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Beer Bookclub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X다자이 오사무X청춘> 2편

D-29
@토끼풀b 님의 감상을 끄덕끄덕 공감하며 읽다가, 제목의 두 가지 의미에 대한 해석에 오! 라고 놀라고, '세이렌'에 오오! 하고 두 번 놀랐습니다. 저도 자꾸 세이렌(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게 했다고...)으로 읽혀가지고, 입으로 중얼중얼 소리 내면서 교정(?)했거든요. 막상 감상을 쓰면서도 자꾸 세이렌이 툭툭 튀어나와 당황했다죠.
세이센이 靑扇이란 아주 예쁜 한자더라고요. 근데 이름이랑 안 어울리게 제가 젤 싫어하는 인간실격형 인간이네요.
<한심한 사람들> 에필로그로 쓰여진 문장에서 ‘작업하던 소설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나? 그래서 급히 이야기를 조달해왔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마감이 작품을 만들었구나, 하는… 자신에 대한 한심한 마음으로 쓴 것 같은 <한심한 사람들>은 짤막한 세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주관적인 평으로 감상을 대신하겠습니다. 1. 담배가게 아가씨는 어딜가나 예쁜가보네요. ㅎㅎ저는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는 담배가게 아가씨나 의지는 약할지 모르나 사과할 줄도, 부끄러움을 느낄 줄도 아는 영화배우는 한심하기는 커녕 그들의 꽁냥꽁냥이 예뻤습니다.배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처럼 순수해보였구요. 2. 대학생은 한마디로 불쾌했습니다. 직업에 따른 선입견이라면 예술과 외설을 구분 못하는 똥멍충이든가, 여자의 마음을 간파한 거라면 그걸 이용해 능멸하려는 오만하고 어설픈 성도착증 환자 같았거든요. 여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대학생의 속삭임에 그의 속내가 묻어있었을 거에요. 3.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과장된 모습이란 진짜를 부풀린 거짓 혹은 거품인데 그 안에는 목적과 욕망이 숨어있기 마련이니까요. 그걸 들키는 순간 진짜도 사라지고 수치심만 남게 되겠죠. ‘결혼사기’라는 죄목이 잘 어울리는 한심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자이 오사무는 이 세가지를 모두 품은 사람 같았어요. 귀여우면서 불쾌하고, 한심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아서 마냥 미워하기는 좀 그런… ‘콩트집 한 편이나 될 운명의 졸문’이라는 것에는 미안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어요. 미학도 철학도, 작가의 통찰도 찾아보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대학생이 뭘 잘못한 건가요...? 나름 의외성 있는 유혹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제가 연애에 똥멍청이라서, ‘라면 먹고 갈래’의 뜻을 결혼한 다음에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눈빛과 말투가 얼마나 응큼했으면ㅎㅎ 로맨스와 성희롱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잖아요. 같은 말이리도 모든 건 한끗차이 같아요. (저 대학생에서 유지태를 떠올리게 하지 마세요. ㅠ)
저 이거 꼭 완독 파티 때 다른 분께 여쭤보고 싶어요. ^^
좋은 주제네요. 저도 제가 성급하게 판단했나? 하고 주춤했거든요. 논의를 확장하자면 미투도 참 어려운 문제에요. 남녀문제는 복잡하고 미묘해서… 판단유보 하겠습니다~^^
완독 파티에서 끝장 토론을...? ^^
그냥 전 여러분의 첫사랑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좀 다자이스럽다고 생각한 건 저뿐? 므흣) 자기 아내/남편이 첫사랑이라고 하기 없기!!!
아니 @siouxsie 님도 남편 분이랑 오신다면서요... 나중에 다른 모임에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험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참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에 음? Hoxy... 세이센과 화자는 동일인물? 그래서 그렇게 집세도 안 받고 계속 두었던 것인가?했죠. <어릿광대의 꽃>에 나오는 오바 요조나 이 작품이나 남주들 캐릭터가 겹쳐 좋았던 문장들로 제 감상을 대신할까 합니다.
저도 두 사람이 동일인물인가 하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어릿광대의 꽃> 여기 나오는 히다, 고스게, 요조 셋이 하는 짓을 보면 뒤에 나오는 <한심한 사람들>이란 제목에 딱 들어맞는 삼총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쿠타가와 님의 작품에선 뭐시기가 청춘인지 몰랐는데, 이 셋을 보면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파랗기만 한 풀떼기들 같아 이 책의 주제와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근데 인간실격의 요조와 여기 나오는 요조는 캐릭터가 약간 다른 것 같네요. 아쿠타가와 님과 다자이 님의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솔직히 이해불가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곳곳에 좋은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당신처럼 음흉하고, 소심하고, 의지도 없고, 행동도 안 하는 녀석들에게는 추문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거든. 일단은 이 동네에서는 유명해질 수 있지. 남의 부인하고 야반도주해 보는 건 어때? 응?
다자이 오사무×청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29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헛소리도 천재의 특징 중 하나래요. 그 순간순간의 진실만을 말하는 거죠."
다자이 오사무×청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35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왜 일하지 않는 거예요?" "일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재능이 없는 거겠죠."
다자이 오사무×청춘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41p ,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아아, 죽은 대작가는 행복하다. 살아남은 어리석은 작가는 제 작품을 한 명이라도 많은 이들이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빗나간 주석만 달고 있다. 그리고 주석투성이의 성가신 졸작을 만들어 낸다. 멋대로 하라고 뿌리치는 그런 강인한 정신이 내게는 없다. 좋은 작가는 못 되겠군. 역시 응석받이다. 그래. 대발견이네.
다자이 오사무×청춘 <어릿광대의 꽃> 135-136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 3. 우바스테, 여학생 ■■■■ 8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완독파티 공지를 드리려 해요. 아직 이 책은 절반까지만 왔지만 분명 가능하리라 믿고!! <우바스테>와 <여학생>의 감상문은 저의 이 글에 답글에 달아주시고요. 완독파티 참석 여부는 아래의 완독파티 공지 글에 답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참석 여부를 알려주시면 인원수를 파악하여 책방에 의자를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답글 주신 분들은 파티 전날 리마인더 문자도 보내 드릴게요.
<우바스테> 전구에 대해서 언급만 잠깐씩 하던 ‘등롱’도 이상했는데 (너무 이상해서 정말 ‘전구’인지 ‘등롱’은 없는 건지 찾아 봄) ‘우바스테’란 말이 우바->할머니 / 스테->버리다여서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장 같은 내용일 줄 알았는데, 실패한 ‘동반자살’에 대한 내용이었다니.... 하지만, 제목과의 연관성에 신경 쓰지 않으면 문장들이 꽤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이 단편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내용은 자살/동반자살(실패)/우울/나약함/괴로움/지질함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모아 놓은 것 뿐인데, 이상하게도 하는 말들이 꽤 제 마음에 듭니다. 코믹한 부분도 있었고요. 195p “약에 대해서는 나밖에 모르지. 어디 보자, 당신은 이 정도만 먹으면 돼.” “너무 적잖아. 이것만 먹고 죽을 수 있겠어?” “처음 먹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죽을 수 있어. 나는 계속 먹었으니까 당신 열 배는 더 먹어야 해. 혹시라도 살아남으면 큰일이니까.” 살아남으면 감옥이다.
"죽는 거, 그만둘까? "네, 그래요." 영화에 푹 빠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가즈에가 대답했다. "난 혼자 죽을 생각이니까요."
다자이 오사무×청춘 177p,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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