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우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속에 있지 않으려 한다. 동조 심리는 괴물처럼 이성을 집어삼킨다. 옆에 앉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오답을 말하면, 길고 짧은 선분 길이 알아맞히기처럼 쉬운 문제도 풀지 못한다. 우리는 그렇게 쉽게 제정신을 잃는다. 여러 심리학 실험들이 증명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동창회고 인터넷 커뮤니티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이 점령했다 싶으면 도망쳐야 한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과 실시간 논쟁도 피하려 한다. 제정신이 아닌 이들은 불리하면 링에 망치를 들고 올라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논쟁에는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다가 망치에 한 대 얻어맞고는 제정신을 잃고 길길이 뛰는 사람도 여럿 봤다. 그런 이들 상당수는 그대로 질 수 없다며 자기 망치에 손을 뻗었다. 이런 광기는 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같다. 애초에 감염자와 침방울이 튀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 ”
『미세 좌절의 시대』 p.140-141,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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