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진짜 깔끔하게 이해되네요. 추천해 주신 수학 도서도 읽어 봐야겠어요!
[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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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아…! 말하자면 르네는 괴델의 소설 버전인 건가요? (괴델이 르네처럼 혼란을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정말 르네가 소설 속에서 보이는 혼란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네요!
이 책, 궁금하네요. 읽어봐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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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르네의 혼란이 패러다임의 전환(괴델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 긍정적인 고통이라면 칼도 그럴 수 있겠어요. 자신은 남과 동일해지는 능력(공감 능력, 감정이입)이 있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걸 발견하는 것. 이것도 어쩌면 수학의 관념적 안정성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현대적 깨달음(마치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과 심리 쪽에서 종류가 같은 발전일지도요.
숨쉬는초록
칼은 이해, 공감에 있어 완벽을 추구한 것 같아요.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란 불가능한데...
앞으로 칼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의 감정. 생각은 고정된 것이 아니니 변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사람들에겐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으니.
흰벽
칼이 이해, 공감에 있어 완벽을 추구했다는 것,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에 그토록 괴로웠던 거겠죠. 칼은 완벽주의자 성향인 걸까요?
칼과 르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소설 내용만 보면 비극적 결말이 예상돼요, 저는... ㅠㅠ
흰벽
칼의 깨달음은 개인적 의미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인 것 같아요. 개인의 성정에 공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나름대로 구축해놓은 패러다임(이 용어가 이 경우에도 적절한지는 모르겠어요)이 흔들리는 상황이니까요. 사실 개인의 삶을 놓고 보면 수학이나 과학의 패러다임 전환 자체는 즉각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요, 학자가 아닌 이상.(사회적으로는 큰 변화를 가져올 테고 그게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겠지만요.) 어쩌면 칼이 경험한 '나'라는 존재의 혼란은 학문적 패러다임의 전환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숨쉬는초록
수학계에서 일어났던 패러다임의 전환이 르네 한 사람에게서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르네는 어릴 적부터 수학자로 인정받을 때까지 러셀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수학 체계를 오래 확고하게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방법으로 수학을 바라보기 시작한 거죠. 오랫동안 종교처럼 믿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걸 힘들어했고요. 르네는 괴델 한 사람의 역할만 한 게 아니라, 그 이전에 러셀의 역할도 한 셈이죠.
괴델이 혼란을 느꼈을 것 같지는 않아요.
르네 한 사람 안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게 매우 역동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들 변하긴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라 그런지 르네도, <바빌론의 탑>의 힐라룸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으로 변하네요.
숨쉬는초록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3766?sid=105
작가가 러셀의 이야기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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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러셀에게 이런 고통이 있었군요….(소설 3장에선 화이트헤드랑 둘이서 신나게 논리세계를 구축한 느낌이었는데요.) 진짜 러셀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법도 하네요.
joy
오늘부터는 0으로 나누면이네요.
사실 0으로 나눈다는 것의 수학적 의미를 제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0으로 나누는 것을 인정한다면 1과 2는 같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두 개의 수도 같다고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모든 수가 같다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이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낸 르네는 엄청 혼란스러운 거겠죠.
근데 이게 가능한 걸까요? 소설이라 그런 걸까요?
오도니안
저도 이 소설의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1=2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타당한 방식으로 증명된 경우를 가정해서 쓴 소설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0으로 나눈다는 건 예시인 것 같아요. 0으로 나누는 것이 인정되면 1=2라는 명제가 증명될 수 있는데, 수학에서는 0으로 나누는 걸 인정하지 않죠. 찾아보니까 이걸 설명한 블로그 글이 있네요. (https://blog.naver.com/jameskaret/222090275186)
그런데 주인공 르네는 0으로 나누는 것과 같이 수학에서 인정되지 않는 규칙들을 사용하지 않고 타당한 규칙들만 사용해서 1=2라는 걸 증명한 것 같아요. 저로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어쨌든 그런 경우를 가정해서 쓰여진 소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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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소설 초반부에서 ‘1=2 증명이 오류가 나는 이유는 증명과정에서 0으로 나누기가 있어서이다’가 무슨 얘긴가 했는데 블로그 증명 보고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joy
블로그의 글이 이해에 도움이 되네요. 0으로 나눈 답은 정의 될 수없다 라는 말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JEAN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증명과정 중간쯤 눈에 안 띄게 숨어 있는 것은 0으로 나누기이다.’ 요 부분에서 중간 부분 어디에 0으로 나누기가 숨어 있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어서 그믐에 들어와 보니 기대대로 이렇게 설명을 해주셨네요. ^^ 올려주신 글 덕에 숨어있는 0으로 나누기를 이해 했습니다. ^^
joy
르네는 자신의 굳게 믿어온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었겠죠? 그것을 지켜보는 칼의 마음까지. 어딘지 공감되고 마음이 안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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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읽었는진 모르지만, '영으로 나누면'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의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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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숫자는 수학에 관한 이야기, a는 르네에 관한 이야기, b는 칼에 관한 이야기인데, 숫자의 이야기는 르네와 칼의 의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마치 소설 속에서 '수학과 현실은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내용의 종류가 비슷합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면, '수학의 엄밀한 기반을 만드는 이야기'가 3이라면, '수학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기 인생의 길로 삼는 르네의 이야기'는 3a, '로라를 만나 공감을 배워 새로 태어난 칼의 이야기'가 3b라는 것. 그리고 1부터 9의 수학 이야기는 어떤 흐름을 가지고 흘러가고, a와 b에서 각각 전개되는 르네와 칼의 이야기도 비슷한 추이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수학과 현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듯, 이 1~9의 이야기와 1a, 1b ~ 9a, 9b의 이야기는 층위가 다르죠.(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죠.) 물론 a와 b끼리는 부부로 함께 사는 르네와 칼의 이야기이니, 서로 관련이 깊습니다. 둘의 이야기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고.. 그런데 르네가 수학적 세계의 질서에서 추방되어 허방에 빠지고 텅 비어가듯, 그런 르네를 자신이 전혀 이해하지 못함을 깨달은 칼도 자신의 장기로 생각했던 공감능력(empathy일 것 같은데, '감정이입'이라고 나오죠,) 부분에 대해 비슷한 상태가 되고 맙니다. 자신은 더 이상 르네가 느끼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즉 empathy를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그러나 르네가 겪는 고통의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이 위치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르네와 헤어지겠다는 결심에 대해 큰 고통을 느낍니다.(이건 empathy 맞죠.) 그리고 마지막에 도달한 9a=9b. 칼은 르네에 대한 감정불능(공감불능)의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두 달쯤 뒤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인데, 르네는 그에게 감사(사랑)을 고백하고, 이때 그는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낍니다. 그녀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기 떄문에. 이래서 a와 b는 다른데, 9a=9b가 되고 맙니다.(맨 처음에 1=2라고 한 것과 대응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한 a와 b는 같기도 합니다.(그녀가 수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그런 절망을, 칼이 그녀에 대해서 느끼고 있으므로(그녀로부터 추방당한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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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각 장의 수학에 대한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같이 전개되면서도 전혀 섞이지 않는데, 그게 이 소설 속 내용 모티브이기도 하다는 것이 재미있네요. / 그리고 수학적 세계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공감의 문제에 대한 생각거리(여기에 또 '이해'가 나옵니다.) 등도 재미 요소인 듯 합니다. / 르네가 수의 세계에서 절망을 느꼈는데, 그 절망이 삶에까지 건너와서 결국 칼과의 삶이 망가지는 것, 칼의 감정적 부분-공감 능력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도 흥미로웠네요.
흰벽
숫자, a, b로 된 구조에 대해 저도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었는데 소유 님이 너무 잘 정리해주셨네요. 특히 마지막에 9a=9b가 되는 것, 아무 상관 없는 무작위의 두 수가 같은 것으로 증명된 것처럼 완전히 다른 감정에 도달한 두 사람이 결국 같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 이중구조라고 해야 할까요? 작가의 치밀함에 정말 감탄만.. ㅎㅎ
오도니안
이렇게 같은 숫자 내용끼리 짝을 지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한번 다시 살펴보고 싶어지네요. 왜 마지막 장면에서 칼이 고통스러워 했는지 긴가민가 했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헤어질 결심을 한 상태에서 르네가 태도를 바꾸니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JEAN
읽으면서 각 챕터가 1, 1a, 1b 형식이어서 이것도 의미가 있겠구나…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렇게 글로 설명해주시니 좀 더 이해가 되네요. 마지막 9a=9b 부분에서 겉으로 보면 같은데 실제로는 다르다는 건가? 부부라면 살짝 공감될만한 메시지(?)인듯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joy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소유 님 덕에 이해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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