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D-29
유시민의 말 정리(3) 유시민은 <침팬지 폴리틱스>에서 침팬지도 우두머리로서 보안관 역할을 해 약자 보호와 편들기, 혼자만 독식하지 않는 관용이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이 침팬지보다 나은 게 있는가. 침팬지는 역시 그런 걸 단지 본능에 의해 하는 거고 인간은 지금까지 쌓은 문화, 사회에서 통용되는 훌륭함, 아름다움이라는 기준과 고뇌의 결과, 자기 성찰로 하는 것인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침팬지 노릇을 하면 안 된다. 그런 짓은 침팬지만 하는 거다. 그러나 아직도 침팬지 단계에서 멈춰 있다면 같은 인간으로서 참기 힘들다. 인간이라고 다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의 지적 능력엔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게 있는데 대개의 인간은 자신을 실제 능력보다 좀 더 높게 평가하는데 최상위권은 자기 상대화나 객관화를 잘해 자신의 능력보다 낮게 보는 반면 최하위권은 자신의 어리석음조차 모른다는 거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자신은 분명 사회적 약자인데, 당연히 자신과 같은 약자를 돕는 정당을 지지해야 함에도 그 반대로 강자만을 편드는 정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면 얼른 이해가 안 간다. “아니, 자기가 약자인데 약자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강자 편을 들다니?” 이런 경우는 자신을 실제보다 높게 보는 것과 (자신은 더 위로 올라갈 거라고 믿고 자신보다 위의 인간들만 추종한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 객관화에도 실패한 결과이리라. 자신을 실제보다 낮게 보고-겸손하고-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으면 그래도 인간 중 괜찮은 축에 속한다. 또, 슈퍼 갑의 위치에서 자기에게만 있는 무기로 을들을 공격하고 살상하면 그보다 비열하고 치졸한 짓은 없다는 거다. 대통령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자신들에게 절대적 약자인 환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집단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자기가 잘하고 이미 이룬 것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안 그런 것은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유시민도 말을 잘해 그것에 대해 자랑하고 듣는 사람도 그가 실제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똑똑하게 보는 것 같다. 그가 말을 곧잘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기꾼에게 넘어가는 이유도 그가 말을 잘해 상대를 휘어잡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말을 잘해 사기꾼이 되었나, 사기꾼의 필수가 화려한 언변이라 그런가. 사기꾼의 인성과 심보, 남이 속아 넘어가는 달변이 결합해 그렇게 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자리에 있기에,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가 잘못하면 그를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유시민도 대통령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하고 생각하지만 얼른 납득이 안 되어 일반적인 책이 아닌 다른 분야(인간의 더 위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의 책을 찾아 이해해 보려고 한다. 거기서 그걸 발견하면, “저런 건, 이래서 그렇구나.” 하고 통찰한다. 유시민도 오류가 많고 모르는 것도 많다. 그래 자기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을 계속 뒤적인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고 골머리를 앓다가 그걸 설명하는 책을 찾아내 누구보다 먼저, 그를 이해한다.
자기 자리를 지키고 커다란 틀에 맞게 그 안에서 운신하는 게 일본인의 특징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이가 들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쓸수록 자기의 관심사가 바뀌어 글의 주제도 바뀐다.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유명해지면 내 글을 맘대로 못 써 그게 싫어 나는 글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 차라리 글로 안 유명해지는 게 낫다. 책이 안 팔리는 게 낫다. 유명해지고 책이 잘 팔리면 맘대로 할 말을 못 한다. 유명해지면, 전에 한 말 가지고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 유튜버들이 내 주변에 우글거릴 것이다. 그게 싫다. 글 외에 다른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고 싶다. 그게 내 행복이다. 그래야 또 글이 좋아진다고 보는 입장이다.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다른 건 생각한 적이 없다. 유명해져 맘대로 글에 할 말을 못 하는 게 가장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히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맘대로 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교회는 보수주의자로 변심하는 인간이 많아 싫다. 그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속물적이다.
유시민의 말 정리(4) 쓰기가 이런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머리에만 있고 계속 듣거나 읽거나 이것만 하면 그 내용이 진정 자기 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걸 느끼는데, 쓰면서 사고가 발달하고 생각을 다시 적으면서 비로소 혼란스러웠던 것이 뭔가 정리되고 명료해지면서 속에 든 것을 털어놓음으로써 속 시원한 맛도 있고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비로소 글이 내 편이 되어, 지금의 내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 준다. 속의 고민을 글로 뱉어냄으로써 한 발 떨어져 그것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고민이 마치 남의 고민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한 것, 자신이 읽고 들으면서 깨달은 것을 적어놓지 않으면 그 기억이 사라지고 진정한 자기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말이나 생각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에 있는 생각을 글로 옮기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화되는 것처럼 진정한 자기 것이 된다고 한다. 생각이 글의 발전을 돕는다기보다 글이 생각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해 기록함으로써 인간 문명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생각이 발전하면서 그 당시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때는 이렇게 유치했고 아직은 생각이 덜 익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고 그때의 내 생각이나 감정 그 자체도 더 소중하고 의미 있어 진다는 것이다. 기질과 가치관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이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가치관 정립이 아직 안 된 이유도 있겠지만-나이가 어리면 같이 어울릴 수 있다. 어릴 땐 기질이 비슷하면 잘 어울리고, 나이가 들면서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 같다. 기질은 선천적이라 어쩔 수 없다며 상대를 충분히 포용하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자기 의지가 어느 정도 가미된 가치관은 상대를 위해 어느 정도 바꿀 수도 있는데도 안 바꾸니까 그게 수용이 안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결국 헤어진다. 만나도 가치관이 안 맞기 때문에 서로에게 공감이 안 되고 결국 기분만 상한 채 헤어지는 게 거듭되면서 만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만나봐야 상대의 말을 듣기보단 자기 얘기만 하고 그래서 불편하기만 하고 괜히 만났다는 생각이 자꾸 들고, 기대에 대한 실망도 커, 그걸 극복하고 그동안의 우정과 의리만을 위해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안 맞으면 서로에게 힘을 주지 못하고 지지나 응원은 어불성설이다. 상대의 가치 추구를 폄훼해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 그만 만나고 여기서 헤어지면 그나마 약간 남아 있는 상대에 대한 좋은 기억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미움은 더이상 추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질이 다르면 타고난 본성이 다른 것이기에 서로에게 약간의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관만 서로 비슷하면 그런 기질의 차이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는 것 같다. 기질은 방법상의 차이이고, 가치관은 목적이기 때문에 방법이 좀 다르더라도 최종 목적을 향해 충분히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하려는 게 없다. 자기가 가장 우두머리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과정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동훈도 윤석열도 같은 인간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현실이고 그것은 이상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세계의 끝은 이상적인 곳인데, 그 이상적인 곳은 사람 냄새가 안 나 너무나 삭막하다. 그러니 우리는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사람 냄새나는 원더랜드에서 살면서 삭막하지 않은 세계의 끝을 꿈꾸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해서도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럼 벗어나기 불가능한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기 기질과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지금 마음이 움직이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은 그냥 사회에 적응하고 잘하는 요령만 터득한 인충들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에서 균형을 잡고 살자 내가 왜 이렇게 이상과 현실에 대해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마도 현실을 사는 게 버겁고 이상으로만 가면 인간으로 태어난 원죄로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재미가 없어 그럴 것이다. 인간 사회에선 인간을 믿을 수 없다. 싫어도 변하며 변화무쌍하게 살면 된다.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그들이 절대 알아주는 게 아니다. 아니 알아줄 능력도 못 된다. 그러니 그 믿을 수 없는 것에 좌절하거나 하지 말고 자기만의 이상을 만들어 거기서 안정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싫은 인간 사회와는 다르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곳이고 기댈 수 있는 곳이고, 그래서 자기의 페이스를 찾는 힐링의 장소이고 다시 활력을 찾는 곳이다. 내 이상적인 공간과 현실에서 서로 힘을 주며 살면 된다.
AI와 나의 대결 인간을, 거듭 이기는 AI가 무섭다. 모든 것에서 하나하나, 인간은 AI에게 자신의 고유 자리를 내주고 있다. AI가 인간들 간에 축적된 자료를 모아 인간을 학습하고 인간처럼 그것으로 뭔가를 해석해 결론을 내고 통찰을 끌어낸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 한없이 침식당하고 있다. 이제 인간들은, 인간 전문가나 권위자에게 묻지 않고 AI에게 달려가 묻는 시대에 와 있다. 그건 점점 더할 것이다. 인간이 그런 AI를 이길 수 있을까? 고등의 인간임을 자랑하는 예술 창작도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것보다 더 정교하게 짜서 AI가 내놓고 있다. 인간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사용해 스토리를 구성한다. AI가 짠 소설이 영구 베스트셀러가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인간과 AI의 대결에서 최종 승자는? 인간의 특성을 계속 끝없이 AI는 학습하고 있다. 눈여겨볼게, AI를 더 인간답게 하는 자료들은 거의 다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것들이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건 많지 않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 왜냐면 나는 늘 나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와 항상 시간을 보내는 존재는 나 외엔 없다. 나는 내가 한 모든 것을 안다. 내가 한 것 중 남에게 감추거나 거짓말한 것도 안다. 가능하지도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늘 붙어있다 해도 내가 받아들이고 느끼는 감정과 같을 수는 없다. 즐거울 때, 슬플 때, 다른 사람과 있을 때, 혼자만 있을 때, 항상 나는 나와 함께한다. 그동안에 AI는 나를 관찰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계속 학습하고 뭔가를 접하고 잠을 자고 책을 읽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느낀다. 남에게 밝히기 뭐한 아주 은밀한 것도 나만 갖고 있다. 풍파를 일으킬 것 같아 겉으로 표출을 안 할 뿐이다. 내 이런 극히 프라이빗한 걸 AI는 모른다. 내 마음에만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면, 또 AI는 나의 데이터를 보고 학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살아가면서 개인적이고 은밀한 경험을 계속한다. AI에게 지지 않으려면 겉으로의 표출을,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의 십 분의 일도 정도만으로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 나만의 것을, 90%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AI가 나까지 학습하기 전인, 이 개인적인 것을 표출할 당시는 내가 더 독창적이기 때문에 AI는 독자성 면에서 나를 앞설 수 없다. 이게 거듭되면 결국 사는 동안 AI는 항상 나에게 뒤처져 있다. 내가 유명인이 되지 않으면 더 유리하다. 그러면 AI는 나를 더 학습하기 쉽지 않다. 나에 대한 데이터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유명해지지 않고 그냥 지금처럼 계속 개인적이고 신비하고 아주 독자적인 것만 표출하면 AI는 나를 앞서기 힘들다. 승부의 차원이라면 그렇다. 이러면 AI는 나를 평생 이기지 못한다. 내가 사는 동안만이라도 나는 AI를 누를 수 있다. 이건, AI와의 대결에서 거듭 인간이 깨지니까 고육책으로 인간이 AI를 누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하고 고민 끝에 꺼내든, 전적으로 나만의 고안이다. 인간은 자기를 다 알 수 없고, 그걸 언어로 모두 표현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극히 개인적인 것과 자신조차 자신을 다 모르고 그걸 언어로 다 표현 못 하는 것에 희망을 걸어본다. 동시에, 인간의 습성을 못 버리고 억지로라도 AI를 이겨보려는 이런 현실과 그 치열함에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세 가지 큰 이유로 AI는 나를 이길 수 없다. ① 나는 극히 개인적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나는 나를 1/10만 표현하려고 하고, AI는 내 표현보다 항상 늦다. 따라서 내가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동안 나는 단독자적인 걸 계속 내놓는다. 나는 원하지도 않거니와 능력도 안 되어 유명해질 수 없다. 따라서 AI는 내 정보를 구하기 힘들다. 유명하지 않으면 더 개인적일 수 있다. 자기 검열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② 인간은 자기를 다 알 수 없다. 경험에 따라 자기가 드러나는데, 인간은 모든 상황을 다 겪지 못한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해서, 자기를 다 알기도 전에 죽는다. 따라서 나에 대한 게 다 표현이 안 된 채 생이 끝난다. 나에 대한 남은 부분은 나만 가지고 가고, AI는 영영 그걸 얻지 못한다. ③ 인간은 언어로 모두 표현이 안 된다. 언어의 한계와 나의 표현 미숙으로 나를 다 표현하지 못한다. 표현의 해석에서도, AI가 내 표현의 진짜 뜻을 모두 이해한다는 보장은 없다. 나를 왜곡해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과거와 현재의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 차이는 나만 안다. 이걸, 다시 표로 정리하면
난 인간을 혐오한다. 자기들끼리 서로 혐오하고 지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 때문에라도 나는 인간 전체를 혐오한다.
여자들은 왜 명품백에 사족을 못 쓰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남자들의 차에 사족 못 쓰는 것하고 같은 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은 잘 암기가 안 된다. 뭔가 연관성이 없어 그런 것이다. 그게 입에 붙을 때까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밀물, 썰물, 이랑, 고랑, 고물, 이물 같은 순 우리말의 정확한 뜻을 알고 거듭 사용해야 하는데.
책을 안 읽으면 사람들이 생각을 안 하고 살아 그 사회가 민주주의에서 점점 멀어진다.
한국 여자들의 싸움 이제 그런 건 잘 없지만, 여자들끼리 머리끄덩이 잡고 (머리끄덩이만 잡지 몸은 서로 닿지 않고 떨어져 있다. 바로 소싸움이 연상된다.) 씨름을 하는 게 드라마에 곧잘 나오곤 했다. 사람들은 사방에 원을 그리고 그걸 구경한다. 이상한 건, 남자들 싸움은 주변에서 말리지만 여자들의 싸움은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여자 싸움은 걱정보다는 호기심이 더 발동해 그런 것 같다. 이젠 이런 싸움은 드라마에도 별로 안 나오고 (늙은 여자들끼리는 지금도 가끔 나온다) 이제는 서로의 얼굴에 테이블의 물을 확 뿌리거나 뺨을 찰싹 때린다. 한 여자가 갈기면 맞고 있던 여자가 더 세게 갈기는 장면은 흔히 나온다. 나중에 더 세게 갈기는 쪽이 자존심이 세거나 뭔가 더 유리한 입장인 경우가 많다. 이런 건 사실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선 보기 힘들다. 한류도 있고 해서 한국 드라마에 그런 게 나오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어서 창피한 짓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국 여자들끼리 찰지게 뺨을 서로 후려갈기면 드라마가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거기에 흐르는 냉기 때문에 시원하기는 하다. 어떤 놈은 자기가 짝사랑만 하고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여자한테 뺨을 맞는 게 소원이고, 그녀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어주면 원이 없겠다고 한다. 어떤 변태 인간은, 사랑하는 여자가 자고 있는 자기 얼굴 위로 다리를 벌리고 서서 오줌을 누기를 바라는 새끼도 있다. 여자의 음모를 따라 흐르는 물이 마치 수풀이 우거진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흐르는 약수처럼 생각하고 그걸 쩝쩝거리며 먹고 싶다고 한다. 그녀에 대해 아직도 목마른 그는 그 물줄기를 타고 올라가 그 음습한 옹달샘을 접수한다. 그녀에 대한 끝없는 갈증으로 샘은 메말라가고 상황은 이제 역전되어 여자가 남자의 물을 갈구하기에 이른다. “아, 내게 자기 물 좀 채워줘. 오늘 자기가 너무 고파.” 변태는 이런 음흉한 상상을 하며 미소를 머금은 채 깊은 잠속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현실의 변태는, 이렇게 뺨 때리기는 여자가 자기에게 관심 없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렇게라도 엮여 있는 거니까 괜찮다는 거다. 한국은 왜 이렇게 여자들끼리 육탄전을 벌일까? 전통적인 가부장제 때문에 남자들에게 대접을 못 받아 아마 좀 응어리나 화병의 발로로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도 남자에게 대들지 못하는 건 힘이 약해 그런 면도 있지만, 남자보단 상대 여자의 속을 더 잘 꿰뚫어봐서 그럴 수도 있다는 거다. 여자끼리는 한 여자가 자기가 점찍어놓은 남자를 좋아하는 걸 금방 알아채는데 남자는 그런 눈치를 못 챈다. 여자들끼리는 여자가 남자에게 여우짓 하는 게 훤히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당하는 남자는 그런 공기를 못 읽는다. 원래 가깝고 더 잘 알수록 더 많이 싸우는 것 같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까운 일본과 원수이지 잘 알지도 못하는 저 북아프리카 리비아와 원수이겠나?
여자는 남자만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여자가 주는 영향보다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영향이 적어 그럴 것이다. 남자들은 그러려니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지금 쓰고 있는 글 중에서도 쓰고 싶어 퇴고를 거듭하는 게 있고 그냥 방치하는 글이 있다. 쓰고 싶은 글만 죽어라 써라.
남녀가 같이 좋아하기 쉽지 않다 예능 프로 <나는 솔로>에서도 그렇고, 여자들이 한 남자에게 뭔가 메시지, 추파를 던지면 대개의 남자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그 대신 남자는 그녀의 다른 것 (그녀가 남자에게 보낸 신호가 아닌 것)이나 다른 여자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호감이나 선호하는 스타일이 일치하지 않고 대개는 한쪽이 더 좋아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여기서 사랑의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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