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적 장르읽기] 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SF의 세계에 빠져보기

D-29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일들로 인류는 '발전' 해왔지만, 그 '발전'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소모'하고 마는 것은 비극이죠.
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희생과 파괴가 있었죠. 결론이 희극이라고 그게 꼭 행복한 결말은 아니겠죠?
와~드디어 시작이네요~제가 이번주까지는 봐야할 책들이 있어서 보고, 다음주부터 열심히 따라잡겠습니다!
장민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는 '조삼모사라는 격언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박진감 넘치거나 웃음이 묻어나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죠. 또, 소설에서 설명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장르적으로도 요소적으로도 훌륭한 SF인데다, 우리의 현재를 대입할 수 있는 주제의식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왜인지 이 이야기가 현실의 비유처럼 느껴졌는데요. 18미터의 강철 육체에 익숙해져 그 외피를 벗지 못하고, 외피 밖에서는 무력해지는 인간이 마치 유튜브와 숏폼, 게임 등에 의해 도파민 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대의 우리들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만든 강화 슈트를 포기하고, 다른 행성에의 정착을 포기하고 지구로 돌아가자는 인간은 아동, 청소년에게 숏폼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를, 강화 슈트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시절을 잊고 그 슈트에 익숙해져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은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니 숏폼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무리를 연상시켰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은 인류 역사에 반복되는 패턴일 수도 있겠습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독자에게 매우 선명하게 전달합니다. 인류란 '현재를 계속 소모하고, 태워가고, 죽어가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뼈 아픈 지적을 하죠. 또, 인류는 결국 지구라는 작은 행성을 넘어 우주 전체를 소모해버리고 우주의 종말을 가져올 존재라는 끔찍한 경고를 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지구에 살아야 한다. 1초가 1초인 곳에서 살아야 한다. 인간은 1.5미터의 육신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우리의 뇌는 18미터, 30미터, 100미터의 육체를 위해 기능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간이 지구에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겠죠. 하지만 인간의 거만함과 오만함으로 다른 곳을 찾는다면 그 미래는 불보듯 뻔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진화하거나 이주할 수 있겠지만 그 본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더 큰 우주로 나아가는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사실 이 작품 속 '신인류'가 행성 하나의 크기만큼 커졌다는 부분을 읽을 때 당황했습니다. '이런 크기의 로봇을 만들려면 별 하나를 해체해서 부속으로 썼을텐데, 그 정도의 자원을 끌어다 썼으면 별이 소멸하면서 인력과 척력으로 유지되는 우주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대단한 과장법이긴 하지만 인류의 탐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복잡한 상대론적 계산에 대한 강의를 2시간 정도 들으실 각오가 있으신가요, 우리 함장님 겸 단장님?" "미안, 없다."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41p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장민 외 지음
이 부분 보고 잠시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함장님이 이야기 해 봐.. 라고 했으면 자칫 장편 소설이 될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에.. ^^
모두가 한 마음이죠 ㅎㅎ
잘못을 인지한 순간이야말로, 잘못을 바로잡을 최선의 순간이야.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57p <우리의 손이 닿는 거리>, 장민 외 지음
사과할 때도 중요한 순간이죠.
1-2. 인간의 욕심을 그리려나? 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저도 작중 화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구에서 인간이 활개를 치고 교만에 빠져 있는 모습이 좋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배경이 광활한 우주이기에, 몸 좀 커지면 어떻고 굳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로봇없이 살아야 하는 생각도 해서요. 책에도 나와 있지만 저도 일종의 진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우리가 또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것도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일 뿐일 수 있겠죠. 관점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인류라고 할 수 있는가'도 모호한 지점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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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비가 참 많이 오네요. 눅눅한 마음을 재밌는 SF소설로 꾸둑꾸둑 말려봅니다. 진도가 조금 늦어졌지만, 오늘은 박선영 작가의 <개인의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소설은 한 연구원이 몰래 혼자 적어둔 노트가 826년 후의 인류에 의해 발굴되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826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두 시점이 하나로 모이는 이야기의 구조가 참 흥미롭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2-1. 작품 뒤 '작가노트'에 보면, 박선영 작가는 원래 미래를 고정 시점으로 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재미없었고, 고쳐 써봐도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번 숙고 끝에 지금의 구조로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만약 미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쓰였다면, 또 '므'의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가 어땠을까요?
2-1. 솔직히 말하면 약간 식상한 구성이었습니다. 저는 차라리 미래의 이야기만이었다면 과거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혼자 쓰는 표현인지 어디서 주워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요새 특히 '문창과 스타일'의 문체와 먹먹함을 추구하는 글들이 많아 좀 질린 상태인데 어느 순간부터 SF에도 젊은 바람이라는 명목하에 장르를 덧댄 이런 작품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탓도 있겠지만 한없이 부드럽고 모든 걸 감싸는 그런 작품보다 좀 촌스럽고 거칠어도 어떤 칼날이 보이는 작품이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작가님 ㅜ.ㅜ)
오, 소설 읽기를 게을리한 지 오래된 저는 '문창과 스타일'이라는 표현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ㅎㅎ 그런데 말씀하신 내용을 읽고나니 '먹먹함을 추구하는 글'이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바로 알겠네요 ㅎ 별개로 저는 요즘 '안온하다'는 단어가 널리 쓰이는 것이 참 신기해 보입니다.
전 문학계에서만 쓰는 '핍진하다'가 도통 적응이 안돼용
아, '핍진성'을 '개연성'이라고 하면 안되는 이유를 저도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ㅎ
수년 전 부터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구입하지 않게 되더군요.. 비슷한 맥락이긴 합니다. 주제와 스타일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게 아닌가?할 정도로 뭔가 거부감이 들어서요. 과학문학상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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