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 자지러지게 웃어 대면서도 제 자세에 신경을 쓴다. 그들은 또한 자주 사람들을 웃긴다. 자기를 상처 입히면서까지 남을 웃기고 싶어 한다. 어찌 되었든 그건 허무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러나 그 한 꺼풀 아래에는 무언가 결의에 찬 마음가짐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희생정신. 다소 자포자기한 듯하며, 이렇다 할 목적도 없는 희생정신.
다자이 오사무×청춘 p.92,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살짝 스쳤을 뿐이지만 고스게는 여자가 자신에게 대단히 좋은 인상을 받도록 하지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딱히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도 없으나 그 스쳐 지나간 순간에 그는 목숨을 걸고 멋진 척을 한다. 인생에 대해 진심으로 뭔가 기대한다. 그 여자와의 모든 가능성을 순식간에 이리저리 생각해고서는, 가슴 터질 듯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그런 숨막히는 순간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경험한다. 때문에 그들은 방심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도 자기 자세를 꾸미고 있는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93-94,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쪽팔리지만(속된 말인 걸 알지만 이 말밖에 안 나오네요) 이런 마음을 종종 갖고 있습니다. 꼭 이성에 국한되진 않고요.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뭔가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하는 거 같아요. 허허. 대상화 할 수 있는, 거리감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곤 합니다. 처음 만나면 나쁠 게 없으니 호감도 100점부터 시작해서 자주 볼수록 깎여가는 체계... 처음이니까 좋을 걸 알 수가 없으니 호감도 0점에서 시작한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한번도 그렇게 생각 못했는데 그 말도 타당하지 말입니다..
아! 작가란 모두 이런 존재인가. 고백하는 데도 말을 꾸민다. 나는 사람이 아닌 게 아닐까. 진정 인간다운 생활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쓰면서도 나는 내 문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100,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고스게는 요조를 안쓰럽게 여겼다. 그건 완벽히 어른의 감정이다. 말할 것도 없지만, 가여운 건 여기 있는 이 요조가 아니라 요조와 같은 처지였을 때의 자신, 혹은 처지에 대한 일반적인 추상이다. 어른들은 그런 감정에 잘 훈련돼 있어서 쉽게 남을 동정한다. 그리고 눈물 많은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다. 청년들도 이따금 그런 안이한 감정에 젖곤 한다. 어른들은 그런 훈련을, 좋게 말해 제 생활과의 타협을 통해 얻었다면, 청년들은 언제 어디서 익혔을까. 이런 시시한 소설에서?
다자이 오사무×청춘 p. 108,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공감의 반경> 책이 떠오르네요. 여기서 어른의 감정이란, 인지적 공감보단 정서적 공감...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인간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문화와 환경 조건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피고 의식적으로 인간의 공감 수준을 바꾸려 했던 과학 연구들을 조명하면서 공감 본능의 변화를 일으키는 해법을 제시한다.
"대단한 이야기도 좋아요." 그들은 항상 전율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108,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으앗 벌써 시작됐군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벼락치기 하면서 따라가겠습니다..!!
헛. 저도 옆에서 쫓아가겠습니다...!
어메나? 어쩐지....다자이 오사무는 어데로?하고 있었는데 여기 있었군요!
반가운 세 분이 먼저 이렇게 방을 따뜻하게 데워 주고 계시네요:) 저도 이번 모임, 부지런히 성실하게 읽고 나누겠습니다.
연해님 무사히 환승 성공(?) 하셨군요! 반갑 반갑습니다ㅎㅎ
앗, 도리님:)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자연스럽게 다음 모임이 이어지니 너무 좋아요.
환승의 고장 신도림에서 6년을 거주한 사람답게, 저도 무사 환승했습니다. ^^
앗. 벌써 시작이군요.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오늘에서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을 다 읽은지라..^^;;)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일단 제목에 끌렸어요. 부감으로 동네를 내려다보며 지붕 아래 사람들 사연들을 읊어주는 ‘나’에게 이야기꾼의 면모가 느껴져서 ‘재밌겠군’ 하면서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구요. 남편을 살해한 부인의 에피소드를 흔해 빠진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는 특유의 허세어린 냉소도 한몫했구요. 이래야 다자이 오사무지, 라는 기대감 같은 거였나봐요. 역시나, 기대는 저버리지 않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내가 바뀔 때마다 직업, 아니 지망을 바꾸는 ‘세이센’의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그를 대하는 ‘나’의 모습에 눈이 갔고 공감도 됐고 씁쓸한 허무도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이십대에 예술병이 걸린 사람들을 심심잖게 봐 왔거든요. 아싸의 포즈로 시선을 즐기는 관종이라고, 그래서 더 관심을 두지 않으려했으면서 그들이 품은 ‘순수’와 ‘천재성’ 혹은 ‘감수성’은 흠모했던 거 같아요. ‘평범한 범부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꿈의 상징으로 만든’ 건 다름아닌 제 자신이었을지 모르죠. ‘세이센’의 아내들처럼 저도 그 세계를 떠나왔지만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건 아마 청춘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세이센’은 예전의 그가 아닌 게 아니라 예전 그대로가 아닐런지. 달라진 게 있다면 거짓된 모습과 순수의 훼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거짓이면서 거짓은 아닌 ‘세이센’의 삶의 방식에서 거울치료 받은 느낌이었어요. ㅎㅎ 이또한 씁쓸하네요.
저는 처음에는 세이센을 매우 답답해하며, 또 경멸하며 읽다가 나중에는 그냥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처럼 보였거든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가짜 자아상에 휘둘리는 것 아닌가 하고 봤어요. 관종 증세가 그걸 더 부추겼을지도 모르겠고요.
맞아요. 상담 정도는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내(들)도 문제에요. 시선이 존재하는 이상 ‘민폐적’ 관종은 깨닫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테니까요. 아내(들)도 공범 아닌가요? 월세도 안 내고 ㅠㅠ
서로 서로 가해자이고 피해자인 관계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월세는 안 냈으니까 개이득...?)
그렇네요, @리타73 님의 글을 읽어보니, "나"와 "세이센"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아내마저도 "청춘의 속성의 일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덕분에 지극히 청춘적인 단편이었음을,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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