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D-29
현실과 이상을 왔다 갔다 하자 사회는 내 맘대로 안 된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거기에 몸담고 있어 인간 사회를 무시하며 사는 것은 진짜 어리석은 짓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것으로 태어났다면 그럴 수 있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어디서 하나? 이게 가장 하고 싶은 것이고 자기를 충전하는 것이고 치유하는 것인데. 그것은 가상 공간이나 지상(紙上)에서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다. 사회에선 그냥 적당히 맘에 안 들어도 맞춰 가며 사는 것이고, 그래야 자기의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래 방전된 힘을 가상 공간에서 보충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현실과 이상을 왔다 갔다 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야 또 양쪽 다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삶의 희열과 즐거움을, 양쪽 다에서.
남녀의 섹스 남자가 그렇게 원하던 여자와 섹스를 드디어 하게 되면 여자들은 섹스가 끝나면 좀 허탈하지 않냐고 하는데 남자는 그렇지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와 그녀가 그동안 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뺐던 섹스를 드디어 하게 되면 그런 생각보단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여자는 분명 안 그런 것 같은데, 남자는 여자와 하는 것 자체가 솔직히 목적인 경우가 많다. 남자는 바라는 것에 대한 정복 욕구가 있다. 아마도 이제 정복했고, 이 여자는 이제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기 여자가 되는 것이고 이제 점을 찍어 놓은 거고 자기 침을 발라 놓은 것이다. 개가 여기저기 오줌을 누는 것처럼 자기 영역을 확보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자에겐 분명 섹스가 무슨 분기점 같기도 하다. 그게 사랑의 종착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 자기와 섹스를 나눈 상대를 결국 자기 머리에서 평생 지우긴 쉽지 않다. 이런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아무에게나 자기 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가 몸을 허락하면 그때부터 남자의 태도가 달려지고, 자기를 떠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작용한다. 남자는 섹스로 시작해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거고, 여자는 사랑이 무르익어야 섹스를 허용하는 것 같다. 섹스를 사랑의 완성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확실히 남자보다는 성욕이 왕성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임신을 하게 되어 조심스러워 그런 본능이 작용해 남자보단 성욕이 덜 왕성한 것이리라. 남자처럼 시도 때도 없이 왕성하면 가임 기간 내내 임신만 하다가 말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의 생활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 임신할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여기저기 씨를 뿌려야 해서, 자기 자손을 번성하게 남기는 게 본능이라서 계속 나이가 들어도 체력은 감퇴해도 성욕은 줄지 않고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80이 넘어서도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여자들이 자기는 전혀 성욕이 없다고 하는데, 불감(不感)인 여자를 빼고는, 여자가 전혀 성욕이 없다는 말에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여자도 동물인데 전혀 성욕이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섹스에서 빨리 달아오르고 빨리 식는다. 여자는 천천히 안정감이 들고 사방의 분위기가 자기에게 맞게 갖춰졌을 때 서서히 성욕이 생기는 것 같다. 성욕이 먼저가 아니고 자기 맘에 드는 주변 환경이 먼저다. 뭔가 불안하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지 않으면 섹스 생각도 일지 않는 것 같다. 뭔가 여유롭고 평화로울 때 성욕도 생기는 것 같다. (그래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남자가 자기에게 충분히 믿을만하고 자기를 안심시켜 사랑하게 되면 자기 몸을 저절로 그 남자에게 여는 것 같고, 남자가 빨리 달아올라 빨리 끝내는 것보단 서서히 지구력을 갖고 장시간 정성 들여 여자를 달아오르게 하면 여자는 그때서야 비로소 달아올라 같이 남자와 뜨겁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급한 남자는 안 그렇지만, 여자에겐 전희(前戱)와 후희(後戱)가 다 필요한 것이다. 성교도 중요하지만 도입부와 끝마무리도 여자는 무시 못 하는 것이다. 그래 지구력과 힘을 강조하는 정력제와 기력 회복을 위한 강장제들이 성인 남자들에게 잘 팔려나가는 것이다. 남자 위주의 속전속결로 빨리 끝내면 여자가 싫어하니까. 남자가 자기를 조절하고 인내심을 발휘해 여자의 페이스에 맞출 수 있는 제품이 인기 있는 것이다. 이것도 자연의 이치와 섭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는 빨리 끝내고 다른 여자에게 가서 또 자기 씨를 뿌려야 자손이 번창하는 것이고, 그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여자에게만 그렇게 오래 매달리거니 머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임신의 위험도 있고 또 새끼를 낳으면 남자의 지원과 돌봄이 필수니까 믿을 수 있는 남자와 건강해 보이고(중간에 병들어 죽으면 안 되니까), 잘생긴 남자에게 끌리고 아주 천천히 그를 도망가지 못하게(다른 여자에게 못 가게) 붙잡아 놓아야 하는 임무가 있다. 여자인 자기를 남자가 보호하고, 새끼의 공동 양육을 위해. 그래 섹스할 때도 남자와는 달리 천천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남자가 본능만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어 붙잡아 놓고 그냥 섹스 자체가 아니라 충분히 사랑하며 자기 남자의 새끼를 낳아 같이 기르기 위해. 가만 생각하면, 남녀의 섹스에서도 모든 게 다 자연의 섭리(攝理)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
진보와 보수 진보는 거시적으로 본다. 지금만이 아니라 미래도 보아, 기후 위기를 더 많이 생각한다. 생각이 건전하고 건강하다. 그러나 보수는 당장 지금이 좋은 것이다. 지금이 편하면 미래가 어떻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표피적이고 단세포적이다. 다분히 동물적이다. 지금의 쾌락이 좋은 것이다. 보수는 지금 잘나가는 자 편이다. 지금과 지금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외계층이나 이방인, 정상에서 떨어진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꺼린다. 진보를 대개 이런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입장에서 서서 정책을 입안한다. 우리는 무엇을 따를 것인가.
유시민이 진보지만 전라도를 포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게 경상도 출신의 한계다. 자기 지역을 벗어나기 이렇게 힘든다.
정희진 작가는 소설은 못 쓰지만 글의 방향이 독특하다.
백화점의 하이라이트 4층 여성복 코너.
한국과 일본과 중국 이 세 나라는 서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이 솔직히 힘이 약해 쳐들어간 적은 없지만 전쟁 등으로 엮여 서로 많이 관계해 왔고 그건 지금도 똑같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집단적이지만 개인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집단 속에서도 자기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냥 집단 위주로 생활하면서도 주체성이 강해 창의적이다. 뭘 하라고 하면 그대로 따르지 않고 거기에 자기 나름대로 뭔가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려고 한다. 그냥 따르기만 하면 자기가 훼손될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이런 게 주체성이 강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집단이 정한 매뉴얼 대로 그대로 시행하려고 한다. 그래서 뭔가 매뉴얼은 매뉴얼이고 좀 응용하면 서로 편하고 쉽게 할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융통성이 없지만 이미 정한 규율은 잘 지켜 기초질서를 잘 지키고 뭔가 집단에서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일본인이 자유분방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그 집단이 정한 범위 안에서 즉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도에서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결국 많이 알게 된다. 중국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다. 좋아하는 건 가까이하려 하고 싫은 건 피하려고 한다. 원래 인간은 인구가 많고 지역이 넓어 개인이 어떻게 해도 그 거대한 조직이 안 바뀌면 그 조직을 바꾸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개인이 편한 대로 살려고 한다. 개인과 자기 위주로 살려고 한다. 그래 개인주의와 남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 중국은 남에 대한 배려가 약해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몰려다닌다. 일본은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끝장이다. 한국보다 지역도 넓고 인구도 많지만 그 따돌림은 다른 지역으로 가도 영향을 주니까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하는 게 일상이다. 한 번 찍히면 그 낙인(烙印)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렵다. 그러나 중국은 개인주의와 남에 대한 배려가 희박해 어디 가서 사기당하지 말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친다. 일본은 큰 가치가 자기 자리를 지키고 거기서 나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역(役)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장인이 나오는 것이다. 자기 자리 고수가 불문율이기 때문에 천황은 천황의 일을, 나는 다만 나의 일을 하면 될 뿐이다. 그래 서로 간섭하지 않아 왕에게 대드는 혁명이 일어나기 힘들었고, 실제 잘 일어나지도 않았다. 정치에도 자기 자리 고수로 정권이 잘 바뀌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게 되었다. 정치는 그들이 자기 역에 충실해 알아서 하겠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신하가 왕에게 간언(諫言)해 그 과오(過誤)를 조목조목 따진다. 왕이라고 해서 맘대로 하지 못한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한국에서는 탄핵(彈劾)당한다.
인간이 사는 방식 인간만이 마음이란 게 있어서 지금 자신이 사는 사회에서 안정을 찾으려고 하면서도 뭔가 자기만의 이상을 좇아 일탈을 꿈꾸는 존재 같다. 현실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먹고사는 곳이고 이상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는 거의 완전히 자아를 실현하는 곳이다. 삶은, 긴장된 현실과 평온한 이상이 서로 힘을 주고받으면서 격려하고 돕는 것 아닐까? 이게 인간이 사는 방식이 아닐까?
기존 개념을 절대 무시하지 마라 “시장이 반찬이다”, “개 눈엔 똥만 보인다”, “양날의 칼” 같은 속담이 있는데 이것들은 관용어로 촌철살인(寸鐵殺人)적인 통찰이 숨어 있다. 그런 걸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만의 새로운 법칙을 만들겠다며 덤비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자기 생이 짧고, 자기 생각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인간 사회에서 이미 쓰인 통찰을 십분 참고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자기의 독특한 생각을 창출하는 식으로 자기 생각을 전개하고 확장하는 게 인간 사회에선 아주 현명한 자세다. 자기가 뭐나 된 것처럼 기존 생각들을 무시하고 아주 따끈따끈하다며 자기 생각만 고수했다가는 제풀에 겨워 곧 쓰러지고 말 것이다. 한 인간의 힘은 절대 강하지 않다. 그러니 기존 인간들 사이에서 회자(膾炙)되는 통찰을 십분 자기의 창조력에 가능한 한 많이 활용하고 인용하라.
성숙한 이기심은 이타심이다 이기심과 이타심은 반대개념인데, 이 말은 형용모순이고 말이 안 되는 궤변 같다. 이 명제(命題)는 유시민 작가에게서 들은 것도 같고, 남녀 연애 프로인 <나는 솔로>의 20기 영수가 현숙과의 대화에서 한 말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게 무슨 뜻인지 유시민 작가에게 직접 물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나는 솔로> 영수에게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여자에게 멋있어 보이려고 무심결에 한 말인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아니면 (아, 물론 이런 건 있겠다. <나는 솔로>는 연애 프로니까 상대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이기적으로 자기 본연의 일을 하면서 여유가 있을 때 연락하는 거, 이건 상대에게 집착이나 부담을 줄 염려는 없으니까 상대를 안심시켜 결국 이기심이 이타심으로 바뀌는) 자신이 고안해 낸 통찰인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럴 처지가 못 되어 나름 여기에서 추론해 본다. 이기심(Egoism)은 남보다 자기를 우선 생각하는 마음이다. 남을 돕는 게 먼저가 아니라 남을 돕기 전에 자기 이익부터 챙기는 것이다. 남이 자기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그를 돕는 게 과연 나에게 유리한지 따져 본 다음에 자기에게 최종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더 이익이면 돕고 아니면 외면해 버리는 것이다. 철저히 자기 위주다. 인간은 남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지 않는다. 자기를 위해 밤을 새우는 것이고, 남을 걱정하는 것도 자기의 죄책감이나 책임감 때문에, 자기변명, 정당화에 유리하니까 그러는 것뿐이다. 자기보다 남을 우선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자신조차 속이는 것이다. 남을 우선하는 것조차 자기를 우선했기에 그러는 것이다. 나쁜 것이라도 아니라고 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진 것을 잘 활용해 뭔가 하려는 게 중요하다. 그럼, 성숙한 이기심은 뭔가. 단순한 이기심과 다른가. 아마도 그냥 이기심은 다분히 표피적인 것 같다. 자기 유전자나 뇌가 시키는 대로 자기 위주로 단순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성숙한 이기심이라면, 인간과 세상에 대해 깨달은 다음 이기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앞을 생략하면 단순한 이기심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자기 위주여서 자기 본위로 행동할 수밖에 없어, 일단은 그렇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자기를 부정하지 않는다. 자기를 합리화하는 것 같지만, 결국 돌고 돌아 자기가 있고 건강해야 남도 도울 수 있다고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다. 이걸 인정하고 들어가자는 것이다. 이것에서 아니라고 하면 더 이상의 전개는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 자기가 있은 다음에 남도 있는 것이다. 자기가 없는데 어떻게 남과 세상이 존재하나? 이런 인간 속에 흐르는 이치를 깨달은 후에 생기는 것이 성숙한 이기심이다. 그냥 단순히 피상적이고 동물적인 이기심이 아니다. 자기에게 진심인 사람이 남에게도 진심인 경우가 많다. 몰라서 못 하는 것과 알고도 안 하는 것은 다르다. 후자만이 전체 그림을 보고 거기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취할 줄 안다. 모르면서도 객기로, 단순한 이기심으로 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남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결국, 아무리 단순한 원리도 고뇌 끝에 진정한 자기 것이 되어야 성숙해진다. 인간은 역시 한계가 있어 자기 위주이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동하지만 단지 그렇게만 하면 단순한 이기심에 불과해 그걸 뛰어넘어, 극복해 남 또한 다른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동정하고, 내가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남의 공감과 배려를 필요로 할 때도 있으니 좀 내가 지금 여유 있고 상대를 도울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단순한 이기심은 항상 남이, 상대가 어려운 처지에 있건 말건 자기 위주로 무조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단순한 이기심은 남을 돕는 것은 다 소용없는 짓이라며 오직 자기만을 위해 행동한다. 인간은 위선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동물농장으로 변해 엉망진창이 된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예의와 도덕을 만들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법을 만들어 강제하고 있다. 속은 안 그렇지만 남에게 좀 더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결국 타인에게 더 잘하는 결과를 낳는다. 위악적인 것보다 위선적인 게 인간 사회에선 결과적으로 차라리 낫다. 자기는 겉과 속이 같은,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아니라 표리일체(表裏一體)라고 주장하는 인간도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표리부동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인간 사회에서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패만 거듭할 것이다. 아니면 그냥 표리일체(表裏一體)로 동물처럼 살면 된다. 위선적인 게 결국 남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인류 보편적 가치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상통해 그런 것도 있다. 위선이 착한 척하는 것이고, 위악이 그 반대라고 할 때, 인지부조화라는 건, 자기 생각, 자신이 한 말이 행동과 일치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이다. 자가당착(自家撞着),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이 두 간극을 메우려고 노력한다.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행동과 간극이 더 벌어져도 나쁜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결과적으로 실제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는 남에게 누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자는 원칙으로 살겠다고 해놓고 결국 남의 약점을 다시 들추어 2차 가해와 돈벌이를 하는-쯔양, 밀양 성폭행 사건 같은- 사이버 레커로 결국 남에게 폐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정도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인간들은 인지부조화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그냥 개돼지처럼 살지만 말이다. 이게 위선이 아닌 위악이 낳은 병폐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표리일체, 동물적 행동이다. 이런 상태에서, 권력이라도 잡으면 위험한 게 자기 생각을 현실과 체제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걸 자기 생각대로 뜯어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히틀러와 스탈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민주 사회라면 이를 막을 수 있는데, 이들이 폭주하려고 하면 중간에 멈춰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재나 전체주의에선 폭군이 멋대로 해도 손 놓고 구경만 할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엔 이런 자들이 즐비하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아니 안 돌려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서로 도우며 이렇게 진화해 살아남았다. 자기 위주지만 위태로울 때는 남과도 기꺼이 협동해 위기를 극복해 왔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남과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깨달은 것이다. 본래 인간은 혼자만 행복할 수 없는 존재다. 완전한 이기주의의 세계에 진입해 혼자만 덩그러니 남으면 그는 곧 불행에 빠질 것이다. 남이 관심 가져주고 도와주고 나를 지켜봐 줄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아이가 신나게 놀다가 어른들이 아무도 안 본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는 놀이를 멈추고 곧 울음을 터트릴 것이다. 갑부가 혼자만 계속 돈을 축적하고 노동자들은 모두 빈털터리가 되면 그가 만든 물건은 누가 사주겠는가. 그렇게 되면 사회 전체가 모두 망하는 길밖에 없다. 내가 잘되려면 남도 잘되어야 한다. 나만 잘될 수는 없다. 이런 게, 결국 자기의 이 어려움을 혼자서는 절대 벗어날 수 없어 남보단 상대적으로 내가 좀 여유가 있고 안정적일 때,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남을, 나에게 하는 것처럼, 도우려는 마음과 행동을 낳는다. 알고 보면 결국 이 이타심도 자기를 위한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숙하게 생각해, 인간 사회에서 이타적인 게 결국 이기적임을 깨달은 것이다. 성숙한 이기심의 확장이 결국 이타심에 이른 것이다. 성숙한 이기심이 결국 남까지 돕게 되는, 이타심(Altruism)으로 발전한 것이다. 단순한 이기심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항상 언제나 자기만을 위해 행동한다. 선무당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결국 이기적으로만 행동한 게 자기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성숙한 이기심 인간과 세상의 운영 원리를 깨달은 후, 나무만이 아닌 전체 숲을 보면서 현명함과 유연성이 바탕이 된 이기심을 가진다. 성숙한 이기심은 이타심 성숙하게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그게 결국 자동으로 이타심으로 이어진다. 이 이타심은 또 상대의 이타심이 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원룸 고시원에서 혼자 살고 이렇게 푹푹 찌고 더운 날에도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홀라당 벗고 있는 것보다 팬티라도 걸치고 있는 게 덜 덥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이미 비릇이 되고 그래 다 벗고 있는 것버다는 더 안정감이 들어 그럴 것이다. 더위도 심리적 요인 때문에 더 더울 수 있다. 심리와 정신이 이래서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다.
순수하다는 것은 지금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지금 벌어진 상황만 보고 그대로 행동한다는 것인데 이게 위험할 수도 있다. 감안 없이 행동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문맥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절히 행동하는 것보단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좋을 게 없다.
지금을 즐기라는 말은 그게 안 올 수도 있으니 더 많이 행복감을 느끼라는 말이다. 그 순간은 유한한 인생에서 다시는 만나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지금 좋을 대로 행동하라는 말이다. 그게 옳을 수도 있다.
독재자의 출현을 방지하려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이 하도 이상해지니까 독재자의 출현을 원하기도 한다. 지금 현실이 자기 맘에 안 들어 자기가 싹 쓸어버리고 싶은데 자기는 힘이 약해 안 되고 자기의 분신인 독재자를 선출시켜 대리만족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에 불만이 많은 자들이 많아질수록 독재자, 그들의 영웅이며 자기 분신을 창조하려고 한다. 이런 자들이 안 나오게 하려면 사회가 뭔가 희망이 넘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지금을 사는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늙은이들만 늘어나고 젊은이들이 없어 현역이 부족해 나라는 누가 이제 지키냐?
못 살아아서 그런지 아프리카나 남미 나라, 남아공 나라는 이름도 비슷한 것 같고 그나라가 그나라 같다. 자메이카가 아프리카에 있나 남미에 있나?
히루키는 여자의 행동에 대해 관찰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여자는 현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
방송에서도 마른 여자는 안 좋아한다고 하는 말은 그대로 여과 없이 나온다. 그런데 뚱뚱한 여자는 안 좋아한다는 말은 안 나온다. 아마도 이게 더 큰 욕 같다. 그리고 상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는 것 같다.
인간만이 가진 것 인간에게만 기질과 마음과 기억이 있다. 동물도 기질(성깔, 그러나 결국 본능)은 있을 수 있는데, 인간만이 의지와 방향을 갖고 그것으로 자기를 구현하려고 한다. 인간을 가장 잘 특징 짓는 건 이 기질과 마음과 그 궤적의 흔적인 기억(추억)이다. 인간은 기질이 있어 자신을 가장 특징 지으며 산다. 이 기질로 인해 인간의 큰 궤도가 주로 결정된다고 보는데, 인간엔 또 마음(감정)이라는 게 있어 일탈인 탈선을 통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게 인간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만든다. 인간은 사실 불완전해서 절대자를 만들어 섬기고 불행과 행복의 시소를 타면서 모순과 부조리 속에 있지만, 인생의 큰 줄기인 기질 대로 살다가 갑자기 마음(감정)의 작용으로 중간에서 생을 중단할 수도 있다. 자기 생을 이만 마감하는 것이다. 기질은 한 인간에게 다소 운명적이지만, 감정으로 그것을 얼마든지 배신할 수 있다. 고정과 변화를 오르락내리락한다. 기질은 꾸준하고 마음은 일시적이다. 그러나 마음이 인간으로부터 영영 떠나는 일은 없고 다시 돌아와 붙어산다. 인간의 가장 큰 미덕인 이성에 의지해 살아야지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감정이 그 몸에서 분리될 때는 그의 생명이 다할 때뿐이다. 인간은 이성보다는 마음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난 일부만이 이성이고, 그 밑에 묻혀 안 보이는 거대한 부분이 감정이다. 기질과 마음은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돕기도 한다. 지지고 볶으며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기도 하면서 타협하며 어떻게든 살아간다. 붙어 있으면 진저리를 치는데, 떨어지면 또 서로 그리워한다. 기질은 자기 생긴 대로 살려고 하지만 그 경로를 마음이 있어 이탈할 수도 있다. 기질과 마음의 길항작용(拮抗作用)으로 수놓아진 자기만의 인생길을 되새기고 기억(추억)하는 게 인생 아닐까? 이 타고난 본성과 성정인 기질이 한 인간을 가장 특징짓게 하고, 마음으로 인생을 변화무쌍하게 창조적으로 꾸미며 나중에 나이 들어, 아니 중간중간 그 기질과 마음의 행로를 기억하며 정리하기도 하고 인생철학으로 결론지으며 후회하고 미소 짓는 게 인간의 삶, 인생 아닐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레스 길을 잃다》를 함께 읽어요! 그믐 북클럽 & 서평단 모집[책 증정] 소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남해의봄날/책선물] 김탁환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 알쓸신잡 재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여러분의 처방책이 필요합니다.
수험생이 시집이 읽고 싶대요. 스무살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을 추천해주세요.
'밀란 쿤데라' 챌린지 by 신아
밀란 쿤데라 <농담>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극 보고 책 읽는 [연뮤클럽]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성북구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4권을 소개합니다.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①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② 『공감의 반경』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③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④ 『탄소로운 식탁』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믿고 읽는 그믐북클럽 🌘
[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2. <더 나은 세상> 읽고 답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었습니다
강릉교육문화관 <생존독서>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다정한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나서<도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서평 쓰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논픽션의 유혹!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글쓰기 책 함께 읽기 네 번째, 《네 번째 원고-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끝나지 않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읽기 행렬!
[라비북클럽]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같이 읽어요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진주문고 서점친구들]비문학 독서모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