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67쪽에서 질문 있어요. ‘서로 맞잡은 손을 슬그머니 풀고 조심스럽게 멀어졌어.’라는 문장 말인데요, 여기서 손을 푼 사람은 화자와 마담인 거죠? 그런데 두 사람이 언제 손을 잡은 거죠?
저는 작가님의 이 글을 읽고 다시 책을 찾아봤는데요. 그러게요. 이 두 사람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앞뒤를 다시 훑어봐도 언제 잡았는지 나와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근데 세이센은 이걸 봤을까요? 이건 어떤 정서로 이해해야 하지... (어지럽다)
저는 갑자기 이 두 사람이 왜 썸을 타지 싶어서 좀 어리둥절했어요.
허허, 이거 썸입니까. 쌈 아닌...(흡) 장르가 이렇게 변질되다니!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해집니다.
이건 다른 분들 의견이 진짜 궁금합니다. 화자와 마담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 것인가...
저도 처음에 '맞잡은 손' 부분을 읽고, 읭? 이 사람들 지금 걸으면서 대화중이었던거 아닌가..? 뭐하고 있는거야ㅇ_ㅇ)?? 하면서 어리둥절 했어요.ㅋㅋ '맞잡은' 이라는건 서로 마주보고 양손을 다 잡을때 쓰는 표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썸을 타는건 아닌것 같아요. 소설 초반에 화자가 청자에게 마담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마담의 첫인상에 대한 묘사나 세이센이 없을때 마담과 둘이 있다가 쓸쓸하게 돌아서는 화자의 모습이 좀 묘하긴 했었거든요.
@토끼풀b 님 말씀 듣고 나서 저도 다시 문장을 곱씹어 봤어요. ‘맞잡은’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마주잡다는 것은 분명 서로 마주보면서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죠. 왼쪽 이미지처럼요. 그런데 이 부분의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손 맞잡고’라는 단어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많은 한국인들이 오른쪽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할 때도 ‘손 맞잡고’라고 쓰더라고요(잘못 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 이미지와 오른쪽 이미지 사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저도 갑자기 손을 잡길래, (일본) 문학의 전개란... 이런 것인가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어떤 고전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문린이여서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둘의 관계에 대해 훑어 보다가, "서로 맞잡은 손을 슬그머니 풀고 조심스럽게 멀어졌어." 앞 문장인 "우리는 동시에 그 모습을 알아봤어." 에서 이미 "나"가 '우리' 또는 '동시에'라고 표현한 것에서 동시에 움찔거린 둘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고, 뒷 문장인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따끔따끔 아프게 울려 퍼졌어."라는 말에서 일종의 세이센을 향한 질투심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 "나"가 마담을 처음 만나고, 중간에 다시 만나면서, 그녀를 정성껏 묘사하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았어요. 그럼 언제부터였을까요? 저는 "나"가 마담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홍매화 꽃봉오리가 부풀었다."라는 표현으로, 그녀에 대한 연정을 은연 중에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14p "저기 홍매화가 두 그루 있거든.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게 틀림없어." 34p "나는 툇마루에 앉았지. 마당에는 홍매화 꽃봉오리가 부풀어 있었어." 그리고 마지막 63p 이월 초순경에 마담이 "나"의 집에 찾아오잖아요. 왜 이월에 "나"를 찾아왔을까요? 찾아보니 홍매화는 3월에 핀다고 해요. 3월은 겨울(시련)을 극복한 다음이잖아요. 음... 이 둘에게 무엇이 겨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겨울 내내 누군가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이에요. 더 확실한 것은 곧 3월이고, 그때 홍매화 꽃봉오리가 다시 부풀거라는 사실이죠.
와, 감사합니다. 그 자체로 재미있고, 무척 설득력도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번역했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내로 님 해석대로라면 저는 처음에 이 단편을 제대로 읽지 못한 건데, 그래도 이런 해석을 듣게 되어 기쁩니다. 홍매화라는 단어 찬찬히 다시 뜯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청춘 세트 담당 편집자입니다. :) 이 부분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번역가님께도 다시금 문의드렸어요. 해당 내용의 원문은 '握り合っていた手をこっそりほどいて、そっと離れた。'입니다. 번역가님께서도 번역할 때 좀 걸리던 부분이었는데 手を握り合う가 화해하다, 협력하다, 라는 뜻도 있긴 하지만 문맥상 직접 손을 잡았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고 판단하셨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이 의아해서 다른 번역본들도 검토했는데 동일한 뉘앙스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춥고 캄캄한 밤, 길을 걷던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 틈엔가 서로의 손을 잡았었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금 내용을 곱씹어 보면서 어쩌면 세이센의 뒷담화를 하며 화자와 마담이 갖게 된 유대감이 세이센의 등장으로 슬그머니 끊어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편집자님이 이렇게 세심하게 답변해 주시다니 너무 영광입니다. 제가 질문한 건 아니지만 ^^ 저도 이상했는데 어느 틈엔가가 맞는 거 같아요 이런 능구렁이들~
저도 읽으면서 오잉? 싶어서 앞 부분을 다시 훑어 읽었었는데요. 편집자님 등판 감사합니다! 재밌네요 ㅎㅎ
지금 '달려라 메로스'를 읽고 있는데, 지명이 좀 이상해서 원본을 찾아보니 '시라쿠스'로 돼 있었습니다. '시라쿠사'로 번역하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달려라 메로스는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도시인 시라쿠사 Siracusa로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꼼꼼하게 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홍!! 그런 깊은 뜻이! 전 일본지역 이름인가? 했어요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읽으면서 점점 깊은 빡침(?)을 일으켰던 소설이었습니다. 화자는 정녕 바보인 것입니까(말투 왜 이래). 이렇게 번번이 당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위에 @리타73 님의 글을 읽으며 알았는데, 세이센의 이런 모습을 '예술병'이라고 하나요? 왠지 잘 어울리는 표현 같네요. 저는 사실 이 단편의 제목을 보고 다른 기대를 하면서 읽었는데요. 작품 속에서는 화자가 세이센의 뻔뻔스러운 모습에 화를 꾹꾹 누르다가, 그의 잠재력(?)에 비정상적인 기대를 가지는 문장에서 이 제목이 인용되었잖아요. 저는 근데 그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제목이 의도한 바가 화자 중심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세이센의 허황된 말에 놀아나다가(?) 나중에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따끔하게 혼내주면서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고 할 줄 알았거든요. (보증금도 받고! 월세도 받고!) 화자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짠! 뭐 이렇게요? (허허허) 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였군요. 네네, 세이센은 곁에 있으면 옆 사람의 화병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허풍에 계속 빨려 드는 화자의 모습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저도 자주 호구(?)가 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저 쓰게 웃었습니다.
그때 문득 입에서 튀어나온 'He is not what he was(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라는 말이 무척 바람직하게 느껴졌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영문법 교과서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고 나는 마음이 술렁거렸어.
다자이 오사무×청춘 p.4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큭, 저도 문체에서 특이함을 느꼈어요 ㅎㅎ 연극투랄까요. 새로웠고, 그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마지막 문장이 특히 더 그랬고요.
앗! 내로님도 무사히 이사(?)를 마치셨군요. 환영합니다:) 그쵸? 문체가 독특해요. 사실 이게 일본문학의 특별함인지, 다자이 오사무의 작법 스타일인지, 아니면 그냥 이런 문체 자체를 제가 낯간지러워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화자가 자꾸 저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아요(긁적긁적). 여러모로 적응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허허허.
<어릿광대의 꽃> 『인간 실격』의 번외편 같아 흥미롭게 읽었어요. 잊고 있었던 '요조'를 다시 만난 건 같아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요. 다만 '요조'라는 캐릭터를 저는 여전히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 실격』을 읽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지요. 세월이 흘렀지만 역시나 저는... @siouxsie 님이 말씀하신 싸이월드 감성의 표지 문장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라는 문장도, 흠. 작가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요조라는 인물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중간중간 등장하는 '나'가 도대체 누구지? 하면서 책을 여러 번 다시 읽었어요(그래서 감상이 늦었다는 핑계를 대봅니다). 다행히 오늘은 휴가고, 휴가라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마저 읽고 이렇게 감상을 적어내려갈 수 있어 기쁘고요(주말은 왜 이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것인가). "차라리 '나'라고 해도 좋을 텐데 나는 올봄에 '나'라는 주인공의 소설을 썼기 때문에 두 번 연속 쓰는 건 낯간지럽다. 내가 만일 내일이라도 갑자기 죽는다면, 저 녀석은 '나'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서는 소설을 쓰지 못해, 라는 말을 의기양양하게 하는 이상한 남자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사실 그 이유만으로 나는 이 오바 요조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중간에 등장하는 나는 요조의 또 다른 목소리이자 다자이 오사무이자 경계가 모호한 느낌이라 더 생경했습니다. 저는 일본의 번역체가 여전히 어려워요(한국소설이 짱이야). 그리고 이번 단편은 등장인물이 여럿인데, 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청춘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면 유치하고 순수하고 귀엽기도 우습기도 한 그 나이대의 감성이랄까요(나이로 선을 그으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의 20대 초반, 친구들과 술에 잔뜩 취해 새벽거리를 겁도 없이 휘젓고 다니던 기억들이 떠올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세상 무서울 것 없고, 남자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이성의 작은 호의에도 사랑에 빠진 것처럼 설레던 그때 그 모습들이랄까요. 간질간질하면서도 위태로운 모습들. 그 와중에 요조는 그만의 세계가 있는 느낌이고요. 동반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가족관계안에서 느껴지는 묘한 서열, 기싸움? 등도 보였고요. 여러모로 복잡했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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