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

D-29
테드창의 상상력은 가히 장난 아니다 싶어요. 시냅스 양의 임계량(한계)에 따른 능력의 발달 과정을 보여 주는데.. 그 과정이 거의 끝장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느꼈습니다. 바르트의 텍스트론에 따르면 에크리튀르(감옥?)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우리는 어떤 언어적 세계관의 한계에 구조적인 노예로 살고 있다란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무구한 언어라는 것이 존재 할 수 있는가란 질문도 있었던 것 같구요. 그런 언어의 설계. 유체이탈한 나가 다중인격화된 나 자신을 구획해 조망할 수 있는 경지. 자기 객관화의 끝장 버전인듯. 현상들의 배후에 있는 데이터들을 파악해서 어떤 법칙을 발견한다는 것이 엄청난 거라는 것을, 넷플릭스에서 다큐로 본 벤포트의 법칙이 있는데요. 그러한 사람들의 관찰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싶더라구요. 함 보시면 재미있습니다. 복잡계의 세계에 어떤 논리적 코스모스를 지속적으로 연결지어 구축. 어떤 증명이든지 절대 증명할 수 없는 공리를 하나이상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불완전성 정리?? 인걸로 알 고 있는데... 유기적으로 논리적 체계가 변화하는 방식으로 책에서 설명 한 것 같은데.. 이해는 못하지만... 괴델이 말하는 불완전성 정리의 논파(?) 위와 비슷하게 논리철학에서는 어떤 명제의 참은 어떤 논리적 세계에서 참이지만, 그 논리적 세계를 벗어나면 그 어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다라는 맥락이 있는데.. 어떤 전제를 끝까지 묻고 나가다 보면 근거의 근거없음을 발견한다라는.. 뭐 대충 그런 내용인데.. 사후적으로 우리는 뭔가를 이해하지만, 시간의 요소가 계속 치고 들어 오니까.. 사전적으로는 완벽히 알기 어렵다??여서..?? 결국 마지막에는 뇌의 임계량의 한계를 떠난 인공뇌의 개발을 시급히 이루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고뇌까지..  '나는 미를 사랑하고 레이놀즈는 인류를 사랑한다' 로 진행되는 후반부는 또 다른 맥락에서 흥미로운 전개가 되어서 손에 땀이 나더라고요.ㅎㅎㅎ 일단 레이놀즈가 싫었어요. ㅋ 이건 유토피아 논쟁으로 다룰 법한 내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완전한 유토피아는 완전한 디스토피아와 동일한 거니까..(?) 우리는 어떤 관념을 벗어 날 수 없지만, 이데올로기(관념)은 그저 폭력이니까...요.. 레이놀즈가 생각하는 미래상이 주인공이 하는 일과 배치되는 측면에서 그를 죽인다라는 것이 조금 납득은 되지 않았어요.. 나는 성인은 아니지만 구세주가 되겠다...라.. 왜 이렇게 배치 했나 생각해 보게 되네요. 미와 인류의 대결구도...주인공이 미를 사랑하지만 ... 인류를 해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숭고함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인류를 해하는 방향이 된다라는 건가..?? 아마도 논쟁 지점을 포착해서 보여 주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긴 하네요.. 재밌습니다.
저도 레이놀즈가 싫습니다.ㅎㅎ 유토피아는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요. 모든 게 통째로 함께 존재하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통제로 그 세상을 유토피아화한다? 초지능을 가져서 세계의 전체 모양을 알게 된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일까? 의문을 가졌었어요.ㅎㅎ (“클라라와 태양”에서 인공지능 클라라는 무한히 현명해지는데, 무한히 수용적이고, 그러면서 우리가 모르는 것을 말없이 알고 있고, 우리가 이해 못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만 나왔던 기억이..) 그래서 테드 창이 천재적이긴 하나 그 시대를 벗어날 순 없었던 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작품을 쓰던 시대) 인간에 대해서도 지능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고 전제하고 있구나 하고. 그레코가 자기 뇌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인공뇌가 시급하다 하면서, 개인이 보조로 쓰는 인공 신경망 얘길 했는데, 요즘의 방식은 인공뇌도 굉장히 집합적이잖아요. 인간도(몸과 정신 모두) 집합적으로 존재하고(집단 무의식까지 포함..) 인공지능의 존재방식도 그러니까. (인류가 주는 무한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발달하고 존재하는..) 여튼 저도 잘 모르기 땜에 혼자의 상념에 가깝습니다.ㅎ
말해주신 언어의 특성이 흥미롭습니다. 논리 철학 이야기도.. 감사합니다~.
바르트의 텍스트론, 논리철학 흥미롭네요! 저는 읽을 때는 레이놀즈에 대해 반감이 없었는데 @ssaanngg 님과 @소유 님 대화를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레이놀즈보다 그레코가 인류에 덜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다시 작품을 들여다 보게 하네요. @ssaanngg 님이 이야기한 자기 객관화의 끝장 이라는 점 너무 공감합니다. 저토록 초인지가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이토록 표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늦게나마 첫 댓글을 올려봅니다.. SF 장르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해보는데, 확실히 쉽지 않네요ㅎㅎ 흥미로운 이야기에 몰입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문장 하나하나의 기반이 되는 배경 지식의 깊이가 느껴지고 거기서 오는 일종의 경외감과 함께 읽어가게 되네요.. '이해'에서는 소위 천재가 된다는 느낌을 간접체험 해보면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ㅋㅋ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개 의식을 집중하고, 그런 상태에서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면 비유를 활용해본다던가, 반복을 통해 체화한다던가, 그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어쩌면 그 개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저 같은 경우, 중고등학교때 물리를 공부한다긴보다, 물리 시험에서 맞는 답을 고르는 방법을 익혔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과정을 일체로 필요로 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개념을 학습하고 오류 없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천재들에게 주어진 능력이겠죠.. 이런 능력을 지니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 부럽습니다ㅋㅋㅋ 마지막 부분의 레이놀즈와 그레코의 대결에서, 그레코는 자신의 의식을 모방하는 시뮬레이터를 구축하고, 레이놀즈의 공격에 붕괴되면서 이 구조를 통해 게슈탈트를 인식하는 관점을 얻었다고 언급합니다. 여기서 저는 컴퓨터와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가상 머신(컴퓨터 안에서 돌아가는 일종의 가상 컴퓨터)의 관계가 연상이 되더라고요. 토대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기억을 자극해서 거기서 언어를 연상시키는? 레이놀즈의 공격에서, 기억과 연결되어 있는 그레코의 정신(사이키)는 붕괴하지만, 기존의 기억과 정신과는 분리되어 있는 시뮬레이터만 남게 될 것 같고, 어쩌면 이 상태가 그레코가 최종적인 게슈탈트를 인식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앞서 제시된 '자신의 인공 뇌를 창조해야만 게슈탈트를 실제로 지각할 수 있다'는 결론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고요. 물론 인공 뇌는 또다른 컴퓨터와 같이 별개의 물리적 존재지만, 시뮬레이터는 컴퓨터 안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존재하는 가상 머신처럼 별개로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는 불완전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제 자신을 실용주의자보단 이상주의자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만큼, 소설의 끝이 이상주의의 패배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약간 담겨 있고ㅋㅋ 제 상상력이 따라가는 대로 소설을 해석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아직 모호한 부분도 남아 있고, 다음 번에 다시 읽었을때는 어쩌면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될 지로 모르겠습니다..
저도 읽으면서 천재가 되는 감각이 부럽더라구요. 나중에는 감당 못하겠다 싶었지만 ㅎㅎ 저 역시 실용주의자보다는 이상주의자라 생각해서 레이놀즈가 이기는 결론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다른 분들 대화를 보고 생각이 바뀐… ㅎㅎㅎ
주말에 ‘이해’를 다시 읽었는데요, 저는 일독했을 때 이 단편은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로빈 쿡, <돌연변이>가 살짝 연상되기도 하고 (주인공이 각성하자마자 자신이랑 똑같이 배양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을 모두 제거하죠.) 대결구도나 뉴런연결망 이런 것도 조금 뻔하다 싶었어요. SF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에 히어로를 결합한거 같았어요. 그런데 테드 창을 읽다 보면 언어와 소통에 대한 한결 같은 추구, 집착(?)이 보여요. <숨>에서 구음과 문자적 소통의 차에서 오는 인간의 뇌구조의 변화와 세상에 대한 인식차가 발생하는 소년을 그린 단편이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속 헵타포드의 그림 같은 문자, ’바벨론의 탑‘(작품에는 언급없는 내용)도 성경에 따르면 언어의 분화를 발생시킨 원인이죠. 그래서 그의 언어에 대한 관심에 촛점을 맞춰 이 단편을 ’이해‘해 보려 했어요. 마지막 둘의 대결에서 ’이해해‘가 그레코의 붕괴를 촉발시킨 키워드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여기서 문과적 감성으로 넘어가면 저는 이해하는 사람이 어찌 보면 더 손해보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하거나 참아주거나 더 힘들어도 견뎌내죠. 한마디로 져주는 겁니다,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니까요. 물론 잘 다독이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긴하겠지요. 그레코가 대결하며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하나의 미(진리)를 추구하다, 인간과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을 놓쳤다는 걸 깨닫습니다. 레이놀즈와 교류를 통해 그 입장을 알게 됐지만 해당 견해를 철회하도록 설득 못한 것이 그레코의 패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레이놀즈는 그레코의 목적을 ’이해‘했기에 그레코의 소멸을 계획달성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레이놀즈 역시 본인을 이해해줄 유일한 초인간을 잃은 셈입니다. 레이놀즈는 밖은 알았지만 그레코처럼 안을 살피지는 못했던거 같아요. 자신의 외로움은 끝내 이해못할 초인간일지도요. 너무 뻔한 결론이지만 진정한 이해는 나를 알고 외부 세계 역시 알아야 달성된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 둘은 이해의 양면을 표상한 캐릭터고요.
오! 제가 어렵게 느낀 부분에 해설을 해주신 거 같아요. 레이놀즈의 '이해해'라는 말과 마지막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되서 헤매고 있었는데...여전히 알듯 모를 듯 합니다만^^;
저도요! 완벽하진 않으나 좀 더 이해가 됐어요 ㅎㅎ
그가 의미하는 것은 '말'이다. 입 밖으로 내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파괴하게 되는 문장. 레이놀즈는 이 신화가 사실이며, 모든 마음에는 본래 그런 방아쇠가 내장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개인에게는, 단지 들려주기만 해도 그를 백치로, 광인으로, 긴장병 환자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문장이 하나씩 있다고. 그리고 그는 나의 문장도 알고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해, 111쪽,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레이놀즈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이해해"라고 말했고, 주인공은 레이놀즈가 입밖에 내서 말하는 파괴 커맨드를 설계한게 아니라 기억자극을 통해-아무런 해가 없는 일련의 지각들-을 통해 자신의 머리에 시한폭탄처럼 심어놓았던 것을 파악하게 됩니다. 자신의 붕괴를 규정하는 게슈탈트의 형성을 알게 된거죠. 여기서 '나는 스스로 '말'을 직감하고 있다', (....), '나는 '말'을 이해하고, 그것이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고로, 나는 붕괴한다'하고 끝납니다. '말'이라는게 자신의 붕괴를 규정하는 게슈탈트를 의미하는 걸까요? 결말 부분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레이놀즈는 무엇때문에 '이해해'라는 말을 했고(말로 하는 커맨드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리고 주인공은 '말'을 이해하고 붕괴한다고 하는데, 왜죠? 어렵지만..바빌론의 탑과 이해를 읽으며 세계 혹은 나를 보는 시야를 확장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후반부 대결 구도에서 '이해'와 관련해서 워낙 난해한 전개라 해석해 보고 싶은 욕심이 무진장 납니다. 이해가 아닌 오해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요. '자네는 깨달음을 얻은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구조가 필요한지 알고 있네. 그것이 요구하는 산업분야가 확립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이유는 내게는 없어'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해법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충분한 시간 뿐이다' 위 두 문장은 레이놀즈가 그레코를 죽이기 위한 이유 중 하나(?)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되어 있는 문장'으로 순서대로 정리 해 보면. '그가 의미하는 것은 '말'이다. 입 밖으로 내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파괴하는 문장' '걱정 말게. 그건 내 혀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해해"  ' '처음에는 못한다. 그런 다음, 소름끼치게도, 나는 이해한다.' '기억 자극이었다. 이 커맨드는 개별적으로는 아무런 해가 없는 일련의 지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는 이것들을 내 뇌 속에 마치 시한폭탄처럼 심어 놓았던 것이다' '이 기억의 결과로서 형성된 정신 구조들이 이제 하나의 패턴으로 융합되기 시작해 나의 붕괴를 규정하는 게슈탈트를 형성한다.' '나는 스스로 '말'을 직감하고 있다.' '나는 연상 작용을 멈추려고 하지만, 이 기억들을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레이놀즈가 지나갔을 때 그 잡화점의 이미지' '처음 레이놀즈의 아파트에 들어설 때 들었던 기묘한 변종음' '나는 어떤 방어도 개시하기 전에 이 치명적인 통찰을 흡수했다'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나 자신. 이 방어구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나는 문제의 게슈탈트를 인식할 수 있는 관점을 획득했다.' '나는 '말'을 이해하고, 그것이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고로 나는 붕괴한다.' 잡화점에서 심어 놓은 기억 자극은 기묘한 변종음의 흡수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한 순간의 시발점으로(?) 자동적으로(?) 기억의 결과로 형성된 시뮬레이터인 정신의 방어 구조를 구축하면서 결국 나의 붕괴를 규정하는 게슈탈트를 형성한다. 즉, 스스로 그 '말'을 이해하고 붕괴한다. 이렇게 축약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이해해'라는 말은 뒷 문장을 통해 ''이해해라' 또는 너는 이해 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해석해 봅니다. 뒤는 소름끼치게도 이해하고 붕괴하는 자신의 모습을 정리해 표현하고 있다 보고요. 복잡한 '이해'의 과정이 자기 파괴적이 되는 건데요. 이 과정은 하나의 이야기에 자신을 규정짓는 행위와 비슷해 보여요. 조현병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야기에 자신을 매어 놓아서 이리 저리 흔들리지 못해서 생긴다고 해요. 무조건 그래야만 하는 거죠... 아니면 못 견디는.. 트라우마라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항상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극복하면서 살아가는데.. 과거의 이야기는 미래에 다시 계속 다시 써지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과거의 이야기에 자신을 매여 놓으면 벗어 날 수 없는.. 그런...너는 이런 녀석이라고 규정짓는 문장. 또  흥미로운 지점은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말한 점이에요. 왜 그냥 '이해해'라고 말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나 라는 점이죠.. 그것을 해석한다면, 수수께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앞서 말한 '그것은 내 혀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의 중복된 표현이지 않을까 합니다. 수수께끼는 항상 두번 말하면 발동 된다고 해요. 그러면 우리는 뒤쫓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말려 들어 갑니다. 저건 도데체 뭘까? 한번은 아무 의미가 없지만 두번 반복된 상황을 보면 우리는 의문을 품고 이해하려고 하죠. 그리고 그래코는 이해합니다. 이렇게 보니 흔히 말하는 이해가 아닌 오해로 죽는군요.
이해와 관련해서 더 생각 하자면, 이해는 단지 오만가지 중의 하나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대화 중에 '알았다' 말하면서 대화를 중단하기도 하니까요. 어떤 문장은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데, 결정짓는 순간 닫혀버리죠. 그래서 문학에서는 아닌건 아니다. 류의 이중부정문과 앞에 말한 것을 뒤에서 철회하는 방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 같아요. 하루키는 소설이 잘 써질 때 삼자대면이라고 나, 독자로 끝나는게 아니라, 장어가 나온다고 해요. 내가 독자에게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장어랑 대화 하면서 이야기한다 해야 하나? 끝없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듯하게요. 유대인의 하브루타 대화법도 계속 수수께끼를 만들려고 하는 방식의 대화 인듯 해요. 결정짓지 않아요. 수수께끼를 수수께끼로 두고 계속 질문하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걸 또 씹죠.. 위의 관점에서 이해는 곧 죽음입니다.
'결정짓는 순간 닫혀버린다' 이게 확 와닿습니다. '알았다'고 말하면서 중단되는 대화, 거기서 '알았다'는 사실 이해가 아니라 차단인 것처럼, 우리가 무엇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거기서 체험(사유?)은 끝나버리는 거네요. '이해'라는 제목이 훨씬 중첩적으로 느껴집니다.
‘이해’에서 파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세 분( @KINE @jjaann @ssaanngg )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해 주셨는데 일부 흥미롭고, 일부 이해가 가지 않아.. 두고 두고 읽어 보겠습니다.^^
와… 정말 이렇게 많은 대화가 오가다니 너무 기뻐요. 제가 실은 여행을 와서 집중해서 글을 읽지는 못하고 있어요. 나중에 꼼꼼히 읽고 댓글 달게요. 다음 소설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뒤늦게 보태 봅니다. '이해'는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에서도 가장 와닿는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먼저, '이해'는 지능이 발달한다는 것, 이해력이 높아진다는 것의 공포스러운 면을 표현해 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삶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우리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살잖아요. 의식적으로 정한 목적과 그때그때의 즉흥적인 충동과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강요, 양심과 직관, 법과 윤리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뒤죽박죽 엉켜서 그다지 일관성이 높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초지능을 갖게 된 인간들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적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뭔가 여지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싫은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인지, 내가 그 사람을 잘못 보는 것인지, 그 사람이 나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나한테 해만 끼칠 사람인지, 그런 걸 잘 판단하지 못하고, 판단을 하더라도 그것을 확실한 진리처럼 여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초지능인 두 사람은 서로의 목적이 상충하고 상대가 없어야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이해하고서 생사의 대결을 펼치는 것 외에는 다른 여지가 없어지게 되죠. 평범한 사람들처럼 대충 넘어갈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할수록 관계가 발전하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초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축복을 받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너무 잘 아는 바람에 뭔가 대충 넘어가거나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게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의 자기 숙명을 아는 자유로운 사람이나 니체의 초인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라고 저한테는 느껴졌습니다. 초지능을 가진 사람이 궁극적으로 추구할 만한 것은 세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일텐데, 두 사람은 그 중 하나씩을 나눠 가진 것 같고, 불교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대승불교와 소승불교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친 이해가 자기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철학을 너무 파고들고 내가 하는 행위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허무주의에 이를 수도 있는 것처럼, 고도화된 의식이 의존하고 있던 지지대를 잃으면서 내적인 심리 체계가 무너져 버리는 것이 '붕괴'의 한 모습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이놀즈가 여러 경험들을 조작해서 (데이터로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키듯) 그레코의 뇌 안에 어떤 잠재적인 패턴들을 심어 놓았고, 말과 몸짓이 키워드가 되어 그 패턴을 촉발시키면서 도미노처럼 그레코의 정신이 무너지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막연하게 이해해 봅니다.
레이놀즈와 리언이 왜 서로 파괴하려고 했을까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아요. 이해의 의미에 대한 해석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초지능에 대한 오도니안님의 해석, 너무 와닿습니다. 니체의 초인까지 함께 이해하게 되네요. (스피노자는 제가 잘 몰라서^^;;) "의식적으로 정한 목적과 그때그때의 즉흥적인 충동과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강요, 양심과 직관, 법과 윤리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뒤죽박죽 엉켜서 그다지 일관성이 높지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인간이 사는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 주셔서 와... 소설을 읽을 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제 삶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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