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저도 편집자분께 여쭤보았는데, 디자이너분만 아는 비밀이라고 해서... 시각적 요소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미스터리입니다(그러고보니 미스터리적 요소를 반영했나 싶기도 하군요. 엑스파일에 나오는 숫자 표기의 미스터리 같은 ㅎ)
앗 그렇군요! 저는 혹시나 숨겨진 단서인 줄 알았어요 ^^; 원소기호 목차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고 계속 궁금함을 유발하는 게 독자입장에선 무척 흥미롭습니다! 뒷 얘기 솔직하게 들려 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목차의 원소 기호에 관해 @장맥주 독자님을 비롯해서 여러 분들이 의견을 주셨는데요 거의 대부분 비슷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는 알겠는데, 혹은 약간의 추측은 하겠는데, 결론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모름', '무지'가 제가 끄집어낸 원소 기호 목차와 결이 맞는 느낌입니다. 수소의 의미는 무잇일까? 산소의 의미는 무엇일까? 화학도 그렇지만, (우리 삶을 닮은) 이 소설의 인물들도, 그들이 내뱉는 대사도 그리고 시건들도 그 의미가 파악되는 시기는 다른 인물들, 사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밝혀지는 '나중' 같았습니다. 마치 원소가 결합된 화합물처럼요. 그런데 주기율표의 제일 오른쪽에 있는 18족 비활성기체들은 다른 원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워서 뺄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화학 반응을 일으킬 소설 속 원소들(대사, 물건, 사건 등)은 목차의 원소만큼이나 너무 많거니와 또 스포일러가 되면 안 되니까 다른 이야기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2017년이니까 제가 소설가로 데뷔하기 한참 전의 일입니다. 그때는 소설을 쓰지도 않았습니다. 책에 관한 교양지 성격의 <월간 책>이라는 잡지사에서 '한국 소설이 좋아서'라는 제목의 전자책 서평집을 낼 건데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작품성은 따지지 말고, 소규모 출판사에서 낸 순수한 재미 위주의 소설에 대한 비평이 아닌 서평'으로 기획자는 장강명 작가이고 그분이 문학상 상금 받은 돈을 문학계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기획이라고 하였습니다, 필진은 라디오PD, 온라인 서점 MD, 음악가, 번역가, 응급의학과 전문의, 소설가, 동네서점 대표 등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다양한 직종의 사람 50명을 추렸다고 했습니다. 저는 번역가 직종으로 추천받았고, 당연히 서평집에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소설가가 될 줄도 몰랐고, 당시 기획자였던 장강명 작가님을 또 다시 만나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누가 알았을까요? (로메리고 주식회사를 계속 읽으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아무도 모르는 것인지, 누군가는 알았을지, 그믐 회원님들과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저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조금은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에 소설가가 될 줄 모르셨지만 결국 작가님의 의지로 소설을 쓰고 현재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금은 예측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지금 소설을 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소설을 출간해서 소설가가 될 것이다, 라고 한 번쯤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타고난 운(그런 것이 있다면요)과 개인의 의지가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죠, 그렇죠...!! 운칠기삼 같은... '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지만, '기'가 있다고 해도 꼭 된다는 보장은 없는 세계... 로메리고 주식회사 속 세계...ㅍㅎㅎ
비슷하게 작가의 의도를 맞춘 것 같아 기쁘기도 하네요. 9인의 번역가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대밌는 작업이었을 것 같네요.
ㅎㅎ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 (뒷담화: 당시 참가했던 서평가들 중에 일부가 전달 받은 기획의도와 무관하게 대형출판사의 수준 있어 보이는(?) 책들을 골라서...ㅋ)
제일 웃긴 건 청탁 받은 분 중 한 분이 '무슨 책을 서평을 쓰면 될까요?' 하고 트위터에서 네티즌 추천을 받아서 그 책(그때까지 그 분은 읽지 않았던)으로 서평을 쓴 것이었습니다.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죠. 평소 자기가 읽은 한국 소설 중에 잘 안 알려졌지만 좋았던 책을 골라서 써 달라고, 그럴 수 있는 애서가를 찾아 달라고 출판사도 고용한 거였는데. 그 필자 분은 그 외에도 "한국 소설이 좋아서"가 그 출판사의 기획이라며 소문내고(그 출판사의 기획이 아니라 저와 김새섬 대표의 기획이고 그 출판사에 아웃소싱을 맡긴 것), 자기가 표지를 먼저 공개하기도 했죠. 트위터 투표나 잘못된 기획 안내나 권한도 없었던 표지 공개 등 보면 관종이었던 거 같은데, 그건 그렇다 치고 표지 시안이 기획자인 저희 부부보다 그 필자에게 먼저 가게 된 경위가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출판사와 그 필자 두 분에게 제대로 항의를 할까, 출판사랑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데 맡길까, 표지를 바꿀까, 그 필자를 필자군에서 제외할까 생각도 하다가 그냥 넘어갔습니다. 기획자인 저희 부부가 그때 참 빡쳤다는 걸 그 필자 분이나 출판사는 아마 아직도 모를 거예요.
세상이 참, 어디 믿고 맡길 데 없다 싶다가도, 또 어찌어찌 굴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가만 보면 엉뚱한 데로 굴러가는 것 같고... 암튼 요지경입니다...
SNS에서 관심을 얻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을 파트너로 택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런 숨은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좋아요에 안달 난.... 기질인지 중독인지 복합인지 알 순 없지만....
맞아요. SNS가 훗날 자업자득처럼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무섭더라고요.
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그들에게 훈계하지 못해서였을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누구를 훈계할 권리가 생기는 것일까?
로메리고 주식회사 - 2019 제7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최영 지음
자동차 보험 보상시 진상들과 나이롱 환자들에게 많이 지급하는 대신, 점젊은 사람들에게 보험금을 적게 지급한다는 사실이 (대략 알고 있었지만) 다시한번 어이없고, 화가나네요. 이런 문화가 온국민을 진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큰소리부터 내고 보는...
코로나때 병원에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가 줄어서 손보사 손해율이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요. 나일롱 환자도 코로나는 겁이 났나봐요.
제가 회사 다닐 때, '인당(지급)보험금'이라는 지표 없이는 보험금 지급부서(손해사정/보상담당 부서)의 실적 관리가 어렵다면, 지급 보험금의 평균값(mean)이 아닌 중간값(mid)으로 바꾸자고 직원평가 개선안을 냈다가, 하던 대로 안 한다고(일단 변화 거부) 욕을 엄청 들어먹었던 기억이 납니다...ㅠㅠ
저도 이 부분 읽으면서 기가 차더라구요.
저는 교통사고 전문 한방병원이 나이롱 환자를 부추기는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관련 기사들 읽어 보는데 속이 답답하네요 ㅋㅋ
맞아요. 제가 사는 곳도 유명한 한방병원이 있는데, 그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보험회사에서 합의 전화가 엄청나게 온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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