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D-29
하루키와 맞는 것 같다. 일단은 그의 작품을 계속 읽으려고 한다. 다음 내게 맞는 일본 작가나 다른 세계적인 작가를 만날 때까지
나는 다른 사람이 내 책을 읽고 뭔가 외부활동을 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내 안에 있는 콘텐츠를 지금은 그냥 책이라는 형태에만 발표하고 싶은 것이다. 다른 활동은 그걸 방해하기 때문에 싫다. 나는 글에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중이다.
소설가들 중에 성격이 특이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비록 자기가 그냥 현실에서 평범하게 살아도 그렇다. 그런 성격 때문에 실은 소설가가 된 것 같지만.
잘 쓴 글은 내용이 예상되면 안 된다. 무슨 교훈적인 것도 안 된다. 그리고 대개는 처음 들었거나 뭔가 느낌이 달라야 한다.
역시 유시민하고 김영하는 TV에 나와서도 역시 작가라 일반인이 사용하는 상식은 잘 말하지 않고 독특한 말을 한다. 역시 작가라 많이 안다.
나는 혼자 하는 걸 좋아해 고난도 있었지만, 이 순간들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 나는 썰매를 많이도 만들었다. 송판에 철사를 박고, 송곳도 거기에 맞게 오리나무를 구해 못대가리를 없애고 거꾸로 박았다. 초가집 굴뚝 처마 밑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느긋하게 작업했다. 철사와 못을, 나무에 잘 들어가게 불에 달궜다. 동네 형들이 내게 썰매를 얻으려고 줄을 섰다. 나중엔 돈을 받고 팔았다. 돈은 선불로, 예약까지 받았다. 동생들까지 고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큰 애는 회계 담당, 작은 애는 작업장 세팅 및 심부름꾼. “태식아, 내 썰매 멀었냐?” “형, 좀 기다려요.” 썰매에 쓰는 동네 철사란 철사는 내게 모두 작살났다. 한번은 곡식을 까부는 이웃집의 손풍구에 달린 철사를 자르다가 주인에게 걸려 주인이 얼마나 꼭지가 돌았는지(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부락에서 철사가 없어지기만 하면 무조건 나한테 왔다) 낫을 들고 죽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나를 쫓아온 적도 있었다. 그 주인이 미친 줄 알았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도망치면서 이럴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싫으면서도 슬펐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동네서도 철사 구하기가 여의치 않자 걸어서(그때는 버스도, 하다못해 자전거도 없었다) 30리가 넘는 장터로 가서 철사를 구하거나 동네에 가끔 들어오는 엿장수에게 철사를 주고 엿 바꿔먹은 게 아니라 거꾸로 깨진 솥, 고무신 등이나 거금을 주고 철사를 엿장수에게 오히려 샀다. 나는 그때 좋은 썰매를 만들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썰매를 목숨 바쳐 만든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국어에 홀딱 빠졌다. 한번은, 서울대 법대 간 애가 전 과목에서 국어만 나 때문에, 일등을 놓친 게 분한지 내게 다가와 국어 잘하는 비결을 빵을 사주며 물었다. “비결 같은 거 없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야.” 내 목소리엔 거드름이 묻어났다. 그 애 앞에서 뻐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국어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역대 위대한 왕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다. 나중에 십만 원 지폐가 나오면 만 원 지폐에서 빠져나와 거기에 실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여기엔 밝혀지지 않은 사연이 있다. 학교에선 골고루 공부해야 하는데, 국어만 하는 게 딴엔 낯 뜨거워 다른 과목을 국어책 옆에 펴놓고 그걸 하는 척하면서 오로지 국어만 팠다. <선데이 서울> 같은 불온서적이나 이현세의 까치나 이상무의 독고탁 만화를 밑에 깔고 교과서나 참고서를 보는 척하는 게 정상인데, 나는 국어책을 밑에 까는 이상 행동을 보인 것이다. 국어만 편식하고 편애했다. 90년대, 회사에 들어와선 컴퓨터에 탐닉했다. 주변 지인이나 회사, 거의 모든 컴퓨터를 고쳤다. 컴퓨터 경진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 당시엔 컴퓨터만 보였다. 어쩌다 옛 동료를 만나면 지금도 컴퓨터를 하느냐고 묻는다. “지금은 눈도 침침하고, 초창기의 PC처럼 순수함이 사라진 것 같아. 지금은 AI가 뭐든 더 잘하잖아, 내가 굳이.” 나는 워드를 비롯해, 정보처리기사, 리눅스 마스터, PC 정비사, 인터넷 보안전문가 등 컴퓨터 자격증을 15개나 땄고, 뭐든 오래 하면 나름 철학이 생긴다고, 컴퓨터도 사람 같아서 자기를 아껴주고 격하게 사랑하면 주인에게 충성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그 당시 컴퓨터를 함부로 다루는 인간을 제일 혐오했다. 컴퓨터가 돌고 있는데 발로 툭툭 치거나 옮기는 인간을, 세상에서 가장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플래터를, 스핀들의 헤드가 긁어 데이터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정녕 모른단 말인가? “무식한 새끼, 네가 컴퓨터를 알아!” 나중엔 이건 나만의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 당신엔 울화통이 터졌다. 나를 만나는 컴퓨터는 내 말을 아주 잘 들었다. 묵묵히 시키는 대로 다 했다. 나중엔 컴퓨터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주인님, 오셨습니까?” “오냐, 너는 여기가 아프구나. 음, 어디 좀 보자.” 용한 의원이 환자 겉모습만 보고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듯 나도 그런 경지에 기분만은 올라섰다. 지금은 책만 끼고 산다. 책이 나이고, 내가 곧 책이라 여긴다. 이제 내게 책은 거의 신의 경지까지 등극했다. 그래 내가 지금 읽는 책에, 감사의 절을 매일 올린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책은 내 나머지 생의 동반자라 생각하며 같이 갈 생각이다. 컴퓨터에 빠져 하나하나 자격증을 따는 것에 흐뭇했는데, 이젠 매년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에 심각한 자긍심을 느낀다. 나는 새로운 차원의 영감이 떠오를까 싶어 술을 띄엄띄엄 코가 삐뚤어지게 퍼마시고, 땅바닥을 기어보는, 남과 자신조차 혐오스러운 인간이 되어 생의 밑바닥을 허우적거려 본다.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과도 대화에서 사이가 틀어질까 굳이 걱정하지 않는다. 사실 이들이 내게, 쓸 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덕담만 주고받는 대화는 기분만 좋지, 사실 글 소재로 건질 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은 모든 게 글로 수렴되어 있다. 종합하면, 내 성향이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이 하는 것보다 남 간섭없이 혼자 하는 것에 빠지고 그걸 하며 아니, 즐기며 깊은 행복감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지금, 현실에서 오는 혼란과 울분도 책으로 들어가면 눈처럼 사르르 녹고 만다.
유시민의 말 정리(2) 성공하지 못할 걸 알고 아무도 칭찬해 주지도 않고 지지도 남들의 관심도 없는 일을 꾸역꾸역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게 성공할 것 같은 생각으로 그 성공을 위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사람은 그 성공이 목적이라 그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만 그런 게 아니고 자신의 비참함을 참지 못하고 내가 이걸 하지 않으면 평생 비참함 속에서 살아갈 것 같기에, 자기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러는 것이기에, 그가 비록 그게 성공할 거라고 믿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하는 사람은 그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은 본래 자신의 비참함을 견딜 수 없어 그런 것이기에 성공을 못 한다 해도 좀 서운하기는 하겠지만 자신은 비참하진 않았기에 성공만을 목적으로 한 사람보단 좌절을 덜 겪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사람은 이런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도 있고, 저런 목적을 갖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다 존중받아 마땅하면서도 자신은 자신이 믿는 것을 계속 지켜나갔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비참하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거다. 민주주의는 독재와 반대인데 민주주의가 만능은 아니고 민주 제도에서 다수결에 의해 잘못된 지도자를 뽑을 수도 있는데 그가 정치를 잘못하면 그를 갈아치울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 장점이라는 것이다. 반대인 독재는 그게 국민 마음대로 안 되는 사회이고. 그 사회가 민주적인 사회냐 아니냐 하는 기준은 국민이 정권을 중간에 중단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란다. 그 반대가 독재거나 전체주의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남을 설득하기 위한 것보다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것이며 남은 사실 자기 글로 인해 설득당해 변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글쓰기의 본래 목적은 자기표현이 우선이고 내 글로 인해 독자가 공감하고 소통이라도 하게 되면, 본래 자신의 표현이 목적이기 때문에 내 논리에 그가 변하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글은 어떤 사람을 설득해서 바꾸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자신을 바꾸는데, 하나의 기회 제공 정도의 힘만 준다는 것이다. 상대가 변한다면 내 글의 논리로 변한 게 아니라 내 글에서 제시한 자료에 의해 더 그럴 수 있다는 거다. 내 논리적인 글 내용대로 그가 변하는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 변하는데 내 글이 하나의 계기만 제공할 뿐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내 글 때문에 그가 변하는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 자기를 변화시키는데 내 글을 이용한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내 글이 그를 변화시키는 데에 약간 필요했을 뿐 충분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거다. 유시민의 서울대 글쓰기 특강에서 어떤 질문자가 어떤 역사소설, 대하소설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박경리의 <토지>를 제일로 치고, 황석영의 <장길산>은 과장이 심하고 이문열의 <영웅시대>는 역사를 왜곡했다고 하는데 박경리의 <토지>를 제일로 친 이유는 정직하게 표현해서라고 했다. 거기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주 중에도 좋은 지주가 있고, 소작농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악인도 분명 있다고 정직하게 표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글은 현실을, 과장이나 왜곡 없이 정직하게 그대로 드러내야 하고, 자신을 속이면 계속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내 입장이다.
유시민의 말 정리(1) 나는 유시민 작가의 책을 다 읽은 건 아니고 내가 책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청춘의 독서>, <표현의 기술> 등 몇 권은 읽었다. 무엇보다 정치인에서 작가로 돌아온 것에 대해 열렬히 환영하고 본인도 유시민 작가라는 칭호에 가장 만족하는 것 같다. 그는,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어떤 사건이나 문제, 현상에 대한 핵심을 잘 짚어내고 그것에 흐르는 중요한 줄기를 잘 집어내는 데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명쾌하고 쉽게 잘 설명한다. 아마도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다. 그중에 임팩트있게 내게 다가온 내용을 적어 본다. 인간은 본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이 있는데 그것은 상황에 따라 감추어졌다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가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던 것들인데 그가 갖고 있던 것 중 하나가, 어떤 상황과 겹쳐 그게 겉으로 나온 것뿐이라는 얘기다. 상황에 우연히 노출되어 그의 여러 가지 모습 중의 하나가 그 상황을 계기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가 변해서 그런 게 아니라 숨겨져 있던-잠복해 있던-것이 그 상황을 만나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몇 번 도전했으나 결국 읽다가 포기했다고 한다. 재미가 없어 그랬다는 것이다. 그런 책은 자기와 안 맞는 책이라는 거다. 자기와 궁합이 안 맞고,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 그렇게 자기에게 안 맞는 책은 억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억지로 읽어봐야 얻는 게 없다는 것이다. 괜히 시간만 낭비되고 책에 대한 염증만 생길 뿐이라고. 이걸 보면, 적어도 유시민은 솔직한 것 같다. 인간 시각이라는 게 겨우 인간들의 감정과 관점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종교도 인간이 만든 것이고 신이 인간을 만든 게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불안해서, 불완전해서 만든 거라고, 그래 절대자에 의지해서 그나마 좀 불안에서 해방될까, 그런 거라고. 그런 점에서, 우주인이 지구를(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인간의 역사가 약탈과 학살의 역사이기 때문에 우주인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정복한다는 말도 인간들의 관점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 우주인은 지구를 몇 번 왔다 가긴 했는데, 정작 그럴 맘은 없고 그냥 지구인을 지금 단계에선 건드릴 필요는 없고 그냥 놔두기로 한 거라고, 그들도 이미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단계를 거쳐 성숙해져, -물론 그들도 자기 행성에선 자기들끼리 전쟁도 하고 그게 다 부질없다는 걸 알고-더 의연해진 (지구인처럼 어리석지 않고 현명해진) 우주인이 되어 지구를 정복해 뭔가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지켜보기로 한 거라고.
지금 대통령은 권위주의가 너무 강해 자기 아랫것들이 대들면 감히 나에게 덤벼 이렇게 나온다. 좋은 의미의 대통령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인간들이 많다. 그래 인간 세계는 병화무쌍하기 때문에 여기서 뭔가 믿고 밀아붙이다가는 다 나가떨어질 수 있다. 차라리 그냥 가상에서 내 이상을 펴라. 현실에선 이상을 펴기가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잘 안 될 거라고 아예 예정하고 일을 하라. 계획처럼 거의 안 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남의 말에 의한 상처 극복하기 작가는 대개 타고나길 능청스럽거나 느물느물하지 못하고 뻔뻔하지 못하다. 순수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또 작가로 쭉 이어갈 수 있고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는 만들어지는 것보다 사실 타고나는 경우가 더 많다. 사실 이게 사라지면 더는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 작가는 여리고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많아 남이 한 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그래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글로 끄집어내 결국 글로 극복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다시 새로운 것으로 다시 상처를 받는다. 작가에게 이게 반복되는 것이고 그는 다른 것보다도 글로 다시 끄집어내 결국은 글로 극복한다. 그래 결국 글로 살아나가는 것이다.
한류가 이렇게 폭발할 때 한몫 잡으려는 인간들이 많다. 지금 연예기획사들의 최고의 전성기다. 홍콩 영화처럼 그냥 흘러갈지 모른다. 때는 이때다 하고 너도나도 달려든다. 기획사는 슈퍼 갑으로 전국과 세계에서 몰려드는 예쁜 애들을 마구 주무르고 있다. 그래도 뭐라 못한다.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좋은 시절이다. 이게 옛 추억으로 언제 끝날 것인가. 시간만이 문제다. 영원한것은 영원히 없으니. 지금 한창인 기획사는 진짜 운이 너무 좋은 줄만 알아라.
유시민의 말 정리(3) 유시민은 <침팬지 폴리틱스>에서 침팬지도 우두머리로서 보안관 역할을 해 약자 보호와 편들기, 혼자만 독식하지 않는 관용이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이 침팬지보다 나은 게 있는가. 침팬지는 역시 그런 걸 단지 본능에 의해 하는 거고 인간은 지금까지 쌓은 문화, 사회에서 통용되는 훌륭함, 아름다움이라는 기준과 고뇌의 결과, 자기 성찰로 하는 것인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침팬지 노릇을 하면 안 된다. 그런 짓은 침팬지만 하는 거다. 그러나 아직도 침팬지 단계에서 멈춰 있다면 같은 인간으로서 참기 힘들다. 인간이라고 다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엔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게 있는데 대개의 인간은 자신을 실제 능력보다 좀 더 높게 평가하는데 최상위권은 자기 상대화나 객관화를 잘해 자신의 능력보다 낮게 보는 반면 최하위권은 자신의 어리석음조차 모른다는 거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은 분명 사회적 약자인데, 당연히 자신과 같은 약자를 돕는 정당을 지지해야 함에도 그 반대로 강자만을 편드는 정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얼른 이해가 안 간다. “아니, 자기가 약자인데 약자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강자 편을 들다니?” 이런 경우는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보는 것과 (자신은 더 위로 올라갈 거라고 믿고 자신보다 위의 인간들만 추종한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객관화에도 실패한 결과이리라. 자신을 실제보다 낮게 보고-겸손하고-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으면 그래도 인간 중 괜찮은 축에 속한다. 또, 슈퍼 갑의 위치에서 자기에게만 있는 무기로 을들을 공격하고 살상하면 그보다 비열하고 치졸한 짓은 없다는 거다. 대통령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자신들에게 절대적 약자인 환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집단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자기가 잘하고 이미 이룬 것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안 그런 것은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유시민도 말을 잘해 그것에 대해 자랑하고 듣는 사람도 그가 실제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똑똑하게 보는 것 같다. 그가 말을 곧잘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기꾼에게 넘어가는 이유도 그가 말을 잘해 상대를 휘어잡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말을 잘해 사기꾼이 되었나, 사기꾼의 필수가 화려한 언변이라 그런가. 사기꾼의 인성과 심보, 남이 속아 넘어가는 달변이 결합해 그렇게 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자리에 있기에,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가 잘못하면 그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유시민도 대통령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하고 생각하지만 얼른 납득이 안 되어 일반적인 책이 아닌 다른 분야(인간의 더 위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의 책을 찾아 이해해 보려고 한다. 거기서 그걸 발견하면, “저런 건, 이래서 그렇구나.” 하고 통찰한다. 유시민도 오류가 많고 모르는 것도 많다. 그래 자기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을 계속 뒤적인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고 골머리를 앓다가 그걸 설명하는 책을 찾아내 누구보다 먼저, 그를 이해한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커다란 틀에 맞게 그 안에서 운신하는 게 일본인의 특징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이가 들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쓸수록 자기의 관심사가 바뀌어 글의 주제도 바뀐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유명해지면 내 글을 맘대로 못 써 그게 싫어 나는 글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차라리 글로 안 유명해지는 게 낫다. 책이 안 팔리는 게 낫다. 유명해지고 책이 잘 팔리면 맘대로 할 말을 못 한다. 유명해지면, 전에 한 말 가지고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 유튜버들이 내 주변에 우글거릴 것이다. 그게 싫다. 글 외에 다른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고 싶다. 그게 내 행복이다. 그래야 또 글이 좋아진다고 보는 입장이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다른 건 생각한 적이 없다. 유명해져 맘대로 글에 할 말을 못 하는 게 가장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히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맘대로 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교회는 보수주의자로 변심하는 인간이 많아 싫다. 그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속물적이다.
유시민의 말 정리(4) 쓰기가 이런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머리에만 있고 계속 듣거나 읽거나 이것만 하면 그 내용이 진정 자기 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걸 느끼는데, 쓰면서 사고가 발달하고 생각을 다시 적으면서 비로소 혼란스러웠던 것이 뭔가 정리되고 명료해지면서 속에 든 것을 털어놓음으로써 속 시원한 맛도 있고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비로소 글이 내 편이 되어, 지금의 내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 준다. 속의 고민을 글로 뱉어냄으로써 한 발 떨어져 그것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고민이 마치 남의 고민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한 것, 자신이 읽고 들으면서 깨달은 것을 적어놓지 않으면 그 기억이 사라지고 진정한 자기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말이나 생각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에 있는 생각을 글로 옮기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화되는 것처럼 진정한 자기 것이 된다고 한다. 생각이 글의 발전을 돕는다기보다 글이 생각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해 기록함으로써 인간 문명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이 발전하면서 그 당시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때는 이렇게 유치했고 아직은 생각이 덜 익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그때의 내 생각이나 감정 그 자체도 더 소중하고 의미 있어 진다는 것이다. 기질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이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가치관 정립이 아직 안 된 이유도 있겠지만-나이가 어리면 같이 어울릴 수 있다. 어릴 땐 기질이 비슷하면 잘 어울리고,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 같다. 기질은 선천적이라 어쩔 수 없다며 상대를 충분히 포용하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자기 의지가 어느 정도 가미된 가치관은 상대를 위해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는데도 안 바꾸니까 그게 수용이 안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결국 헤어진다. 만나도 가치관이 안 맞기 때문에 서로에게 공감이 안 되고 결국 기분만 상한 채 헤어지는 게 거듭되면서 만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만나봐야 상대의 말을 듣기보단 자기 얘기만 하고 그래서 불편하기만 하고 괜히 만났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기대에 대한 실망도 커, 그걸 극복하고 그동안의 우정과 의리만을 위해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안 맞으면 서로에게 힘을 주지 못하고 지지나 응원은 어불성설이다. 상대의 가치 추구를 폄훼해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 그만 만나고 여기서 헤어지면 그나마 약간 남아 있는 상대에 대한 좋은 기억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미움은 더이상 추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질이 다르면 타고난 본성이 다른 것이기에 서로에게 약간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관만 서로 비슷하면 그런 기질의 차이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는 것 같다. 기질은 방법상의 차이이고, 가치관은 목적이기 때문에 방법이 좀 다르더라도 최종 목적을 향해 충분히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하려는 게 없다. 자기가 가장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과정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동훈도 윤석열도 같은 인간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현실이고 그것은 이상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세계의 끝은 이상적인 곳인데, 그 이상적인 곳은 사람 냄새가 안 나 너무나 삭막하다. 그러니 우리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원더랜드에서 살면서 삭막하지 않은 세계의 끝을 꿈꾸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해서도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럼 벗어나기 불가능한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기 기질과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지금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은 그냥 사회에 적응하고 잘하는 요령만 터득한 인충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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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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