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SF의 세계에 빠져보기

D-29
헛, 날씨라니! 게다가 외계인이 인간보다도 훨씬 오래 전에 지구에 왔다니요... 만약 그렇다면 그들을 더는 외계인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할 것 같네요 ㅎㅎ 그렇다면 장마철에 외계인은 우리에게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걸까요...?
어떻게 알고 연락하셨나요?
하하하하! 다들 재밌는 상상을 해주셔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토록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나는 여전히 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므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미는 결국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의 말 한마디가 뇌리에 박혀 있다. 그는 대체 내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한마디가 나를 계속해서 기대하게 했다. 그 기대에 나는 평생 그를 기다렸다.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p129, 장민 외 지음
나는 그녀의 연구 노트를 다시 한번 읽다가 깨달았다. 그녀가 좋아했던 색이 노란색이었음을. 해바라기 꽃잎과 같은 아주 밝은 노란색이었음을 말이다. 곧 보내질 무인 탐사선의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무인 탐사선은 2,000년이나 지나 이미지 속의 행성에 도착할 것이다. 그곳에 존재하는 정사각형 모양의 식물체 군집이 대체 무엇인지, 그 군집이 정말로 자연 발생한 게 아닌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하지만 내 생애에 그 결과를 받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p.169, 장민 외 지음
"세상에 죽고 싶은 인간은 없을걸. 구걸하거나 로봇 부품을 훔치거나 지인들에게 사기를 쳐서라도, 그들은 살아남고 싶어 하잖아." "그럼 왜 '죽어야지'같은 말을 한 걸까?" "외로워서가 아닐까. 나중에 분실 로봇 센터 담당자였던 시현 씨가 그랬어. 그 할머니는 그냥 자신의 투정을 받아주는 개체가 필요했던 거였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애초에 애완 로봇은 핑계일 수 있다는 말이지."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p.207 <하늘의 공백>, 장민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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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모처럼 맑은 하늘이 보이는 오늘은 정현수 작가의 <하늘의 공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하늘의 공백>은 우편 분류 업무를 하는 공적 작업 로봇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살아남을 '웃음과 감정을 파는 직업'을 가진 인간 사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두 존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부조리함이 두 존재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3-1. 작가가 설정한 미래 사회는 축적한 부의 크기에 따라 다닐 수 있는 '길'이 달라지는 사회입니다. 다시 말하면 철저한 계급사회죠. 사실 인류는 '계급'이란 걸 발명한 이후로 줄곧 그 계급을 세분화하는 데에 힘써오다가, 최근 200여 년 사이에는 왜인지 그 모든 계급을 타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정현수 작가가 그렸듯이 다시 '계급'이 뚜렷해질까요? 아니면 모든 인간이 평등해지는 시대가 올까요?
이미 신자본주의 시대의 현실은 계급사회가 된 것 같고 소득 격차가 더 커 질수록 정보 획득의 수단이나 방법 속도에 따라 더더욱 그 차이는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과학자들이 유토피아로 생각하는 미래는 AI기술을 가진 로봇들이 노동을 대신하고 그 생산가치(재화, 서비스, 자원 등으로) 인간은 더 생산적인 활동과 여가를 즐기며 사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쉽지 않아보입니다.
맞습니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유토피아가 오려면 우선 소득 재분배가 형평성 있게 이루어져야겠죠.
전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시스템적으로만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뻔뻔하게도 '너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을 달고 사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게다가 점점 내 돈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도덕적인 딜레마를 쏙 뺀 개인주의?이기주의?들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는 더 공고해질 것 같습니다.
모든 시민이 투표권을 얻은 것만 해도 대단한 진보이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바와 같이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은 점점 공고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항상 같지 않아서 답답할 때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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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저는 이 작품의 초반부터 왜인지 이 로봇은 인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반전이 드러났을 때, 놀라기 보다는 '역시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납득했죠.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결말부의 반전이 놀라우셨나요?
초반 로봇에 대한 묘사는 이거 너무 나갔다 싶었습니다. AI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묘사하고 표현한다는게 말이 되나? 라는 생각으로 읽긴 했는데 좀 따분해지기 시작했고 몇 페이지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이렇게 그냥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나나 싶었다가 크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결론 휴먼 나빠요.
앗, 저랑 비슷하게 느끼며 작품을 읽으신 것 같네요. 저도 로봇이 설명하는 것들이 인간의 '감정'에 관한 것들인데, 로봇이 그런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게 가능한가, 왠지 이 로봇 너무 인간 같다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ㅎ 그런데 그게 작가가 의도한 바라는 것을 작가노트를 통해 확인하니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아직 끝까지 읽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비로봇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죠?'란 표현을 보고, 예전에 다시 고려해 보았던 '인간적이다'라는 표현에 대해 또다시 곰탕 우려 먹듯 꺼내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적으로...라는 표현 참 좋게 쓰잖아요? 근데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고....저희 회사에서는 사장님 비꼴 때 씁니다. 맨날 "우린 이제 뭐 거의 가족이지...인간적으로 어쩌고 저쩌고..." 저런 소리 할 때마다 '가...족같이!!!!'를 외치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희 사장님 꽤 좋은 분이십니다 ㅎㅎㅎ
저도 요즘 '인간'이 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염치를 알아야 인간이고, 도덕과 윤리가 있어야 인간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요즘엔 인간이란 그저 언어가 많이 발달한 동물이 아닌가 생각하며 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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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 작품은 앞서 읽은 두 작품과 비교했을 때, '현 시대의 이야기를 미래라는 설정 안에 풀어놓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거의 다 대체한 시대임에도 아직 이메일 분류 작업 같은 걸 우체국에서 로봇들이 하고 있다는 점 등은 '과학적 상상력의 부족'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과학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작품이 여러분께는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이메일은 그저 작중 이연우씨와 접점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설정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AI로봇이 다닐 정도면 이메일이 필요한 세상인가 싶기도 하고 아날로그도 아닌 이메일을 굳이 분류를 해야 하나? 왜? 감시사회인가? 뭐 따지고 들면 ... 많을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과학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호러? 추리 소설 같은 장면으로 다가와서 미스터리쪽 공모전에 냈어도 수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요즘은 장르의 경계가 그렇게 엄격하지 않아 딱히 거부감이나 거리감은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왜 우체국이란 전근대적인 직업 영역을 미래까지 가지고 와서 사용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세 작품 중에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고 애정이 갔어요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읽었고요. 억지스러운 아련함이 아닌, 작가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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