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그런데 「우국」은 현재 한국어 번역본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출판사가 배타적 발행권을 갖고 있어서 다른 출판사의 선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출판사가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무라카미 하루키...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동반 자살의 ‘미학’을 은근히 추종하는 분위기가 일본 문학에 있는 걸까요.
으악, '자살 추락'과 '자살 비행'이라니 너무 끔찍하네요. 이런 용어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죽으려면 혼자 죽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네요. 무서운 일입니다. 올려주신 책들은 다 처음 보는 책들이에요. '동반 자살'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 꽤 있군요(이 또한 몰랐던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도 동반 자살하는 아이들이 나오는데 말이죠. 장강명 작가님의 『표백』이라고...(쿨럭) 더 정확히는 연쇄 자살이지만요. 『우국』은 한국어 번역본이 없다니 아쉽습니다.『쿠오 바디스』는 방대한 분량에 각오가 필요할 것 같고, 작가님 소개 덕분에『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책에 흥미가 생겼어요. 읽어보겠습니다:)
<어릿광대의 꽃> 일본 작가가 다 그런가요? 다자이도 자신의 삶(동반 자살 기도)을 작품에 깊이 투영하였고, 이 작품도 그러한 삶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자이의 인간실격이라는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고, 이번 독서 모임이 그를 알아가는 최초의 시도이기에, 그에 대해 무어라 판단할 자격은 없습니다. 다만 이번 <어릿광대의 꽃>이라는 단편은, 독서하는 내내 저를 아주 지속적으로 불쾌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스토리의 배경 사건이 된 그것(동반 자살 기도)을 포함하여 화자의 중간중간의 넋두리는 최초로 소설을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죠. 아이들을 죽이고 자살하는 부모와 학폭 가해자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이게 화자의 의도라면 성공입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이 소설에 극도의 불쾌함을 느끼는지, 그 핵심 출처는 위의 이유들이 아닙니다. 무엇이었을까요. 왜 저는 불쾌한 마음을 느꼈을까요? 이 출처를 찾는 것이 이 단편을 읽는 유일한 이유였고, 그것을 찾기까지 저는 완전히 지리멸렬한 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나름의 결론은 (화자가 자신에 대해 직접 한 말이지만) “화자의 응석받이”에 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 스스로도 찌질한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꼈습니다. 도저히 이 단편을 두 번은 읽을 수 없게끔 말이죠. (물론 응석받이를 계속 들으면 찌질한 사람이 되어가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또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응석받이를 느꼈는지는 정확히 특정할 수 없습니다. 그걸 특정하려면 다시 이 단편을 읽어야 하는데, 하, 도저히 읽을 자신이 없습니다. 카프카가 얘기했던 것처럼 저는 “생각건대, 우리는 우리를 물어뜯거나 찌르는 책만 읽어야 한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트리는 도끼여야만 한다.”와 같은 책들이 주변에 넘쳐나기 때문에, 그것에 더 시간을 쏟고 싶기 때문이에요(물론 나중에 이 단편에 크게 공감할 순간이 올 지도). 다 쓰고 보니, 저는 이 단편에 대해 도망치듯이 결론을 내렸다는 생각이 됩니다. 어린아이가 상황을 모면하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혹은 소설에서 회피하고 싶어서 (긴 설명을 하기 싫어) 자는 척을 했던 요조처럼요. 저의 소감을 다자이가 응석받이라고 느낀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와~내로님 글 정말 최고예요. 저랑 같은 감정은 아니지만 왜 이런 글들을 쓰는 거지? 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부끄럽다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어린아이 같았어요. 근데 그런 점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아직도 읽히는 건지 아님 천재 소리 듣던 작가들에게 극찬을 받아서 많이 읽는 건지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래도 책 디자인도 예쁘고 다른 사람들한테 '나 이 사람들 단편집 읽어 봤어~'라고 자랑하고 싶으니까 꼭 다 읽을래요. ^^ 그리고 이상하게 내용은 이해가 안되는데 좋은 문장은 많고요. 전 지식인병에 걸린 사람이니 이 정도는 해야죠. ㅎㅎ
나는 아무래도 예술가라는 존재에게 마음을 뺏기는 결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특히 그 남자가 세상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때 더욱 가슴이 설레는 거지.
다자이 오사무×청춘 p.49,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재밌었습니다. 무르고 소심하고 무맥해 강단 없는 화자가 답답하면서도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청년들은 언제든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면서 제 심기를 소중히 감싼다. 쓸데없이 경멸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한번 상처를 입으면 분명 상대를 죽이든, 제가 죽든 끝을 보자는 생각까지 하고 만다. 그래서 다툼을 꺼리는 것이다. 그들은 적당히 얼버무리는 말을 수도 없이 안다. 아니오, 이 한 마디조차 열 가지쯤으로 나눠 쓸 수 있다. 논의를 시작하자마자 이미 타협의 눈빛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끝내 웃으며 악수하면서도, 속으로는 서로 함께 이렇게 중얼거린다. 덜떨어진 녀석!
다자이 오사무×청춘 p.87,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이 부분 재밌었습니다. 평소에 저도 대화할 때 긍정적으로 맺은 말 남기는 습관 같은 게 있는데요. 긍정적인 기분이 아닐 때도 긍정적인 양 이러는 게 스스로 어이없으면서도 자주 이러네요.
저도 이 문장과 여기 아래, 그리고 그 아래 남겨주신 문장에서 예나 지금이나 청춘들의 심리는 같구나 했어요. 아마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만나게 되는 책임감과 진지한 상황들이 어쩐지 어색해서 그렇게 얼버무리고 과장하고 웃음으로 무마해야만 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실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도요.
그들의 대화에서는 '대'라는 형용사가 종종 등장했다. 지루한 세상에서 뭔가 기대를 걸 만한 대상을 바라기 때문이겠지.
다자이 오사무×청춘 p.89,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그들은 잘 웃는다. 별것 아닌 일에도 큰 소리로 웃어 댄다. 청년들에게 웃는 표정을 짓는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언제부터 그런 습관이 몸에 배기 시작했을까. 웃지 않으면 손해다. 웃어야 할 어떤 사소한 대상도 놓치지 마라.
다자이 오사무×청춘 p.92,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너무 너무 찔리는 말입니다. 호감을 사는 수법으로 매번 웃어 버릇해서 인위적으로 안 웃으려고 연습하기도 했어요.. 근데도 그냥 웃어요. 그나마 웃을 때 모습이 좀 낫긴 한 것 같아서 말이죠.. 흑흑.
그런데 이 다음 문장 '아아, 이것이야말로 탐욕스러운 미식주의의 허망한 편린이 아닐까.' 이건 잘 모르겠어요. 웃는 거와 미식주의... 어떤 연관이죠?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 자지러지게 웃어 대면서도 제 자세에 신경을 쓴다. 그들은 또한 자주 사람들을 웃긴다. 자기를 상처 입히면서까지 남을 웃기고 싶어 한다. 어찌 되었든 그건 허무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러나 그 한 꺼풀 아래에는 무언가 결의에 찬 마음가짐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희생정신. 다소 자포자기한 듯하며, 이렇다 할 목적도 없는 희생정신.
다자이 오사무×청춘 p.92,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살짝 스쳤을 뿐이지만 고스게는 여자가 자신에게 대단히 좋은 인상을 받도록 하지 못하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딱히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도 없으나 그 스쳐 지나간 순간에 그는 목숨을 걸고 멋진 척을 한다. 인생에 대해 진심으로 뭔가 기대한다. 그 여자와의 모든 가능성을 순식간에 이리저리 생각해고서는, 가슴 터질 듯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그런 숨막히는 순간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경험한다. 때문에 그들은 방심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도 자기 자세를 꾸미고 있는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93-94,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쪽팔리지만(속된 말인 걸 알지만 이 말밖에 안 나오네요) 이런 마음을 종종 갖고 있습니다. 꼭 이성에 국한되진 않고요.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뭔가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하는 거 같아요. 허허. 대상화 할 수 있는, 거리감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곤 합니다. 처음 만나면 나쁠 게 없으니 호감도 100점부터 시작해서 자주 볼수록 깎여가는 체계... 처음이니까 좋을 걸 알 수가 없으니 호감도 0점에서 시작한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한번도 그렇게 생각 못했는데 그 말도 타당하지 말입니다..
아! 작가란 모두 이런 존재인가. 고백하는 데도 말을 꾸민다. 나는 사람이 아닌 게 아닐까. 진정 인간다운 생활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쓰면서도 나는 내 문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100,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고스게는 요조를 안쓰럽게 여겼다. 그건 완벽히 어른의 감정이다. 말할 것도 없지만, 가여운 건 여기 있는 이 요조가 아니라 요조와 같은 처지였을 때의 자신, 혹은 처지에 대한 일반적인 추상이다. 어른들은 그런 감정에 잘 훈련돼 있어서 쉽게 남을 동정한다. 그리고 눈물 많은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다. 청년들도 이따금 그런 안이한 감정에 젖곤 한다. 어른들은 그런 훈련을, 좋게 말해 제 생활과의 타협을 통해 얻었다면, 청년들은 언제 어디서 익혔을까. 이런 시시한 소설에서?
다자이 오사무×청춘 p. 108,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공감의 반경> 책이 떠오르네요. 여기서 어른의 감정이란, 인지적 공감보단 정서적 공감...
공감의 반경 -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인간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문화와 환경 조건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피고 의식적으로 인간의 공감 수준을 바꾸려 했던 과학 연구들을 조명하면서 공감 본능의 변화를 일으키는 해법을 제시한다.
"대단한 이야기도 좋아요." 그들은 항상 전율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다자이 오사무×청춘 p.108,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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