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본/오프라인 북토크] 이은규 시인과 《미래에 진심인 편》 같이 읽어요

D-29
책 읽는 계절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을이 다가오니 책을 펼치는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 같네요. 책 읽는 것, 모으는 것 두루 좋아하시나요. 또 책을 유난히 아끼는 편이신가요.
미래에 진심인 편 p97, 이은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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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부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책을 읽는 것, 모으는 것 모두 좋아하시나요? 저는 책을 우선 모으는 편에 가까운 것 같아요. 우선은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집중해서 구비해두고, 여유가 생길 때 모은 책들 중 골라서 독서를 하게 되네요.
예전엔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유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지구를 위해서도 저의 주머니 사정을 위해서도 중고책을 사거나 공공도서관을 이용합니다. 요즘 -코로나 이후로- 도서관 대출과 반납 시스템이 굉장히 편해져서 좋습니다.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들 신작은 예약구매하고 초판으로 보관합니다. 그러다 한 번씩,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을 몰아 읽어요. 문제는 이때 기간제 독서광이 되어서 책을 더 산다는 겁니다. 그 책들은 다시 책장에 묻혀 지내요. 저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엄청 샀는데요, 그중 한 권은 무려 ‘책 정리하는 법’입니다. 허허. 어제도 알라딘에서 열 권을 산 저는 이만 말(글)을 줄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부 <출구에서 만나자, 우리>를 읽습니다. 여러분은 최근에 더 나은 실패를 하셨나요? 시도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그런 실패요!
느슨한 실패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새로운 좌표를 너무 많이 설정해서 네비게이션이 갈피를 못잡고 있어요. 중간 경로가 너무 많습니다. 최종 목적지도 자주 바뀌고요, 매번 최적의 경로를 새로 탐색하느라 배터리를 다 써버리는 기분입니다. ‘느슨한’ 좌표는 없을까요? ‘느슨한’ 경로라도 지향해 보렵니다.
새로운 좌표를 향해, 뚜벅뚜벅.
미래에 진심인 편 p122, 이은규 지음
오늘은 우리들 마음의 습기를 돌보는 일,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 돌봄에 관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미래에 진심인 편 106, 이은규 지음
이 표현이 좋아 밑줄 긋기 했는데요… 엔드님? 저기 중간에 문장부호가 마침표로 인쇄됐던데 쉼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쉼표로 수집해 봅니다.
언어가 변경되었다는 사실은 새로운 지침이 생성되었다는 뜻이겠지요. 날마다 태어나고 날마다 사라지는 지침들로 세상은 어지럽습니다. 구성원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미래에 진심인 편 p.121, 이은규 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다시 시도하라. 또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미래에 진심인 편 p.121, 이은규 지음
문득 '연대'란 무엇일까 질문해 봅니다. 연대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진다는 뜻이지요.
미래에 진심인 편 p124, 이은규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연대'란 무엇인가요? 최근에 연대의 힘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각자도생의 허허벌판에 던져져 있는 일상에 치이다 보니, 어느 순간 연대의 힘을 잊고 살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 더 필요한 게 분명 연대의 힘일 텐데요.
어쩌면 모든 이의 옷장에 검은 코트가 걸려 있는 동안 코트의 주인들은 주머니 속에 남아 있는 목록들을 떠올리며 살아갈 것만 같습니다. 훗날 아끼던 코트를 누군가에게 팔게 된다면 새로운 주인 역시 코트 안쪽에서 쪽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멀리서 뒤늦게 도착한 한 사람의 편지와 같이.
미래에 진심인 편 p168, 이은규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이 벌써 그믐의 마지막 날이에요. 여러분 옷장에 검은 코트가 걸려 있다면, 그리고 그 코트 속 쪽지가 훗날 누군가에게 편지와 같이 도착한다면, 그 쪽지에는 어떤 단어들이 적혀 있을까요? 마치 저희가 그믐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훗날 누구에게 발견되는 상황이 떠올라서, 해당 글귀를 읽으며 더 따스했어요. 여러분, 모두 도서를 통한 아름다움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충실한 슬픔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미래에 진심인 편 121, 이은규 지음
‘안녕이라는 말과 충실한 슬픔’이란 단어의 연결이 이 책을 덮으며 남았습니다. 코트 주머니에 메모로 남길지는 모르겠지만요. 악필이라서요. 어제 박준시인의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어떤 분이 ‘울어요, 우리’라는 사인을 말하며 시인에게 슬픔의 의미를 질문했습니다. 충실한 슬픔이 급히 지운 감정이나 덧없는 분노 보다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요지의 답변을 하셨어요. 길게 슬퍼함이 여전히 아파하는 이를 위로하고 공감하는데 동력이 될 수 있다고요. ‘슬픔은 여전히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첫 시집의 문장이 더 깊게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선 질문들과 잇대어 답하면 바로 이런 슬픔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에게 안녕이라 묻고 나눌 수 있는 그 모든 공간에서 연대를 느끼곤 합니다. 어제는 버스가 바로 눈 앞에서 가버려서 광화문에 나가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져버리는 작은 실패를 했지만 오늘은 어제의 실패를 딛고 뒤돌아 집으로 오지 않고 기다려 버스를 탔어요. 라춘도 쪼비치에 가기 위함이었는데요, 혼자 오신 다른 분과 포토존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도 조그만 연대의식(너도 춘장이? ㅋ)도 느꼈고요. 이 모임은 오늘로 안녕이겠지만, 또 어딘가에서 반갑게 안녕할 날까지 모두, 안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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