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③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D-29
-미라클 작전으로 한국에 온 아이들도 올 때는 제 의지대로 올 수 없었지만(부모의 뜻에 따라야 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한국인’으로 살게 됩니다. 그들이 한국인으로, 우리 아이들로 살 준비가 우리 사회에 충분하다고 보나요? 어떤 점들이 나아져야 할까요? 위의 @장맥주 님 이야기처럼 저도 1세대보다는 2세대에서 본격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 유럽 각국의 사례이기도 하죠. 1세대는 자국의 경제적 궁핍이나 불안한 정치 상황을 뒤로 하고 그래도 본인이 선택해서 이주를 한 것이니까 감사함이나 안도감의 마음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2세대 입장에서는 좀 황당할 것 같아요. 뜬금없이 본인과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 사이에 놓여지게 되었잖아요. 청소년 시기에는 가뜩이나 외모에 대한 자각이 큰데 군중에 파묻힌다는 안전한 익명성을 누리지 못하죠. 2세대는 한국 문화와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니 사람들 사이의 아주 섬세한 차별의 기운도 잘 감지할테고요. 만약 본국의 옛 문화를 강요하는 부모라면 가족간 소통도 어려워질텐데 학교에서는 한민족이 어쩌구 저쩌구 이런 걸 가르친다면. 답을 내놓아야 되는데 참 어렵네요. 성공적인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벤치마크하고 싶은데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한 가지는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문화만이라도 좀 없앴으면 좋겠어요. 이민자 가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여러분에게 인상 깊었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 저는 짧게 한 줄로 언급되었지만 193쪽에서 울산과학대학교에 외국인 특별 전형으로 아프간 출신 학생 7명이 합격했다는 소식에 ‘그래, 이래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첫 학기 등록금을 일부 지원한다’는 말에는 복잡한 감정이 일었네요. 두 번째, 세 번째 학기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일부’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에 대한 지원도 정착 초기 1년에 집중되었고 그후에는 대부분이 끊겼다고 들었어요. 그나마 집중적으로 지원해서 빨리 적응하도록 도움을 줬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아요. 그렇다 해도 1년은 정착하기에도 적응하기에도 너무 짧은 기간이 아닌가 해요.
여러분에게 인상 깊었던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대학진학을 할 수 있었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지만, 과연 그 아이들이 계속 학업을 이어나가는게 가능할까하는 걱정과 노파심도 들었고, 타지역 이주하는 가족을 따라 가느라 대학을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아이가ㅜ다른 학교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새벽서가 님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요:) 말씀대로 곳곳에 좋은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가 그 대표적인 예를 보여준 책이지만 우리가 아직 모르는 사례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생 문제를 마주한 우리 사회에 난민, 특별 기여자, 다문화 가정 등의 인구 유입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사는 일원으로서 난민을 마주하기 위해 지원도 필요하고 또 새로운 문화의 접촉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예방책도 필요하겠지요. 현재로서는 정부에게 그런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의 인구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전문성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 미라클 작전으로 한국에 온 아이들이 한국인으로, 우리 아이들로 살 준비가 우리 사회에 충분하다고 보나요? 어떤 점들이 나아져야 할까요? :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요. 한국 사회가 역동적이라서, 역량을 모으면 어떤 문제는 잘 해결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글쎄요, 소망적 사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카가 여섯 명 있는데, 그 중 세 명이 아버지가 한국인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한국 사회의 환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유럽의 경험을 보면 경제 상황이 그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불황 때 한국 사회가 진정한 시험을 받을 것 같습니다.
- 여러분은 난민 혹은 이주 배경 주민들에 대한 각종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정교하고 효율적이어야 할 것 같아요. 정교하게 지원하려면 디테일을 잘 알아야겠고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할 때에는 섣불리 판단하는 일을 삼가려 합니다. 선동을 돕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예를 들어 할랄 푸드 제공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세속적인 무슬림은 외국에서 할랄 푸드를 그렇게 고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고, 반대로 한국에서 할랄 푸드 인증을 받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비용과 편익을 대강 가늠해 보려 해도 기초적인 사실들을 모르니 판단이 어렵네요.
-미라클 작전으로 한국에 온 아이들도 올 때는 제 의지대로 올 수 없었지만(부모의 뜻에 따라야 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한국인’으로 살게 됩니다. 그들이 한국인으로, 우리 아이들로 살 준비가 우리 사회에 충분하다고 보나요? 어떤 점들이 나아져야 할까요? 저도 그믐에서 <공감의 반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 책에서 나온 한국 사회 특징 중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어요. "인구 밀도가 높으면, 다시 말해서 사용 가능한 바람직한 자원에 대비해 경쟁자 수 혹은 인구 크기가 늘었다고 자각하면 진화를 거쳐 형성된 인간 심리의 반응 체계가 작동한다. 경쟁이 심하다고 자각하는 순간 사회적 공격성과 공격의 욕구가 증가하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목표와 가치가 획일화되기 시작한다. 즉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점점 일원화된다." 경쟁 중심, 일원화된 가치 지향 문화. 여러 이주 배경 가정과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함께 어우러지려면 필히 이런 획일화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은근한 말들에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어떤 것들이 기피되고 선호되는지 알 수 있잖아요.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저에게도 정상성에 대한 고민을 자꾸 하는데 (너무 튀나? 내가 이상한가?) 다양한 문화 배경인들에게는 더더욱 압박이 될 것 같고 그렇습니다. 시야를 넓히고 다채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쟁이 심하다고 자각하는 순간 사회적 공격성과 공격의 욕구가 증가" "목표와 가치가 획일화" 진화심리학의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모습이 너무 잘 설명되어 있군요. @도리 님 말씀대로 저마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는 형국이랄까요. 과학적으로 봐도 이런 경쟁 중심 사회에서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요. 흠.. 우리가 맡아야 할 몫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울산이라는 선례가 있으니 희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한국 사람이나 아프간 사람이나 고구마 같아요. 겉보기에는 딱딱한데, 열을 받으면 부드러워져요. 학교 가기 전엔 모두가 안 익힌 고구마처럼 딱딱했거든요. 1년이 지나면서 서로 부드러워졌어요."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p.191-192, 김영화 지음
생 고구마가 삶은 고구마처럼 변화는 과정을 따라가며 좋았어요. 열을 가하느라 분투한 사람들이 떠오르고요.
우리와 다른 민족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구성된 가정이란 뜻의 다문화 가정 대신 이주배경 가정이라는 국제 통용어를 써야 한다는 제안도 그중 하나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김영화 지음
저도 이 문장 공감해요.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좀 이상해요. 이런 감상적? 단어 말고 가치중립적인, 상황을 객관화한 단어가 필요한 거 같아요.
보통은 용어를 바꾸자는 제안에 저는 좀 소극적인 편인데, '이주 배경 가정'이라는 용어는 매우 적절하게 들립니다.
오! '이주 배경'이라는 어휘를 쓰는 곳을 처음 봤어요!!!
오! 이미 쓰시는 분들이 꽤 있었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처음 봤습니다.)
메멘토에 <우리 안의 인종주의>라는 책도 있는데, 이 책 저자가 국제결혼 당사자예요. 이분 말씀으로 '다문화'라는 말이 국제결혼 가정 아이들을 하나의 틀로 규정해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당사자들이 너무 싫어 하는 말이라고 해요.
그렇군요. 그렇게 싫어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다양한 문화' 라는 말의 줄임말인 줄 알고 그냥 괜찮다고 생각했었어요.
아, 당사자 분들이 다문화라는 단어를 싫어하시는군요. 더 안 써야겠네요. 저는 탈북민 단체에 지원을 10년째 해오고 있는데요, 한때 ‘탈북자’를 ‘새터민’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이 있었어요. 그런데 당사자인 탈북자들은 ‘탈북자’라는 단어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새터민’을 싫어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 캠페인 때문에 ‘탈북자’라는 단어도 그냥 사용하기 애매하게 되어 버려서, 요즘은 ‘탈북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었어요. 새터민은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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