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유정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정성스러운 분석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논의의 물꼬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평론가님의 글에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이 논의를 좀 더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최영 작가님 본인은 저자로서 자기 작품을 옹호하기 어려우실 듯해요. 그래서 제가 악마의 변호사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분들의 의견 기다립니다. 1. <회사의 부사장을 비롯해 소설에 등장한 여성 인물들, 라운지 바의 종업원과 조 과장, 희주 등이 모두 성적 대상화 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금 시야를 넓혀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 대상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로메리고 주식회사가 하는 일이 손해사정인 게 중요한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한 인간의 고통을 얄팍하게 대상화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일입니다. 소설도 충실하게 모든 인물을 대상화합니다. 인물은 대화를 하기는 하지만 결코 깊이 있는 소통을 하지는 않으며, 때로는 독자가 화자에게 이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잘난 데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데 유쾌하지도 않은 애매한 캐릭터잖아요. 그렇게 모든 인물이 다 대상화되는 것에 더해서, 몇몇 인물은 성적으로도 대상화됩니다. 그런데 여성만 성적으로 대상화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남성 캐릭터가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고, 굉장히 인상적인 대목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금전적인 측면에서 대상화되며, 거기에 더해 어떤 사람들은 성적으로도 대상화된다, 남자건 여자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상화하고 대상화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천박하다’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하는 바 아닌가 했어요. 그런 폐소공포증의 느낌을 잘 전하기까지 한다고 봤고요. 소설이 주장하는 바가 그러하다면 여기서 ‘사람을 왜 대상화하느냐’는 비판은 저한테는 다소 핀트가 빗나간 지적으로 들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 <부사장에 대한 대상화 부분>에 대하여 : 일단 부사장에 대한 평론가님의 해석이 저와 매우 다르네요. 부사장은 평론가님 말씀대로 <나름 로메리고 주식회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경영진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경영인으로서 이 여성의 개인적인 능력치를 모두 소거된 채 말단 직원에게도 은밀하게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으로 자리 보전을 하려는 인물>은 절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는 부사장이 개인적인 능력치가 대단한 것으로 소설에 묘사되었으며, 직원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는 이유도 자리 보전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상식적으로 업계에 갓 들어온, 실력도 없고 인맥도 보잘 것 없는 신입 대리한테 부사장이 왜 잘 보여야 합니까? 부사장이 자리 보전하는데 신입 대리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혹시 ‘부사장=여성=약자’, ‘나=남성=강자’이기 때문에 부사장이 나에게 추파를 던지는 행위는 약자가 강자에게 비위를 맞추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일까요?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이 소설 전체에서 부사장은 가장 강한 사람이며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빌런으로 나오는 김 실장도 부사장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지요. 부사장이 강한 이유는 김 실장처럼 떡대가 좋거나, 윤기풍처럼 초능력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직위가 높아서도 아닙니다. 업무 능력 때문입니다(친인척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부사장의 업무 능력은 단순히 고위 임원이 된 여성이 보여주는 전문성이나 성실성 같은 차원이 아닙니다. 부사장은 자기가 속한 업계, 또 자기 주변의 권력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이 어디까지 선을 넘을 수 있는지, 상대가 어디까지 굴복할 것인지를 꿰뚫고 있습니다. 그 선을 넘는 걸 주저하지 않고 즐기는 듯한 분위기까지 보이죠. 다른 사람들이 그런 월권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걸 보면 당연히 업무 전문성과 성실성도 갖추고 있을 거라 유추하게 됩니다. 부사장이 나에게 신체 노출이나 접촉을 시도하는 초반부 묘사는 싸구려 성애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여성 상사의 유혹을 받아 하룻밤 즐긴 썰’과 언뜻 닮아 보입니다. 그러나 부사장은 나와 자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희롱 당한 젊은 여성 종업원을 도와주며(딱히 도와줄 이유가 없는데도), 나를 포함한 남성 직원들의 자존심을 박살내지요. 그 즈음에서 저는 앞부분에서 부사장의 신체 노출과 접촉도 처음 읽을 때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유혹이 아니라 힘의 과시라고. 알파걸들이 자신의 성적 매력을 무기 삼아 찐따 남자애들을 놀리는 일은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소설에서 부사장이 성적 대상화된 인물이라는 평론가님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다른 분들이 부사장을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평가한 것도 저와 같이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지금 책이 곁에 없어서 기억에 의존해서 썼거든요. 부사장의 업무 능력에 대해 작품에서 어떤 언급이 있었는지 조금 불안하기는 합니다. 다른 분들은 부사장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반론이나 지적 환영합니다. ^^
업무능력에 대해서 길게 나오진 않았고요 실권을 부사장이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젊은데 똑똑하다, 부사장의 영업력으로 회사가 큰 거라는 말도 나옵니다. 대부분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요.
누님으로 모시면서 술 한 잔 얻어먹고 싶기는 합니다. 그런데 왠지 맥주 안 사주시고 양폭 말아주시면서 잔 비우라고 강권하실 거 같습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는 장맥주님의 의견과 같아요. 힘의 과시. 그것을 남성권력자들이 흔히 하는 방식으로 휘두르는게 불편하지만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성추행 장면들은 급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 몰입이 잘 안 되었고 라운지바의 결말에도 통쾌함은 못 느꼈어요. 그렇지만 정도의 차이일뿐 지저분한 유흥문화는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성을 파는 산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니.. 업소 경험이 있는 남성들은 무리지어 함께 하면 끈끈한 유대감이나 연대감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일반화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렇게 이상야릇한 비밀을 우리끼리만 나누기로 약속하는 그런 남성들의 연대의식을 부사장이 간파하여 이용하는 것이 그녀의 ‘능력’으로 보였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스킨쉽이나 유혹? 은 솔직히 정우의 일방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고 넘겼는데.. 어깨동무, 팔짱끼는 아저씨들 모습을 흉내내려 애쓰는 모습이 실은 무례함을 성적매력으로 포장한 힘의 과시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전 정말 쪼꼬만 회사에 다니고, 대표님 빼곤 다 여자이고, 거래처분들도 웬만하면 이메일이나 전화통화 외에는 잘 안 만나서 회사의 유흥문화를 보며 굉장히 낯설어요. 가까이에 대기업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얘기를 안 하는 건지 진짜 그런 문화가 없는 건지 책에 나오는 내용은 드라마나 책에서 밖에 못 보고요. 근데 뉴스에서 종종 저런 곳에서 놀다가 여러 문제로 잡혀 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거 보면 분명 존재는 하는 것 같아 슬픕니다. 심지어 모든 중요한 계약은 골프장과 유흥업소(의 경로를 거쳐)에서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다들 뭐 하러 회사에 다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가 한번씩 상기시키는 내밀한 세상...(웃픔) 모 클럽 사건도 해외 vip 접대 관계에서부터 말이 많았던...
10여 년 전에 그 말을 들었으니 강산이 변했네요. 제 가까이에도 그런 류의 유흥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만 있어서..권력을 쥐어본 적이 없어서일까요;; 이룬ㅋㅋ 농담이구, 그런 문화가 주류가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 갑을관계처럼 성별에 따른 굴레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 <부사장이나 라운지 바의 종업원을 바라보고, 서술하는 목소리가 ‘나’, 이정우의 것이고 그 역시 당당하지 못한 시선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문학 작품에서 성적 대상화라는 개념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용되기 쉬운 개념이며, 실제로 오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굉장히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 『함락된 도시의 여자』가 있습니다. 나중에 저자가 누구인지 밝혀지기는 했지만 출간 이후 한동안은 ‘익명의 여인’이라고만 알려졌지요. 1945년 4월 20일부터 6월 22일까지 소련군이 함락시킨 베를린에 살았던 독일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용 전체가 성적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점령군인 소련 병사들에게 독일 여성들은 성적 대상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독일 여성들은 성적 대상이 되어야만 그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고, 성적 대상이 되기를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성적 대상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끔찍한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이 책이 독일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성적 대상화되는 인물이 나오지만, 그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소련군 병사이지 책이나 저자가 아닙니다. 이 책은 소재가 매우 큰 규모로 발생한 성적 대상화라는 사건이며, 그 소재로 우리가 들어야 할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등장인물이 작품 안에서 성적 대상이 됐다는 것과, 저자가 그 등장인물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례를 들 수도 있겠지요. 이를테면 위에서 제가 적은 ‘여성 상사의 유혹을 받아 하룻밤 즐긴 썰’을 내용으로 하는 성애소설을 상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소설 내용 안에서는 여성 상사가 주인공인 남성 직원을 그저 자신의 욕망 해소용으로 성적 대상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소설 밖에서 보면 여성 상사는 작가에 의해 성적 대상이 됩니다. 여성 상사의 대사나 몸짓을 독자들이 소비하게 만들어서요. 등장인물이 독자의 쾌락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지요. 다시 한번 ‘등장인물이 성적 대상화됐다’와 ‘저자가 등장인물을 성적대상화했다’는 다른 의미임을 알게 됩니다. 『로메리고 주식회사』의 작가는 남성 독자들의 쾌락을 위해 부사장이나 라운지 바의 종업원을 성적 대상화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할 남성 독자가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보다는 차라리 희주가 작가에 의해 성적 대상화됐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 장면에서 ‘나’, 이정우의 생각은 작가의 것이라고 보는 것도 안이한 분석 아닐까요? 당연한 말씀입니다만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에서 ‘나’와 작가가 동일인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이정우는 그가 그전까지 그래왔듯이,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 월급쟁이들이 그러하듯이, 지질하고 비겁하게 있는 게 핍진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이정우가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와 성적 대상화에 대해 갑자기 계몽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게 옳은가요? 그러면 더 좋은 ‘소설’이 될까요? 이정우를 지질하고 비겁하게 묘사한 작가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 상황을 연출하고 캐릭터를 창조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지질하고 비겁한 내면을 1인칭 화자에게 투영한 걸까요?
저는 이정우의 생각=작가님의 생각이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1인칭 화자의 목소리로, 왜 여성 인물들이 이렇게 성적인 부분이 두드러지게 그려져야 했는지에 대해 저의 의견과 함께 작가님께 질문을 남긴 것이지요. 저 또한 당연한 말씀을 드리지만 1인칭 화자=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 없이 문학을 할 수는 없겠지요ㅎㅎ) 최영 작가님이 이전에 달아주신 답변에서 "내적인 필연성"으로 그렇게 쓰셨다 말씀해 주셨지요. 저는 여전히 이 "내적인 필연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던 근거에 대해 재독하며 다시 찾아볼 생각입니다. 길게 의견을 남겨주신 부분 감사드리지만, 작가님께서도 제가 한 말에 오해가 있으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우선 짧은 답변 남깁니다.
네, 알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제가 바깥 일정으로 장강명 작가님의 정성스러운 답변에 곧장 같은 크기로 응답드리는 못하지만, 걸리는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은 마저 짧게 의견을 남기고 갑니다. 저의 의견과 질문을 A라고 한다면 작가님께서는 A' 혹은 B로 곡해하시는 것 같은 부분이 있어서요. 1. 사람을 왜 대상화 하느냐? - 저는 사람을 왜 대상화 하느냐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여성 인물의 성적 대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1인칭 화자에 의해 전개되는 <로메리고 주식회사>는 그 서술 방식에 의해 모든 인물이 대상화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손해사정사라는 직업에 의해서도 그러할 것입니다. 대상화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대상화가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 이에 따라 소설의 가치와 작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제 작업이라고 여깁니다. "등장인물이 성적 대상화됐다", "저자가 등장 인물을 성적 대상화했다" 이것을 다른 문제로 보려면 최영 작가님이 말씀하신 "내적 필연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작가가 그렇게 쓰지 않으면 어떻게 인물이 대상화를 할 수 있나요..? '인물이 했지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말씀이신지... 이와 같은 논리라면 최근의 소설적 재현 문제에서도 작가가 아닌, 인물이 그러한 것이므로 혐의에서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요? 2. 부사장의 성적 대상화에 대해 - "경영인으로서 이 여성의 개인적인 능력치는 모두 소거된 채 말단 직원에게도 은밀하게 신체적 접촉을 하는 것으로 자리 보전을 하려는 인물"이라고 일부분을 인용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뒤의 부분까지 포함하면 "자리 보전을 하려는 인물로 그려진 것 같아"라고 썼습니다. 부사장에 대한 저의 평가만이 담긴 것이 아닌, 소설의 서술 방식으로 하여금 이해한 인물에 대해 말한 것입니다. 부사장이라는 캐릭터 저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성적 묘사로 인해 인물의 매력이 반감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왜 부사장이 말단 신입에게 잘 보여야 합니까? 그렇다면 마땅한 이유가 없는데도 해당 여성이 섹스어필 해야 하는 필요는 무엇입니까? 제가 "자리 보전"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은 신체 노출, 접촉으로 이정우를 자신의 라인에 서게 만드려고 하는 계략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침 해당 장면에서 부사장이 남성 직원들과 기싸움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적 매력을 자신의 권력으로 이용하는 여성의 태도로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3. 부사장=여성=약자, 나=남성=강자? - 이러한 구시대적 도식은 생각한 적이 없으므로 저의 주장이 이러한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4. 부사장의 섹스 어필은 알파걸의 무기? - "알파걸들이 자신의 성적 매력을 무기 삼아 찐따 남자애들을 놀리는 일"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저는 "성적 매력을 무기 삼"는 여성에 대해 "알파걸"이라는 호명을 하는 것이 의문입니다. 애초에 저는 이러한 호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알파걸이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성적 매력을 무기 삼지 않아도 자신의 능력치가 최상인데요. 부사장이 그만큼의 개인적인 능력치가 있는지에 대해 소설에서 다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의 판단은 다릅니다. 최영 작가님께서 스핀오프를 계획하고 계시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또 하나 의문스러운 것은 정말로 장강명 작가님께서 이 여성을 "알파걸"로 인정하고 계신지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김의경 작가님과 하신 말씀 중 "누님으로 모시면서 술 한 잔 얻어먹고 싶기는 합니다"라고 써 주신 부분에서 그러한 의문이 들었습니다ㅎㅎ
'대상화'에 관한 문제에 대해 저도 말을 얹고 싶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대상화'한다는 건 그 존재의 다른 특성들을 제거하고 오직 한 가지, 소비하고 싶은 특성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아이의 '귀여움', '순진무구함'만을 드러내도 '대상화'이고, 남성의 '근육질 몸매' 만을 드러내도 '대상화'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 '부사장'은 제가 보기에 '섹시함'만이 강조된 존재로 보입니다. 외모부터 말투, 행동, 모든 것이 그 존재의 '섹시함'을 어필하고 있죠. 이 작품에서 '부사장'이 얼마나 유능한 존재인지에 관한 내용은 위에서 다른 분들이 나누신 대화 내용만 봐도 길게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략 한 단락 정도에 함축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조차 다른 직원의 입을 통해, 다른 장소에서 언급되지, 부사장이 직접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습니다. 부사장이 나오는 대목에서 부사장은 은행의 '갑'이지, '유능함으로 일찌감치 높은 자리를 차지한 직업인'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반면 그 한 챕터 전체에서 부사장은 계속 남성들이 군침을 흘릴 만큼 '섹시'하면서 그걸 또 '섹스 어필'하는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이 챕터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에 대한 부사장의 통쾌한 복수'로 끝난다고 해서, 작품 안에서 부사장이 성적 대상화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서 부사장의 에피소드가 꼭 필요했냐고 하면 솔직히 저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도 저는 그 부분 전체가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 '소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장작가님 말씀처럼 작품 안의 여성이 작품 안의 남성에 의해 대상화되고 있다고 해서 작가가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여성을 주체로서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작품이 여성을 대상화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최작가님께서 부사장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떤 프랙탈을 그려내려 하셨는지도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결론내주셨기에 제가 이 작품을 그믐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거겠죠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로메리고 주식회사 함께읽기 관련 저자의 변 2탄*** 먼저 @소유정 평론가님의 화두 제시와 @장맥주 독자님의 데블스 에드버킷에 감사의 말씀과 함께 두 분께 마음포인트 먼저 드립니다. ㅎㅎ 이와 관련해서 함께읽기 회원님들의 의견개진이 계속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이번 저자의 변 2탄에서 두 가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하나는 이번 '성' 관련 화두에 대한 간단한(간단해질지는 모르겠지만, 😂) 코멘트고요. 다른 하나는 팝아트와 펍릿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소설의 '성'에 관한 내용을 모호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 말씀드린다면, 소설의 '제사 (책 첫머리에 나오는 문구)'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생물과 우리 몸을 움직이는 원리와 우주 및 자연을 움직이는 원리는 하나이며, 그 원리를 찾아내려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바로 복잡성 이론(Complexity Theory)이다." - 스튜어트 카우프만 세계적인 복잡계 이론생물학자가 한 이 인용구의 의미를 소설에서 찾는 것이,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윤후명 선생님의 말씀대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그럼, 이 원리가 무엇일까? 바로 '역학'이라고 (아마ㅠㅠ) 소설은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 존재가 있다면,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가 소립자에게 질량을 부여했고, 또 상대적 위치가 발생하게 되므로 역학이 형성되는 장(field)이 우주이고, 지구 생태계이며, 인간세상, 대한민국, 그리고 어딘지 아시죠? 바로 <로메리고 주식회사>입니다. 로메리고 주식회사와 회사를 둘러싼 세계는 역학의 세계입니다. 그렇다면 '성'과 '역학'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일단 항성이나 행성은 성구분이 없습니다. 물론 그리스로마 신화를 따서 이름을 붙여 놓긴 했지만, 그건 임의적인 것이죠. 미생물인 박테리아도 아마 성별 구분이 없을 겁니다. 성생식을 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인간의 성과 역학을 연결지을 수 있을까요? 작가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이란 하나의 전략이며, 가장 내밀한 역학관계이다.' 라고 말이죠. 가장 내밀하기 때문에 가장 위선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성과 관련한 현상 이면에는 권력이라고 하는 역학의 문제가 숨어 있으며, 이는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질량과 권력관계의 상대적 위치에 따른다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아마 이러한 전환적 생각 때문에 여성학 전공자/젠더 전담 기자분께 호평을 받았던 것 같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도 유사점과 차이점으로 교차 비교할 수 있는 계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팝아트와 펍릿은 다음에~~~ ㅎㅎ 아무튼 함께읽기 참여해 주신 @장맥주 독자님을 비롯한 여러분들, 모임지기 @김의경 작가님, @소유정 평론가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평론가님, 성실히 답변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말이 서툴러서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평론가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게 아닌가 조심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나중에 직접 뵙고 또 말씀 올리겠습니다. 번호로 잘 정리해주셔서 각 사안에 어떤 의견이신지 잘 이해가 됐습니다. 3, 4번은 오래 논의할 내용은 아닌 거 같습니다. 3번은 당연히 저도 평론가님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 믿지 않고, ‘설마 이렇단 말인가요’ 하는 식으로 표현한 겁니다. 4번은 알파걸에 대한 저희의 정의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정의를 두고 다툴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저는 소설 속 부사장이 알파걸이라고 생각하고, 누님으로 모시면서 술 한 잔 얻어먹고 싶습니다. 지금도 제가 가끔 맥주 얻어 마시는 여성 언론인이나 법조인들이 있는데 저는 그 분들이 다 알파걸이라고 생각합니다. (‘걸’이 아니라 ‘우먼’ 아니냐는 지적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그 분들 이름을 이 자리에서 댈 수는 없으니까 지금 미국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카멀라 해리스는 능력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교과서적인 알파걸입니다. (역시 ‘걸’이 아니라 ‘우먼’이라고 한다면 그 지적도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카멀라 해리스가 허락해주시기만 한다면, 그 분을 누님으로 모시면서 맥주 얻어 마시고 싶습니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에 대한 통찰을, 정제된 강연용 언어가 아닌 일상 언어로 듣고 궁금한 것을 여쭤보며 배우고 싶어요. 알파걸의 최대 무기는 지성이죠. 그런데 사람이 꼭 한 가지 무기만 쓰라는 법은 없습니다. 알파걸도 사람이고, 슈퍼걸이 아닌 이상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무기들을 다 활용해야 합니다. (사실 저는 한 가지 무기만 사용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주 어린아이들조차 또래를 상대로 할 때와 부모를 상대로 할 때 무기가 다르고, 부모를 상대할 때도 삐치기에서부터 애교 부리기까지 여러 가지 무기를 쓰던데요.) 카멀라 해리스도 엄청나게 화려한 집안 덕을 봤고, 선거에서는 자신의 인종적 배경도 무기로 사용합니다. 29살 때는 거물 정치인 윌리 브라운과 불륜 관계였고, 브라운 덕에 정계 인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해리스는 자신의 성적 매력도 무기로 삼았습니다. 안 그랬다면 좋았겠지요.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저한테는 해리스가 여전히 알파걸로 보이고, 그 분한테 맥주 얻어 마시면서 통찰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여전히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저... 정말 죄송한데 '나중에 직접 뵙고 또 말씀 올리겠습니다' 하고 썼던 게... 저는 조금 전까지 제가 소영현 평론가님이랑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영현 평론가님과는 몇 번 뵙고 말씀 나눈 적이 있어서... 소유정 평론가님과는 뵌 적이 없군요. 저는 머리 속으로 (그나마 조금 친분이 있는) 소영현 평론가님께 말씀을 드린다고 생각하고 글을 적었는데... 혹시 무례하게 느껴진 대목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 (위에 이렇게 쓰고 다시 생각해보니 소유정 평론가님도 뵌 적이 있기는 하군요. 소전서림에서... 말씀은 못 나눴지만... 더 더 죄송합니다.)
작가님 ㅠㅠ 어떻게 그걸 헷갈리세요... 저는 소유정 평론가님 두 번 뵈었어요. 강남대에서도 한번 뵈었고 '쇼룸' 출간했을때 우다영 작가님과 함께한 북토크 자리에서도 뵈었죠. 늘 미소로 반겨주셨고 여기서 다시 뵈어서 너무 기쁩니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작가님 평론가님 독자님들 새삼 깊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토론이 과열되었는데 내일 다시 좋은 질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현대문학/책증정] 황모과의 파멸 SF 소설 <언더 더 독> 함께 읽어요.[사계절출판사/책 증정] 이소영 작가 장편 소설 『슈퍼리그』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책증정] <십자가의 괴이>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박소해의 장르살롱] 19. 카페 조영주로 오세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이 책들의 공통점은? 바로 재미!
[책증정] 츠지무라 미즈키의 <이 여름에 별을 보다>와 함께 진짜 별을 만나 보아요.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밀란 쿤데라' 챌린지 by 신아
밀란 쿤데라 <농담>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극 보고 책 읽는 [연뮤클럽]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책 구경 블로그 by 퍼줄거임
7.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6.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5. 여행의 미래4. 담배와 영화
논픽션의 유혹!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글쓰기 책 함께 읽기 네 번째, 《네 번째 원고-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매달 만나는 달달한 로맨스, 🍰 달달북다
[북다]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달달북다04)》[북다] 《러브 누아르(달달북다03)》 함께 읽어요! [북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달달북다02)》 함께 읽어요! [북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달달북다01)》 함께 읽어요! (7/26 라이브 채팅)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입소문과 독서모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책, 대체 어떻길래?
독하다 토요일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날 읽기 [진주문고 서점친구들] 문학 독서모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함께 읽기<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며 생각을 나눠봐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