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D-29
못 살아아서 그런지 아프리카나 남미 나라, 남아공 나라는 이름도 비슷한 것 같고 그나라가 그나라 같다. 자메이카가 아프리카에 있나 남미에 있나?
히루키는 여자의 행동에 대해 관찰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여자는 현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
방송에서도 마른 여자는 안 좋아한다고 하는 말은 그대로 여과 없이 나온다. 그런데 뚱뚱한 여자는 안 좋아한다는 말은 안 나온다. 아마도 이게 더 큰 욕 같다. 그리고 상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는 것 같다.
인간만이 가진 것 인간에게만 기질과 마음과 기억이 있다. 동물도 기질(성깔, 그러나 결국 본능)은 있을 수 있는데, 인간만이 의지와 방향을 갖고 그것으로 자기를 구현하려고 한다. 인간을 가장 잘 특징 짓는 건 이 기질과 마음과 그 궤적의 흔적인 기억(추억)이다. 인간은 기질이 있어 자신을 가장 특징 지으며 산다. 이 기질로 인해 인간의 큰 궤도가 주로 결정된다고 보는데, 인간엔 또 마음(감정)이라는 게 있어 일탈인 탈선을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게 인간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만든다. 인간은 사실 불완전해서 절대자를 만들어 섬기고 불행과 행복의 시소를 타면서 모순과 부조리 속에 있지만, 인생의 큰 줄기인 기질 대로 살다가 갑자기 마음(감정)의 작용으로 중간에서 생을 중단할 수도 있다. 자기 생을 이만 마감하는 것이다. 기질은 한 인간에게 다소 운명적이지만, 감정으로 그것을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다. 고정과 변화를 오르락내리락한다. 기질은 꾸준하고 마음은 일시적이다. 그러나 마음이 인간으로부터 영영 떠나는 일은 없고 다시 돌아와 붙어산다. 인간의 가장 큰 미덕인 이성에 의지해 살아야지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감정이 그 몸에서 분리될 때는 그의 생명이 다할 때뿐이다. 인간은 이성보다는 마음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난 일부만이 이성이고, 그 밑에 묻혀 안 보이는 거대한 부분이 감정이다. 기질과 마음은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돕기도 한다. 지지고 볶으며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기도 하면서 타협하며 어떻게든 살아간다. 붙어 있으면 진저리를 치는데, 떨어지면 또 서로 그리워한다. 기질은 자기 생긴 대로 살려고 하지만 그 경로를 마음이 있어 이탈할 수도 있다. 기질과 마음의 길항작용(拮抗作用)으로 수놓아진 자기만의 인생길을 되새기고 기억(추억)하는 게 인생 아닐까? 이 타고난 본성과 성정인 기질이 한 인간을 가장 특징짓게 하고, 마음으로 인생을 변화무쌍하게 창조적으로 꾸미며 나중에 나이 들어, 아니 중간중간 그 기질과 마음의 행로를 기억하며 정리하기도 하고 인생철학으로 결론지으며 후회하고 미소 짓는 게 인간의 삶, 인생 아닐까.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하고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전염되고 세상이 점점 더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이다.
이제 글을 읽으면 한 페이지마 두 페이지를 읽으면 연감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된다. 내 글을. 그런 경지에까지 내가 도달하다니, 너무 좋다.
나는 남의 글을 쓸 수 없고 어디서 흔히 보고 들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하는 글은 절대 쓰고 싶지도 않고 쓰지도 못한다.
일본인의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향 유튜브에서 일본에서 10년 차로 생활하고 있는 젊은 여자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일본인과 한국인이 근본적으로 차이 나는 것을 말했는데 그게 내게 다소 충격이었고 새롭게 다가온 거라 그것을 글로 표현하지 않을 수 없어 여기에 적는다. 물론 이런 것도 다 일본에 대한 내 관심과 사랑이 심해 그럴 것이다. 나와 약간 비슷한 게 많은 사람들이라 뭔가 동정심이나 연민 같은 게 작용했으리라. 사람은, 상대가 자기와 같아 어쩔 수 없이 맘대로 못하는 걸 보고, 이유 없이 괜히 눈물이 나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자동으로 이는 것 같다. 이게 실은 인간의 보편적 마음인데 약간 자기 마음을 들들 볶으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사람을 일본에서는 좀 병이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고 한다. 꼭 칭얼거리고 응석만 부리는 애 같다는 거다. 한국 사람들은 뭔가 끓어오르는 흥과 주체못하는 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데 실은 인간은 한국 사람에 더 가깝다고 본다. 한국인은 잘 끓어오르는데 식기도 잘한다. 냄비근성이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히트 치고, 매운 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 먹는 못 말리는 민족이라 그런지, 한번 끓어오르면 그게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그래 그것으로 당한 경험도 있어 한국의 위정자들이 이런 한국인의 근성에 겁을 덜컥 먹는 것도 사실이다. 그전에도 각종 민란이나 민주화 시위도 있었지만, 근자의 것으로, 2002년 월드컵 축구 붉은 악마와 2016년 촛불 집회로 정권이 바뀐 것을 가장 쉽게 들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은 마음의 작용으로 시도 때도 없이 변한다. 그것을, 실은 다 겉으로 드러내는 게 더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여자를 옭아매는 코르셋으로 대변되는) 히스테리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것도 중세에 여자들을 종교적으로 옥죄는 문화 때문에 여자들이 욕구 불만, 집단 히스테리라는 정신적인 병을 앓은 것이다. 이런 감정은 억누르는 게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겉으로 드러내는 게 좋다고 본다. 안 그러면 한꺼번에 폭발해 큰 사달이 날 수 있다. 이걸 분출 잘하는 게 한국인이고, 일본인은 참고 억누르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본다. 나도 무척 일본인을 닮은 것 같다. 일본인 스스로도 자기들을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국민으로 곧잘 표현한다. 이건 이글과 직접 관련 없는 여담으로, 한국도 이런 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그걸 또 자기 스타일로 여겨, 그런 유의 노래를 곧잘 듣는 사람도 있다. 나도 물론 자주 들으면서 내 마음을 달랜다. MSG워너비의 <바라만 본다> 라는 노래인데, 한 여자를 향해 그저 바라만 보는, 짝사랑하는 소심한 한 남자의 눈으로 노랫말을 쓴 것 같은데, 그의 심정이 이 노랫말을 통해 너무나 잘 녹아 있다. 짝사랑이라는 가슴 찢어지는 이런 사랑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절대 쓸 수 없는 노랫말이다. 내 사랑이 그녀도 알아 자기만 바라봐, 그녀가 행복에 겨워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그녀는 알지도 못하는 나만의 일방적인, 다가가지 못하는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랑이라 고구마를 물 없이 먹은 듯 너무나 답답한 사랑이다.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노래 가사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의 입을 빌려 대신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 노래는 커버로 씨야의 이보람도 잘 부르는데 (아니, 어쩌면 더 잘 부르는 것 같다. 맑고 또렷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이보람은 슬픈 노래에 가장 특화된 가수라고 본다.) 이보람은 나와 같은 A형인데, -난 MBTI도 INTP로 글을 쓰기에 안성맞춤인 기질로 태어났다-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약간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부리는 <바라만 본다>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바로 그 노래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언제 들어도 절대 질리거나 싫증 난 적이 없다. 다시 본래의 글로 돌아가서, 일본은 또 상대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 연인끼리도 연락을 잘 안 한다. 내가 연락할 때, 마침 그가 운전하고 있어 위험한 상태거나 중요한 회의 시간이거나 강의를 듣고 있을 수도 있고 조용히 영화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연락을 못하는 것이다. 대신 한국은 시시콜콜하게 “지금 뭐 해?” “밥은 먹었어?” “뭐 먹었어?” “맛은 어땠어?” 하면서 별것도 아닌 것으로 연락을 수시로 취한다. 그러나 일본은 이렇게 하면 상대에게 미움을 살까, 안 한다는 것이다. 그래 상대가-그들의 표현대로-내 병적인 마음을 (사랑하니까 궁금해 수시로 연락하는 거) 접하고 나를 미워하면 어쩌나, 해서 참고 있다가 갑자기 상대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고 혼자 울고불고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중간중간 표현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야 하는데, 그걸 회피해 연인끼리도 소통이 잘 안 되어 나중에 한꺼번에 폭발해 이별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녀는 또 일본에 왜 이렇게 바람피우는 걸 쉽게 생각하고 너도나도 많이도 하는지 그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바람을 많이 피우고 불륜이 많은 것도 자기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상대도 나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제3자가 나타나 그에게 마음을 쉽게 빼앗겨 바람으로 이어지고, 한류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것도 한국 남자 배우가 상대 여배우에게 자기 마음을, “자기는 공주고 나머진 다 자기를 돕는 시녀 같아.”, “내 눈에 다른 사람들은 다 지워지고 자기만 보여.” 같이 오글거리는 것도 잘 표현하고, 상대 여배우도 남자에게 거침없이 세게 표현하는 것에 매료되어 그렇다는 거다. 진심으로 믿고 마음을 깊이 나누는 상대가 아니라서 뭔가 채워지지 않아 그 공허를 메꾸기 위해 여러 상대를 전전하며 헤매는 거 아닌가. 어장 관리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란다. 어디 마음 둘 곳 없어 정처 없어 떠도는 것이다. 결국 나도 상대에게 좀 무뚝뚝하고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고, 겨우 표현한다 해도 글로 이렇게나마 끼적이는 게 전부인데, 이런 것이 일본인과 많이 닮이 그들의 마음이 너무 잘 이해가 되고 동정심도 생기고 나를 보는 것 같아 연민까지 들어 일본인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건 아닐까.
글은 자기 책을 내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자기 나름대로 통찰한 것을, 자기 글에 담는 작업이다. 이 통찰은 자기 세계이고도 해서 글은 자기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공고히 하는 자기만의 틀을 완성해 나가는 자기만의 아주 위대하고 신성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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