 이렇게 말씀하셨는지 이제 알겠어요 ㅋㅋㅋㅋ
요조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오만. 나태. 아첨. 교활. 악덕의 소굴. 피로. 분노. 살의. 이기심. 취약. 기만. 병독. 이런 말들이 그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말해 버릴까 싶었다. 일부러 풀이 죽어 중얼거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모든 게 원인인 것 같아서."
다자이 오사무×청춘 p.96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청춘이네요. 그야말로.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67쪽에서 질문 있어요. ‘서로 맞잡은 손을 슬그머니 풀고 조심스럽게 멀어졌어.’라는 문장 말인데요, 여기서 손을 푼 사람은 화자와 마담인 거죠? 그런데 두 사람이 언제 손을 잡은 거죠?
저는 작가님의 이 글을 읽고 다시 책을 찾아봤는데요. 그러게요. 이 두 사람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앞뒤를 다시 훑어봐도 언제 잡았는지 나와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근데 세이센은 이걸 봤을까요? 이건 어떤 정서로 이해해야 하지... (어지럽다)
저는 갑자기 이 두 사람이 왜 썸을 타지 싶어서 좀 어리둥절했어요.
허허, 이거 썸입니까. 쌈 아닌...(흡) 장르가 이렇게 변질되다니!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해집니다.
이건 다른 분들 의견이 진짜 궁금합니다. 화자와 마담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 것인가...
저도 처음에 '맞잡은 손' 부분을 읽고, 읭? 이 사람들 지금 걸으면서 대화중이었던거 아닌가..? 뭐하고 있는거야ㅇ_ㅇ)?? 하면서 어리둥절 했어요.ㅋㅋ '맞잡은' 이라는건 서로 마주보고 양손을 다 잡을때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썸을 타는건 아닌것 같아요. 소설 초반에 화자가 청자에게 마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마담의 첫인상에 대한 묘사나 세이센이 없을때 마담과 둘이 있다가 쓸쓸하게 돌아서는 화자의 모습이 좀 묘하긴 했었거든요.
@토끼풀b 님 말씀 듣고 나서 저도 다시 문장을 곱씹어 봤어요. ‘맞잡은’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마주잡다는 것은 분명 서로 마주보면서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죠. 왼쪽 이미지처럼요. 그런데 이 부분의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손 맞잡고’라는 단어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많은 한국인들이 오른쪽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할 때도 ‘손 맞잡고’라고 쓰더라고요(잘못 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 이미지와 오른쪽 이미지 사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저도 갑자기 손을 잡길래, (일본) 문학의 전개란... 이런 것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어떤 고전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문린이여서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둘의 관계에 대해 훑어 보다가, "서로 맞잡은 손을 슬그머니 풀고 조심스럽게 멀어졌어." 앞 문장인 "우리는 동시에 그 모습을 알아봤어." 에서 이미 "나"가 '우리' 또는 '동시에'라고 표현한 것에서 동시에 움찔거린 둘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고, 뒷 문장인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따끔따끔 아프게 울려 퍼졌어."라는 말에서 일종의 세이센을 향한 질투심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 "나"가 마담을 처음 만나고, 중간에 다시 만나면서, 그녀를 정성껏 묘사하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았어요. 그럼 언제부터였을까요? 저는 "나"가 마담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홍매화 꽃봉오리가 부풀었다."라는 표현으로, 그녀에 대한 연정을 은연 중에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14p "저기 홍매화가 두 그루 있거든.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게 틀림없어." 34p "나는 툇마루에 앉았지. 마당에는 홍매화 꽃봉오리가 부풀어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 63p 이월 초순경에 마담이 "나"의 집에 찾아오잖아요. 왜 이월에 "나"를 찾아왔을까요? 찾아보니 홍매화는 3월에 핀다고 해요. 3월은 겨울(시련)을 극복한 다음이잖아요. 음... 이 둘에게 무엇이 겨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겨울 내내 누군가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이에요. 더 확실한 것은 곧 3월이고, 그때 홍매화 꽃봉오리가 다시 부풀거라는 사실이죠.
와, 감사합니다. 그 자체로 재미있고, 무척 설득력도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했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내로 님 해석대로라면 저는 처음에 이 단편을 제대로 읽지 못한 건데, 그래도 이런 해석을 듣게 되어 기쁩니다. 홍매화라는 단어 찬찬히 다시 뜯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청춘 세트 담당 편집자입니다. :) 이 부분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번역가님께도 다시금 문의드렸어요. 해당 내용의 원문은 '握り合っていた手をこっそりほどいて、そっと離れた。'입니다. 번역가님께서도 번역할 때 좀 걸리던 부분이었는데 手を握り合う가 화해하다, 협력하다, 라는 뜻도 있긴 하지만 문맥상 직접 손을 잡았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고 판단하셨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이 의아해서 다른 번역본들도 검토했는데 동일한 뉘앙스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춥고 캄캄한 밤, 길을 걷던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 틈엔가 서로의 손을 잡았었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금 내용을 곱씹어 보면서 어쩌면 세이센의 뒷담화를 하며 화자와 마담이 갖게 된 유대감이 세이센의 등장으로 슬그머니 끊어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편집자님이 이렇게 세심하게 답변해 주시다니 너무 영광입니다. 제가 질문한 건 아니지만 ^^ 저도 이상했는데 어느 틈엔가가 맞는 거 같아요 이런 능구렁이들~
저도 읽으면서 오잉? 싶어서 앞 부분을 다시 훑어 읽었었는데요. 편집자님 등판 감사합니다! 재밌네요 ㅎㅎ
지금 '달려라 메로스'를 읽고 있는데, 지명이 좀 이상해서 원본을 찾아보니 '시라쿠스'로 돼 있었습니다. '시라쿠사'로 번역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달려라 메로스는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도시인 시라쿠사 Siracusa로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꼼꼼하게 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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