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siouxsie 님도 남편 분이랑 오신다면서요... 나중에 다른 모임에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험험.
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장맥주
siouxsie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참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에 음? Hoxy... 세이센과 화자는 동일인물? 그래서 그렇게 집세도 안 받고 계속 두었던 것인가?했죠.
<어릿광대의 꽃>에 나오는 오바 요조나 이 작품이나 남주들 캐릭터가 겹쳐 좋았던 문장들로 제 감상을 대신할까 합니다.
장맥주
저도 두 사람이 동일인물인가 하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siouxsie
<어릿광대의 꽃>
여기 나오는 히다, 고스게, 요조 셋이 하는 짓을 보면 뒤에 나오는 <한심한 사람들>이란 제목에 딱 들어맞는 삼총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쿠타가와 님의 작품에선 뭐시기가 청춘인지 몰랐는데, 이 셋을 보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파랗기만 한 풀떼기들 같아 이 책의 주제와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근데 인간실격의 요조와 여기 나오는 요조는 캐릭터가 약간 다른 것 같네요.
아쿠타가와 님과 다자이 님의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솔직히 이해불가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곳곳에 좋은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siouxsie
“ 당신처럼 음흉하고, 소심하고, 의지도 없고, 행동도 안 하는 녀석들에게는 추문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거든. 일단은 이 동네에서는 유명해질 수 있지. 남의 부인하고 야반도주해 보는 건 어때? 응? ”
『다자이 오사무×청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29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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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헛소리도 천재의 특징 중 하나래요. 그 순간순간의 진실만을 말하는 거죠."
『다자이 오사무×청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35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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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왜 일하지 않는 거예요?"
"일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재능이 없는 거겠죠."
『다자이 오사무×청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41p ,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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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아아, 죽은 대작가는 행복하다. 살아남은 어리석은 작가는 제 작품을 한 명이라도 많은 이들이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빗나간 주석만 달고 있다. 그리고 주석투성이의 성가신 졸작을 만들어 낸다. 멋대로 하라고 뿌리치는 그런 강인한 정신이 내게는 없다. 좋은 작가는 못 되겠군. 역시 응석받이다. 그래. 대발견이네. ”
『다자이 오사무×청춘』 <어릿광대의 꽃> 135-136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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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비욘드
■■■■ 3. 우바스테, 여학생 ■■■■
8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완독파티 공지를 드리려 해요. 아직 이 책은 절반까지만 왔지만 분명 가능하리라 믿고!!
<우바스테>와 <여학생>의 감상문은 저의 이 글에 답글에 달아주시고요.
완독파티 참석 여부는 아래의 완독파티 공지 글에 답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참석 여부를 알려주시면 인원수를 파악하여 책방에 의자를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답글 주신 분들은 파티 전날 리마인더 문자도 보내 드릴게요.
siouxsie
<우바스테>
전구에 대해서 언급만 잠깐씩 하던 ‘등롱’도 이상했는데
(너무 이상해서 정말 ‘전구’인지 ‘등롱’은 없는 건지 찾아 봄)
‘우바스테’란 말이 우바->할머니 / 스테->버리다여서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장 같은 내용일 줄 알았는데, 실패한 ‘동반자살’에 대한 내용이었다니....
하지만, 제목과의 연관성에 신경 쓰지 않으면 문장들이 꽤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이 단편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내용은 자살/동반자살(실패)/우울/나약함/괴로움/지질함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아 놓은 것 뿐인데, 이상하게도 하는 말들이 꽤 제 마음에 듭니다.
코믹한 부분도 있었고요.
195p
“약에 대해서는 나밖에 모르지. 어디 보자, 당신은 이 정도만 먹으면 돼.”
“너무 적잖아. 이것만 먹고 죽을 수 있겠어?”
“처음 먹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죽을 수 있어. 나는 계속 먹었으니까 당신 열 배는 더 먹어야 해. 혹시라도 살아남으면 큰일이니까.” 살아남으면 감옥이다.
siouxsie
"죽는 거, 그만둘까?
"네, 그래요." 영화에 푹 빠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가즈에가 대답했다. "난 혼 자 죽을 생각이니까요."
『다자이 오사무×청춘』 177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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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나는 내 고통에 져서 죽는 거야. 당신을 위해 죽는 게 아니고. 나한테도 잘못된 점이 아주 많아. 사람에게 너무 의지했어. 사람의 힘을 과신했지. 그것도, 그 밖의 수치스러운 수많은 실패들도, 다 알고 있어. 어떻게든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당신도 조금은 알잖아. 지푸라기 하나에 매달려 살아왔지. 약간의 무게에도 그 지푸라기가 끊어질 것 같아서 나는 필사적이었는데 말이야. 당신도 알지?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무거운 거야. ”
『다자이 오사무×청춘』 183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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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엇! @siouxsie 님이 수집하신 문장이랑 제 문장이랑 살짝 얽혀있네요. 찌찌뽀...ㅇ...(죄송합니다)
siouxsie
뽕찌찌!
독갑
<우바스테>는 '외도한 부인과 그 부인을 여전히 신경 쓰는 남편이 동반자살하려다 실패한 이야기'라는 것 이외에는 잘 모르겠더군요. 무슨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리고 눈 쌓인 산 속에 잔뜩 젖은 채 누워서 수면제를 먹고 푹 자고 일어날 수가 있는 걸까요? 외투도 없이?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여학생>은 조금 더 참담했습니다. 읽는 내내 전혀 '여학생'을 읽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여학생은 이렇지 않거든요... '작가가 여성과 여학생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가'만 갈수록 명확해졌습니다.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의 시대에 혹여 그의 작품 '여학생'을 읽고 '나도 이 여학생처럼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 것인가' 고민했을지 모를 여학생들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냥 '내가 여학생이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 기분일 뿐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읽으셨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장맥주
저도 @독갑 님과 비슷하게 복잡한 기분으로 두 작품을 읽었어요.
「우바스테」를 읽으면서는 감탄과 반발심이 동시에 일었는데, 『인간 실격』을 읽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 두 상반된 마음이 분리되지가 않네요. 보통 사람 같으면 감히 드러낼 엄두를 못낼 자신의 지질한 구석을 솔직히 그려 보이는 데서 감탄합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은근히 ‘내가 이러니까 좀 이해해줘’ 하고 변명하는 듯한 태도는 또 못마땅합니다. 어느 쪽이 진심이었을까. 아마 양쪽 다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학생」은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저도 이 화자가 여학생일리 없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천천히 곱씹다가 든 생각은 ‘이 화자가 살아 있는 인간일리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1939년에 일본에 살았던 여학생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2024년에 한국에 사는 중년 남자인 저는 모릅니다. 다만 그 여학생도 분명 어떤 욕망과 두려움, 고민거리가 있었으리라는 사실은 압니다. 단편소설 「여학생」에는 그런 게 없어 보여요. 이 소설의 화자는 그저 이상한 말투로 주변을 관찰할 뿐입니다.
「우바스테」에는 지질하기는 해도 화자의 욕망과 두려움, 고민이 있죠. 죽고 싶다는 욕망, 아내가 실은 죽기 싫어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 사이의 고민이요. 그래서 「우바스테」의 화자는 싫을지언정 그런 사람의 존재 가능성을 부인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독갑
<우바스테>에 대한 장맥주님의 감상을 들으니 지질함의 표상과도 같은 영화를 많이 만들던 한 감독님이 새삼 생각나네요 ㅎㅎ <여학생>에 대해서도 말씀 듣고 보니 저의 불편했던 감정이 더 잘 이해됐어요. 본인이 평생 철저히 '객체'로만 인식하며 살았던 인물을 '주체'로 글을 쓰려니 그 인물을 '살아있는 인물'로 그릴 수 없었던 거겠죠. 씁쓸합니다...
장맥주
객체로만 인식했던 인물을 주체로 쓰려니 살아 있는 인물로 그릴 수 없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씁쓸하네요. 쩝...
장맥주
옮긴이의 말을 읽고 「여학생」이 독자의 일기를 상당 부분 차용한 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좀 멍해졌습니다. 표절이나 재현의 윤리를 논하는 차원을 떠나서 제게는 이 글이 실제 살아 있는 사람이 쓴 것 같지가 않았으니까요. 다자이가 손을 댄 부분이 억지스러웠던 걸까요?
독갑
말씀 듣고 저도 옮긴이의 말을 읽어봤습니다. 당황스럽네요. '아리아케 시즈'라는 이 학생이 자신의 문학성에 대한 비대한 자의식에 더해 작가에게 보일 것까지 염두에 두고 극 적으로 글을 쓴 중2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봤습니다만... 한데 이 글이 다자이 오사무의 중기를 대표하는 작품이고, '섬세한 내면 묘사'가 눈에 띄며 '사회와 불화하는 여성의 자아'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니... 그렇다면 작품을 오독한 것은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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