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는 일은 이야기, 즉 서사를 읽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사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소설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서사가 뚜렷하지 않은 소설은 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제 확고한 의견입니다.
이 같은 의견은 제 기자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취재가 잘 된 기사는 아무리 문장이 거칠어도 힘이 있었습니다.
반면 취재가 부족한 기사는 부족한 취재를 감추기 위해 문장으로 장난을 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뭔가 있어 보이는데 힘이 없어요.
소설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서사가 빈약하면 그 빈약함을 감추기 위해 다른 곳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는 좋은 문장을 가진 소설보다, 좋은 서사를 가진 소설이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서사는 충실한 취재와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나옵니다.
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가 다양한 서사를 쏟아내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정진영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꿀돼지
거북별85
젠가를 재미있게 읽다 작가님께서 사회파소설보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더 사랑하신다는 말씀에 먼저 읽고 있습니다
몰랑몰랑한 제목과는 달리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도 작가님의 문체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직선적이고 강한 느낌, 빠른 전개로 흡입력이 강하더라구요
아직 139쪽만 읽었지만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하고 슬프더라구요~
이 소설은 사회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내용임에도 여전히 문제점을 찬찬히 살피는 과정이 아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작가님은 참 잘 그려내시네요~
9쪽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은 견뎌낸 자들에 한해 사실이다 견디지 못한 자들은 죽거나 사라졌을 테고 죽거나 사라진 자들은 말이 없으니까.- 란 첫 문장부터 강하네요~ 사회에서 당연하게 통용되는 부분을 바로 당당하게 맞서는 듯 했습니다~ 저도 이 문장이 진실인양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했었거든요~
어머니 죽음에 관한 묘사, 애인 유민과의 이야기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도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싶었어요~
그 와중 나회장의 도움은 왜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경선이 배치된 R&D센터의 인공지능 장비를 유지,관리하는 부서는 왠지 미스테리하게 여겨졌고 작가님도 어디서 이런 설정을 착안하셨는지도 궁금했어요~
가족같은 AI기능을 갖춘 가전제품이라니 흥미롭고 사업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105쪽 스무살 혜진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늪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면 더 깊이 빠지는 법이다 몸부림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늪을 끌어안듯이 엎드려 가능한 수평으로 최대한 몸을 늪에 밀착시키고 천천히 기어나와야 한다- 어머니의 일기 속에는 혜진으로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고 쓴 고난과 좌절이 가득합니다~
스무살 사회적으로만 성인인 아무것도 모르는 혜진과 의용은 어디서 부터가 잘못된것 일까요??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이 순간에도 그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었습니다
혜진을 응원하지만 결론을 알고 있기에 더 답답하게 그 과정을 읽게 되더라구요~
여기까지만 읽어도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소용없다는 생각이 저도 들더라구요~
이 소설에서도 <젠가>김원용 대표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인생은 절대 한방에 꼬이지 않아요 서서히 잔잔하게 꼬여가지 살아남기 위해 눈을 가리고 앞으로만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꼬여있는 게 인생이야' - 음~ 작가님 소설에서는 반짝반짝이 없을까요??^^
꿀돼지
언젠가 '용기'라는 제목의 동시를 읽고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사람들이 말했습니다/용기를 내야 해/사람들이 말했습니다/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못 해요”
저마다 다른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은 얼마나 무책임합니까.
우리에겐 한계가 있으며,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못 하는 건 못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그걸 인정해야 빨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우리는 살면서 나 회장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앞서 외길수순 님에게 드린 답변에 언급했듯이 저는 내 주변 사람 10명 중 7명은 내게 무관심하고, 2명은 나를 싫어하고, 1명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새기면서 삽니다.
나 회장은 내가 무슨 실수를 하고 실패해도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1명의 사람을 상징합니다.
'나재필'은 실제로 제게 그런 존재인 분의 실명입니다.
그분께 허락을 받아 소설에 이름을 실었죠.
이 작품의 AI에 관한 아이디어는 투병 중인 아버지의 기억과 목소리를 담은 AI ‘대드봇(Dadbot)’을 직개발한 제임스 블라호스의 경험담에서 착안했습니다.
제임스 블라호스는 '당신이 알고 싶은 음성인식 AI의 미래'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제가 작품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작품에 언급되는 AI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구현할 수 있고, 상용화 된 기술입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발전된 AI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죠.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을 소설에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가 이 소설이기도 합니다.
다 언급하긴 어렵지만, 소설의 상당 부분이 제 경험담이기도 하고요.
반짝반짝한(?) 소설이 있긴 합니다.
장편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가 그런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스무 살 여대생이고, 심지어 연애소설입니다.
읽어보시면 헐! 하실 겁니다.
저도 언급하기 좀 쑥스러운 소설입니다.
거북별85
항상 작가님의 꼼꼼한 답장에 감사드립니다~^^
<용기>라는 동시 참 좋네요!! 이 사실을 몰라 고민하고 버렸던 시간들이 한가득 떠오르네요~
'나재필 '회장님 같은 분이 작가님 곁에 계시다니 어떤분일까 궁금하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저에게도 그런분이 있을지 또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상상해봅니다
<다시, 밸런타이데이>도 기회되면 읽어 보고 싶네요~ 어른이 되어서는 책임져야 할 쏟아지는 일들 속에 AI처럼 묵묵히 지내려는 중입니다 작가님 책을 읽으며 말랑말랑한 감정이 살아난다면 좋을거 같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의 혜진에게도 요즘같은 반짝반짝한 단풍과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선물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김새섬
'용기'라는 시가 참 충격적으로 좋네요.
수니펭하
소설을 다 읽은 뒤 문득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기업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를 보고 쓰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감났거든요.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소설들을 읽어보면 페미니즘이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많이 보이는데 솔직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주제는 아니잖아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꿀돼지
대한민국의 일반 성인처럼 직장 생활이나 조직 생활 경험을 해본 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 상당수가 문창과 혹은 국문과인데 취업에는 그리 도움 되지 않는 전공이죠.
그렇다고 직장인이 소설, 특히 장편소설을 쓰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긴 시간 동안 흐름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써내야 하는데 밥벌이하면서 그런 작업을 하긴 쉽지 않죠.
저도 데뷔 후 일하느라 7년 동안 한 작품도 쓰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작가의 경험이 바탕으로 깔린 허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면 취재가 철저히 이뤄져야 실감 나는 서사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만화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방대한 취재를 한 덕분에 직장인에게도 설득력 있는 서사를 펼쳐낼 수 있었죠.
그런데 취재는 충분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과정입니다.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그럴 여유를 가진 작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사 이외의 요소(문체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죠.
한국 문학이 마치 엘리트 체육처럼 대중과 유리되는 이유입니다.
저는 대중소설을 지향하는 작가이고, 서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저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선명한 서사를 가진 다양한 소설을 선보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국소설에 재미를 느끼는 독자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외길수순
< 젠가 >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인상적이네요.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을꺼리와 생각할꺼리를 던져주신 작가님 께 감사드립니다.
주인공들이 내일전선을 벗어나서도 결국 과거 트라우마와 한국사회(회사) 부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이게 현실인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되네요
< 젠가>와 같이 현실의 속살을 보여주는 사회파 소설이 많이 씌어지고 읽혀져서, 그 글들이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면면들을 드러내고 덜 부조리한 사회로 바꾸어 갈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과 같은 분들 덕택에,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00년대 초반보다는 지금의 한국사회가 좀더 투명해지고 합리적으로 변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응원합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다시, 밸런타이데이> <침묵주의보>도 출퇴근 가방에 챙겨넣어야겠습니다
꿀돼지
<젠가>를 읽으신 독자 중에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이 소설보다 더 인상적이었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정말 솔직한 마음을 적은 건데, 지나치게 솔직해서 신선했나 봅니다.
제 바람과 달리 잘 팔리진 않았지만, 출간 후 바로 드라마 제작이 결정돼 아쉬움을 덜었습니다.
언제 드라마가 방송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조금이라도 더 팔리는 알이 오겠죠.
모든 소설이 <젠가>처럼 살벌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 소설 중에 회사 생활처럼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다는 건 다양성 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을 드렸듯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작가가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선보이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다루려고 합니다.
사회파 소설가로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부지런히 쓰면서 살겠습니다.
수북강녕
2021년 7월에 <젠가>를 읽고 적어두었던 감상을 오랜만에 들춰 보았습니다.
'메이저 직종 진출에 좌절한 후 현 위치에 포지셔닝한 사람들. 학연과 지연, 성별과 라인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사회적 생존을 모색한다. ① 아예 성골이거나, ② 오로지 이 길밖에 없다는 자세로 충성을 다하는 경우가 아니면, 결국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불가촉천민처럼 취급되다 도태된다는 점에 있어 현실적으로 공감하고 흥미를 느낀 한편, 후반부에서 오히려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써놓았네요.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에 대한 다른 분들의 추천과, <다시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작가님의 수줍은 소개를 읽고, 두 권을 서가에 들여 봅니다.
꿀돼지
수북강녕님께서 적어두신 감상이 소설보다 더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본 분석입니다.
대기업에 100명이 입사하면, 그중에서 임원이 되는 신입사원의 비율이 1%도 안 된다고 하죠.
하지만 입사할 때 누구도 자신이 99%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편집국장은 하고 나올 줄 알았는데, 차장대우를 달아보기도 전에 커리어를 끝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밥벌이의 어떤 부분에서 보람을 찾고 자부심을 느껴야 할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MZ세대는 임금을 덜 받고 승진을 못 해도 좋으니 워라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죠.
그들은 아는 겁니다.
주어진 현실과 다다를 수 있는 한계를.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현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북강녕
작가님께 답글을 받으니 이렇듯 영광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되는군요! 한껏 들뜹니다.
브루스 윌리스 배우 주연의 영화 <아마겟돈>을 보면서, 굴착기술자에게 우주비행을 가르치는 것과, 우주비행사에게 굴착기술을 가르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지구를 구할 미션을 수행하는데 더 적절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는데요.
거칠고 탄탄한 일상의 사례를 조용히 품어온 조직생활 경험자로서, 문장이나 표현이 다소 빈약하더라도, 허구의 형식을 빌어 실제로 보고 겪은 일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노동 현장의 어려움을 체험 수기로 써내 수상도 하고 매체에도 실린 분이 함께 읽고 쓰는 모임에 계신데요, 문학의 형식으로 선보이면 더 의미있을 것 같기도 해서요.
대중소설에서 다양한 배경에 근거한 충실한 서사가 중요하다는 작가님 말씀에 힘을 얻습니다.
꿀돼지
영광은 무슨요. 독자님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한 일입니다.
소설 쓰기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쌓는 과정이니 당연히 문장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흥미로운 이야기여도, 주어와 술어도 맞지 않는 문장으로 감동을 주긴 어렵겠죠.
다만 소설을 쓸 때 힘을 줘야 할 부분은 문장이 아닌 이야기라는 게 제 확고한 의견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가진 작가가 결국 좋은 소설을 쓰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분들이 소설 쓰기에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이 아니더라도 에세이, 르포 등으로 자기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놓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거북별85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는 슬프면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끝까지 읽고 든 생각은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란 책 제목이 이 책의 전체를 너무나도 잘 담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힘들고 슬픈 내용들이 가득해서 아팠는데 이후 엄마의 기록을 찾아가며 엄마를 이해해가는 과정들이 엄마이기에 앞서 한명의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임이 너무 잘 느껴졌어요 꿈도 희망도 많던 분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들이 또 주인공을 통해 어느정도 이루어진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책임한 아버지가 너무 싫었는데 그 또한 힘든 삶을 근근히 버텨내던 한명이지 않았나 싶었구요
시골에서 전교 1등과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던 수재였던 엄마가 이후 집에서 껌종이 신문지등 폐지로 범우를 공부시켰던 장면에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서 뭉클하더라구요 범우는 강압적인 공부방식이 너무 싫었겠지만 고단한 삶 속에서 큰아들에게만은 자신의 절망을 물려주고 싶지않은 안간힘이 느껴졌어요~ 어머니의 서툰 표현방식의 문제였지요~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며칠동안 맴돌던 말이 있었어요
267쪽에서 엄마가 범우와 유민의 이별을 언급하는 장면이었는데 "너는 아직 그 애와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구나"란 말이었어요
살아오면서 좋은 만남이나 좋은 관계유지에 관해서만 신경썼지 제대로된 이별에 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거 같아요~
"만났던 시간만큼 미련이 남기 마련이야 뭔가 미련이 남아 있으면 울어도 보고 화를 내고 매달려보기도 해봐 그래야 제대로 이별할 수 있어"(269쪽)
앞으로 소중한 만남도 많겠지만 이별도 더 많을 수 있을텐데 엄마의 이 말이 많이 와닿았어요~
이 책도 범우가 엄마와 제대로 된 이별을 하는 과정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의 뒷부분의 글이 와닿네요~ 책을 읽고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이별해가는 과정이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작가님~^^
꿀돼지
기사 제목은 취재기자가 아니라 편집기자가 다는데, 비슷하게 소설도 제목을 작가가 아니라 편집자가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가 작가가 지은 가제인 <광화문 그 사내>였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끔 가제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가 그랬습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제목부터 정하는 게 작업의 시작인데, 그렇게 처음 정했던 제목이 끝까지 제목을 유지한 첫 사례였습니다.
작가인 저도, 편집자도, 출판사도 그보다 더 나은 제목을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보지 못하잖아요.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으니 말입니다.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에게도 어린 시절 꿈이 있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지게 됐습니다.
뒤늦게 어머니의 흔적을 쫓아다녔고, 모자이크처럼 그 흔적을 모으자 제가 평생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과정을 소설로 담아내는 과정이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결국 그 허구를 만들어내는 건 실제로 경험한 저의 몫이니 말입니다.
나중에 더 좋은 작품을 쓸 날이 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제가 쓴 장편 중에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만큼 잘 쓴 작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젠가>에 이어 그 작품까지 찾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북별85
한결같이 세심하게 답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와 <젠가> 모두 제목을 작가님이 지으셨다니 그래서 책 내용 전체를 아우를 수 있었나 싶고 작가님의 작명센스가 돋보이십니다~^^
<칼의 노래> 가제가 <광화문 그 사내>란 이야기도 알게 되고 재미있네요 이 책도 제목이 <칼의 노래>로 정해져서 참 다행이네요(누가 지은걸까요??^^)~
작가님의 책들은 내용 전개가 짜임새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빠져들며 읽기가 좋았습니다~^^
꿀돼지
<칼의 노래>가 만약 가제대로 나왔다면, 아무리 문장과 내용이 그대로여도 명작의 반열에 올랐을지 의문입니다.
편집자과 출판사(생각의나무)의 감각이 돋보인 제목 짓기였습니다.
반대로 <칼의 노래>와 비슷한 제목으로 나온 장편소설 <현의 노래>는 좀 그랬습니다.
<칼의 노래>의 후광을 받으려는 의도가 대놓고 느껴져서요.
최근에 나온 김훈 작가의 장편 <하얼빈>에는 <총의 노래>라는 가제도 붙어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가제대로 나오지 않아 천만다행입니다.
가끔은 소설보다 소설 바깥 이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살살녹아
정작가님! 12월에 에세이 나오신다는 소문이…. ㅋ
어떤 작품인가요?
꿀돼지
술안주를 주제로 쓴 <안주잡설>이란 산문집이 12월 중에 나옵니다.
살살녹아님께서 추천사를 쓰신다는 소문이…
꿀돼지
이제 그믐에서 <젠가>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10시간가량 남았습니다.
지난 29일 동안 이곳에서 독자 여러분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은 제가 어떤 작가이고 작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깊게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제 첫 산문집 <안주잡설>을 출간합니다.
소시지, 달걀, 라면, 과자 등 집안에 흔한 음식을 안주 삼아 썰을 풀어낸 산문집입니다.
소설보다 가볍고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쉽게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새 장편소설 <정치인>을 출간합니다.
<정치인>은 출간 전에 드라마 제작이 결정돼 현재 제가 직접 각본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제 첫 소설집을 출간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단편 10개 안팎이 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 여름까지 청탁받은 단편을 모두 소화한 후 가을쯤에 출간이 이뤄질 듯합니다.
제 새 작품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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