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

D-29
AI에 대한 생각이 너무 흥미롭습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JEAN 님의 생각에 동의가 되어요.
AI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 뇌의 작동방식과 상당히 비슷한데, 주인공의 뇌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호르몬 K로 인해 수상돌기가 무척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컴퓨팅 연산 능력을 이용해 인공신경망을 구성하는 파라미터 값들을 세팅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하는 AI의 신경망 규모와 파라미터 개수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는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AI가 계속 발전하면 그레코와 레이놀즈 같은 초지능이 출현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경우 AI가 인간을 보는 관점이 그레코가 '하위' 인간들을 보는 관점이랑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레이놀즈처럼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일들에 관여를 할 수도 있겠구요. 인공지능 개발자들이나 관련된 책임자들이 그레코를 치료하고 테스트했던 의사들보다는 더 현명하길 바래야겠네요.
아, 저도 초지능을 지니게 된 인간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AI가 떠올랐어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은유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실제로 이런 초지능이 현실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뉴런 증가보다는 AI 기술 발전이 가까울 것 같아서요. '멋진 신세계' 안 읽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는 명문 집안 출신의 영국 작가로서 광범위한 지식뿐 아니라 예리한 지성과 우아한 문체, 그리고 때로는 냉소적인 유머 감각으로 유명하다. 그가 1932년에 발표한 작품 <멋진 신세계>는 금세기에 미래를 가장 깊이 있고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이해’도 재밌었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읽는 게 한층 더 재밌고 어려워요 ㅎㅎ 진짜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0으로 나누면’을 읽습니다. 저는 이 소설집 전체에서 이 소설이 가장 어려웠어요. 수학바보라서 그런가 봐요. 여러분의 많은 해석을 기대합니다. 저는 지금 남해에 와 있어요.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댓글 달고 있습니다. 노트북이 없어 폰으로만 접속해서 그런지 읽기도 쓰기도 얄팍해지네요. 그래도 책은 가져왔답니다. ‘0으로 나누면’ 내일부터 시작해요~ but 일정이나 순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읽고 댓글 달아주세요. 더위 조심하시구요~
작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에 대해 @소유 님께서 해석을 잘 해주셨어요. 수학에 관한 이야기와 현실 속 르네와 칼의 이야기가 나란히 진행되지요. 수학에 관한 이야기는 a와 b에 나오는 르네와 칼의 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수학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수학의 세계에 등장했던 이론과 증명을 언급해 수학의 세계가 어떻게 변해갔는지 보여줍니다. 러셀과 화이트헤드의 논리주의, 힐베르트의 형식주의는 완벽함을 추구했다고 해요. 그런데 괴델이 불완전성 원리를 증명해 러셀과 힐베르트의 이론을 무너뜨렸다고 합니다. 괴델의 정리는 수학의 세계에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거죠. "수학과 물리학에서 일어난 이러한 학문적 혁명은...'확실하고 절대적인 진실은 없고, 불확실하고 상대적인 진실만 존재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송용진, 《수학자가 들려주는 진짜 논리 이야기》, 10장, 77%) 수학계에서 일어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 작품에서는 수학자인 르네에게 일어납니다. 르네의 수학 세계가 아마도 러셀, 힐베르트처럼 무모순을 추구하는 방법에서, 괴델처럼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르네가 혼란스러워했고요.
수학자가 들려주는 진짜 논리 이야기 - 복잡한 세상에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논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논리와 관련된 이런저런 유익한 지식’을 얻어 논리와 친해질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었다. 이 책은 수학자의 장점을 살려 진짜 논리학에 대해 쓴 색다른 대중적인 논리책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학의 명제가 현실에 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불확실하며, 명제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145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이 작품에서 작가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르네는 마지막에 이 말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된 것 같고요.
그렇네요. 그렇담 르네의 절망은 나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고 봐야겠어요. 깨끗한 진공의 완벽한 논리세계가 수학의 최종 심급으로 결론나지 않는 걸 알게 되는….
저도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인류는 개수를 세면서 수라는 개념을 창조해냈을텐데, 그렇다고 '1=1'이라는 수식이 현실에 존재하는 두 개의 사과가 동일하다는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것 처럼..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류는 불확실한 수학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진짜 깔끔하게 이해되네요. 추천해 주신 수학 도서도 읽어 봐야겠어요!
아…! 말하자면 르네는 괴델의 소설 버전인 건가요? (괴델이 르네처럼 혼란을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정말 르네가 소설 속에서 보이는 혼란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네요! 이 책, 궁금하네요. 읽어봐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르네의 혼란이 패러다임의 전환(괴델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 긍정적인 고통이라면 칼도 그럴 수 있겠어요. 자신은 남과 동일해지는 능력(공감 능력, 감정이입)이 있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발견하는 것. 이것도 어쩌면 수학의 관념적 안정성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현대적 깨달음(마치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과 심리 쪽에서 종류가 같은 발전일지도요.
칼은 이해, 공감에 있어 완벽을 추구한 것 같아요.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란 불가능한데... 앞으로 칼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의 감정. 생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니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사람들에겐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으니.
칼이 이해, 공감에 있어 완벽을 추구했다는 것,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에 그토록 괴로웠던 거겠죠. 칼은 완벽주의자 성향인 걸까요? 칼과 르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소설 내용만 보면 비극적 결말이 예상돼요, 저는... ㅠㅠ
칼의 깨달음은 개인적 의미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인 것 같아요. 개인의 성정에 공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나름대로 구축해놓은 패러다임(이 용어가 이 경우에도 적절한지는 모르겠어요)이 흔들리는 상황이니까요. 사실 개인의 삶을 놓고 보면 수학이나 과학의 패러다임 전환 자체는 즉각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요, 학자가 아닌 이상.(사회적으로는 큰 변화를 가져올 테고 그게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겠지만요.) 어쩌면 칼이 경험한 '나'라는 존재의 혼란은 학문적 패러다임의 전환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수학계에서 일어났던 패러다임의 전환이 르네 한 사람에게서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르네는 어릴 적부터 수학자로 인정받을 때까지 러셀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수학 체계를 오래 확고하게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방법으로 수학을 바라보기 시작한 거죠. 오랫동안 종교처럼 믿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걸 힘들어했고요. 르네는 괴델 한 사람의 역할만 한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러셀의 역할도 한 셈이죠. 괴델이 혼란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르네 한 사람 안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게 매우 역동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들 변하긴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라 그런지 르네도, <바빌론의 탑>의 힐라룸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으로 변하네요.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3766?sid=105 작가가 러셀의 이야기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요?
오오 러셀에게 이런 고통이 있었군요….(소설 3장에선 화이트헤드랑 둘이서 신나게 논리세계를 구축한 느낌이었는데요.) 진짜 러셀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법도 하네요.
오늘부터는 0으로 나누면이네요. 사실 0으로 나눈다는 것의 수학적 의미를 제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0으로 나누는 것을 인정한다면 1과 2는 같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두 개의 수도 같다고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모든 수가 같다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이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낸 르네는 엄청 혼란스러운 거겠죠. 근데 이게 가능한 걸까요? 소설이라 그런 걸까요?
저도 이 소설의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1=2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타당한 방식으로 증명된 경우를 가정해서 쓴 소설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0으로 나눈다는 건 예시인 것 같아요. 0으로 나누는 것이 인정되면 1=2라는 명제가 증명될 수 있는데, 수학에서는 0으로 나누는 걸 인정하지 않죠. 찾아보니까 이걸 설명한 블로그 글이 있네요. (https://blog.naver.com/jameskaret/222090275186) 그런데 주인공 르네는 0으로 나누는 것과 같이 수학에서 인정되지 않는 규칙들을 사용하지 않고 타당한 규칙들만 사용해서 1=2라는 걸 증명한 것 같아요. 저로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어쨌든 그런 경우를 가정해서 쓰여진 소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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