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정진영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올해는 거의 타지 못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두 번째로 국토 종주를 한 이후 1년 가까이 자전거를 못 탔네요. 바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마스크를 쓰며 라이딩하는 게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자전거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내년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페달을 밟을 수 있겠죠. 도보여행은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지만 걷다 보면 너무 지겹고, 자동차 여행은 지겹진 않지만 풍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합니다. 지금도 제가 몇 년 동안 달린 전국의 모든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눈감고 기억을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즐거워요. 자전거 여행은 도보여행과 자동차 여행의 장점만 가진 최고의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자전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니 자전거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생기네요~ 워낙 몸치다고니 그와 관련된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데 도보와 자동차 여행의 장점만 가진 최고의 여행이 있다니 참 좋을거 같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백아의 노래 '우주선'에 "왜 내 사랑은 보내준 만큼/돌아오지를 않아요"라는 가사를 듣다가 뜨끔했던 일이 있습니다. 제가 잔정이 별로 없고 무심한 놈이어서 제게 다정했던 분들께 그만큼 보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 하나 챙기기에도 벅차 헉헉거리는데 말입니다. 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제 지인의 이름입니다. 그렇게라도 챙기고 싶어서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소설을 쓰는 일이니 소설을 열심히 쓰려고 합니다. 자전거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해드리는 이유는 안전하면서도 길을 잃을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곁다리로 추진한 사업이 자전거길 조성사업인데, 그 길 덕분에 자전거 여행 인구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자전거 전용 도로여서(공도와 겹치는 구간도 있긴 합니다만) 차와 부딪힐 일이 없으니 안전합니다. 강을 따라 이어지니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표지만 따라가면 되니 길을 잃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섬진강 자전거길 구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바다를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동해안 자전거길과 제주환상자전거길도 무척 아름답고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작년 초봄에 제주 여행 할 때 제주도를 한 바퀴 자전거로 돌아볼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그래도 머물렀던 한 펜션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주길래 노을해안로에서 자전거를 꽤 탔는데요, 구간의 어떤 지점에서 꼭 마치 이대로 가다가는 바다에 빠질 것 만 같은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어요, (길은 실제로 전혀 위험하지 않은데 오른쪽으로 커브가 져서 이어지는 길이 안 보이다 보니 마치 바다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이 느껴졌어요.)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하고 좋았어서 생각이 나네요. 자전거 여행은 정말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고 모든 면에서 다 좋습니다. 자전거 여행의 유일한 단점은 오르막입니다. 오르막 올라가다 성격 다 버립니다.
저는 오르막을 만나면 성격 버리기 전에 안장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끌바'라고 하죠? 자전거를 두 손으로 끌고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갑니다. 6년 전 처음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을 때, 무리하게 오르막에서 페달을 밟다가 관절에 무리가 와서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던 일이 있습니다.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 라이더들보다 훨씬 느리고 지루하지만, 제 무릎과 근육이 그 정도로 내구성이 좋진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대신 평지에서 노는 시간을 줄이고 느리게, 대신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국토종주의 종착점인 부산 을숙도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고 있는데, 한참 앞서 나갔던 라이더가 뒤늦게 와서 제가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보고 언제 왔느냐며 놀라더군요. 저는 남들처럼 폼나게 업힐을 올라갈 무릎과 근육은 부족하지만, 인내력과 지구력은 좋았던 겁니다. 그렇게 4년 가까이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느리게 달리니 전국의 모든 자전거길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목에는 국토종주 인증 메달, 4대강 자전거길 종주 메달,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메달이 차례로 걸렸습니다. 소설 쓰기도 비슷합니다. 저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평단이 주시하는 대단한 작가도 아닙니다. 그래도 20년 가까이 꾸준히 쓰다 보니 몇 작품을 세상에 낼 수 있었고, 이렇게 여러분과 의미 있는 자리에서 제 작품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얻었습니다. 느리게 부지런히 쓰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목에 국토종주 그랜드슬램 메달 같은 무언가가 걸릴 날이 오지 않을까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오르막을 만나 성격을 버릴 것 같으면 말이죠. 그냥 '끌바' 하시면 됩니다.
작가님의 자전거 여행 이야기는 짧은 글임에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후에라도 작가님의 자전거 여행에 관한 팁과 이야기를 곁들인 책을 내면 어떨까 합니다~~ 앞으로 경제도 안좋아지면 사는 것도 팍팍해질테고 그러면 적은 돈으로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방법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싶네요~ '끌바'는 자전거 문외한이라 모르지만 궁금해지네요 나중에 배워봐야겠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에서 주인공이 아빠를 찾아 강릉 간 장면을 읽었는데 앞부분에서 그렇게 욕하게 만들던 아빠인데 여기서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깊이 느껴져서 ~ 음 정말 가족은 애증의 관계인가 봅니다~ 나의 편함을 위한 무지와 외면이 가족에게도 이후 나에게 이렇게 상처가 된다니 각성하게 되네요~ 자전거 여행에 관한 작가님의 글은 기대됩니다~작가님의 글은 끌어들이는 힘이 강하신 편이시더라구요~~^^ '느리지만 부지런하게',' 인내력과 지구력'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모습인거 같습니다~~저도 지칠때도 있지만 저를 이끄는 단어들입니다~~~
저도 자전거는 미니벨로를 겨우 타는 수준입니다만, '끌바'는 끌고가는 바이크의 약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오르막에서는 무리해서 자전거를 타지 않고 그냥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것이지요. 오르막을 만나 성격을 버릴 것 같으면 그냥 '끌바'를 하라는 작가님 말씀, 왠지 너무 문학적인데요. 인생에서도 그렇죠. 오르막 무리하게 오르다 허벅지는 터져나가고 바닥인 인성 다 드러나고 울고 싶은 때가 있는데요, 그냥 끌바해라~ 명심하겠습니다. ^^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에서는 저도 아빠가 짠하더라구요. 일하시면서 혼자 사시는데,,, 엄마와 아빠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는 나와 같은 한 인간이라는 게 슬펐어요.
실은 제가 처음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할 때 미니벨로로 달렸습니다. 미니벨로는 동네 마실용인데, 뭣도 모르고 휴대하기 좋은 물건을 사야겠다는 생각만 하는 바람에 실수했습니다. 덕분에 미니벨로로 국토종주에 성공하는 어처구니없는 기록과 추억을 남겼지만, 당시에는 아무리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아 환장하겠더군요. 무식해서 용감했습니다. 그 후에는 저렴한 하이브리드 한 대를 장만해 전국을 열심히 달렸습니다. 우리에게 부모님은 처음부터 부모님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아니었던 시절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쓰는 일은 부모님 또한 저와 똑같은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도 부모님께 잘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자식은 영원히 짝사랑인가 봅니다.
고쿠라29님 답장 넘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끌바'가 그런 뜻이군요 간단한 용어에 심오한 뜻이 느껴집니다~ 저도 예전엔 무조건 노~~~력에 촛점을 두었는데 요즘엔 부는 바람에 제 돛을 맡길 때도 있습니다 오르막길의 '끌바'도 왠지 그런 느낌이 드네요 고쿠라29님의 자전거 도로 추천인 노을해안로 글만 보아도 푸른빛이 느껴져서 가고 싶어지더라구요~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아직 읽고 있는 중이지만 가족 중에 진정한 빌런은 없나 싶었어요~ 그래도 너무 상처를 주고받아서 안타깝고 아프더라구요ㅜㅜ 그리고 그믐 플랫폼은 매번 변신하며 발전 중인가봐요~요즘 책가도에 빠져 있는데 첫화면에 비슷한 그림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으핫! '끌바'는 별것 아닙니다. 그냥 '끌고 가는 바이크'를 줄여 부르는 은어입니다. 무리하게 페달을 밟으며 폼을 잡다가 무릎이 나가는 일보다, 무사히 완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오르막이 보이면 바로 겸손하게 '끌바'입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쓰는 일은 제가 가족에 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꽤 오래됐는데, 이 소설을 쓰며 조금이나마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 아니더라도, 글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일은 의미 있는 경험입니다. 글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생각에 질서를 부여해주더군요. 거북별85님도 무언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 때문에 괴로운 일이 생긴다면 글로 상황을 정리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와!! 감사합니다~ 오르막이 보이면 바로 겸손하게 '끌바'로 완주하기!! 글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생각에 질서를 부여한다 등 오늘도~~ 즐겁게 배우고 갑니다!!^^ 문체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다양한 서사를 선보이는 소설들이라니!! 멋지군요!! 전 우리나라 예전 소설들이 유달리 문어체 느낌이 강해 원래 그렇게 써야지만 작가가 되는 줄 알았거든요~ 확실히 엘리트처럼 대중과 괴리된 글보다는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대중들에게 더 크게 와닿고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거 같네요~ 점점 그렇게 되길 기대합니다!!
소설을 읽는 일은 이야기, 즉 서사를 읽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사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소설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서사가 뚜렷하지 않은 소설은 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제 확고한 의견입니다. 이 같은 의견은 제 기자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취재가 잘 된 기사는 아무리 문장이 거칠어도 힘이 있었습니다. 반면 취재가 부족한 기사는 부족한 취재를 감추기 위해 문장으로 장난을 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뭔가 있어 보이는데 힘이 없어요. 소설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서사가 빈약하면 그 빈약함을 감추기 위해 다른 곳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는 좋은 문장을 가진 소설보다, 좋은 서사를 가진 소설이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좋은 서사는 충실한 취재와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나옵니다. 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가 다양한 서사를 쏟아내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젠가를 재미있게 읽다 작가님께서 사회파소설보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더 사랑하신다는 말씀에 먼저 읽고 있습니다 몰랑몰랑한 제목과는 달리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도 작가님의 문체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직선적이고 강한 느낌, 빠른 전개로 흡입력이 강하더라구요 아직 139쪽만 읽었지만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하고 슬프더라구요~ 이 소설은 사회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내용임에도 여전히 문제점을 찬찬히 살피는 과정이 아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은 문제를 작가님은 참 잘 그려내시네요~ 9쪽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은 견뎌낸 자들에 한해 사실이다 견디지 못한 자들은 죽거나 사라졌을 테고 죽거나 사라진 자들은 말이 없으니까.- 란 첫 문장부터 강하네요~ 사회에서 당연하게 통용되는 부분을 바로 당당하게 맞서는 듯 했습니다~ 저도 이 문장이 진실인양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했었거든요~ 어머니 죽음에 관한 묘사, 애인 유민과의 이야기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등도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싶었어요~ 그 와중 나회장의 도움은 왜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경선이 배치된 R&D센터의 인공지능 장비를 유지,관리하는 부서는 왠지 미스테리하게 여겨졌고 작가님도 어디서 이런 설정을 착안하셨는지도 궁금했어요~ 가족같은 AI기능을 갖춘 가전제품이라니 흥미롭고 사업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105쪽 스무살 혜진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늪에 빠졌을 때 허우적거리면 더 깊이 빠지는 법이다 몸부림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늪을 끌어안듯이 엎드려 가능한 수평으로 최대한 몸을 늪에 밀착시키고 천천히 기어나와야 한다- 어머니의 일기 속에는 혜진으로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고 쓴 고난과 좌절이 가득합니다~ 스무살 사회적으로만 성인인 아무것도 모르는 혜진과 의용은 어디서 부터가 잘못된것 일까요??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이 순간에도 그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었습니다 혜진을 응원하지만 결론을 알고 있기에 더 답답하게 그 과정을 읽게 되더라구요~ 여기까지만 읽어도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소용없다는 생각이 저도 들더라구요~ 이 소설에서도 <젠가>김원용 대표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인생은 절대 한방에 꼬이지 않아요 서서히 잔잔하게 꼬여가지 살아남기 위해 눈을 가리고 앞으로만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꼬여있는 게 인생이야' - 음~ 작가님 소설에서는 반짝반짝이 없을까요??^^
언젠가 '용기'라는 제목의 동시를 읽고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사람들이 말했습니다/용기를 내야 해/사람들이 말했습니다/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못 해요” 저마다 다른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은 얼마나 무책임합니까. 우리에겐 한계가 있으며,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못 하는 건 못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그걸 인정해야 빨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우리는 살면서 나 회장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앞서 외길수순 님에게 드린 답변에 언급했듯이 저는 내 주변 사람 10명 중 7명은 내게 무관심하고, 2명은 나를 싫어하고, 1명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새기면서 삽니다. 나 회장은 내가 무슨 실수를 하고 실패해도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1명의 사람을 상징합니다. '나재필'은 실제로 제게 그런 존재인 분의 실명입니다. 그분께 허락을 받아 소설에 이름을 실었죠. 이 작품의 AI에 관한 아이디어는 투병 중인 아버지의 기억과 목소리를 담은 AI ‘대드봇(Dadbot)’을 직개발한 제임스 블라호스의 경험담에서 착안했습니다. 제임스 블라호스는 '당신이 알고 싶은 음성인식 AI의 미래'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제가 작품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작품에 언급되는 AI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구현할 수 있고, 상용화 된 기술입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발전된 AI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죠.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을 소설에 설득력 있게 담아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가 이 소설이기도 합니다. 다 언급하긴 어렵지만, 소설의 상당 부분이 제 경험담이기도 하고요. 반짝반짝한(?) 소설이 있긴 합니다. 장편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가 그런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스무 살 여대생이고, 심지어 연애소설입니다. 읽어보시면 헐! 하실 겁니다. 저도 언급하기 좀 쑥스러운 소설입니다.
항상 작가님의 꼼꼼한 답장에 감사드립니다~^^ <용기>라는 동시 참 좋네요!! 이 사실을 몰라 고민하고 버렸던 시간들이 한가득 떠오르네요~ '나재필 '회장님 같은 분이 작가님 곁에 계시다니 어떤분일까 궁금하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저에게도 그런분이 있을지 또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상상해봅니다 <다시, 밸런타이데이>도 기회되면 읽어 보고 싶네요~ 어른이 되어서는 책임져야 할 쏟아지는 일들 속에 AI처럼 묵묵히 지내려는 중입니다 작가님 책을 읽으며 말랑말랑한 감정이 살아난다면 좋을거 같습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의 혜진에게도 요즘같은 반짝반짝한 단풍과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선물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요~
'용기'라는 시가 참 충격적으로 좋네요.
소설을 다 읽은 뒤 문득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한국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기업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를 보고 쓰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감났거든요.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소설들을 읽어보면 페미니즘이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 많이 보이는데 솔직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주제는 아니잖아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의 일반 성인처럼 직장 생활이나 조직 생활 경험을 해본 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 상당수가 문창과 혹은 국문과인데 취업에는 그리 도움 되지 않는 전공이죠. 그렇다고 직장인이 소설, 특히 장편소설을 쓰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긴 시간 동안 흐름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써내야 하는데 밥벌이하면서 그런 작업을 하긴 쉽지 않죠. 저도 데뷔 후 일하느라 7년 동안 한 작품도 쓰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딜레마입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작가의 경험이 바탕으로 깔린 허구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부족하면 취재가 철저히 이뤄져야 실감 나는 서사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만화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방대한 취재를 한 덕분에 직장인에게도 설득력 있는 서사를 펼쳐낼 수 있었죠. 그런데 취재는 충분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과정입니다.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 그럴 여유를 가진 작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사 이외의 요소(문체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죠. 한국 문학이 마치 엘리트 체육처럼 대중과 유리되는 이유입니다. 저는 대중소설을 지향하는 작가이고, 서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저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선명한 서사를 가진 다양한 소설을 선보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국소설에 재미를 느끼는 독자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젠가 >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인상적이네요.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을꺼리와 생각할꺼리를 던져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주인공들이 내일전선을 벗어나서도 결국 과거 트라우마와 한국사회(회사) 부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이게 현실인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되네요 < 젠가>와 같이 현실의 속살을 보여주는 사회파 소설이 많이 씌어지고 읽혀져서, 그 글들이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면면들을 드러내고 덜 부조리한 사회로 바꾸어 갈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과 같은 분들 덕택에,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00년대 초반보다는 지금의 한국사회가 좀더 투명해지고 합리적으로 변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응원합니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다시, 밸런타이데이> <침묵주의보>도 출퇴근 가방에 챙겨넣어야겠습니다
<젠가>를 읽으신 독자 중에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이 소설보다 더 인상적이었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정말 솔직한 마음을 적은 건데, 지나치게 솔직해서 신선했나 봅니다. 제 바람과 달리 잘 팔리진 않았지만, 출간 후 바로 드라마 제작이 결정돼 아쉬움을 덜었습니다. 언제 드라마가 방송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조금이라도 더 팔리는 알이 오겠죠. 모든 소설이 <젠가>처럼 살벌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 소설 중에 회사 생활처럼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다는 건 다양성 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을 드렸듯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작가가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선보이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소설로 다루려고 합니다. 사회파 소설가로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부지런히 쓰면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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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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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독서를 함께 해요.
[NETFLIX와 백년의 고독 읽기]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IMF외환위기 다시 보기1]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어요.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사랑의 이해" / 책 vs 드라마 / 다 좋습니다, 함께 이야기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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