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닌>과 닮은 꼴이니까 마저 읽어보자.

D-29
<멜라닌>과 마찬가지로 이방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 이어 볼 수 밖에 없다.
욕망은 행위를 위한 나침반 같아서, 인간은 대체로 이유 없이 그것에 휘둘린다.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고, 그보다 참담한 건 그걸 인지한다고 해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새벽의 그림자 p.11, 최유안 지음
경찰로 근무하는 동안 해주도 많이 봤다. 스스로 죽고, 남을 죽이기도 하고, 죽이고 싶기도 하고, 서로 해를 입히기도 하는 그런 일은.
새벽의 그림자 p.14, 최유안 지음
...? 뭔가 문맥상 느낌이 이상한데 기분 탓이겠지...?
수사는 이야기의 궤를 맞추는 작업이다. 수사를 하다 보면 사실상 사건의 동기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사건의 배경, 범인의 캐릭터, 인과관계. 그 모든 과정이 머릿속에 한 번에 잘 그려지면 사건의 용의자를 찾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사관이 자신의 이야기 안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용의자로 특정한 이가 용의자가 아닐 수도 있고, 용의자가 둘일 수도 있고, 용의자가 죽거나 이탈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이게 작가와 수사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수사관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스토리를 아주 쉽게 버리고 곧바로 새로운 스토리를 짜야 한다.
새벽의 그림자 p.46, 최유안 지음
수사를 하다 보면(물론 해주에게 수사라는 말이 이미 어색하긴 하지만), 대체로 어떤 감에서부터 한 발 진척된다. 직감이나 육감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결국 사소함을 단서로 찾아낸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이다. 그렇게 단숨에 잡힌 어떤 감, 그것을 공유하고 설득하고 회의감을 정화조에 걸러내며 다시 한 발을 뻗어야 한다.
새벽의 그림자 p.49, 최유안 지음
어째서 인연이란 이렇게 질길까. 왜 한 사람과의 인연이 운명의 다음 장을, 또 그다음 장을 이어나가게 하는 걸까.
새벽의 그림자 p.58, 최유안 지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모르면 편하다. 해주는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미 안다. 용준이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들은 원치 않는 타이밍에 끼어드는 경우가 더 많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의지와는 별개로 어떤 사건이 나를 이미 점찍어 두었다는 듯이, 우아하고 갑작스러운 밀물처럼 나에게 몰려온다.
새벽의 그림자 p.93 , 최유안 지음
우와!!!
궁금한 거 있으시면 환영이에요! :)
어엇 반갑습니다. 저 위에 제가 읽다가 궁금해서 체크해놓은 부분이 있는데 사알짝 봐주십셔. 걍 제 느낌 탓인 거죠? 뭔가 탈북자 이야기가 담장에 첨 나와야 할 거 같은데 미리 나온 느낌적 느낌이 들어서요.
저 방금 확인했어요~ 말씀 주셔서 감사해요! 그 부분을 만들 때, 해주가 동영상을 보는 부분, 탈북자라는 걸 아는 부분, 해주의 감정, 이렇게 세 가지를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윤송이가 북한 출신이라는 대화 다음에 있던 문장을 앞으로 옮긴 것들도 많은데 그러면서 잡지 못했네요. 중쇄를 찍게 된다면 '연고가 없는 여성의 죽음이'라고 고쳐야겠네요!
으아앗 제가 작품이 한 몫 한 겁니까. (기쁨) 잘 보고 있심다. 낼 완독하겠심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감각으로 쭉 읽느라 잘 적응 못했는데, 3장부터는 특유의 분위기로 받아들이며 보니까 즐거운 독서가 되고 있심다.
말씀들으니 저도 기쁘네요! :)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것은 늘 두렵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느냐, 주저앉아 숨어버리느냐. 선택할 수 있는 건 늘 겨우 그것뿐이다.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가.
새벽의 그림자 P.148, 최유안 지음
불안은 사람의 감정을 면밀하게 조종하는 법이다. 불안이라는 불씨를 지피면 사람들은 행동한다. 화는 효과적으로 인간을 행동에 이르게 한다. 인간은 자신의 선을 증명하고 싶어 하고, 화를 내는 건 자신의 정의를 입증하는 일이니까. 그것이 용준의 입을 통해 들은 칸트의 주장이었다. 자신의 정당성과 의도의 순수함을 위해 사람들은 화를 낸다. 그래야 자신이 선이라고 믿는 것들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화를 촉발시킨 무언가에 집중한다. 자신의 선을 침해하는 원인을 제거하면 화가 풀릴 테니까.
새벽의 그림자 P.149~150, 최유안 지음
해주는 행복을 생각할 때면 여전히 용준의 말을 되새김질 한다. 행복이란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자극을 계속 받는게 아니고, 그저 불행하지 않은 마음이다. 그러면 불행을 불행으로 인지하지 않는 게 행복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는 사람들이 행복을 말할 때, 해주는 속으로 그 단어를 삼켜버린다. 그날 돗자리 위에서 해주가 행복하다고 했던 말이, 그 뒤로 벌어진 모든 사건을 기억해내는 편집점의 가장 서두에 있기 때문이다.
새벽의 그림자 P.158~9 , 최유안 지음
용준을 만나기 전, 어둠에는 소리가 없다고 해주는 생각했다. 적어도 용준이 그런 해괴한 말을 늘어놓기 전까지는 그랬다. "형, 어둠이 들려?" "어둠은 보이는 거지 들리는 게 아냐." 해주가 그렇게 대꾸하자 용준이 말했다. "윗집 사람이 쿵쿵대는 소리, 그게 어둠의 소리지. 어둠이 살아 있다는 소리잖아."
새벽의 그림자 p.181~2, 최유안 지음
완독 후 맨 앞으로 돌려 프롤로그를 다시 보니, 아아 이런 장면이었군 했다. 내친김에 1장을 다시 읽었다.
기브 앤 테이크 문화를 잘 이해하는 해주는 대가 없이 주는 애정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빚지지 않는 이상 남에게 굳이 먼저 도움을 줄 이유는 없는 법이었다.
새벽의 그림자 P.37, 최유안 지음
수사는 맥락을 읽는 일이다. 맥락을 살피기 위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살피는 건 당연하다. 좀처럼 틈을 주지 않으려는 인물에게서도 실오라기를 잡아야 하지만, 지금은 빠질 타이밍이다.
새벽의 그림자 P.56, 최유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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