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③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D-29
책에도 나오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 수용을 찬성했던 사람도 내 이웃이 되자 거부감이 생겼다고 하니까, 누구든 이 문제에 대해 '나는 아닐 것'이라고 장담은 못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가 갈등의 해결을 온전히 개인에게 맡기는 게 문제 같습니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만 봐도 그런데, 정치와 행정 주체들의 태도가 갈등을 부추기기도 잠재우기도 하더라고요.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미라클 작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새로 알아보면서, 큰 뉴스인데 왜 몰랐을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교환학생으로서 스웨덴에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이 작전이 이루어졌네요. 인종차별이 덜하다는 나라로 골라서 간 것이었지만, 많이 긴장하며 출발했던 게 생각나요. 코로나 시즌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인종차별이 굉장히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아프간 특별기여자들과 각 자리에서 제 일을 다하셨던 분들, 그리고 울산 주민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가졌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기자님이 기록하신 '저마다 가진 고유한 서사'를 잘 읽어보겠습니다! 프롤로그까지는 미리 읽었는데, 벌써 현장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미라클 작전을 뉴스로 접했을 때,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할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과 함께 '특별기여자'임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굉장히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택한 수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난민에 또다른 선을 긋는 게 그리 편하지 않았어요. 그리고서는 새카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네요.
@청명하다 님, '방어적인 자세' 이 말씀에 정말 동의해요. 난민이면 난민이라 하지 왜 이상한 이름을 붙이는지..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인정률이 3.3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인 나라이고, 난민 심사를 받은 예멘인 484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이는 겨우 세 명이라는 점을 보면, 왜 이런 호칭을 썼는지 알 만합니다. 근데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2013년)했다는 사실.. 아프간 가족들이 왔을 때 난민법에 근거해 정착 지원을 했다는 게 또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사실 난민을 저의 삶에서 직접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적대감은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이 정도로?라는 생각을 하곤 하죠). 한국에서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떻게 형성되었던 것일까요? 이 지점들도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울산 동구에서 확인한 것은 갈등의 '쓸모'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p.41, 김영화 지음
저자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갈등은 없을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갈등으로 드러난 문제들을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겠죠. 그런 점에서 난민과 함께 살게 된, 지금도 곁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을 따라가는 것은 의미가 커 보입니다. 단신으로 전하는 파편들은 양진영이 대립하고 끝난다면, 책에서는 긴 시간을 들여 사람들이 얽혀나가는 현실을 최대한 보여주니까요.
동감이예요. 이 책이 좋은점이 이슈의 시작부터 1년 후까지를 한 권에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신 기사는 한정된 지면에서 이만한 시간적 경과를 다양한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담아내기 어려우니까요.
어떤 면에서 지방은 서울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p.71, 김영화 지음
서울(혹은 경기까지 포함해) 외를 모두 퉁친 지방이라는 말은 이전 세대의 보금자리 고향, 시골과 맞물려 '과거'로 인지되곤 하죠. 동시대를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요. 실제로 인구와 자본이 몰린 수도가 인프라의 측면에서 앞서가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할텝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이주-난민만이 아니라 서울-지방의 측면에서도 생각해볼거리를 남깁니다. 지방이 '미래를 먼저 경험했'다고 말하는 제목처럼 '새로운 변화'는 꼭 서울만의 몫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봅니다.
울산이라는 공업 도시를 이런 식으로 외지인들이 채웠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p.64, 김영화 지음
사랑만으로 세상이 돌아가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하지만 인도주의적인 측면만으로는 모두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는 와중에 낯선 타인, 그것도 자신의 안전과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느끼는 타인이 찾아오면 환대는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이주민의 수용에 따른 경제적인 이득을 따지는 것도 유효하다고 봅니다. 공업 도시 울산은 이주민이 필요한 지역이었으니까요. 이주민과 또 다른 문제이지만, 차별로 인해 놓치고 있는 비용을 짚으면서 평등의 이점을 설파한 <차별 비용>도 함께 언급해봅니다(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말이죠!).
차별 비용 - LGBT 경제학30년 이상 LGBT와 경제학을 엮어 탐구한 저자는 ‘성소수자를 포용하면 실질적인 이득이 뒤따른다’고 주장한다. 일견 이해타산적이기만 한 접근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대한 양의 통계와 당사자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접한다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울산 동구의 사례가 대부분의 한국 사회와 달랐던 건 주민들이 선해서가 아니라, 이주민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지역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p.42, 김영화 지음
인도주의적 측면으로는 모두를 설득할 수 없다는 말씀 동의합니다. 현실적인 '이득'으로 다가가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작은 도시인데요. 농사 인력은 구해지질 않으니 이미 외국인으로 채워져있습니다.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도 마찬가지에요. 카페든, 고깃집이든 다들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시죠. 점점 공장이나 논밭이 아닌 일상에서도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위에 언급하셨듯이 서울이 아닌 지방부터 그 변화는 시작될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지방에 가는데, 소도시일수록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전부 외국분들이셔서 놀랐습니다. 큰 도시는 한국분들도 많으시지만, 작은 도시들은 그 분들께 의지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인가?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아직 제게 외국분들은 '손님'이란 개념으로 다가오는 존재라 정치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어요. 단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같은 사람끼리 도와야 하지 않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나요?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분들 존경합니다 ;) 이번주부터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를 본격적으로 읽어가겠습니다. ***1주차(8월 5일~11일)에는 <프롤로그>와 <1부-이주>를 함께 읽습니다. 먼저 이번 주 읽을 분량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프롤로그>에는 김영화 기자가 기사로 이주민 이슈를 다룰 때마다 반발 여론과 혐오 댓글을 접하면서 쌓여간 고민이 드러나 있습니다. 반대 여론이 문제라 생각하고 이들을 기사로 설득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이주민 이슈를 보편적 인권과 감정적 온정주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이주 전문가의 조언도 받습니다. 내적 갈등이 쌓여갈 때 아프간 난민 157명이 이주, 정착한 울산 동구 사례를 접하고 내국인이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취재하게 됩니다. <1부 이주>에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자말과 사지아 가족, 20년간 이주노동자 지원 업무를 해온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지원부의 김창유 책임, 미라클 작전에 감동하고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꼈지만 막상 난민이 내 이웃이 된다고 하자 반대 피켓시위를 했던 주민 김혜진, 이주는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고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기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 도서관 활동가 이귀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래에 1주차의 이야깃거리를 몇 개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의견과 독서 후기를 남겨주세요! -‘특별기여자’라는 호칭으로 입국한 아프간인들의 경우, 한국의 이주민이나 난민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정부에서 이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원을 직간접적으로 해야 했거든요. 2018년 예멘 난민이 왔을 때 출도 제한을 한 것과도 달랐습니다. 미라클 작전이 보도되었을 때를 기억하시겠지요. 아프간 협력자들에게 ‘특별기여자’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구출한 한국 정부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대’ 여론과 행동, 움직임이 있었기에 ‘환대’와 받아들임의 움직임도 본격화되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게 갈등인데, 이 갈등을 어떻게 잘 풀어가느냐가 민주주의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집단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지원부의 김창유 책임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외국인 열 명이 들어오면 내국인 일자리 아흔 개가 지켜진다.” “지금의 이주 노동은 정주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들이 여기에 와서 적응하는 것만큼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변화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사회에서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장 현실적인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다양성 자체를 긍정하고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들어오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그냥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선주민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교류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북토크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여러분께 조언을 구해보겠습니다. 만약 지역 주민들이 이들의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면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해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 사람들의 낮은 인권의식과 민족주의, 그리고 가부장제라고 느꼈습니다. 난민...은 만난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결혼이주여성을 십 년 넘게 봐왔는데. 이들을 대하는 한국 시가의 태도가 저는 '충격' 그 이상이었어요. (물론 잘 사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업체를 통해 '돈을 주고' 외국인과 중개혼을 하는 경우, 그 외국인 결혼이주여성을 집안의 무보수 노동력+성적 욕망 해소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내, 며느리로서의 대우는커녕 그냥 노예 부리듯 하는 거 같은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ㅠㅜ 특히나 농촌의 경우 일손이 부족하잖아요. 그 부족한 일손을 국제결혼으로 채우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한국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해외이민자에 대한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한국 선주민들에 대한 인권 교육이 너무도 절실해 보였어요.
'돈'이라는 매개체가 그런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정말 노예를 사오듯, 응당한 대가를 바라는 거죠. 동시에, 요새는 또 다른 얘기들도 들리더라구요. '외국인 결혼이주여성'은 돈만 노리고 와서, 남편이 죽으면 그 돈 전부를 가지고, 아이들과 다시 자기 나라를 가서 새 삶을 시작한다. 이미 본국에 남편이나 애인이 있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중개혼을 통한 다문화가정이 꽤 많은 현실에서, 이런 편견과 문제점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이런 일은 볼 때마다 왜 인간들은 결혼이란 제도를 만들어서 서로를 괴롭히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요. 일단 사랑하면(아니 결혼할 나이가 되면?그것도 이성끼리만)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면 기혼자답게 여러 책무를 수행해야 하고요. 그나마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진 가정은 '사랑했던 기억으로~~' 버티지만, 사랑 없이 '돈'으로 결혼이란 제도로 묶인 가정은 '인간'을 가성비 내지는 본전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로 전락시켜 버리는 것 같습니다. 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존중은 우주로 날려 버리고 한 인간을 '내돈내산'인데 늬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데스노트가 간절해집니다.
결혼에서 '내돈내산' 인정하면 직장 갑질도 뭐라고 할 수가 없죠. 그 논리면 사장님이 자기 돈 주고 직원 사서 일 시키는데 뭘 시키던 사장님 맘 아니겠어요? "니 월급 내가 주는데 뭔 말이 많아? 내가 시키는 거 아무거나 해. " 가 정당성을 가질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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