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 그렇죠. 이제 기억 났습니다. 옷 얘기는 제 머리에서 단기기억 공간에만 머무나 봐요.
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장맥주
도리
못 들었는데 글자 보자마자 음성지원됩니다ㅋㅋㅋ
도리
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망사라고 하니까 뭔가 슝해서 웃겼는데요. 또 너무 망사(?)는 아니고 그냥 덜 짜인 니트티였답니다. 그나저나 평소에 옷에 대한 기억이 없으시다니 너무 신기합니다. 만약 패딩을 입고 있었다면 기억에 남았을까요.
소향
와! 완전 있어보여요. ^^ 앤솔러지 기획을 아는 입장에서 무척 기대되네요. 제목에 달이 들어가면 그걸로 끝인듯해요. 저도 전에 달 아래 세 사람이란 단편을 한낙원수상집에. 쿨럭 ㅋㅋ
내로
한 가지 고민 섞인 질문이 떠올랐는데요. 저는 여러 직업을 바꿔가며, 삶의 양식을 다양하게 경험했는데요. 그럼에도 누군가 “현재의 하루가 나이 들어서까지 유지하고 싶은 것인가?” 라고 했을 때 “YES”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들을 책을 통해 발견해 가는 과정에 있지만, 독서 모임에 함께하신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했어요. “이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여러분만의 판단 기준이 있나요?
장맥주
주신 질문을 보고 한참 고민했어요. ‘어제 하루를 나이 들어서까지 유지하고 싶은가’ 하고 저에게 물었더니 어제 정도면 괜찮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매일 그렇게 살면 너무 발전이 없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섣불리 답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그 문장 형태의 질문에는 저만의 답변 기준이 없는 거죠.
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제 삶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의 연속’이 아니라 어떤 생애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동기와 청소년기, 청년기에 각각 해내야 할 일 혹은 과제가 있고, 중년기, 노년기 역시 그렇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 중년기인데 제가 지나온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과제를 그럭저럭 잘 수행했다고 자평해요. 청소년기에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초 지식과 체력을 키웠고, 청년기에는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직업과 배우자를 찾았죠. 이제 중년기에는 제가 그 직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중년기가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그에 대한 판단 기준은 엉성하게나마 있습니다). 노년기의 과제는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 저한테는 중년기가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연해
이 방이 종료되기 전에 질문에 답해보고 싶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는데요. 저는 두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업과 좋아하는 것으로요. 그 영역이 저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직업적인 부분은 오히려 한길만 꾸준히 팠어요. 이직 경험은 있지만 직무 자체를 바꾼 적은 없거든요. 학창 시절에도 한 분야만 공부했고,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같은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이건 아닌데(ㅋㅋ), 제 성향이랑은 잘 맞는 것 같아요. 나름의 인정도 받고 있고요. 근데 이 일을 계속 할 거냐는 질문에는 사실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실은 내로님의 질문을 꽉 물었던 것도,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과 맞닿아있기 때문이거든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는 제 삶에 답을 정해놓지 말자는 거였어요. 세상에 없는 직업을 제가 만들어갈 수도 있을 테고, 여러 가지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저만의 직업으로 안착시킬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여전히 밑그림만 그리는 중이에요). 저는 그런 의미로 그믐을 만드신 김새섬 대표님을 존경합니다(너무 갑작스럽나요). 이 분야(독서 생태계)의 선구자이자 독보적인 아이콘이라 생각하거든요.
답이 자꾸 옆길로 새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좋아하는 영역으로 풀어보자면, 어쨌든 지금의 저는 “이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하루하루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하고요(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제 삶을 견디지 못할 것 같거든요). 오늘 당장 눈을 감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자는 게, 매일 눈을 뜨면서 하는 마음가짐 같아요. 그렇다고 하루를 막 엄청 거창하게 살아간다는 건 아닌데, 제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는 열심히 살고 싶고, 그걸 토대로 이것저것 삶을 꾸려가는 걸 좋아합니다. 스스로에게 질문도 자주 해요. "요즘 나 잘 살고 있나?"라고 말이죠.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 생각을 조금 더 구체화시켜서 어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하고, 삶이 다채로워질지를 선명하게 그려가는 걸 즐겨요. 판단 기준은 어디까지나 '어제의 저'로. 남들의 시선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인 것 같습니다(폐만 끼치지 않는다면요).
“현재의 하루가 나이 들어서까지 유지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질문도 주셨죠. 저는 "네"라고 답할 수 있게끔 지금의 저를 잘 키워주고(?) 싶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가 읽고, 걷고, 쓰는 것인데요. 하루 동안 이 세 가지를 균형감 있게 잘 살리면 그날 밤이 행복해요(그래서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 있는 거니...). 더 나아가 이 세 가지를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려면 경제활동이 중요하지요... (쿨럭)
무언가를 내세울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쓰다 보니 질문의 맥락에서 벗어난 제 상념만 잔뜩 쏟아낸 것 같네요(허허). 근데 저는 이런 질문도 좋고, 질문에 답하면서 저라는 인간을 조금 더 구체화시켜 생각하는 것도 좋아요(그믐이 있기에 가능한 일!).
@내로 님을 완독파티에서 직접 뵙지는 못 했지만요. 이 공간에 글 남겨주실 때마다 '와 어쩜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 혹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실 수 있지?' 등. 흥미롭고 신선하게 읽었던 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답변이 많이 길어졌다는 핑계를 대보며(ㅋ) 다른 모임에서 또 뵐 수 있기를 바라요:)
독갑
저는 지금 세 번째 '직업'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요즘 제 하루하루가 '내가 살고 싶었던 하루'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지 않고, 일이 뜻대로 풀리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런 날이 언젠가 올 수도 있다.' 왜냐면 제가 이 하루를 갖기까지 지난 몇 년간 정말 많이 방황하고 고통 받았거든요.
'꼭 그런 날이 올거야!'라고는 못 해도,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물론 그런 날 조차도 오래 유지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요 ㅎ 응원합니다.
siouxsie
남들이 보면 한심할 수도 있는데 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도서관에 갈 수 있는 매일'이 제 인생 목표입니다. 근데 일도 좋아하긴 해요. 첨엔 번역일을 하려고 공부했다가 비루한 제 표현력에 좌절해 포기했습니다. 이후에 지금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함과 동시에 일도 시작해서 22년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현재 하는 일은, 하면 하는 대로 성과가 보여서 사람이 잘하는 건 다 정해져 있나 보다 했고, 무엇보다 현재 직장은 동료들이 최고입니다.
오늘도 신입들 교육 연수에 장장 8시간동안을 쏟았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책 읽으려면 눈이 건강해야 하는데 눈건강만 신경쓰는 것보다는 몸 전체의 건강을 신경써야 더 오랜 시간 책을 읽을 수 있기에 (살은 찌기만 하지만) 운동도 매일 합니다. 은퇴하면 삼시세끼 운동 목표, 도서관 삼시세끼가기가 목표예요.
무엇보다 제가 별 능력은 없지만 스스로 행복해야 제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고 나쁜 감정이 안 생기는 거 같고요. 간장종지 사이즈의 인성을 가지고 태어난 저는 적어도 주변인을 불행에 빠뜨리는 빌런은 되지 말자, 모두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자는 게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책이 꼭 필요하고요!!
(무슨 예수님 말씀 같은 글이 돼 버려서 죄송합니다.)
지금처럼 사는 것에 YES!!지만 노력은 계속 해야 할 것 같아요! 에구 허리야...에구 무릎이야....
내로
@장맥주 @연해 @독갑 @siouxsie 정신이 없어서 11시 50분에 확인했습니다. 답글 다 달고 싶은데 미치겠습니다, 11시 59분입니다. 일단 등록은 해두고.. 수정은 30분이니 수정은 되겠죠?
@장맥주 '엇, 내 질문의 배경을 이해하고 답변하시는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질문에 제 10대와 20대를 짧게 덧붙일까 했거든요(길어지니 생략했지만요). 작가님에 의하면 저는 청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곧 중년기에 이를텐데, 그때 저도 '내 나름의 과제에 대해, 그럭저럭 잘 수행했다'고 자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고 적은 횟수였지만 작가님과 대화할 때마다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고, 다짐했습니다.
@연해 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종종 저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의견을 가지신 분, 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즐거웠습니다. 연해님과 생각의 교차점이 만들어내는 어떤 통찰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죠? 다시 한 번 즐거웠습니다!
@독갑 "세 번째 직업"이라는 말이 뭔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면서, 곧 영화나 소설로 나올 것 같은 기분입니다. 독갑님의 모든 과정과 성취를 응원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siouxsie 예전에 장작가님 어떤 책에 " 현실에 두 발을 꾹 붙인 채로 걸어가고 싶다."와 같은 문장을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siouxsie님의 삶이 글이 꼭 그런 것 같게 느껴졌습니다. 수정시간까지 40초 남았는데요, 여러모로 문린이이자, 독서모임 초보인 저를 이끌어주신다는 기분을 정말 2번 정도는 느낀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도서관의 꿈 꼭 이루실 거예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비욘드
"쓸쓸함에, 져선 안 돼. 그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난 생각해"
(다자이 오사무의 산문 '당선된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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